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출처 : 歯車屋敷
작가 : 草之敬 님
번역 : 스피카
1. 본 작품은 ARIA(AQUA)와 FATE 크로스 팬픽입니다.
2. 글쓴이는 일본의 草之敬 님이시며, 작가분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3. 원작은 '歯車屋敷'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4. 번역본은 제 블로그에만 올립니다. 무단 전재 및 도작은 절대 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5. 본문 중의 (하늘색)은 제가 단 주석입니다.
6. 오타 및 잘못된 번역의 지적은 감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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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냥한 별에서… Navi : 26
# 아테나·글로리
「여보세요?」
『응? 아아, 아테난가.』
「오랜만이에요.」
인사도 적당히 하고, 본제를 꺼내기 시작했다.
뭐, 이야기한다고 해도 나는 그렇게까지 능숙하게 말을 하지 못하니까 재미있지는 않겠지만.
「오늘 아카리 짱이 묵고 갈 것 같은데, 연락은 왔었나요?」
『아니, 처음 듣는데. 지금 막 쇼핑하고 돌아온 참이다만...... 아, 잠시만 기다려 줘. 테이블 위에 메모가 있어.』
딸칵, 수화기를 내려두는 소리가 저편에서 들리고, 에미야 씨의 발소리가 멀어졌다가 가까워지며, 마지막에는 종이 소리가 들려왔다.
쓰여 있는 걸 내려 읽어가며, 그는 「그런 것 같네.」라고 말하며 수화기 저편에서 웃었다.
「그런가요. 저로선 믿음직스럽지 못하겠지만, 잘 챙길게요.」
『저번처럼 돌봐지는 일은 없도록 하라고?』
큭큭, 짓궂게 웃으면서, 그게 레덴토레 때의 일을 말하는 거라고 알았다.
아미 짱, 장래에는 분명 좋은 신부가 되겠지.
그렇게나 작은데도 잘 돌봐주고, 상냥하고, 귀엽고. 학교에서도 분명 인기가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리시아 짱은 벌써 돌아왔나요?」
『아니, 아직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밤에도 예약을 넣었으니까, 돌아오는 건 8시거나...... 9시 전이 되겠네.』
「그런가요.」
『뭐야? 용건만이라면 내가 전해줄게?』
「아뇨, 조금 얘기하고 싶어 졌을 뿐이에요. 없다면 됐어요.」
그래, 라며 그 이상은 말하지 않고, 에미야 씨는 침묵했다.
벼로 그에게 용건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알토리아 짱. 그 후로 연락은 하고 있나요?」
『아니...... 애초에 연락 수단 같은 건 없는 녀석이라서. 메일도, 전화도, 행선지도 모른다.』
말한 내용과는 다르게, 어째선지 그렇게 슬프게는 들리지 않았다.
현실적인 연애 이야기는 이런 걸까. 별로 연애에 이상을 품은 듯한――――사랑에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에미야 씨는 그걸로 괜찮은 건가요?」
『응?』
「아, 죄송해요.」
『아아, 아냐. 사과하지 않아도 돼.』
말하고 나서 후회했다.
어째서 에미야 씨를 비난하는 듯한 말이 돼버린 걸까. 헤어져서 가장 괴로운 건 그 일텐데.
난, 조금 무신경하네......
『연락은 하고 있지 않고, 사진 같은 것도 없지만 말이다. 뭐랄까...... 이제 와서 외롭지는 않아.』
「그런, 가요?」
『응. 그렇네.』
전화 반대편에서 쓴웃음 짓고 있는 그의 얼굴이 역력히 떠오른다.
왠지 내가 격려받고 있는 것처럼 되고 있다. 별로 격려하고자 생각해서 이야기하고 있던 건 아니지만 왠지 나쁘네, 이런 거. 분명 에미야 씨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을 테지만, 조금 침울해진다.
