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번역/[東方Project]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

spica_1031 2011. 5. 6. 12:15

출처 : 동방창상화 (투고일자 : 2011/04/23)
작가 : 村人。님
번역 : 스피카

1. 다른 곳으로 퍼가지 말아주세요.
2. 본문중의 (하늘색)은 제가 단 주석입니다.
3. 오타 및 잘못된 번역의 지적은 감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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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






「오?」

 마리사가 현관을 나오자마자 날아오르려고 하면, 눈앞에 앨리스가 있었다.

「왓……」

 굉장히 놀란 앨리스가 한 걸음 물러선다.
 마리사가 움직임을 멈추었기에 마주치는 순간 충돌은 회피할 수 있었다. 후, 하고 숨을 흘린 것은 앨리스 쪽이었다.


「나가려던 참이야?」
「잠깐 니토리에게 말야. 잡동사니 몇 개를 조사해 주고 있거든.」
「그래? 잘 다녀와. 그리고 이거.」
「응?」

 앨리스는 손에 쥔 봉투를 마리사에게 건네었다. 마리사는 손을 뻗으면서 봉투 속에서 감도는 달콤한 향기를 눈치 챘다.


「맛있을 것 같네.」
「쿠키가 조금 남아 버려서 말야. 마침 가지고 싶은 것도 있었고, 하는 김에.」
「고맙게 받을게.」

 봉투를 받는다. 크기와 무게로 봐서, 적당한 양은 되는 것 같았다.

「좋아, 다녀올게. 갖고 싶은 것은 적당히 가져가 줘.」
「응, 고마워. 잘 다녀와.」
「나중에 보자.」

 손을 흔드는 앨리스에게 배웅 받으며, 날아오른다.


「——이런 이런.」

 날면서, 마리사는 쓴 웃음을 짓는다.
 마법 재료는 서로 필요한 것이 조금씩 부족해지는 경우가 많았기에, 반 공유 재산화되고 있었다. 적당히 가지고 간다고 하는 것은 비교적 일상이 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의 앨리스에게 그럴 마음이 없는 것은 명백했다. 짐은 건네진 쿠키가 전부이며, 그 밖에 주머니나 바구니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것을 건네주러 왔을 뿐인 게 틀림없다. 일부러 그 때문에 와줬는데 받고서 금장 나가 버린다─라고 하는 가책을 마리사가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 자리에서 떠올린 변명이었던 것일 테지.

「저 녀석답다고 할까……눈치 챈 이상, 내 승리겠지, 응.」

 물론, 돌아가고 나서 다음에 지적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모르는 척 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요괴의 산까지는 거리가 된다. 마법의 숲을 기점으로 하는 이상, 대개 어디를 가도 거리는 되지만.
 그래서 중간 지점 근처의 평지에 적당한 강변을 찾아내, 내려선다. 장시간 나는 것은 익숙해져 있고, 그다지 지친 것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모처럼이니까 쿠키를 빨리 먹고 싶었던 것이다.
 강에서 손을 씻는다. 아직 봄이 된 바로 직후였기에, 물은 차갑다. 하지만 지금부터 기다리고 있을 즐거움에 비교하면 손의 차가움 같은 건 준비 운동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

 외치길 한 번. 봉투에 손을 넣는다.
 그 순간을 노리고 있었던 걸까. 날아온 까마귀가 파닥파닥 날개 소리를 내며, 마리사를 습격해 왔다. 발톱으로 오른손을 할퀴듯이 쿡쿡 찔러 왔다.

「우앗!?」

 기습에 당황하여 오른손을 치켜 올리고, 쫓아 버리듯이 흔든다. 순간적인 움직이었지만 쿠키 봉투를 쥔 왼손은 제대로 잡아 두고 있었다.
 푸득. 까마귀는 떠오른다. 원망스러운 듯이 마리사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사는 아픔에 표정을 찌푸리면서도, 겁 없이 웃어 보인다.

「흥. 노리고 있었던 것 같지만, 기습이 실패한 이상, 이미 내 승리다.」

 까마귀의 공격력은 무시할 수 없지만, 정면에서 대치하면 우선 뒤떨어지는 상대는 아니다. 까마귀도 그것을 이해하고 있는지, 다시 기습을 걸어오지 않고, 조금 떨어진 지면에 내려섰다.
 그렇다고는 해도,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그 자리에 남아서 변함없이 마리사를 바라보고 있다. 마리사는 조금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고는, 까마귀의 모습을 보고 '그렇군' 하고, 끄덕였다. 간단히 물러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빼빼 말랐잖아. 맛은 없을 것 같네.」

 까마귀는 말라 있었다. 체력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일확천금의 이 찬스에 걸어보았다──그런 걸까, 하고 마리사는 추측한다.
 이런 이런, 하고 한숨을 내쉰다.

「나의 상냥함에 기대하고 있는 거냐? 산다는 건, 그렇게 무르지 않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봉투에서 쿠키를 하나 꺼낸다. 달콤한 향기는 이미 상당히 희미해져 있었지만, 충분히 식욕을 돋운다.
 '자' 하며, 까마귀를 향해 그것을 던진다. 까마귀는 곧바로 쿠키에 달려들어 쿡쿡 찌르기 시작한다. 맹렬한 기세로 먹기 시작한다. 일말의 주저도 없이.

