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동방창상화 (투고일자 : 08/12/27)
작가 : イムス 님
번역 : 스피카
1. 다른 곳으로 퍼가지 말아주세요.
2. 본문중의 (하늘색)은 제가 단 주석입니다.
3. 오타 및 잘못된 번역의 지적은 감사히.
---------------------------------------------------------------------------------------------------★
일생 죽지 않는 인간과 일생 죽는 인간이 경단을 먹는 정도의 이야기
뜨거운 차와 꼬치에 꽂힌 경단.
그것이 어울리는 여자와 그것이 어울리지 않는 여자가 고개에 있는 찻집에서 동석하고 있었다.
바깥의 기다란 의자에 앉아 먹기에는 추운 계절이라 손님은 전부 가게 안의 객실에 안내되어 있다.
둘은 무언.
우연히 자리가 가득차서, 우연히 합석한 것뿐이지만 일단 아는 사이.
탄막 승부를 한 정도의 사이인 후지와라노 모코우와 이자요이 사쿠야.
경단이 어울리는 일본식 옷차림(和装)의 여자와 경단이 어울리지 않는 메이드복의 여자.
일생 죽지 않는 인간과 일생 죽는 인간이 한가로이 찻잔을 기울인다.
◆
「음……맛있는 걸.」
「그렇네.」
혼자서 중얼거린 말에 소쇄한 메이드는 동의했다.
겨울에 내리는 눈처럼 차가운 용모와는 정반대인 봄의 햇살과 같은 미소를 띠고.
「넌 평상시에 더 좋은 걸 먹을 것 같은데.」
「관에서는 한결같이 양식이니까. 나도 언제나 홍차뿐이라서, 녹차는 간만이야.」
「아아, 그렇군.」
오랜만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고 보면 홍마관의 거주자라고 해도, 모든 사람이 서양인은 아니라고 떠올린다.
이름은 생각해 낼 수 없지만, 문지기가 중화계의 요괴였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메이드도 겉모습은 어린 흡혈귀가 부르고 있던 이름은 가로문자(横文字:로마자처럼 가로로 쓰는 글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머리카락은 은발, 혹은 백발이지만, 그건 자신 역시 마찬가지고, 환상향에서는 머리카락 색으로 인종을 판별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그렇다면 원래는 일식파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홍마관에 취직했기 때문에 양식만이 돼 버려서.
외출하는 김에 일본의 맛을 그리워하는 정도는 하고 싶겠지. 된장국의 맛이 그리울 것이다.
「뭐야? 그 동정으로 가득 찬 시선은.」
「아니, 아무것도 아냐.」
「다음에 우리 집에 올래? 된장국 정도는 먹여줄 수 있다고.」
「응? 그래, 고마워.」
사쿠야로서는 봉래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다.
평상시 양식이라고 말했을 뿐인데, 어째서 집으로 초대해 된장국으로까지 발전하는 건지.
일전에 담력 시험 삼아 간 김에 탄막을 잔뜩 때려 박아주었기 때문에,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 생각하고 있으면, 저쪽에서 우호적으로 말을 걸어오고, 된장국이라고는.
「자신 있는 요리?」
「응? 뭐가?」
「된장국.」
「아니, 자신 있다고 하기엔. 평범하다고, 평범.」
아무래도 자신 있는 요리를 자랑하고 싶다는 이유도 아닌 것 같아서, 사쿠야는 내심 고개를 갸웃한다.
그다지 친하지 않은 상대를 일부러 집으로 불러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요리를 좋아하는 성격일 것이다.
뭐, 맛있는 요리를 타인이 칭찬해 줬으면 하는 기분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사쿠야 역시 레밀리아가 요리가 맛있다고 말해 주면 기쁘니까.
하지만 자신 있는 요리라는 것도 아니고, 평범하다고는.
그 밖에 짐작 되는 이유는…….
「좋은 된장이라도 들어온 거야?」
요리 솜씨가 아니라, 무언가 좋은 식재료를 얻었다는 걸까.
제철 음식이라든가 고급 식재료라면 남에게 권하는 것도 잘 알겠지만, 된장국으로 권한다고 하는 이상한 이야기.
그렇다고 해도 만약을 위해 속을 떠보는 사쿠야였다.