「서로가, 그걸로 납득한 거네요.」
『솔직히 난 아직 거기까지 결심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어. 도와...... 가지 않아도 된다면, 보내고 싶지 않았어.』
「......정말로 좋아하셨네요.」
『그런 말을 들으면 쑥스러운데. 뭐, 속마음은 몰라도, 납득은 했다고 생각해.』
「강하네요, 에미야 씨는.」
『그런가? 나 같은 건, 속을 열어보면 작은 녀석이라고 생각하지만.』
에미야 씨는 자신을 작은 녀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그는 정말로 강한 사람이고, 크고......
「......작은 거인......」
『응? 뭐라고 말했어?』
보이지도 않는데 고개를 흔들면서 아뇨, 라고 말했다.
그는, 어째서 이렇게나 멀게 느껴지는 걸까. 아니, 그 자신이, 스스로를 먼 곳에서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자신을 『작은 녀석』이라고 하는 걸까.
다음에 아리시아 짱에게 확실하게 말해두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뭐, 말할 것도 없이 그녀는 이미 그 사실을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응.
에미야 씨가 자기 자신을 가까이서 보지 않는 만큼, 우리가 제대로 가까이 있어줘야 할지도 모른다.
주로, 아리시아 짱이라던가.
「선배, 식당으로 가요~?」
「아, 응. 그럼, 다음에 봬요.」
『그래, 다음에 보자.』
맞은편 수화기가 놓이기를 기다렸다가 이쪽도 내려놓는다.
옆에는 아리스 짱과 아카리 짱. 사이좋게 이야기하는 둘은 정말로 즐거워 보여서, 조금 기쁘다.
오늘의 식사는 조금 활기차다.
* * * * *
# 에미야 시로
「후우......」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시계를 보면, 적은 대화를 나누면서 꽤 많은 시간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럼, 오늘은 한 사람 몫이 적군.」
착착, 식사 준비를 진행해간다.
거의 완성되었을 즈음, 익숙한 목소리가 밑에서 들려왔다.
「어서 와.」
「우후후. 다녀왔어요.」
「조금만 있음 되니까, 적당히 앉아서 기다려 줘.」
「도와드릴게요?」
「퇴근하고 온 사람을 바로 일하게 할 정도로 난 돼먹지 않았어.」
「어머어머. 그럼 그렇게 할게요.」
툭, 하고 테이블에 앉아 어린아이처럼 몸을 흔들면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아테나가 굉장히 잘한다고 해서 별로 들은 적은 없지만, 아리시아 역시 평균 이상으로 뱃노래가 능숙하다. 뭐, 그런데도 다른 차원인 게 아테나라는 거지만.
「......그러고 보니, 아카리 짱이랑 아리아 사장님은 무슨 일 있나요?」
「응, 아무래도 아리스 쪽에 묵을 것 같다. 그러니까 오늘은 나와 아리시아뿐이군.」
「헤에, 그런가요...............그, 그런가요!?」
「가, 갑자기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라고 여느 때와 달리 상기된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리시아.
하마터면 놀라서 그릇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건 그렇다 쳐도 본인은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리시아가 이렇게나 당황하는 것도 드물다.
아카리와 아리사 사장이 없으면 무슨 일이, 있는 걸, 까............ 설마.
「아리시아...... 설마 하지만 내가 뭔가 이상한 짓을 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헤엣!? 이, 이상한 짓은 무슨 짓인가요......?」
「하아, 역시나. 난 그런 녀석이 아니니까, 안심해라.」
어떻게 안심하라는 건지는 나 자신도 전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짓을 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그렇다기보다 그렇게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나 신용 없는 걸까, 나는.
......뭐, 더 이상 어리지는 않지만 또래의 남자가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조금, 정도라면......」
「응ー? 뭐라고 했나......?」
「에? 아, 아뇨. 아무 말도 안 했어요ー?」
아무래도 침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서투르게 말한 걸까. 음, 역시 옛날부터 들었던 「섬세함(delicacy)이 없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걸까. 오히려 분위기를 못 읽는다는 걸까...... 미안하지만 난 평생 알 수 없을 것 같군.
정색하는 건 아니지만, 다음부터는 가능한 한 조심하는 걸로 하자. 그러도록 하자.
「......자, 다 됐다고. 그렇지, 아카리와 사장도 없으니 오래간만에 술이라도 마실까?」
그렇게 묻기는 했지만, 사실은 꽤 술과 잘 맞는 요리를 선택하고 있었다.
