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번역/[ARIA x FATE] 그 상냥한 별에서…

그 상냥한 별에서… Navi : 15

spica_1031 2010. 8. 2. 11:46

원문 출처 : 歯車屋敷
작가 : 草之敬 님
번역 : 스피카

1. 본 작품은 ARIA(AQUA)와 FATE 크로스 팬픽입니다.
2. 글쓴이는 일본의 草之敬님이시며, 작가분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3. 원작은 '歯車屋敷'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4. 번역본은 제 블로그에만 올립니다. 무단 전재 및 도작은 절대 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5. 본문중의 (하늘색)은 제가 단 주석입니다.
6. 오타 및 잘못된 번역의 지적은 감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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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냥한 별에서… Navi : 15





# 에미야 시로


드디어 아쿠아에서 맞이하는 첫 새해.
24월에 들어갔다.

「에미양, 에미양. 오늘은 우리 가게 오지 않는 거야?」

「유감스럽지만 아직 야채는 있어. 부족해지면 사러 갈 테니까.」

「 ………… 오늘은 뭐 사러 나온 거야?」

「아아, 오늘은 걸레를 사러. 역시나 12개월 정도 계속 쓰면 수명이 다 해버리니까. 그리고 연말 대청소를 대비해서 말이지. 사실 필요 없는 옷으로 만드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것도 없어서.」

「에코(eco) 전사구나, 에미양.」

「그러는 넌 또 농땡이 인거냐, 아이나?」

어, 알겠어? 하고 수줍은 듯이 웃는다. 모를 리가 없잖아.

「요즘 말야. 아리시아 씨, 건강하잖아. 어떻게 한 거야?」

「특별히 짐작 가는 것은 없는데. 그보다 화제를 무리하게 바꾸려 하지 마.」

「뭐, 어~때. 조금은 신경 쓰이니까 말야. 나라도 걱정은 한다구~?」

「걱정한다고 전해 줄게.」

그렇게 말하고, 이 추운데 통풍이 잘 되는 캄포에서 계속 농땡이를 현재 진행형으로 하고 있는 고양이 같은 아가씨에게서 등을 돌려 떠난다.
뒤에서 「나중에 봐~」하고 김빠진 소리가 들려온다.
그녀를 상대하면 컨디션이 죄다 무너진다. 아쿠아에 거주하는 붉은 악마와 같은 존재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간드를 쏘지 않는 것만은 조금 낫지만.

자, 오늘은 본 대로 열심히 쇼핑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전과는 다른 것이 있다. 아리시아의 존재다.
그녀는 바로 두 달 전, 알토리아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갑자기 사이가 좋아졌다. 그 전부터 사이는 좋았지만, 그 이상으로 좋아졌다.
그 무렵부터 아리시아는 생각에 잠긴 듯이 일에 매달리지 않게 되었다. 반대로 어떻게든 빨리 돌아오고 싶은 것인지 예약을 받는 것이 조금 줄어들었다. ARIA 컴퍼니의 경영 유지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데도 줄어들었다.
그리고 알토리아에 관해서도 어딘지 모르게 온화하게 대하고 있다, 라고 느낄 때가 많아졌다. 뒤덮여있던 긴장이 없어진 느낌이다.

「이것이 계속되면, 좋겠지……」

올려다보지는 않고, 시선만 하늘로 돌린다.
맑은 겨울 하늘은 어디까지나 파래서, 네오·아드리아 해와의 경계가 실로 아름다웠다.

「좋구나. 정말로 좋구나.」

이것을 지키는 것이 이 세계에서의 에미야 시로의 역할.
『행복의 수호자』인 나의 역할. 그것으로 됐을 터다.
됐을 터인데, 역시 어딘가 초조하다.

그것은 이 세계가 너무 상냥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내가 된다고 결정한, 목표로 한 『정의의 사자』였던 것일까. 그 종착역이라고 하는 것일까.
틀리다. 틀리지만, 모른다. 정말 틀리다고 해도 괜찮은 것일까. 무언가가 걸린다.