「아니……평범한 하얀 된장인데?」
「그래.」
중얼거리며, 메이드는 경단을 한 입 먹는다. 특별히 기뻐하고 있는 모습은 없다.
거기서 모코우는 자신의 잘못을 알아차렸다.
(큰일 났다……이 녀석은 붉은 된장판가!?)
알아차렸다고 생각했지만 완전한 판단 착오.
그러나 모코우의 추측은 가속한다.
(큭……된장국이라는 것은 최고로 애향심을 느끼게 하는 일본 요리!
나는 흰색이든 붉은 색이든 상관없지만, 케이네가 흰색 된장파라서, 무심코 흰색 된장이 표준이 되어버렸어!
여기서 『그럼, 붉은 된장으로 할까?』라든가 말하면 이 녀석에게 마음을 쓰게 해버려!)
굉장히, 메이드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아무래도 좋은 일로 모코우의 두뇌는 풀가동.
우선 심신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차를 한 모금 마신다. 아아, 목에 스며든다.
「으음~ 죽순과 된장국은 어울리는 걸까?」
「뭐?」
사쿠야는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봉래인은 죽림에 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랑하는 식재료는 죽순일 것이다.
된장국에 죽순을 넣은 경험은 없지만, 맛있는 걸까?
그 이전에 12월인 지금은 죽순의 제철로는 아직 멀었을 터.
「아, 응. 죽순은 아직 그런 계절이 아니지만, 상당히 맛있다고?」
「그래?」
봉래인의 어조로 봐서, 역시 죽순 때문에 권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어째서 된장국인 거지……?)
인간의 몸으로 수명 이상의 긴 세월을 살고 있으면, 평범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사고 회로가 되는 걸까.
흡혈귀나 마법사가 되어 장수하는 경우 역시, 단순한 인간이었던 무렵과는 변하는 걸까.
변할 생각이 없는 사쿠야로서는, 변해 버린 듯한 봉래인을 신기한 듯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오래 사는 것도 좋지 않네.)
무심코 말해버리지 않도록, 꼼꼼하게 경단을 씹는 사쿠야였다.
(저렇게 경단을 맛보며 먹고 있어. 역시 일식이 그리운 거구나.)
착각 속행 중인 모코우.
이렇게 되면 추측 역시 일식에 얽매인 채, 나아간다.
(혹시 이 녀석의 소울 푸드(soul food)는 된장국이 아닌 건가!?
그렇지. 시대의 변화와 함께 인간의 식생활도 변해…….
카레라이슨가!? 아니, 일요일은 스파게티가 약속!
으으으, 면류라면 국수나 우동도……핫! 일본인은 라면도 정말 좋아하지!
아니, 경단을 꼭꼭 씹어 맛볼 정도로 좋아한다면, 국수……국수 한 그릇인가……)
(국수 한 그릇? 구리 료헤이의 단편 소설. 원제는 '一杯のかけそば'. 우리나라에는 '우동 한 그릇'이라는 제목으로 정발되었습니다.)
모코우의 상상 속에서 국수집에 들어가는 메이드. 한 그릇의 국수를 가족과 서로 나누며──.
무심코 눈물짓는 모코우. 눈가에 손가락을 대고 고개를 숙였다.
(어째서 울고 있는 거지……)
봉래인이 돌연 눈가를 누르고 고갤 숙였기 때문에, 사쿠야는 자신에게 실수가 있었던가 하며 사고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된장국에 관해서 잠깐 2, 3마디 주고받았을 뿐이다.
회화에 울 요소는 조금도 들어 있지 않았다.
(나이를 먹으면 눈물이 많아진다고 들었지만……)
불로불사를 노인 취급하는 것도 뭔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육체적으로는 나이를 먹지 않아도, 정신적으로는 나이를 먹어 버리는 걸까.
(생각하고 있는 걸 말하면, 다시 탄막전이 될 것 같네.
별로 독설을 할 생각은 없지만……이렇게나 의미 불명하면……)
대응이 곤란한 사쿠야는 찻잔에 손을 뻗었다.
인간, 회화가 곤란해지면 음료를 잘 마신다고 하지만, 확실히 그 말대로라고 실감한다.
덕분에 차는 금방 비워졌고, 사쿠야는 점원에게 말을 걸어 한 잔 더 받았다.