권해놓고서 내가 마실 생각으로 가득했네, 이건. 거 참, 부끄러운 일이다.
「우후후, 좋네요. 술, 마실까요.」
타박타박, 가벼운 박자로 냉장고를 향해 뛰어간다.
5병 정도를 안고 돌아온 걸로 봐선, 별로 마신다고 할 정도로 마실 것 같지는 않다. 아리시아 치고는.
「내일도 예약 있으니까요. 조금의 숨 돌리기 정도예요.」
즐거워하며, 식사를 하기 전에 한 병을 연다.
잔에 가득 붓고, 이번에는 아무래도 술을 따라주려는 것 같다. 이쪽으로 병 입구를 돌리고 잔을 기다리고 있다.
그 행위에 조금 웃으면서, 그 마음 씀씀이(厚意:후의. 남에게 두터이 인정을 베푸는 마음)에 응석 부려 잔을 내밀면 똑같이 가득 따라주었다.
잔을 손에 쥐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기다리는 모습은 빨리 마시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럼, 건배.」
「건배.」
챙, 하고 예쁜 소리를 내며 유리잔을 서로 부딪힌다.
잔 안의 술이 넘칠 것 같은 것은 덤. 후루룩 마셔 양을 줄이고, 거기서 절반 정도 더 마신다.
반면 아리시아는 작은 사기잔을 들이켜듯이 유리잔을 기울이고, 한 번에 전부를 마시고 있었다. 변함없이 술고래였다.
「……」
「……」
묵묵히 식사를 한다.
아카리나 사장이 얼마만큼이나 우리의 대화의 연결고리가 되어주고 있었는지 확실하게 알게 된 순간이다. 아리시아는 절대로 말이 많은 편이 아니고, 난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재치 있는 대사도 나오지 않는다.
별로 아니꼬운 회화를 할 생각은 아니다만......
「후우......」
「빠른데, 아리시아.」
2병째를 다 마시고 있다.
식사가 시작되고 아직 5분도 되지 않았다. 아리시아는 어째선지 엄청 마시고 있다.
3병째를 열고, 유리잔에 따르고는 마시고 있다. 혼자서 왕코소바(椀子蕎麦:작은 그릇에 담긴 소바를 무한 리필해주는 것으로 유명한 이와테현의 명물)를 먹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어, 어이. 그렇게 한 번에 마시면......」
「어머어머. 괜찮아요. 우후, 우후후.」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만......」
취기가 도는 게 굉장히 빠르다. 그보다 아리시아가 취하기 시작한 모습을 처음 본 것 같다.
평소라면 아무리 마셔도 볼이 살짝 빨개지는 정도인데, 지금은 코 끝까지 빨개지기 시작했다.
멈추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자, 오늘은 그만 마시자. 내일 힘들다고.」
「음. 내일, 쉬고 싶어요.」
「바보 같은 말 하지 말고. 내일 분명 아침부터 예약이 들어가 있다고? ............혹시, 기분이 좋지 않은 건가? 그렇다면 내가 확실하게 손님에게 취소 전화를 하고......」
갑자기 왜 그러는 걸까.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가 「쉬고 싶다」 같은 말은 하지 않았었는데.
일단 열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나. 체온계는 어디 있었더라......
일어나서 체온계를 가지러 가려고 하자 꾹, 하고 소매가 가벼운 힘으로 잡아당겨졌다.
「......시로 씨. 오늘, 취해서 못 돌아갈 것 같아요.」
「그것만이 아니잖아. 정말로 감기 걸린 건 아닌가?」
붕붕, 고개를 저으며 소매를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아리시아가 올려다본다. 촉촉한 눈동자와 달아오른 피부. 그 몸짓이 아무래도 평소의 차분한 아리시아가 아니라 나이에 걸맞은, 그녀가 별로 보여주지 않는 일면이었다. 응석 부리고 싶다. 그런 욕구가 강하게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답지 않다.
