소설 번역/[東方Project]

첫 눈물

spica_1031 2008. 8. 13. 22:02

출처 : 동방창상화
작가 : 人比良님
번역
: 스피카 (번역일 : 2007/07/05)


1. 다른 곳으로 퍼가지 말아주세요.
2. 본문중의 (하늘색)은 제가 단 주석입니다.
3. 오타 및 잘못된 번역의 지적은 감사히.

4. BGM : 魔法先生ネギま!(마법선생 네기마!) OST - Magical Land 「Track 11. Time Pas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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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물




 바다를 보러 가고 싶어──
 일생에 한 번뿐인 소원으로서, 유카리에게 그렇게 간절히 부탁했다.
 유카리는 잠깐 의외일 것 같은 얼굴을 하고는,
「그것으로 괜찮아?」
 라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마리사에게는 알 수 없었지만.
 언제나처럼──이렇게 대답했다.


「보통이라고」




          †





 그리고 그녀들 두 명은 지금 밤의 바다에 있다.

 들리는 것은 파도 소리뿐이다.
 숲과 같이 희미한 벌레나 새의 속삭이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멀리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 일도 없다.
 요정들의 떠들썩한 소리도.
 밤에 꿈틀거리는 요괴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밀려왔다 돌아가는 파도의 소리만이 들려 온다.
 쏴아── 쏴아── 하고.
 마치, 무엇인가의 음악과 같다고 마리사는 생각했다.
 소령들의 연주와는 다르다.
 환상향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정음(靜音 : 고요한 소리).
 바다가 조용히 부르고 있다.
 조용한 밤을 즐거워하는 노래를.
 근처는 어둡다.
 달빛과 별빛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마을의 등불도, 영혼의 불길도, 태양빛도, 마법의 빛도, 여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달과 별만이, 바다와 모래 사장을 비추고 있다.
 하얀 모래는 달빛을 받아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모래를 씹는 듯이.


「마리사──! 재미있어, 이거」


 플랑드르가 달리고 있다.

 은의 모래 사장을, 접할 수 없는 파도를 뒤쫓듯이.
 밀려오는 파도를 몰아내듯이 플랑은 바다로 달린다.
 돌아가는 파도에 몰아내지듯이 플랑은 해변으로 돌아온다.
 그 반복.
 쏴아──하는 파도의 소리에 맞추어 플랑은 즐거운 듯이 논다.
 결코 접할 수 없는 바다와의 술래잡기.
 그 모습을 마리사는 빗자루에 허리를 건 채 바라본다.
 섞일 생각은 없었다.
 이렇게 보고 있는 것만으로 함께 놀고 있는것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파도의 음악이 마리사와 플랑을 상냥하게 감싼다.


「플랑, 재미있어?」

「응!!」


 오른쪽 다리만으로 휙 뒤돌아보며, 플랑은 만면의 미소를 띄워 대답한다.