(오오, 차도 한 잔 더 마시고……)
역시 일식이다. 정통파의 일식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모코우는 확신했다.
그러나 된장국이 아니라면 무엇인걸까.
하얀 밥과 단무지(たくあん)? 매실 장아찌? 김? 후리카케?
이것저것 추측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물어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있잖아……너, 좋아하는 음식은 뭐야?」
차 한 잔을 더 마시고 있던 메이드는 잠시 말없이 생각하고는, 찻잔을 내려둔다.
「그러네. 편식은 그다지 없으니까……」
「아, 그렇구나.」
'그렇게 왔냐!'고, 모코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억지웃음을 띄웠다.
이 메이드, 좋아하는 건 대체 뭐지?
차를 더 마시고 있으니까 차를 좋아한다는 것이 된다면.
(오차즈케냣!!)
(오차즈케(お茶漬け)? 밥을 차에 말아먹는 일본 음식. 단조로운 맛을 보완하기 위해 김, 가쓰오부시 등을 넣어 먹기도 한다.)
모코우의 뒤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이미지 영상이므로 모코우 이외에는 인식할 수 없었다.
좋아하는 것이 뭐냐는 질문을 받은 사쿠야는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편식이 없는 것은 사실.
순수하게 맛있는 것을 좋아하고, 없는 것은 싫은 거려나.
하지만, 역시 먹는 데 익숙해진 쪽이 혀에 친숙할 것이다.
간혹 이렇게 경단을 먹는 것도 좋지만, 매일 먹는다고 하면 양과자다.
(그렇지만 아가씨에게 화과자를 내어보도록 할까. 가끔은 신선하고 좋을지도 몰라.
레이무가 먹는 싸구려 전병 같은 게 아니라, 아가씨를 위해서 재료부터 고른 수제의 것을……)
레밀리아는 분명 기뻐할 것이다. 당연하다. 소쇄한 메이드가 만든다면 화과자 역시 절품 확정.
거기에 조금 피를 혼합해, 아가씨에게 낸다.
그러면 사랑스럽게 웃는 얼굴로 소쇄한 메이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 준다.
그런 광경을 상상한 사쿠야는 만면의 웃음을 지으며, 경단을 먹는다.
(그런가! 나는 얼마나 우회하고 있었던 건가……)
모코우는 간신히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이런 저런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보다도, 눈에 보이는 진실은 이렇게나 알기 쉬운 것인가?
이 웃는 얼굴은 이 얼마나 알기 쉬운가?
(이 녀석이 좋아하는 것은 경단이다앗!!)
찻집에 와서 경단을 먹고 있으니까, 경단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
하지만 그렇게 되어버리면, 모코우는 경단 같은 건 만들 수 없다.
집에 초대해서 경단을 먹여 줄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니, 평범하게 경단을 사 오면 끝날 이야기.
하지만 이 찻집에서 경단을 주문해서 가지고 돌아가, 그것을 메이드에게 내는 것도 바보 같은 이야기.
(하지만 아직 이 녀석을 정식으로 집에 초대한 것도 아니고, 좀 전의 이야긴 잡담 레벨이잖아.
이 녀석 역시, 아직 우리 집에 온다고 정한 것도 아니──)
「당신, 경단은 만들 수 있어?」
메이드가 기대를 담은 시선으로 묻고 있었다.
재차 모코우의 뒤로 천둥소리가 울려 퍼진다.
(배, 배우러 올 생각이냐아아앗!?)
화과자를 만드는 방법 정도는 대도서관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의 지식보다 실제로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배우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눈앞의 인물은 화과자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이는 보이지 않지만,
이야깃거리로 사쿠야는 물어 보았다.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놀라고 있는 걸까?)
외관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세월을 살고 있는데, 경단 이야기로 이렇게나 당황하는 것은
뭔가 싫은 추억이라도 있는 걸까? 혹은 경단 공포증인 건가?
아니, 찻집에서 경단을 먹고 있으니까, 경단 공포증은 있을 리 없다.
(일생 죽지 않는 인간이 되면 이렇게 되어버리는 걸까? 난 일생 죽는 인간인 채로가 좋아.)
라고, 거기까지 생각하고, 사쿠야는 알아차렸다.
그러고 보면 조금 전부터 자신은 사고하는 동안마저도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러니까……이 사람의 이름, 뭐였었더라?)