「너처럼 말라 있다면, 사전 준비가 번거로울 뿐이고, 수입은 적다고. 먹히고 싶다면 좀 더 살찌우라고.」

 아귀아귀.
 까마귀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정신없이 쿠키를 먹는다. 눈 깜짝할 순간에 다 먹어치워 버렸다.
 ……지그시, 마리사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봐 이봐.」

 지그시.
 종종거리며, 마리사 주위를 걸으면서.

「……너무 욕심이 많은 녀석은, 아픈 꼴을 당한다고.」

 쿠키를 하나 더 꺼내, 던진다.
 까마귀는 달려들어, 먹는다.
 전부 먹어치운다.
 지그시 마리사를 바라본다──

「네 녀석, 얼마나 빠듯했던 거냐……」

 하아아~
 마리사는 한 번 더, 이번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웅크리고 앉는다.

「감사해라. 환상향 제 1의 쿠키라고.」

 봉투에서 남은 쿠키를 꺼내, 전부 지면 위에 뿌렸다. 느끼고 있던 중량 정도의 양은 없었지만, 까마귀에게는 알맞게 충분한 양일 것이다.
 이미 두 개를 먹어치운 뒤인데, 까마귀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이 기회에 며칠 분을 모아 버리려고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잠깐 동안, 미련이 남은 듯이 지면에 흩어진 쿠키를 바라보고 나서, 마리사는 일어선다. 일단 까마귀에게 당한 손을 씻기 위해 강으로 향한다.
 흐르는 강물에 오른손을 담근다.

「아야야.」

 출혈은 없지만, 조금 멍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차가운 물이 상처에 스며든다.
 상처를 입고, 쿠키는 전부 잃었다. 지독한 휴식 시간이 돼 버렸다. '정말이지, 까마귀란 녀석은.' 하고, 누구에게라고 할 것 없이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까마귀가 연관되면 언제나 변변치 못한 꼴을 당한다.
 보아하니, 이미 나이 많은 까마귀였다. 도저히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몸으로 보은 받는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애초에 젊어서 맛있을 것 같았다고 해도, 그런 마음은 없었지만.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고, 손수건으로 손을 닦는다. 대단한 상처는 아니니, 이대로 문제없을 거라 판단한다. 일부러 집으로 돌아갈 정도는 아니다.
 진정하고 뒤돌아보면, 까마귀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어느 샌가 날아가 버린 것 같다. 쿠키의 모습도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마리사는 '건강하라고.' 라 중얼거리고, 지면에 두었던 빗자루를 손에 든다.

「가볼까……응?」

 하늘을 올려다보면, 까마귀가 날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전의 까마귀가 돌아가는 중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노라면, 녀석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모처럼이니 기다리고 있자, 까마귀는 마리사의 눈앞까지 왔다. 지면에 내려서고, '톡' 하고, 부리에 물고 있던 무언가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곧장 날아올라, 마리사 주위를 한 바퀴 돌고, 건강하게 날아가 버렸다.

「……답례, 라는 건가?」

 마리사는 주저앉아,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무언가를 손에 든다.
 웃는다.

「뭐냐고. 적어도 예쁜 자갈 정도로 해 주라고. 네게 있어선 보물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어떻게 봐도, 그것은 나사였다. 아무런 특색도 없는 금속제의 나사였다.
 사람에 따라서는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마리사에게 있어서는 쓸모없는 물건이었다.
 '모처럼이니까.' 라며, 일단 봉투에 넣는다. 지금부터 갈 장소에는, 이것을 갖고 싶어 하는 녀석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오전 중에는 요괴의 산, 목적지인 니토리의 공방에 도착한다.
 다행히도 물속이 아니라, 평범하게 지상에 있다. 지상이 아니면 돌발적인 일을 맡을 수 없다고 하는 형편 때문인 것 같다.
 마리사는 입구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기름 냄새가 참기 힘들다.

「어~이, 니토리. 마리사다. 어디에 있어?」

 마리사는 큰 소리로 부른다.
 결코 넓은 장소는 아니지만, 어쨌든 물건이 많아서, 환히 들여다보이지는 않는다. 돌아다니며 찾는 것보다 우선은 불러 보는 편이 빠르다.

「오─ 마리사─? 미안, 잠깐만 기다려 줘. 지금 손을 놓을 수 없어서─」
「오우. 저쪽인가?」

 니토리의 대답을 듣고, 방향을 추측해 걷기 시작한다. 자신의 창고와는 또 다른 의미로 잡동사니투성이의 방을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안쪽으로 걸어간다.
 가끔, 나는 편이 빠른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할 정도의 발판을 넘지 않으면 안 되는 점도 마리사의 창고와 비슷했다.
 어느 정도의 산을 넘은 끝에, 니토리의 모습을 찾아내었다. 니토리는 무언가 커다란 판자 같은 것을 몸으로 안고 있는 듯한 상태였다. 딱 봐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거, 바쁜 것 같네.」
「아, 마리사, 왔구나? 미안해~」

 니토리는 뒤돌아보지 않고, 소리만으로 답한다.