「............시~로 씨.」
「자, 잠깐만......아리, 시아!?」
술김인 건지, 아닌 건지...... 일어선 아리시아는 점점 거리를 좁혀왔다.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아리시아를 정면으로 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물러난다. 하지만 소매를 쥐고 있던 손은 어느새 단단히 팔짱을 끼고 있었다. 움직일 수 없다.
「시로 씨...... 저...... 저」
「잠깐 기다려......! 진정해, 아리시아!」
텅 빈 눈동자에 내가 비치고 있는 것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진다. 하아, 하아, 하고 조금 술내가 나는 한숨도 바로 앞에서 들린다.
이쪽까지 취해버릴 것 같은 취기와 유난히 요염한 아리시아의 표정.
이대로 흘러가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버린다. 하지만, 그걸로 괜찮은 거냐, 에미야 시로.
「아리시아......!」
달라붙어 있던 아리시아를 휙, 밀어냈다.
「하아...... 하아......」
아리시아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손바닥을 이마에 대려고 하자, 깜짝 놀란 아리시아는 바로 내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그렇게 간단하게는 되지 않는다. 힘껏 밀어내려고 하지만 내 힘에는 이길 수 없다.
「............읏.」
후욱, 소리가 날 정도의 열이었다. 술 때문에 달아오른 것을 빼도, 말이다.
손바닥이 닿은 순간 아리시아는 포기한 건지, 미안한 듯이 어깨를 말아 올리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화가 났다. 공연히 화가 났다.
「아리시아, 왜 말 안 하고 있었어.」
「......시로 씨. 저, 그게......」
「그게, 가 아니잖아......! 열이 엄청나잖아. 어째서 잠자코 있었어!?」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서......」
――――기가 막혔다.
박박, 소리가 날 정도로 머리를 긁고 나서 한숨을 쉬었다.
아리시아는 여전히 얼굴을 보려고는 하지 않고, 난 가볍게 아리시아의 이마를 때렸다. 딱, 하는 귀여운 소리가 나고 아리시아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다시 바라봤다.
「......바보.」
「앗.」
이번에는 내가 아리시아를 잡아당겼다.
죽죽 끌고 가, 아카리가 묵고 있는 침대까지 데려갔다.
「여기서 기다려.」
앉힐 만큼 앉히고, 재빠르게 준비를 시작한다.
얼음 베개에 차가운 물, 수건, 마실 물과 필요한 것을 침대 옆으로 옮긴 뒤, 아리시아가 갈아입을 옷을 가지러 아파트까지 뛰어간다.
그럴듯한 파자마와 네글리제 등을 팔에 가득 안고 돌아오자 아리시아는 당황하며,
「그, 그 정도는 스스로 할게요......!」
라며, 팔에 가득하던 갈아입을 옷을 빼앗아 가버렸다.
확실히, 갈아입는 모습이나 이런 종류의 옷을 그다지 봐도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건, 알고는 있지만......
걱정이 된다.
「그럼, 갈아입고 불러줘.」
「아...... 네.」
계단을 내려와서, 다시 한번 한숨을 쉰다.
어째서 한 번에 보고 알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알코올이 계기가 되었던 건가?
어느 쪽이더라도 눈치채라고, 바보 녀석......
「시, 시로 씨ー?」
「응, 지금 간다.」
불안한 목소리로 부른다.
그걸 내버려 두지 못하고, 바로 달려간다.
「그럼, 오늘은 이만 자고, 내일 예약은 내가 거절해 두지.」
「괘, 괜찮아요. 자고 나면 괜찮아 지니까, 캔슬하지 않아도 돼요.」
「바보. 감기는 나았을 때가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됐으니까, 자도록 해.」
억지로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는다.
아리시아는 얼굴을 반 정도 묻고, 이쪽을 올려다본다.
「죄송해요.」
「정말이지. 감기 걸렸다면 걸렸다고 제대로 말해라.」
이번에는 얼굴을 전부 묻어버렸다.
차르르, 얼음 베개 소리가 울린다.