「…………바보자식.」

어째서 만족하지 못하는 거냐.
토오사카도 말했을 텐데. 『넌 그러한 일이 없도록 남을 도와줘.』라고.
이것으로, 괜찮은 것일까?

「왓!?」

「이런, 미안. 한 눈 팔고 있었어.」

안 돼. 너무 생각에 빠져 주위를 보지 않다니.
이래서야 자신을 위해서 세계를 잘라 버리고 있는 것 같다, 고 자기 자신에게 빈정거려 본다.
부딪친 것은 아마도 10대 전반 정도인 듯한 소년이다. 검은 망토를 걸치고, 둥근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짐이 많은 걸. 들어 줄까?」

「아뇨, 괜찮습니다. 이 정도……」

짐의 수가 나와는 현격히 차이가 났다.
오늘은 잡화 밖에 사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만든 가방에 자리가 남아돈다.
거기에 비해, 소년은 양손 한 가득 봉투. 키 때문인지 마치 쌀가마니를 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가 괜찮다고 말한 직후였으므로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다.

「후우, 영차. ……흡, 읏차. ……후우.」

몹시, 마음 쓰인다.
역시 무리다. 도와주자.
말해도 분명 거절할 테니, 여기선 실력 행사.
소년이 안고 있는 봉투를 하나 빼앗듯이 집어 든다.

「아」

「고집은 부리는 거라지만, 너무 부려서 다치면 소용없어지니까 말이지.」

「괴, 굉장히 감사합니다.」

「인사는 됐어. 내 멋대로 하고 있는 거고 말야. 쇼핑이야?」

「네, 저희들은 지상에 나오는 일이 적어서 언제나 한 번에 사버립니다.」

「응? 지상에 나오는 일이 적다고?」

                                            노    움
「아, 인사가 늦었네요. 전 『지중 관리인』인 알이라고 합니다.」

노움.
이라고 하면 그건가.
아쿠아의 중력을 1G로 유지하고 있다는.

「난 시로. 에미야 시로다.」

「시로 씨, 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예의가 바른 아이다. 아이나에게 본받으라고 하고 싶다.
그건 그렇고, 이 정도의 짐이라니. 노움은 상당히 위에 오지 않나보다.

「뭐, 그러니까 이렇게 사버리게 됩니다만.」

천연덕스럽게 웃는 노움 소년, 알.
정신 연령이 높은 아이구나. 그렇다고 해서 달관하고 있다는 것도 아니고, 나이에 맞는 반응도 해 온다.
어른으로서는 대하기가 쉬운 아이다. 나의 호감도는 급격히 상승이다.

「……그런데 시로 씨. 뭐 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상관없어. 대답할 수 있는 범위에서 대답해 줄게.」

「키, 굉장히 크시네요. ……어느 정도 됩니까?  머리 크기로 두 배 정도 큰 것 같으니까, 190?」

「그렇네……」

오랜만에 자신의 몸을 『해석』한다.
이쪽으로 오고 나서는 컨디션을 무너뜨리는 일도 없었고, 전투 역시 없었으니까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날려진 그 날 이래 처음이 되는 걸까.

「18…… 7인가. 응, 187cm다.」

「크시네요. 저도 그 정도 크고 싶습니다.」

「하하, 지금부터겠지?」

「그런가요?」

「아아. 나도 옛날부터 키가 컸던 게 아니니까 말야. 16, 7살까지 170도 안됐었어. 알도 지금부터 노력하면 돼.」

비어 있는 손으로 알의 머리를 조금 난폭하게 쓰다듬어준다.
왓, 하고 놀라며 몸을 움츠린다.

순간, 알의 몸에도 『해석』을 건다.
뼈나 근육에는 이렇다 할 이상은 없다. 앞으로 제대로 영양을 취하고, 운동하고, 잘 자면 그 사이 쭉 성장할 것이다.
단지.

「정말, 아이 취급은 하지 말아 주세요. ……이렇게 보여도 저, 어른이니까 말이죠.」

「역시 그렇구나. 만났을 때는 10대 전반일까 생각했지만……」

「에? 아시겠나요?」

「아아, 뭐, 그렇지……」

그리고 이쪽에 오고 나서 상투적이 되어 버린 그 말.