「조금만 더하면 일단락이니까,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줘. 엇……어……어라?」

 오른손과 몸으로 판자를 지지하면서, 니토리는 왼손으로 지지하면서, 부스럭부스럭 파우치를 뒤적인다.

「어랏—……분명히 있었을 텐데, 하나 부족해……」

 초조한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괜찮아?」
「아—……그렇지, 마리사. 잠깐만 이거 받치고 있어 줄래? 캡볼트가 하나 부족해서, 찾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예비가 있었던가.」
「상관은 없지만. 캡볼트?」
「응. 뭐, 평평하게 말하면 나사의 일종이야. 볼트지만 스패너가 필요 없어서 다루기 쉬워. 특히 공력(空力)이 중요한 곳이라면, 헤드를 가라앉히지 않으면 안 되고──」
「나사? 나사라면 가지고 있다고.」
「오? 캡볼트? 사이즈는?」
「아니, 잘 모르지만 말이야.」

 마리사는 니토리의 등에서 옆으로 자리를 바꾸고, 봉투에서 조금 전 막 손에 넣었던 나사를 보여준다.
 그것을 바라보는 니토리의 눈이 순식간에 동그래진다.

「뭐야, 그거. 완벽. M8의 15밀리, 캡볼트라구. 그걸로 괜찮아. 줄 수 있어?」
「여기.」
「좋아.」

 니토리는 재빠르게 왼손으로 나사를 구멍에 넣어 가볍게 돌리고, 파우치에서 꺼낸 육각 렌치로 돌리기 시작한다. '이얏' 하고, 기합 소리와 함께 마지막 한 바퀴를 돌리고, '후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좋아!」
「끝이야?」
「끝! 기다렸지? 덕분에 살았어!」
「오우, 수고했어.」
「이야~ 마리사는 구세주네. 정말 최고의 타이밍으로 가장 좋은 것을 가져와 주는 구나? 조금, 무언가의 운명을 느껴버려.」

 행복한 얼굴로 땀을 닦으면서, 니토리가 말한다.
 한 바탕 일을 끝낸, 그런 충실감으로 차오른 얼굴이었다.

「아니, 뭐. 그런데 이건 뭐야?」
「터빈이야. 정확하게는 그 부품.」
「터빈?」
「증기의 힘을 회전운동으로 바꾸는 장치야. 사나에가 말이지. 아, 사나에는 알고 있지? 신사의 무녀 말야. 그녀석이 말야, 대규모로 발전하고 싶으니까 효율 좋은 기관을 부탁해서 말이지. 커다란 건 그다지 자신 없지만 뭐, 모처럼인데다가 재미있을 것 같았고.」
「발전? 이런 걸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거야? 전기는 레몬에 동과 아연을 꽂아 만드는 게 아니었어?」
「더, 더, 훨씬 대규모라고. 산의 신님이 자세한 건 별로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증기를 만드는 힘은 손에 넣은 것 같더라고. 그걸 이걸로 회전운동으로 바꿔서, 전자 유도로 전기로 바꾸는 거야.」
「어쩐지 답답하네. 일단 자갈에 마력을 옮기고 나서, 그 마력을 사용해서 마법을 쓰는 느낌인가?」
「음~ 조금  다를까나. 그러네……모미지가 멀리 있는 맛있는 경단 가게에 경단을 사러 가는데, 도중에 다른 경단 가게에 들러 체력을 회복하면서 가는 느낌이야.」
「일단 그 녀석이 굉장히 경단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어.」


 원래 하려 했던 이야기. 즉, 마리사의 잡동사니 조사의 얘기는 잽싸게 끝났다. 최근 바빠서 그다지 진행을 못했으니까, 좀 더 기다려 줄래? 라는 한마디로.

「헛걸음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도움 받아버리기만 했네─아, 그렇지.」

 니토리는 미안하다는 듯이 말하고 나서, '짝' 하고 손뼉을 친다.

「이 터빈 만들기 전에 잠깐 연습으로 재밌는 걸 만들었어. 답례와 사과가 될지 모르겠지만, 가져가도록 해.」
「오오?」

 니토리에게 안내받으며, 왔던 길을 조금 돌아간다.
 산처럼 쌓여진 여러 가지 기계. 그 중에서 니토리는 무언가, 적어도 마리사에게는 무언가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꺼내었다.

「자, 여기.」
「여기, 라고 해도 말이야. 생각했던 것보다 크지만……뭐야? 이건. 좀 전의 터빈이라 했던 것과 닮은 것 같은데.」
「앞으로의 계절에 활약할 거야. 이 날개가 빙글빙글 돌아서 바람을 일으켜. 시원하다구?」
「호오. 그건 고마운 걸?」
「그리고, 이건 전기로 움직이니까, 여기에 접속한 발전기로 작동시켜.」
「응, 응.」
「발전기는 이걸 빙빙 돌리는 걸로 움직이니까, 이 핸들 가지고 가.」
「호오. 그러니까 뭐야. 그 날개를 돌리기 위해서, 그 핸들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가?」
「응.……앗.」
「……일단 자갈에 마력을 옮기고 나서, 그 마력을 사용해서 마법을 쓰는 느낌인가?」
「……응.」

 마리사는 그것을 들어 올려 본다. 상상하고 있었던 것보다도 무겁다. 나를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꽤 힘들 것 같다.