「머리는, 아프진 않은가?」
「괜찮아요. 시원해서 기분 좋아요.」
「몸은? 나른하다던가 오싹하다던가.」
「없어요.」
「목은 마르지 않나?」
「네. 갈아입을 때, 조금 마셔서 괜찮아요.」
「뭔가 가볍게 먹을 걸 가져올까? 밥 먹던 도중이었으니까, 배는 고프지 않은가?」
「정말, 괜찮다니까요.」
귀찮다는 말투와는 다르게, 그 얼굴은 무척 기뻐 보였다.
한동안 말없이 옆에 있었지만, 아무래도 내가 있으면 차분하게 잘 수 없는 것 같다. 아까부터 안절부절못하다. 환자에게 무리를 시킬 수는 없지. ......슬슬 내려갈까.
「――――아.」
「응?」
계단으로 가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섰을 때였다.
어딘가 안타까운 듯이 아리시아가 말을 꺼냈다.
「......저, 잘 때까지 ......제가, 그게」
「............알았다. 있을게. 아리시아가 잠들어도. 곁에 있지.」
「아 ......네. 고마워요......」
후우, 조금 굳었던 표정이 풀린다.
흐리멍덩해진 눈 때문에 평소의 상냥한 미소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사르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저 아무 말 없이 젖은 수건이 따뜻해지면 차가운 물에 담가 식히고, 아리시아의 이마에 올려주는 행위를 계속한다.
조금 전까지의 묘한 긴장은 어디로 간 건지, 아리시아는 안심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시로 씨~」
「왜 그래?」
「우후후. 불러봤을 뿐이에요.」
「그런가.」
이렇게 나를 놀리기 시작한 점으로 봐선, 나름대로 진정된 것 같다.
술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감기 증상이 나타난 건 술에 취해버린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반대로 술을 마셔서 온몸의 체온을 올리고, 대사를 높여 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마시는 게 정답이었을지도.
「............시로 씨.」
「뭔가?」
「으음...... 후우ー......」
「......잠꼬댄가. 어린애 같은 잠꼬대네.」
마치, 부모에게 응석 부리는 딸 같다.
그런 걸 생각하고, 문득 위화감이 남았다.
――――부모, 인가.
「......고마워, 아리시아.」
「스으...... 스으......」
왠지 모르게 감사의 말을 해두고 싶었다.
밤새도록, 아리시아의 옆에서, 아리시아만을 보고 있었다.
* * * * *
# 아리시아·플로렌스
「......으, 음......」
눈을 뜨면, 내 아파트 천장이 아니었다.
그립다. 하숙할 때, 아침에 가장 먼저 보는 경치였다. 그런데 기분이 좋지 않은 건 땀 때문에 끈적끈적해서겠지.
「............시로 씨?」
둘러봐도, 방의 어디에도 그의 모습이 없었다.
어제, 잠들기 전 그대로 방은 정돈되어 있다. 아래층에서도 식사를 만드는 소리도 나지 않는다.
감기 탓이 아니다. 오싹, 하고 등줄기가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 시로 씨!」
황급히 계단을 뛰어내려 간다.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은 아직 어둡고, 정확히 새벽 전인 것 같다.
「오.」
「아.」
――――그럴 리가 없었다.
차가운 물이 든 대야를 들고서, 어리둥절 나를 내려다보는 시로 씨. 그 시선에 왠지 조금 화가 났다.
「잘 잤어, 아리시아――――어이쿠!?」
아무 말 없이, 시로 씨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등에 팔을 돌리고, 힘을 가득 담아 껴안았다. 땀으로 젖은 몸이나 옷도 신경 쓰지 않고, 온몸을 내던지듯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올려다보면, 시로 씨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왜, 왜 그래?」
「시로 씨.」
「어, 어어.」
「감기 걸렸을 때는 무척이나 불안해져요. 알고 있나요?」
한 번 더 꼭 껴안는다. 그러자 시로 씨는 한쪽 팔 뿐이지만 마주 안아준다.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뒤통수를 톡톡, 가볍게 두드리며...... 조금 화가 났던 기분도 단번에 사라져 버렸다.