「난 마법사다.」

「에에엣!? 마, 마법사인가요!?」

그리고 이쪽이 놀랄 정도의 반응을 해 준 것은 알이 처음이기도 하다.

아리시아는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거라면, 그런 거겠죠?」라고 순조롭게 받아들였고,
아카리는 「우왓! 정말인가요. 굉장해, 굉자앙─햇!!」하고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으며,
아이카는 「진짠가요? 거짓말?」이라고 올바른 반응을 보여주었고,
아테나는 「…………」. 아테나는 이상하다는 듯이 이쪽을 응시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표면상 마법사, 사실은 마술사라는 것을 아는 것은 이 5명과 분명 아테나와 같은 방인 아, 아……아리스였던가, 그 아이뿐이다.

「정말로 정말입니까!」

「정말로 정말이다. 뭐, 반사람 몫이라 할 수 있는 것도 한정돼 있지만 말야.」

「반사람 몫……입니까. 저랑 같네요. 저도 아직 반사람 몫입니다. 아, 19살입니다.」

「……19인가. 꽤 나이가 있는 걸?」

「아하하. 그런가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전부 놀라더라고요. 뭐, 복잡하기는 합니다만.」

알은 자조하듯이 웃는다.
알로서는 「사람을 외관으로 판단하지 마라」라고,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거겠지만. 뭐, 물론 반동은 있을 것이다.
그리운 걸. 나도 동안과 더불어 자주 중학생으로 오인 받았었지.
꽤 친근감이 솟는 인물이다. 나의 호감도는 한층 더 올라간다.

「노움이 태양빛을 직접 쬐는 일은 꽤 적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세포나 뇌가 여러 가지로 세세히 반응하는 거겠지요. 기본적으로 저희들은 큰 사람도 170cm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군. 생태학에는 밝지 않지만, 그럭저럭 이유는 알겠어.」

「 그렇지만, 키가 작아도 할 수 있는 건 있습니다. 보세요, 보통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장소라도 들어갈 수 있다던가.」

「생각하기 나름, 이라는 걸까.」

「네!」

담소도 길어져, 5분 정도 걸었을까.
시야가 트이고,  그런대로 큰 수로로 나왔다. 거기엔 소형 곤돌라 한 척만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그것을 보고 '모두들, 벌써 가버렸나.' 라고 옆에서 알이 중얼거렸다.
그건……

「미안한데. 나랑 이야기가 길어졌었네.」

「에, 아뇨! 시로 씨 탓이 아닙니다!」

「그래? ……그런데 이거, 전부 들어가려나?」

문득 곤돌라의 사이즈에 문제를 느꼈다.
알은 뭐든 시험해보지 않으면, 하고 짐을 싣기 시작한다.

「됐다, 전부 실었습니다!」

「……아니, 그렇지만 말야?」

이래서야 알이 탈 수 없지 않나?

「……으으~」

「어, 어이!」

돌연 알이 헛발을 내디디며 휘청거린다.
그것을 붙잡아 곧장 세워 준다.

「죄송합니다. 조금 햇빛 때문에 현기증이.」

「괜찮아?」

「괜찮습니다.」

언제나 있는 일이라는 분위기로 대답하고, '그런데 짐을 어떻게 하지'하며 사고하기 시작한다.
반품인가, 그렇지 않으면 내가 나중에 가지고 가줄까.

「……역시, 에미야 씨잖아.」

「시로씨~이!」

「아이카. 아카리도.」

누군가에게 불려 올려다보면 아는 얼굴의 이인조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상하다는 듯이 보이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고로 상황 설명은 필수적일 것이다.

「에미야 씨는 어쩐지 발이 넓은 것 같아요?」

「아카리 쪽이 넓지 않을까?」

「아─. 확실히 그건 그렇지만.」

그렇게 아이카와는 서로 귓속말 정도로 회화를 끝마친다.
그리고 아카리라고 하면.