「……필요해?」

 완전히 풀이 죽은 목소리로 니토리가 물었다.

「뭐, 모처럼이고 말야. 이런 잡도……장난감은 비교적 좋아해.」
「우우. 고마워. 마리사는 상냥한 걸—」
「아니아니, 이쪽이 받는 편인데.」
「에헤헤. 또 수리라든가, 뭐든 부담 없이 와 줘!」




 그러한 이유로 니토리의 공방을 나올 무렵에는 어째서일까, 무거운 짐을 껴안게 되었다. 과연 휴식 없이 돌아가는 건 힘든 무게겠지.
 모처럼이고 산의 경치라도 바라보며 갈까, 하는 기분으로 느긋하게 난다.
 그러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하얀 증기가 뭉게뭉게 솟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온천인가? 뜨거울 것 같네.」

 흔들흔들, 왠지 모르게 그쪽으로 향해 본다. 증기는 꽤 진하다. 다가가 보면, 그것은 온천이 아니라 커다란 구멍에서 나오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래. 그러고 보니 이런 게 있었지.」

 마리사는 조금 전에도 이 구멍을 발견했었던 것을 떠올린다. 그 땐 이런 증기가 솟지 않았었지만.
 대체 이건 뭐지? 하고 생각하면서 안을 들여다본다. 증기는 따뜻하지만 화상 입을 정도로 뜨겁지는 않다. 하지만 역시나 시야를 가로막기에는 너무나 충분한 농도였다.

「으음.」

 어느 정도의 깊이인지 알 수 없기에, 이 안으로 들어가 보자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해도 이 안은 덥고, 뜨겁다.
 이전에 갔던 '구 작열 지옥'과 닮아 있다고도 생각했다. 할 수 있다면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장소다.

「어머, 마리사 씨. 이런 곳에 뭔가 볼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구멍 앞에서 곰곰이 생각하고 있으면,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돌아보면, 조금 떨어진 장소에 사나에가 서 있었다.

「응, 아니. 별로 볼 일이 있는 건──」
「앗! 선풍기 아닌가요! 좋은 걸 가지고 계시네요!」

 질문하고는, 마리사의 대답을 차단하고 사나에가 소리친다. 척척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이대로 구멍으로 밀려 떨어지는 건 아닐까 불안해 져서, 마리사가 그 직선상에서 멀어질 정도의 기세로.

「선풍기라니, 이거 말야?」
「그겁니다. 마침 그걸 가지고 싶었어요.」
「아니, 이거 손으로 돌려서 움직인다고 하는, 뭐랄까 전달 게임 같은 거라고?」
「전기로 움직이는 거죠?」
「응. 그래서 발전하는데 이걸 돌린다고 해.」
「OK~예요. 그걸 돌리기 위한 힘은 따로 있습니다. 거기서 일하는 데 덥다는 클레임이 많아서, 이것을 가지고 싶다고 막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그거, 팔아주시지 않겠습니까?」

 사나에의 기세는 이미 매약이 성립한 것 같았다. 설마 손에 넣자마자 이것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등장한다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마리사는 당황한다.

「으~음.」

 필요하다고 하면, 넘겨주는 것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자신은 이대로 가지고 돌아가도 거의 사장시킬 것이라고 마리사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유용하게 써주는 편이 좋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오히려 팔아도 좋은 건지, 아닌지를 헤매고 있었다.
 어쨌든 만든 것은 니토리다. 그리고 마리사는 조금 전 그것을 받았던 직후였다. 본래라면 팔 권리는 니토리에게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아니, 돈은 됐어. 그냥 받아줘.」

 조금 고민하고, 마리사는 대답한다.

「에? 괜찮나요!?」
「뭐, 그렇지. 니토리에게 지금 일 부탁하고 있잖아? 그 돈은 녀석에게 넉넉하게 지불해 줘. 이건 지금, 저 녀석에게서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거야.」
「그렇습니까……감사합니다. 마리사 씨, 좋은 사람이네요.」
「누가 말이냐. 확실히 이 타이밍에서 돈을 받는 건 누구나 기분 나쁘잖아?」
「그런가요?」

 사나에는 깊이 고개를 숙인다.
 어딘지 모르게 기분 나쁜 듯한 마리사에게 사나에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노동 환경의 개선을 꾀할 수 있어요.」
「그래? 다행이네.」
「아, 그렇네요……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실 수 없을까요? 이것을 밑에 옮길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돼서요. 그렇네요. 10분 정도. 서두르시지 않는다면……」
「별로 서두르지는 않아.」
「감사합니다.」

 사나에는 한 번 더 고개를 숙인 뒤, 날아간다.
 마리사는 그것을 전송하고 나서, '후우' 하고 숨을 내쉬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오늘은 여러 가지 일이 있구나.」


「짜─안!」

 돌아온 사나에가 힘차게 웃으면서 마리사에 내민 것은,
 뭐라고 할까, 토끼였다. 토끼인 듯한 것, 의 봉제인형이다.