 그 미소를 보고, 마리사도 재차 웃는다.
 플랑은 몸의 자세를 무너뜨려 으와왓, 하고 중얼거리면서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파도로부터 도망치듯이 타다닷하고 달렸다.
 모래에 작은 발자국이 남는다.
 발자국을 뒤쫓듯 파도가 가득 채운다.
 파도가 다시 밀려갈때──거기에 발자국은 없다.
 바다가 모두를 지워간다.
 자취는 남지 않는다.
 하지만 몇번이나 몇번이나, 플랑은 그것을 반복한다.
 깨끗한 모래 사장에 그녀는 발자국을 남겨간다.
 물결이 가득 찬다.
 발자국이 사라진다.
 물결이 밀려난다.
 발자국을 남긴다.
 그 반복.
 싫증날 일도 없이, 정말로 즐거운 듯이.
 그 놀이를, 마리사도 질리는 일 없이 지켜보고 있다.
 손에는 팔괘로. 사용할리 없는 마법의 도구.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탄막 놀이도, 환상향을 뒤흔드는 이변도, 끝나지 않는 밤도, 아무것도 없다.
 밤에는 끝난다. 이 밤은, 영원히는 계속되지 않는다.
 꼭대기에 앉은 달은 시계 바늘의 속도로 천천히 바다의 저편으로 잠든다.
 홍색의 안개가 나올 일은 없다.
 아침의 향기를 품은 안개가 먼 바다에 있을 뿐이다.
 탄막 놀이는 일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있는 것은 플랑과 마리사뿐이기 때문에.
   그 밖에는 아무도 없다.
 둘이서만, 바다를 보고 있다.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아도 세계에는 멋진 것이 있다고 마리사는 가르쳐주고 싶었다.
 계속, 멋진 것을 보여줄 수 없었다. 플랑드르·스칼렛에게.
 그리고, 지금.
 플랑은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즐거운 듯이 웃고 있다.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훈시(訓示 : 가르쳐 보임)도, 경험도.
 단지, 아름다운 것이 거기에 있을 뿐이다.
 아름다우니까. 그저 단순하게 그걸로 충분하다고, 마리사는 생각한다.
 달빛을 받아 교요히 빛나는 깊은 바다.
 깊고 깊은 푸름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 빨려 들여가 버릴 것 같다.
 어디까지나 퍼져있는 푸름. 하늘도 아직 어둑한 푸름.
 빛나는 푸름이 지평의 끝까지 퍼지고 있다.
 그 끝에서부터 파도는 온다.
 그리고, 해안에서 플랑과 놀다 다시 그 끝으로 돌아간다.
 은의 빛과 은의 모래로 노는 플랑을 보면서 마리사는 그렇게 느꼈다.


「마리사도 놀지 않는거야?」

「나도 놀고 있다고」
「에?」
「너를 보는 놀이」
「그래!」


 대답하고 플랑은 뛰기 시작한다.

 깡총깡총하고.
 모래에서 모래로 플랑은 뛰어다닌다.
 뛸 때마다 보석이 붙은 날개가 번쩍이고, 달빛을 반사해 빛나 눈부시다.
 소리는 없다. 모래를 밟는 소리조차.
 단지, 파도의 소리만이 플랑과 마리사를 보고 있다.
 사람에게는 연주할 수 없는 조용한 바다의 소리.
 그 소리를 들으면서, 마리사는 다양한 일을 회상한다.
 플랑과 만났을 때에 대해.
 그 후로, 많은 일이 있었어.
 정말로, 정말로──많은 일이 있었어.
 지금, 여기에, 이렇게 앉아 있다.
 시계 바늘은 반대로는 돌지 않는다. 멈출 수 있었다고는 해도.
 늦든 이르든, 마리사는 이렇게 언젠가는 앉게 되었다.
 그녀가, 키리사메 마리사인 이상은.
 그것이 행복한 일인지 아닌지 마리사라도 알 수 없다.
 기쁘진 않았어도──만족했다, 라고 생각할 뿐이다.
 후회따위 있을리가 없었다.
 키리사메 마리사는 힘껏, 살아있는 것이니까.
 최후의 순간까지, 변함없이.
 키리사메 마리사로서 그녀는 끝까지 살 것이다.


「마리사──」


 플랑의 소리. 파도의 소리에 섞이는듯한, 높은 소프라노·목소리.

 플룻같이 아름다운 목소리.
 그녀는 멈춰 서 있었다. 파도가 닿는 아슬아슬한 곳에 서서 마리사 쪽을 돌아보는 일 없이.
 먼, 바다의 끝을 보고 있었다.


「뭐야?」


 마리사의 말에 플랑은 곧바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가만히, 꼼짝않고 서서.
 파도의 소리를 들으면서, 반짝이는 바다와 그 끝을 응시하고 있다.
 멀고, 먼.
 플랑의 눈으로도 볼 수 없는 머나먼 끝에 있는 그 장소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 장소를, 플랑은 환시(幻視)하고 있다.


「이 앞에──」


 파도의 소리가, 플랑의 소리에 섞인다.

 먼, 먼 바다의 끝.
 하나의 대륙과 두개의 대양을 넘은 끝.
 그 앞에 있는 나라와 연결된 바다의 소리가, 플랑의 귀에 닿는다.


「──나의 나라가, 있는거지?」


 나라. 조국.