「시로 씨, 아이카 짱! 저, 이 아이 데려다 주고 올게요!」

역시나 아카리 매직이 발동하고 있었다.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고 있고, 뭐가 목적인지는 물을 필요도 없었다.

「잠깐만, 아카리!? 무슨 소릴 하고 있어!」

'언제나 있는 일이다, 단념해라.' 라고는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
이렇게 돼버리면, 아카리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아니, 듣지 않는 게 아니라 말하지 못하게 한다, 일까.

「그치만 그치만, 노움이라구? 지하 세계라고, 아이카 짱! 흥미 없는 거야?」

「우……아, 거, 거야 없는 건……아니, 지만.」

「와~이! 그럼 곧장 곤돌라를 댈 테니까 기다려 주세요!」

봐라.
아마, 나였더라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아카리 매직에 아이카가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문든 시선을 알에게로 돌리면 아니나 다를까, 멍하니, 당사자인데 방관자처럼 되어 버린 알이 있었다.
이쪽의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아하하' 웃고는 곤란한 듯한 얼굴을 하였다.

「굉장한 분이시네요.」

「차기 프리마 후보.」

「에, 굉장합니다!」

「라면 좋겠다, 라는 희망적인 관측.」

「네? 아, 아─. 아하하하하! 과연. 미운 오리 새끼, 일지도 모른다는 거군요.」

끄덕이지는 않고, 쓴 웃음으로 대답해 둔다.
아카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카가 들으면 뒷감당이 힘들다.
그 때,

「다 됐어요─!」

준비를 다 한 것인지, 아카리가 손을 흔들며 부르고 있다.

「자, 부르고 있잖아? 가 볼까.」

「네!」

알과 함께, 아카리가 젓는 곤돌라에 올라탔다.


…………그리고.

「우와아──────!」

아카리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놀라고 있다. 이건…… 깊은 걸.

후웅, 하고 바람이 소리를 내고, 이제는 그것이 위에서 부는 바람인지, 밑에서 부는 바람인지 알 수 없다.
그곳은 하나의 "탑의 속"이라 해도 되었다.
너무 거대한 지하 공동.
수직으로 난 구멍의 측면에는 따개비처럼 달라 붙어있는 주거.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은 벽 안에 있는 것 같다.

「떨어지면 죽겠는 걸……. 알, 괜찮은 거야?」

「네? 아, 네. 보세요, 여기.」

탁탁, 하고 난간을 두드린다.

「이게 있잖습니까.」

「……아, 아니.」

감각이 너무 다르다고 할까, 지금까지 정말로 한 번도 낙하 사고가 없었던 걸까.
아니면 익숙해져 버린 걸까.
알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한다. 노움은 전부 이런 걸까.

「……아이카, 아카리. 너무 들떠서 떠들면 떨어진다.」

「에엣!?」

「엑!?」

일단 주의는 해 둔다.
그런 일이 생기면 나라도 어떻게 할 수 없다.
밤눈이 아니더라도, 『강화』를 하면 어둠 속도 내다볼 수 있는 이 눈으로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깊이는 5km 이상.

「덧붙여서 노움의 일터는 최하층입니다.」

말하자마자 알은 옆에 있던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이카는 뚱한 얼굴로, 아카리는 마치 소풍이라도 온 듯이 명랑하게 알을 따라 간다.
거기에 이어져 나도 별 생각 없이 계단을 내려간다.

그렇다 치더라도 불가사의한 기분이다.
그건 아카리도 마찬가지라, 들뜬 채 알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뭐, 나의 불가사의함과는 근본부터가 다르겠지만.

걸어 내려가고 있으면 꽤 사람들과 엇갈린다.
역시 그건 이러한 곳이더라도 생활이라는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로, 하나하나 안심했다.
아아, 알이 말한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라고.
이곳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그렇게 습관이 배어 버린 것이다.

「……곳곳이, 슬픈 세계인 걸.」

조금 앞에 있던 아이카가 돌아본다.
들리지 않도록 중얼거릴 참이었지만, 들려버렸던 걸까.