「……응?」
「여기, 마리사 씨에게 선물입니다. 최소한의 답례입니다!」
「아, 으응……에. 이걸? 나에게?」
「네! 너무 사랑스러워서 마리사 씨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

 확실히 사랑스럽다. 마리사는 그 점을 인정한다. 거기에 이의는 없다.
 마리사는 봉제인형을 말끄러미 바라본다. 토끼를 의인화 한 듯한 캐릭터였다. 토끼 요괴는 여럿 알고 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르다. 심플한 눈이나 입에 애교가 있다.

「……내가, 이런 것을, 좋아할 것 같다고 생각해?」
「에? 자, 자. 이걸 안아 보세요. 여기.」
「으응……」

 봉제인형을 받아서, 가슴 앞에서 안아 본다.
 꺄— 하고 사나에가 소리친다.

「귀여웟!」
「그, 그러냐.」
「그거 제가 옛날에 쓰던 거랍니다. 이곳에 올 때, 이제 필요 없으니까 두고 올 생각이었습니다만, 스와코 님이 마음대로 가져와 버려서는……정말이지, 전 아이가 아닌데 말이죠. 그죠?」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어째서 나한테?」
「네?」
「……아니, 특별히 의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상관없어. 뭐, 모처럼이고 받아 둘게. 바깥 세계의 것이라면 귀중품이고 말이야.」
「네!」

 활기차게 사나에가 답한다.
 뭐, 귀중품인 것에 변화가 없다면 가벼운 편이 좋다고 마리사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내릴 준비라고 한 건?」
「아,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사실은 이걸 가지러 갖다 온 거예요.」
「그래? 일부러 고마워.」
「아뇨! 이쪽이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또 언제라도 놀러와 주세요. 이게 잘 되면, 좀 더 즐거울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저쪽 무녀에게 혼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봉제인형을 껴안고, 둥실둥실 난다. 상당히 홀가분해졌다.
 그리고 생각한다.

「……역시, 뭔가, 부끄럽네. 이거.」

 이것이 자신의 집에 놓여 있는 것을 그다지 이미지 할 수 없었다.
 앨리스에게 건네줄까 생각해 보지만, 앨리스의 취미와도 다른 것 같았다. 앨리스는 좀 더 리얼 지향이다.

「응. 역시 이런 건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겠지.」

 가치는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단을 내린 마리사는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돌아가는 길과는 반대 방향이 되겠지만, 나온 김에다.


「공주, 이런 거 좋아하지?」

 현관 앞에서 맞이하러 나온 레이센에게 마리사는 토끼 봉제인형을 내밀었다.
 느닷없이.

「어머, 귀엽네.」
「그치? 그치? 그렇네. 공주에게라고 생각했지만 네게도 좋을 것 같네.」
「아, 으으응……난 별로. 들어와. 공주님 불러 올 테니까.」
「응.」


「그것도 사랑스럽지만, 마리사는 더 사랑스러워.」

 너무나 갑작스러운 말에 마리사는 내뿜었다.
 그보다 어째서냐.

「그만두라고……그래서, 어때? 공주, 토끼 좋아하지?」
「아니?」
「어랏.」

 카구야는 미소 지으면서 조용히 옆에 앉은 레이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이 아이들을 좋아해.」
「……공주님……」

 레이센이 퐁, 하고 얼굴을 붉히고, 숙였다.
 보고 있는 마리사 쪽이 부끄러워지는 반응이다.

「물론, 에이린도 나와 마찬가지. 토끼니까 좋아하는 게 아니야.」
「……네.」

 '네.' 뒤에 레이센은 무언가 말을 이으려다 멈춘다.
 그런 레이센의 귀를 가볍게 만지며, 카구야는 말한다.

「있지, 지금 당신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 맞혀 볼까?」
「네……?」
「『스승의 입에서 그 말을 듣고 싶은데……』지?」
「아, 아우웃……」
「정말, 알기 쉽구나.」
「우-」
「만약 나와 에이린이 갈라지게 되면, 이나바는 어느 쪽을 따라가는 걸까.」
「엣……아, 그……그런.」
「어머, 초조해 하고 있네. 초조해 하고 있어.」
「저, 정말이지, 그런 난제, 간사해요……」
「어~이, 슬슬 괜찮을까─」
「아, 미안해, 마리사. 부끄러워하고 있는 마리사도 사랑스러워서 무심코 지나쳐 버렸네.」
「우, 우우, 심해요, 공주님. 저는 구실인가요……」
「미안해. 그렇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공주님……」
「……어~이.」
「응, 기다렸지.」

 팟, 하고 카구야는 레이센의 귀에서 손을 놓는다.
 레이센은 부끄러워서 그런지, 그대로 탁자에 엎드려 버린다.