 단 한 번도 발길을 옮겨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다.
 이름조차 몰랐다──하지만 머리보다 좀 더 아래, 몸의 안쪽에 있는 깊은 부분에서 그 존재만은 알고 있었다.
 누구나가 태어나고 돌아갈 장소.
 조국의 존재를.
 거기에 갔다고 해도, 조금도 얻는 것은 없을 것이다.
 거기에는 단지, 조금도 변함없는 토지가 있을 뿐이겠지.
 의미는 없다.
 의지가 있을 뿐이다.
 바다와 같다──단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중요한 것.
 마음 속의 조국.
 이 바다는, 그곳에 연결되고 있었다.
 먼 거리를 두었다고 해도 확실히 연결되고 있었다.


「그렇네」

「어떤 곳?」


 마리사는 즉답했다.


「아름다운 장소야」


 물론──마리사는 간 적도 본 적도 없다.

 이름과 『조국이 있다』라고 하는 것을, 플랑의 가정교사가 된 케이네로부터 들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마리사는 단언할 수 있었다.
 플랑의 조국이 아름답지 않은 곳 일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
 마리사는 문득 생각한다.
 바다를 배경으로 미소짓고 서는 플랑을 보고 생각한다.
 아름답지 않은 것 따위, 이 세계에는 없다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마음이 스스로의 안에 있는 한.


「흐음……언젠가, 함께 가자!」


 말하고, 플랑은 재차 파도와의 놀이로 돌아간다.

 질릴 일도 없이.
 반복.
 반복.
 그녀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사소한 놀이도 즐겁고 아름답게 느껴 견딜 수 없겠지, 라고 마리사는 생각한다.
 긴 긴 시간을 지하에서 보낸 그녀.
 그 세계는 처음 보는 것 투성이일 것이다.
 그 모두를 그녀는 아름답다고 느꼈을 것이다.
 좁은 환상향의 안에 존재하는 온갖 것을 아름답다고 느꼈을 것이다.
 마리사는 좀 더 알기를 원했다.
 플랑에게.
 온갖 것을 부수는 것 밖에 몰랐던 플랑드르·스칼렛에게.
 세계는 부수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게 되어 있는 것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단순한 그 사실을 플랑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니까──바다로 왔다.
 아름다운 밤의 바다를 플랑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그 날.
 붉은 이슬비가 그친 그 사건의 뒤.
 플랑의 손을 잡고 밖으로 데리고 나간 것은 마리사였다.
 직접적으로는 아니었다고 해도──지하의 밖에도 세계는 펼쳐지고 있다라고 가르친 것은 키리사메 마리사였다.
 그렇다면.
 좀 더, 좀 더 세계는 넓은 것이라고 가르쳐 주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라고, 마리사는 생각했던 것이다.
 멀리 빛나는 달과 별.
 저기에 닿을 정도로 이 세계는 아름답고 넓은 것이라고 그녀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
 세계가 아름답다는 것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그 소원은 실현되어.



 둘이서만 바다에 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두 명뿐이다.
 레이무도 사쿠야도, 어디에도 없다.
 레밀리아도 파츄리도, 여기에는 없다.
 아무도 없다.
 두 명뿐이다.
 마리사와 플랑 두 명뿐.
 환상향의 밖. 아무도 없는 환상이 된 조용한 아름다운 바다.
 파도의 소리만이 울리고 있다.
 플랑은 마리사에게 지켜봐지며 행복하게 놀고 있다.
 마리사는 조금도 바뀔리 없는 플랑의 모습을 상냥하게 응시한다.
 플랑의 모습에 변화는 없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변화는 없다.



 하지만 그 내용물은 바뀌었다고──늙은이의 모습으로 변한 마리사는 생각한다.

 머리카락이 순금을 잃고, 피부에서 윤택도 나지않고, 노쇠하여 마법도 사용하지 못하고, 빛마저 사라져 가도──자신이 키리사메 마리사인 것처럼.
 플랑드르·스칼렛도 아직 그 때와 같은 플랑드르·스칼렛이다.
 그녀다움을 망가뜨리지 않은 채, 그녀는 자랐다.
 아니──

   다르다, 라고 마리사는 생각한다.

 바뀐 것도, 자란 것도 없다.
 그녀는 알았던 것이다.



 세계가 아름다운 것을.