「미안해, 아리시아.」
「괜찮아요. 하지만, 그러니까...... 약속은 제대로 지켜주세요.」
「약속......?」
「곁에 있어주겠다고, 말했잖아요.」
「......아아. 그랬었지. 그랬어.」
시로 씨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어.」라고 말한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난 멋대로 이렇게 생각했다.
《잠들》
――――내가 영면할 때까지, 곁에 있어주세요.
너무나 내 맘대로인, 정말로 제멋대로인 약속.
너무 일방적이라 나 스스로도 싫어질 정도로 비열한 약속.
분명 이런 나의 생각은 그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제대로 있다. 말했잖아? 나도 네가 보고 있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랬었죠.」
......일방적?
그러고 보니 나만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약속을 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어.
안심한 건 아니다. 그저, 기뻤다.
무엇이, 기쁜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서로가 일방적인 약속을 하는 걸로 상호 약속이 되어서일까.
아니면, 그저 순수하게 "있다"라고 말해준 것에 대해서 일까.
「그럼, 아리시아도 일어났고, 아침이라도 만들까. 죽 같은 게 좋으려나?」
「네. 시로 씨가 만들어 준거라면.」
그런가, 라 말하며 시로 씨는 주방으로 향했다.
어제 남은 식은 밥을 냉장고에서 꺼내며 말한다.
「저기 말이다, 아리시아. 달라붙어 있으면 하기 힘들다만......」
「싫어요. 외로운 걸요.」
「......~~. 정말이지, 다쳐도 모르니까 말이다.」
「네.」
등 쪽에서 가슴 쪽으로 팔을 둘러 꼭 껴안는다.
새삼스럽지만 어째서 오늘은 이렇게 대담해진 걸까. 감기 탓, 만은 아닌 것 같다.
「......시로 씨.」
「뭐야?」
「불러봤을 뿐이에요......」
「그래.」
안심된다.
이렇게 껴안고, 바로 곁에 있으면 무척 안심이 된다.
그건 시로 씨가 무의식 중에 어딘가로 가버릴 것 같은 사람이라는 것도 있지만, 아마도 그것만은 아니다.
언제나 가까이서 보고 있지만, 이렇게나 가까이 있었던 적은, 아마도, 없다.
잘해봐야 손을 잡았을 정도.
「다 됐다.」
「벌써 말인가요?」
「벌써라니, 10분은 됐지만 말이다......」
「에?」
......10분?
그렇게나 계속 안고 있었던 거야?
「죄, 죄송해요......」
「어째서? 외로우니까 함께 있고 싶었던 거잖아. 아리시아가 사과할 일은 아냐.」
「아, 우...... 정말인가요?」
「응. 뭐라고 할까...... 오히려 고마웠어.」
「어, 어째서죠?」
「......어째서냐고 해도. 나도 잘 모르겠네. 하지만, 고마워.」
그 한 마디가, 공연히 기뻤다.
그래서 그 말을 다시 한번 들을 수 있도록...... 평소처럼 돌아가자.
해는 중천이고, 하늘에는 작은 새가 날아다닌다.
오늘도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다. 물결은 거칠지 않고, 조용한 파도 소리를 울리고 있다.
「정말로 괜찮은 건가......?」
「네. 무리는 하지 않아요.」
새하얀 자신의 곤돌라에 옮겨 탄다.
「그렇다면 괜찮지만......」
「시로 씨 덕분에 이미 충분히 건강해졌어요.」
몸에 제대로 힘을 넣는다.
균형이 깨질 정도로 피곤하지 않았다. 열도 없고, 머리도 맑다.
노를 수면에 대고, 마음껏 저어 보인다.
「봐요, 그렇죠?」
「그런 것 같군. 그럼, 무리는 하지 마.」
「네! 다녀올게요!」
「잘 다녀와.」
손을 흔들면서, 오늘도 일하러 간다.
평소와 같은 아침.
그런데도 언제나의 아침보다도 훨씬 상쾌하다.
경계선이 애매한 지평선을 바라보면서, 앞쪽에 있는 산・마르코 광장을 시야에 담는다.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을 정도로 찬란한 광경이다.
「손님, 손을 주시겠어요――――!」
오늘도 힘차게, 일하도록 하자!
Navi : 26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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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설명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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