「그러니까……저기, 어쨌든 이다. 이런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거야?」

 봉제인형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렇지 않아. 사랑스러운 건 굉장히 좋아해. 고마워, 마리사.」
「그래? 그거 다행이군.」
「응. 이걸 에이린이라 생각하면서, 귀여워할게.」
「스승님인가요!? 굳이!?」

 무심코 레이센이 몸을 일으키면서까지 딴죽을 건다.
 카구야는 팟, 하고 엄지를 세워 보인다. 변함없이 새빨개진 채로 진정되지 않는 자신의 얼굴을 깨닫고, 레이센은 당황하며 다시 얼굴을 숙였다.
 마리사는 기가 막힌 듯이 깊이 숨을 내쉬었다.

「언제라도 즐거운 것 같구만, 여긴.」
「어머, 마리사도 가족이 되고 싶다면, 언제라도 와도 괜찮아.」
「타락할 것 같으니까, 사양해두지.」
「그래? 마음이 바뀌면 언제라도 와.」

 자, 하고 마리사는 일어선다. 볼 일은 마쳤다.

「그럼, 나중에 봐.」
「어머? 벌써 돌아가는 거야? 모처럼이니까 놀다 가면 좋을 텐데.」
「음~……뭐, 조금 지쳤고, 나중에 또 올게.」
「약속이야?」
「네이네이, 공주님.」
「아, 기다려. 잠깐만 기다려 줘. 답례를 하지 않으면. 멋진 걸 가져올 테니까 기다려 줘.」

 카구야는 말하고, 일어선다. 곧장 레이센도 뒤를 잇듯이 일어선다. 카구야의 명령을 기다리는 자세로 들어간다.

「내가 직접 가져올 테니까, 앉아 있어도 돼.」
「아……네.」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카구야는 마리사 옆을 지나쳐, 방을 나갔다. 마리사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마리사는 오른손을 입가에 대고, '음.'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뭔가, 이런 전개가 될 것 같았어.」


「어때? 꽤 멋지지?」

 카구야가 직접 마리사의 머리카락에 머리 장식을 붙여준다.
 마리사는 조용하게 끄덕인다.

「보이지 않으니까, 몰라.」
「그렇네.」
「거울은 저쪽에 있어.」

 레이센의 안내를 받으며, 방 2개 정도의 양을 걷는다. 굉장히 넓은 영원정이지만 방 하나는 그다지 넓지 않다. 얼마 걷지 않아 거울 앞에 도착했다.
 거울을 바라본다. 거울 속의 마리사를 바라본다.
 마리사의 머리카락에 붙여진 것은, 심플한 둥근 장식이었다. 프릴도 화려한 채색도 전혀 없는 은색에 형태도 둥글다. 복잡한 형상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마리사는 거울에 다가가서 자세히 보고 눈치 챈다.

「이거, 달이야?」

 원 안에 세세한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자세히 보면 꽤 섬세한 공작이다.
 카구야는 기쁜 듯이 끄덕인다.

「그래. 달이야. 마리사에게는 달이 어울려.」
「그런……가.」

 조금 망설이고, 마리사가 대답한다. 머리 장식은 확실히 좋은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어울리고 있는지 아닌지를 말하려고 하면, 조금 대답이 막혀버린다는 게 마리사의 본심이었다.
 봉제인형 때와는 반대다. 조금, 어른스럽지 않나 느꼈다.
 마리사의 망설임을 감지했는지 카구야는 '아~' 하고 작게 말을 흘렸다.

「은은 조금 그러려나?」

 으음. 카구야는 마리사 옆에서 함께 거울을 바라본다.
 마리사가 대답하기 곤란해 하고 있자, '뭐-' 하고, 카구야는 상냥하게 말했다.

「언젠가 어울릴지도 모르고, 모처럼이니까 받아 둬. 팔면 괜찮은 가격이 될 테고, 방해는 되지 않을 거야.」
「아……응, 고마워.」

 현실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들은 것과 다름없었다.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뭐, 됐나.' 하고 마리사는 고맙게 받기로 했다. 호의는 가능한 한 솔직하게 받아 두고 싶은 법이다.




「그럼.」

 이런 저런 일로 상당히 먼 곳까지 와있었다.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니까, 곧바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홍마관에 들르기로 했다. 영원정에서는 그다지 멀지 않다. 돌아가는 길을 벗어나면 갈 수 있을 정도의 곳이다.
 홍마관에, 라기보다는 도서관에, 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지만, 마리사가 이 건물에 다가가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그것밖에 없다.

「여, 수고 많네.」
「……」

 문지기에게 노려봐지며, 옆을 그대로 지나간다. 마리사는 스루 패스의 권리를 얻고 있기 때문에, 귀찮은 대화는 없어도 된다. 문지기는 아직도 납득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주인의 명령이라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마리사를 그냥 통과시키도록 한 것에는 메이드장의 제언이 컸다고, 최근에 마리사는 들었다.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전혀 읽을 수 없지만, 고마운 일이라고 마리사는 마음껏 권리를 행사하고 있었다.


 도서관에 도착하기 전에 주인과 만났다.

「어라? 마리사잖아. 저녁에 오다니 드문 걸.」
「여어. 아니,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이런 시간이 되었을 뿐이다. 레밀리아는 지금부터 신사에?」
「뭐, 그렇지. 가끔씩은 가주지 않으면 레이무도 쓸쓸해 하니까 말야.」

 레이무에 관해서 전부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절대로 그건 아니라고 마음속으로 단언할 수 있는 마리사였다.