「배고파졌어요.」

「에? 아—…… 그러고 보니 점심 먹을 시간이구나. …………아.」

큰일 났다.
알토리아를 잊고 있었다.
아이카는 이상하다는 듯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다. 갑자기 굳어진 탓이리라.

「무, 무슨 일 있나요?」

「……아니. 감수해야겠지.」

「???」

분명, 돌아가면 굉장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간만에 화난 알토리아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내려갔을까.
알이 멈춰 서서 뒤돌아본다.
그의 옆에는 『명물·버섯전골』이라 적힌 포렴이 걸린 가게가 있었다.

「그럼, 여기서 식사라도 하고 갈까요?」

전원이 그 제안에 동의하고, 가게로 들어간다.
그런데 '명물'이라 하는 것으로 봐선 사실 이곳도 관광지 중 하나인 것일까.
교류가 적다고 했으니까,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만 말이다.

「아아, 그렇지. 알 군, 노움은 아쿠아의 중력을 1G로 유지하고 있는 거지.」

「네.」

그것은 전골이 익길 기다리는 동안의 별다른 생각 없는 의문.
아카리는 호기심을 드러내고, 알을 다그친다.

「어떻게 하는 거야?」

「그건 나도 신경 쓰이는 데.」

「그러니까……여러분들은 중력이 어떤 힘인지, 알고 계시지요.」

띵~ 하고 가라앉는 분위기.
이봐 이봐. 중학생도 알고 있을 텐데.

「알겠습니다. 우선 그것부터네요.」

알은 식은땀을 흘리며 쓴 웃음.
냄비 상태를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력이란, 만유인력과 혹성의 자전에 의한 원심력이 합해진 힘으로, 간단히 말하자면 물체와 물체 사이에 있는 『서로 이끌리는 힘』입니다.」

과연, 하고 그 예시에 감탄하다.
그리고 다음에는

「저희들 사이나 이 버섯들 사이에도 『서로 이끌리는 힘』은 존재하고 있다는 거지요.」

그거 단순한 흥미가 아닐까,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알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한다.

「이 『서로 이끌리는 힘』은 질량이 큰 것일수록 강해집니다. 자, 여기서 저희들과 가장 가까운 질량 보유자라고 하면……」

조용히 냄비를 들어 올리고, 빙긋 웃는다.

「이 아쿠아라는 겁니다.」

하하.
그래서 우리들이나 버섯을 예로 든 건가.
냄비가 아쿠아라면, 거기에 『이끌린』 우리들이나 버섯은 이미 냄비의 『중력』안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저희들을 포함한 모든 물체가 아쿠아에게서 받는 『이끌리는 힘』. 그것이 중력입니다.」

이해가 되셨나요? 하고 확인한다.
살짝 열어 본 전골은 이제 다 된 것 같다.

그 뒤, 알은 주제였던 노움의 일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아카리와 아이카가 전골냄비의 『중력』 에 열중하여, 화제였던 『중력』에 관심을 끊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알도 젓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배도 부르고, 식후 운동 겸 계단을 내려가고 있노라면 아이카가 우는 소릴 냈다.

「이제 기브업─────」

「…………」

말이 없다.
그것은 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할 수 없군요. 그럼, 여기서부터는 엘리베이터로 내려갈까요.」

아이카의 얼굴이 급변한다.
떼쟁이 같은 표정은 사라지고, 그저 원망스러운 듯이 알을 노려본다.
뭐, 기분은 알겠지만 말이야.

「엘리베이터……있는 거야?」

「물론 있습니다─」

알이라는 녀석은, 장래가 걱정되는 녀석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둠에 익숙한 눈에 저녁놀이 스며든다.
시선 끝에는 아카리와 아이카와 알. 아무래도 꽤 좋은 분위기인 것 같다.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되기에,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도중, 생각한 것이 있다.

『서로 이끌리는 힘』

그건 실제로 문제가, 있겠지.
사람이 사람에 이끌리듯이, 그 전부가 『서로 끌어당긴다』.
……그렇다면, 나는?