 세계가 상냥한 것을.



 그것을 가르쳤던 것이 자신이라고 한다면 다행히다, 라고.

 마리사는 마지막에 그렇게 생각했다.



「플랑──즐거웠다」



 중얼거림은 파도의 음색에 뒤섞여 플랑까지는 닿지 않는다.

 그것으로 좋다, 라고 마리사는 생각한다.
 뒤를 되돌아 볼 필요는 없다.
 멀리, 멀리. 저 달을 넘어, 더욱더 먼 곳까지 퍼지는 세계에 플랑이 여행을 떠나면 좋겠다고.
 495년동안, 볼 수 없었던 여러가지를 이번에야말로 보면 좋겠다.
 앞은 길고, 길은 멀다.
 어디까지나 계속되고 있으니까.



 마리사는 웃음을 띄운다.

 물가에서 노는 플랑을 본다.
 그 안쪽에 퍼지는 아름다운 세계를 본다.



 달은 멀고.

 바다는 넓고.
 세계는──어디까지나 아름다웠다.



 키리사메 마리사는──만족했다.



 행복하게 웃었다.



 손으로부터 팔괘로가 떨어진다.

 은빛의 모래에, 소리도 내지 않고, 팔괘로가 파묻힌다.
 그 소리를 듣는 것은 이제 없다.
 사랑빛 마법이, 두 번 다시 발해질 일은 없다──




             †




 플랑은 논다.

 만월의 빛아래. 처음 보는 바다에 마음이 이끌려 계속 논다.
 푸른 바다와 은의 모래와 하얀 빛에 싸여 플랑은 행복하게 논다.
 마리사가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을 눈치챈 것은 달이 한 번 정도, 움직이고 나서였다.


「마리사! 저기저기 마리──」


 마리사의 대답은 없다.

 플랑은 모래 사장을 맨발로 달려 빗자루에 앉은채로 움직이지 않는 마리사의 근처로 다가간다.
 마리사는 행복하게 웃은 채로.
 조금도 움직이는 일 없이 플랑을 보고 있었다.
 눈동자의 안.
 둥근 황금의 달이 고요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마리사?」


 소리에 대답은 없다.

 플랑은 모른다. 그것을.
 인간을 『홍차』의 형태로 밖에 몰랐던 플랑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지금, 마리사가 스스로의 몸을 가지고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그것을 플랑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다.
 마리사는 움직이지 않는다.
 왜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플랑은 모른다.


 그런데도 플랑은 이해했다. 알지 못하면서도 플랑은 이해했다.



 키리사메 마리사는, 이제 두 번 다시 움직일 일은 없다.

 키리사메 마리사는, 이제 두 번 다시 화낼 일은 없다.
 키리사메 마리사는, 이제 두 번 다시 놀 일은 없다.
 키리사메 마리사는, 이제 두 번 다시 웃을 일은 없다.




 이것이 『이별』이라는 것을──플랑드르는 알고 있었다.




 세계가 달빛을 받아 아름답고 빛나고 있다.


 먼 별들이 소녀를 상냥하게 지켜보고 있다.

 상실(喪失)을 알아, 상냥해진 소녀를.


 푸른 바다의 소리가 소녀를 상냥하게 위로하고 있다.

 이별을 알아, 어른에 다가간 소녀를.


 누구나가 노래하고 슬퍼하며 우러러보고 있다.

 유성과 같이 앞질러간, 한 소녀의 마지막을.
 길고 긴 인생을 쫓아──영원하고 영원한 잠에 든 소녀를 별과 달빛이 상냥하게 칭송하고 있다.






 눈동자로부터 떨어지는 물방울이, 똑 하고 백은의 모래에 흔적을 남겼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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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로부터의 메세지
어떤 것이라도 아름답다────아름답다고 생각되는 마음이 있다면.


■역자로부터의 메세지
꽤나 예전에 번역한 ss입니다만, 이쪽 티스토리로는 이제서야 옮겨오는군요.
그때도 적은 후기입니다만..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마음 하나. 여전히 가지기가 참 어려운 것 같네요. 지금의 저로선 말이죠. (웃음)

부디 즐겁게 읽으셨기를 바라며 후기를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