지금까지 정다운 듯이 이야기 해놓고, 이 얼마나 실례되는 자신인지!
(안 돼. 이런 걸 들키면 큰 망신이야. 밖에서 내보인 나의 수치는 그대로 홍마관의 수치와 직결해!)
사쿠야의 뒤에서도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을 지각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천둥소리를 울리게 하고 있는 본인뿐이었다.
갑자기 험상궂은 표정을 짓는 메이드를 보고, 모코우는 한층 더 초조해진다.
(뭐야? 어째서 갑자기 저런 표정을? 나 때문인가? 내가 뭔가 한 건가?)
그러고 보면, 조금 전의 질문에 대답하기는커녕, 놀란 것을 표정에 드러내 버렸을지도 모른다.
(큭! 이 녀석, 조금 전부터 너무 여러 가지로 의표를 찔러 온다고.
이쪽이 이것저것 생각해서 발언해도, 예상외의 대답뿐인 주제에.
애초에 이 녀석과는 얼굴만 아는 사이 정돈데, 어째서 내가 이렇게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난 이 녀석의 이름조차 기억 못하고 있는데……응?)
모코우도 눈치 챘다.
(큰일 났다!……지금까지 친한 척 얘기 해 놓고,
상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다, 라니……엄청 부끄러워어어어어!!)
결국은 담력 시험 겸 탄막 승부를 한 번 했을 뿐인 관계.
조금 전까지의 표면상은 우호적이었던 분위기가 급속히 차가워져 간다.
(큭……흡혈귀의 계집애가 이 녀석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을 텐데. 그것을, 그것을 생각해 내라!)
(애초에 난 그녀의 이름을 물어 본 적이 있었던가? 없다면 몰라도 부끄러울 것 없어!)
(생각해보면 서로 자기소개는 하지 않았지. 그렇지만 이미 그런 분위기가 아냐!)
(하지만 서로 자기소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제 와서 모른다고 하기엔 역시 부끄럽겠지!)
(그보다 흡혈귀의 이름조차 생각해 낼 수 없어! 홍마관이라는 이름은 생각해 낼 수 있는데!)
(그보다 워 하쿠타쿠의 이름조차 생각해 낼 수 없어! 영원정의 면면은 생각해 낼 수 있는데!)
(분명 레이무와 사이가 좋았었지. 레이무의 이름을 생각해 낼 수 있는데, 젠장-!)
(분명 카구야와 서로 죽이는 사이였었을 텐데. 타케토리 설화에 이 사람은 등장하고 있었었나?)
(이렇게 된 이상, 내일 날씨라도 묻는 김에 이름도 물을까? 그런 건 너무 부자연스럽잖아!)
(이렇게 된 이상, 오늘 저녁 식사라도 묻는 김에 이름도 물을까? 그건 너무 부자연스러워!)
(아니, 애초에)
(아니, 애초에)
(이 녀석은 내 이름 알고 있는 거냐!?)
(그녀는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건가!?)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그것은 영원처럼 길고, 일순간처럼 짧은 침묵이었다.
어째서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듯한 녀석과 함께 이렇게 경단을 먹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다.
어째서 이렇게나 고민하지 않으면 안되는 건지 알 수 없다.
만약, 만약 저쪽이 이쪽의 이름을 불러 온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아니, 상대를 계속 2인칭으로 부르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너'라든가, '당신'이라든가.
그렇게 해서 자신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자칭하도록 유도하면──승리다!!
꿀꺽. 두 사람은 동시에 숨을 삼키고, 이름을 찾기 위해 입을 열었다.
「어머? 너희가 함께 경단을 먹고 있다니, 드문 일이네.」
그 순간, 갑자기 들은 적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팟, 하고 돌아보면, 겨울이라도 겨드랑이를 내놓은 채로의 멋진 홍백, 하쿠레이 레이무, 그 본인.
(다행이다. 레이무에게 이 녀석의 이름을 부르게 하면)
(만사 해결이야!)
「뭐야? 레이무도 경단을 먹으러 온 거야?」
「괜찮다면 함께 어때?」
기분 나쁠 정도로 상쾌하게 웃음을 띠우며 자리를 권하는 봉래인과 메이드. 하지만,
「아니, 미안하지만 경단 사면 돌아갈 거니까.」
희망, 덧없고──.