이 세계에 있다는 것은 그러한 것일 터.
나는 원래 세계, 원래의 이상에 『이끌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처럼 토오사카의 제안도, 도움도 벗어 던지면서까지 끌어당기고 싶었던 이상이, 이 세계에는 있었다.
그렇다면, 이 세계는?

어떻게 된 걸까, 하고 저녁놀이 진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 별은, 세계는……나의 무엇에 『이끌린』 것일까.
일부러 몸속에 독극물을 넣어 버렸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이 세계에서 나는 이단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의 이상은 "완수할 수 없는 것" 이니까.

사명은 아니다.
숙명도 아니다.
자신의 이상은 꿈이며, 속죄이기 때문에.

「시로 씨, 이야기는 끝났습니다만?」

그리고 어느 샌가 옆에 알이 서 있었다.
요즘 계속 이렇다. 생각에 깊이 빠져, 주위를 신경 쓰지 못한다.
나의 세계에서는 이런 일은 없었다.
많아도, 생각하는 것은 하나뿐이었으니까.

「『서로 이끌리는 힘』말인데……」

「네?」

「어째서 인간은 이 별·아쿠아·를 바랬던 걸까. 인구 폭발? 지적 호기심?」

「그건……모르겠습니다. 옛날부터 『화성은 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한 것 같습니다만.」

「……그러한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인간이 선택한 하나의 종착역.」

「종착역인가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

휙, 하고 자신의 곤돌라로 뛰어서 이동하고, 석양을 등지고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살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곳이 종착역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살아 있기 때문에, 계속 나아간다, 라는 건가?」

알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단지, 입을 다물고 끄덕였다.
그 작은 몸을 조금이라도 크게 보이려는 것처럼 과장되게 양팔을 펼친다.

「사람은 서로 『이끌리고』, 마찬가지로 세계에도 『이끌립니다』. 시로 씨는 이 세계를 좋아하시나요?」

「좋고 싫고를 고르라고 하면 좋아한다. 그렇지만 말야, 나는 이 세계에 『이끌리지』 않았어.」

「어째서인가요?」

「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말야, 『정의의 사자』가 되고 싶다.」

「정의의, 사자……?」

「그래. 모든 생명을 구하는, 한 조각도 흘리지 않는 그런 『정의의 사자』가……나는 되고 싶다.」

「강한 자를 꺾고, 약한 자를 돕는다……멋진 일이잖습니까?」

「그건 틀려. 전부를 구하고 싶다. 구할 수 있다면, 악조차 구하고 싶다.」

「그건……」

나만이, 그 때 살아남았던 대상.
지금까지, 희생되어버린 생명으로의 속죄.
키리츠쿠와의, 잊을 수 없는 약속.

에미야 시로는 이 세계에서 『정의의 사자』가 되기는커녕, 그 전부를 짊어질 수 없다.

내가 이 세계에 온 이유는, 대체 무엇인 걸까.

하다못해……하다못해, 구할 수 있는────읏!



"기뻐해라, 에미야 시로. 너의 소원은 드디어 이루어진다."



「제길!」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목소리와 말.
그런가. 역시 나는 분쟁을 바라고 있다는 건가.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다고.

그럼, 무엇이 이렇게도 날 괴롭히는 거지……?

토오사카, 나, 모르겠어.
아처처럼, 대답을 얻을 수 없어.

나는, 나는…………큭.

「시로 씨?」

「읏!」

「전, 당신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것도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시로 씨. 무엇에 그렇게 얽매여 있는 건가요?」

「얽, 매여?」

「몸은 이곳에 있는데, 마음만이 다른 곳에 있는……그런 생각이 듭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고개를 숙이고, 곤돌라가 흘러가기 시작한다.
그 흘러가는 등을 계속 바라본다.



석양은 가라앉고, 밤의 장막이 떨어지기 시작한 하루의 끝이었다.




Navi : 15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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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설명


■역자 후기
어째서 제가 읽던 팬픽은 전부 연중이 되버리는 걸까요.. llorz
아, '그 상냥한~'이 연중이란 소린 아닙니다.

최고 기온 36.1도.
후후.. 후후후후..
이 정도론 날 쓰러뜨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