「오히려, 이런 시간이라고 하는 건 이쪽에서 말하고 싶을 정도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시간은 아직 있을 텐데?」
「괜찮아. 너무 늦으면 졸린다고 레이무가 말이지.」

 레밀리아는 빙긋 웃는다.

「그렇지 않으면 뭐야? 날 그 정도의 흡혈귀와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니? 조금 정도 해가 나와 있어도, 어떻게 되지 않아.」

 그렇다 쳐도 밤 쪽이 움직이기 쉬운 건 확실하겠지, 하고 이 말 역시 입에는 내지 않고 마리사는 생각한다. 정말로 해가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안개 이변 같은 건 일으키지 않는다.

「그런 것보다 마리사. 좋은 걸 달고 있네.」

 레밀리아는 슥, 하고 작은 손으로, 집게손가락으로 마리사의 모자를 가리킨다. '아아' 하고 마리사는 중얼거린다.
 좀 전의 머리 장식이다. 결국 머리카락이 아니라 모자에 붙여 두었던 것이다. 이건 이것대로 원포인트가 된다면서.
 왠지 모르게 전개를 읽을 수 있었기에, 마리사는 묻는다.

「갖고 싶어?」
「갖고 싶네.」

 즉답이었다.
 음~ 하고, 마리사는 이마에 손을 대고 고민한다.

「무언가 부조리한 힘이 움직이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부조리한 힘? 그건 운명이란 것 아니야?」
「운명인가. 뭐, 그렇다면 그걸로 좋아.」

 적당히 납득해 둔다. 마리사는 모자를 벗어, 리본에 꽂아 두었던 머리 장식을 뺀다.

「달인가. 그러고 보니 흡혈귀도 좋아할 것 같은 모티브네. 그렇다고 해도──」

 레밀리아의 모습을 지그시 본다.
 다시금 바라보지 않아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눈앞의 소녀에게는 좀 더 아가씨 같은 것이 훨씬 어울릴 것 같다.

「아니. 내가 아니라고. 애당초 그거, 은이잖아.」
「……에, 이거, 진짜 은인 거야?」
「인간은 모르는 건가. 그래서, 받아도 괜찮아?」
「무언가와 교환이다.」

 귀찮았기에 마리사는 선수를 쳐 둔다.
 은세공이라고 하면, 확실히 가치는 꽤 높을 것이다. 어느 쪽이더라도 간단히 넘겨주는 것은 아깝다.

「물론이야. ——사쿠야.」
「네.」

 레밀리아가 부르자 사쿠야는 순식간에 그 자리에 나타났다. 그저 조금조차도 기다리게 하지 않는 그 기술은 다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
 레밀리아는 마리사를 향해 손을 뻗는다. 마리사는 머리 장식을 건네주려고 한다.

「아가씨, 그것은.」
「알고 있어. 괜찮아.」
「네.」

 마리사에게서 머리 장식을 건네받는다. 그 순간, 레밀리아의 손에서 하얀 연기가 조금 솟기 시작했다.

「엇!? 괘, 괜찮은 거야?」
「별로. 외형은 이렇지만, 아무렇지도 않아. 인간으로 치면, 모기에 물린 정도.」
「가렵다고, 그건.」

 실제로 레밀리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머리 장식을 가지고, 조금 떠올라 그것을 사쿠야의 머리카락에 꽂는다. 슥, 하고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웃음을 띠며, 레밀리아는 한 걸음 물러섰다. 사쿠야는 조금 내리고 있던 머리를 든다.

「봐, 잘 어울리잖아. 예뻐, 사쿠야.」
「감사합니다.」

 사쿠야는 얼굴도 목소리도 무표정인 채로 말한다. 정말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는 정말이지 상상도 할 수 없다.

「미묘하게 망월이 아닌 점. 이걸 만든 녀석은 잘 알고 있네.」
「에?」

 마리사는 고개를 갸웃한다. 어떻게 봐도 망월, 즉 만월이지만.

「아주 조금, 이지러져 있어. 기망(既望:음력 16일 밤의 달. '十六夜(이자요이)'와 뜻이 같음)이라니, 최고잖아.」

 그렇게 말해도, 마리사는 모른다.
 오히려, 아주 조금 이지러진 쪽은 제조의 오차인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것도 포함해서 풍류라는 것이라고 생각을 고친다.

「어때, 마리사? 사쿠야에게 딱 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응……」

 이렇게 해서 보면, 저기에 들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건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잘 어울리고 있다. 한숨이 나올 정도다. 듣고 보니, 이보다 은의 달에 어울리는 인물을 예를 들 자신이 없다.

「……그보다 비겁하구만. 이 녀석은 무엇을 해도 어울리고, 모양이 되는 걸.」
「고마워.」
「그렇게 차분한 응답도 말이지.」

 자신에게 없는 것을 한데 모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왠지 모르게 째려보게 된다.
 그건 그렇고, 라며 레밀리아 쪽을 본다. 머리 장식을 보고, 즉석에서 사쿠야에게 어울린다고 판단한 레밀리아의 감성은 얕볼 수 없다. 혹시나 사쿠야에게 이것을 건네주기 위해서 자신은 이곳에 왔는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절묘한 행선지다. 조금 전에 들은 운명이라는 말에 깊이를 느낀다.