「어머, 그렇게 말하지 말고. 최근 아가씨가 신세를 지고 있고, 경단 정도는 한 턱 낼게.」
「잘 먹겠습니다.」
희망, 값싸 보이고──.
◆
일생 죽는 인간 2호는 금방 이변을 눈치 챘다.
(뭐야? 이 분위기.)
아는 사람과 합석을 해서 편하게 경단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두 사람의 태도가 기묘하다.
어쩐지 레이무에게만 친한 척이다.
「이렇게 레이무와 함께 뭔가를 먹는 건 처음이구나. 하하하.」
「평소엔 하쿠레이 신사인 걸. 레이무가 태운 차도 좋지만, 가끔씩은 이런 것도 좋네.」
「그렇지, 그렇지. 지난번 죽림에서 레이무의 친구를 봤어. 뭐냐, 그 양산 쓴 녀석.」
「그러고 보니 어제 아가씨가 레이무에 관해 얘길 하시면서 말야. 또 연회를 하고 싶으신 가봐.」
한 번 입을 열 때마다 반드시 레이무의 이름을 넣어서 말한다.
「너희 말야. 오늘은 어딘가 이상하지 않아?」
「아니 아니, 그런 거 없다니까, 레이무.」
「레이무야말로 오늘은 조금 쌀쌀맞지 않아?」
쌀쌀맞을 만도 하다. 이상한 태도를 취하면.
「으~음……사쿠야가 기분 나쁘게 친한 척할 뿐이지 않나?」
『읏─!!』
돌연, 메이드인 이자요이 사쿠야의 웃음이 굳어졌다. 동시에 봉래인의 웃음 띤 얼굴이 기분 나쁘게 일그러졌다.
위험한 지뢰를 밟았나, 하고 레이무는 미간을 찌푸린다.
「하하핫! 사쿠야가 한 턱 내주고 있는데,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봉래인의 변모한 태도에 사쿠야는 눈치 챈다.
(이 녀석, 틀림없이 내 이름을 기억 못하고 있었네……!!
큭! 경단을 한 턱 내는 건 내 쪽인데. 레이무, 이 배신자!!)
사쿠야는 느끼고 있었다. 승리자와 패배자의 천칭이 크게 기우는 것을.
레이무를 끌어들인 것은 자신인데, 봉래인 쪽이 먼저 이쪽의 이름을 알아버렸다.
설령 이 후, 레이무에게서 봉래인의 이름을 물어본다고 해도,
그것은 기울어진 천칭을 수평에 가깝게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잘해야, 무승부에 들어가는 것이 겨우. 승리는 없다.
「사쿠야? 벌레 씹은 표정을 하고, 왜 그래?」
「아, 아무 것도 아냐. 그런데 레이무, 그녀와는 자주 만나는 거야? 같은 인간끼리고.」
「그녀라니, 누구?」
사쿠야는 고개는 레이무에게로 돌리지만, 시선은 봉래인에게로 향한다.
하지만 그 신호를 눈치 챈 것은 레이무가 아니라 봉래인이었다.
(아앗!? 그,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이 녀석도! 내 이름, 모르고 있었구만!?)
봉래인의 찻잔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 불꽃의 힘으로 차가 부글부글 끓는다.
(아니, 진정해……나는 이미 사쿠야의 이름을 알고 있어. 몰랐던 것을 눈치채이면 안 돼!)
벌써 눈치채버렸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봉래인은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차를 마셨다.
끓어오르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앗!?」
「정말, 지저분하게 쏟지 말라고!」
소리치며, 레이무는 재빠르게 자신 몫의 경단만을 퇴피시킨다.
사쿠야는 시간을 멈춰, 여유 있는 동작으로 경단도 차도 자기 자신도 회피한다.
「정말이지. 그러니까 언제나 케이네가 걱정하는 거야.」
「윽, 쿨럭, 미, 미안……」
「아, 그러고 보니 말야. 」
레이무는 경단이 꽂혀 있는 꼬치를 봉래인에게 향하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말했다.
「네 이름, 뭐였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직하는 두 명.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마저 느껴지는 반응을 보고, 레이무는 고개를 갸웃했다.
사쿠야가 시간을 어떻게 했다, 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이건 대체 무슨 일일까?
1초인가 2초인가. 그 정도의 정체를 거쳐서 두 사람의 시간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코우라고! 기억 못하는 거냐!?」
「푸흡……!」
쇼크가 심했는지 상을 '쿵' 하고, 치는 모코우.
폭소하기 시작했으나,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참는 사쿠야.
아무래도 서로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 같지만, 레이무마저 기억해 주지 않았다고는.
승리자와 패배자의 천칭이 대역전.
모코우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던 사쿠야와
사쿠야도, 레이무도 이름을 기억해 주지 않았던 모코우.
모코우가 사쿠야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로,
담력 시험을 하는 김에 자신을 습격해 온 초대면의 8명 전원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고 있을 수 있겠냐, 라는 것이 있었다.
레이무도 영야 이변으로 알게 된 자는 모코우를 포함해 8명이 있지만,
모코우는 이변 후에 알게 된 덤 같은 것이고, 연회에도 참가할 기회는 없었다.
그 때문에 레이무에게 있어서는 리글이나 미스티아보다 인상이 희미한 상대, 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정도 있지만, 이 장소, 이 시간, 모코우와 사쿠야, 어느 쪽이 비참한지는 일목요연.
「어머, 모코우 씨. 경단을 먹던 손이 멈춰 있어요?
레이무도 사양하지 말고 많이 먹도록 해. 레이무 몫은 내가 계산할 테니까. 후후후.」
「음, 사쿠야? 오늘은 좋은 의미로 기분 나쁘네.」
배꼽이 빠져라 웃고 있는 사쿠야와 상에 엎드려 글썽이고 있는 모코우.
어째서 이런 상황에 빠져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레이무는 일단 경단 한 접시를 더 주문했다.
신이 나서 한 턱 쏴 주는 사쿠야의 수상함에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경계하면서도,
다음에 신사에 왔을 때는 여러 번 우려낸 것이 아닌 차라도 내줄까, 하고 생각하는 레이무였다고 한다.
◆
3일 뒤, 찻집에서.
뜨거운 차와 꼬치에 꽂힌 경단.
그것이 어울리는 여자와 그것이 어울리지 않는 여자가 고개에 있는 찻집에서 동석하고 있었다.
바깥의 기다란 의자에 앉아 먹기에는 추운 계절이라 손님은 전부 가게 안의 객실에 안내되어 있다.
둘은 무언.
우연히 자리가 가득차서, 우연히 합석한 것뿐이지만 일단 아는 사이.
탄막 승부를 한 정도의 사이인 후지와라노 모코우와 키리사메 마리사.
일생 죽지 않는 인간과 일생 죽는 인간이,
경단이 어울리는 일본식 옷차림의 여자와 경단이 어울리지 않는 마녀복의 여자가, 한가로이 찻잔을 기울인다.
서로 생각하는 것은 하나.
(이 녀석의 이름,)
(뭐였었지?)
FIN
---------------------------------------------------------------------------------------------------★
■작가 후기
모코- (큭! 메이드 다음은 이 흑백과 이름 찾기냐……!)
마리사 「있잖아.」
모코-「응? 뭐야?」(선수를 놓쳤다! 어떻게 공격해 올 생각이냐!?)
마리사 「너, 이름 뭐였었지?」
모코-「직구 스트레이트 한중간─! 난 그렇게나 눈에 띄지 않는 거냐─!?」
마리사 「직구 스트레이트 한중간……인가. 이상한 이름이구만. '쥬게무 쥬게무 계(じゅげむじゅげむ系)'냐?」
(じゅげむじゅげむ? 아이의 이름을 장수하라는 의미에서 오래 산 사람들의 이름을 나열하여 지은 것. 우리나라의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와 같은 맥락.)
모코-「게다가 무슨 변화구 같은 착각을 하는 거냐!!」
■역자 후기
모코-!! ㅠㅠ
'소설 번역 > [東方Projec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이무와 나비의 꿈 (7) | 2012.06.12 |
---|---|
삼월희(三月姫)의 야상곡 (5) | 2011.09.17 |
요우무 VS 게 (4) | 2011.05.12 |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 (4) | 2011.05.06 |
와사비 먹을 수 없는 녀석, 모여라~ (^o^)ノ (6) | 2011.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