「자, 그럼. 대가 말이지. 사쿠야, 홍차 가져와. 물론, 내 전용이 아닌 것 말야. 최고의 것을, 한 병──아니, 두 병.」
「이것 말씀이십니까.」

 레밀리아의 말을 듣고 사쿠야의 양손에 병이 나타난다. 마리사가 보면 병이 순간 이동해서 나타났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사쿠야는 멈춘 시간 속을 이동해, 그것을 꺼내어 다시 돌아온 것이지만, 결국은 조금도 다르지 않는 같은 장소에 돌아온 것이다. 그 탓에 시간의 불연속성을 전혀 감지할 수 없다.
 걸어 다니는 예술 작품이라고 마리사는 생각한다.
 병 안에는, 찻잎이 꽉 차 있었다.

「사쿠야가 선택한 것이라면 그게 최고겠지. 마리사에게 건네줘.」
「알겠습니다.」

 사쿠야는 우선 오른손을 내민다. 마리사는 양손으로 병을 받아, 봉투에 넣는다. 왼손을 내민다. 양손으로 받아, 봉투에 넣는다.

「분명 마음에 들 거야.」
「응……받고 나서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나는 녹차파다. 홍차는 잘 모른다고.」
「어머, 레이무와 같네? 어딘지 모르게 마리사는 서양식일까, 하고 생각했어.」
「저 녀석에 비하면 생각보다는 절충파일지도 모르겠네. 그렇지만 차는 녹차다.」
「미안하네. 녹차는 없어.」
「아니, 이걸로 좋아. 고맙게 받아 둘게.」

 좋아, 성립. 레밀리아는 가볍게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럼, 나는 나갔다 올게.」
「그래, 조심해서 다녀와.」
「다녀오십시오, 아가씨.」

 가볍게 손을 들고, 레밀리아는 떠난다.
 그것을 배웅하고 나서, 사쿠야 쪽으로 힐끔 시선을 보낸다.

「사쿠야는 멋진 걸. 부러워.」
「마리사는 사랑스러워.」
「그……그러, 냐.」

 아무 생각 없이 말해 본 말에 곧바로 대답이 왔다. 마리사 쪽이 당황해 버린다.
 역시, 사쿠야와의 회화는 페이스가 흐트러진다. 언제나의 일이지만 실감한다.

「도서관, 다녀올게.」
「잘 다녀와.」




 완전히 밤이 되어 있었다.
 마법의 숲은 정적에 싸여 있다. 마리사는 깜깜한 자택이 아니라, 거기서 조금 떨어진 밝은 집, 앨리스의 집에 도착했다.
 내려서서, 현관문을 두드린다.

「네~에.」
「마리사다. 잠깐 괜찮아?」
「어라? 물론. 들어와.」


「어머, 굉장하네.」

 홍차 병을 꺼내어, 테이블에 올려 둔다.
 물건은 역시, 있어야 할 곳에. 홍차의 행선지로 이곳이 선택된 것은 마리사에게 있어서 자연스러운 전개였다.
 병 안의 향기를 확인하고, 앨리스는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후후. 이건 좀이 쑤시는 걸. 제대로 태우지 않으면 차에게 혼날 것 같아.」
「좋은 거라고 생각해?」
「확실히 최고급품이네. 거긴 어떻게 손에 넣고 있는 걸까.……고마워, 마리사.」
「난 잘 모르니까 말이지.」

 소파에 깊게 걸터앉아, 편히 쉰다.
 피곤한 마리사는 이대로 잠들어 버릴 것 같아 진다. 마음 놓이는 공간이었다.
 앨리스는 병을 들고 일어선다.

「기다리고 있어. 힘내서 태워 올게.」
「응. 힘내라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을 때, 앨리스는 돌아왔다.

「기다렸지?……후후, 혹시 깨워버린 걸까.」
「아니. 문제없어.」
「자, 여기.」

 앨리스가 테이블에 늘어놓은 것은 붉고 투명한 액체. 홍차 색임이 틀림없지만 이제껏 본 적도 없는 색이었다. 아름답다고 솔직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홍차와는 다른 접시.
 오히려 마리사는 그것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그 후로 다시 쿠키를 구웠거든. 여러 가지로 시도해보다가 멈출 수 없게 되서 말야. 마음껏 먹고 가도록 해.」
「응──」

 쿠키를 보고, 그리고 천천히 위를 향해, 천정을 바라본다.
 알고 있다. 신이란 녀석은 잘 알고 있다. 그런 것을 말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기쁘고, 재미있어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렇지. 그걸 가지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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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
조사하고 있는 동안, 필요 이상으로 까마귀 요리에 흥미가 솟아 버렸습니다.


■역자 후기
여러 인요에게서 사랑받고 있네요, 마리사.
이런 느긋한 분위기, 참 좋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