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번역/[東方Project]

영정이라 쓰고, 이예~이!

spica_1031 2011. 4. 11. 08:39

출처 : 동방창상화 (투고일자 : 10/12/25)
작가 : まりまりさ 님
번역 : 스피카

1. 다른 곳으로 퍼가지 말아주세요.
2. 본문중의 (하늘색)은 제가 단 주석입니다.
3. 오타 및 잘못된 번역의 지적은 감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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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이라 쓰고, 이예~이!






「영정 사진을 찍었으면 한다고요?」
「응.」

변함없이 이 무녀는 당돌한 말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우선 이유를 물어보기로 했다.

「어째서?」
「…………」

그러자 레이무는 액자에 들어간 한 장의 사진을 무언으로 내밀었다.

「아야.」

무심코 눈을 깜박이는 나.
무리도 아니다.

「……이건 또, 그리운 것을.」

거기에 찍혀있는 것은, 수대전의 하쿠레이 무녀.
이름은,

「이 무녀도 레이무였나 보네.」
「먼저 말하지 말아 주세요.」
「뭐가.」
「아뇨. 이쪽의 이야기입니다.」

……그래.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이 무녀는 틀림없이 『하쿠레이 레이무』지만, 이 사진의 주인 역시, 『하쿠레이 레이무』다.

뭐, 『레이(霊)』로 시작되는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고, 『레이무』는 어조가 좋기 때문에 잘 쓰인다.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역대 하쿠레이의 무녀 중에, 약 5, 6명에 한 명은 『레이무』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잘도 이름을 알아냈네요.」
「액자 뒤에 쓰여 있었어.」
「아아.」

과연, 납득.

「그러나 어디에서 이런 것을? 어딘가에 걸어뒀었던 기억 같은 건 없습니다만.」
「헛간 청소하다가 나왔어.」
「아야야.」

선조의 영정을 헛간에 치워둔다고는, 이 무슨 벌 받을 짓을…….
그런 짓을 할 것 같은 사람은 레이카(霊花) 정도일까. 아니, 레이미(霊弥)일지도.

「이거 영정 사진이지.」
「그렇습니다.」
「네가 찍은 거지.」
「그렇습니다.」

그다지 숨길 일도 아니기 때문에 솔직하게 대답한다.
지금부터 대략 백수십 년 정도 전이지만, 틀림없이 내가 찍은 사진이다.

「그럼, 나도 찍어줘.」
「과연, 거기서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그보다, 어째선 가요?」
「그치만 이쪽 레이무는 젊었을 때 모습의 사진을 제대로 남겨뒀는데, 난 할머니가 되고 나서의 사진 밖에 없다거나 돼 버리면 싫으니까.」
「하아. 나이입니까.」

변함없이 이 무녀가 생각하는 것은 잘 모르겠다.
대항 의식? 인걸까.

「……그렇다 치더라도, 어째서 이 레이무는 이렇게 무뚝뚝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걸까? 모처럼의 영정 사진이니까 좀 더 웃거나 하면 좋을 텐데.」
「뭐, 이건 제가 억지로 찍은 사진이었으니까요.」
「그래?」
「네. 이 레이무 씨는 사진 싫어했고, 좀처럼 찍게 해 주지 않았어요. 거기서 영정 사진으로 한다는 명목 하에 억지로 찍은 게 이 사진입니다.」
「헤에. 그렇지만, 어째서 그렇게까지 해서 찍으려고 한 거야?」
「으~음. 지금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습니다만, 뭐, 싫다고 하면 오히려 하고 싶어진다고 하는 텐구의 심리가 아닐까 하고.」
「텐구, 짜증나.」

뱉어 버리듯이 말하면 조금 상처 입는다.
그러나 텐구는 회복이 빠르다.

「뭐, 그러한 경과이므로, 결국 이 레이무 씨가 찍혀 있는 사진에, 영정에 쓸 수 있을 법한 건 이 사진뿐이었던 거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되었습니다.」
「거짓말이 진짜가 돼 버린 녀석이네.」
「뭔가 틀리단 생각이 듭니다만, 뭐 그런 겁니다.」

세세한 것에는 구애되지 않는 것도 텐구의 특성이다.

「뭐, 좋아. 어쨌든 그러한 이유니까 내 영정도 찍어줘.」
「하아. 뭐, 상관없지만요.」
「왠지 귀찮은 것 같네.」
「아뇨, 하라고 하면 오히려 하고 싶지 않게 되는 것 역시 텐구의 심리라고 할까요.」
「텐구, 엄청 귀찮네─」

쳇, 하고 혀를 차는 것이 마음에 꽂힌다.
하지만 텐구는 이 정도의 처사로는 꺾이지 않는다.

「그럼, 찍겠습니다.」
「아, 잠깐 기다려.」
「뭔가요?」

모처럼 카메라를 잡았는데, 레이무는 방금 전의 영정 사진을 왠지 뒤지고 있다.

「? 뭐 하시는 건가요?」
「아니, 어쩐지 소리가.」

그렇게 말하고, 액자의 뒤를 벗기는 레이무.
그러자 액자 뒤에서 팔랑팔랑, 하고 여러 장의 사진이 흘러 떨어졌다.

「…………!」

그 순간,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아아, 그렇다.
그랬었다.

틀림없다.
이것은, 내가.

「어머, 당시 사진인걸까. 확실히 바래져있네.」

레이무는 사진을 주워, 말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나는 그녀의 손안에 있는 사진들을 응시하면서, 먼 날의 정경을 떠올리고 있었다.




———장례식이 끝나도 모두, 이별을 아쉬워하듯 신사에 머물고 있었다.


무엇을 한다는 것도 아닌데.

우는 사람.
말없이 있는 사람.
샐쭉해져 있는 사람.
허세를 가장하고 있는 사람.

그런 모두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제부터 이 앞은 혼자라도 외롭지 않도록─── 내가 몰래, 영정 뒤에 넣어두었던 것이다.


그녀가 모두와 보낸, 둘도 없는 일순간, 일순간을.


「있지, 아야.」
「네, 네. 뭔가요?」

불쑥, 레이무의 목소리로 회상에서 현실로 되돌아왔다.
레이무는 사진에 찍힌 한 명의 인물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 사람, 누구야? 어쩐지 여기의 레이무와 상당히 사이가 좋은 것 같은데.」
「……아아. 이 분은 마리사 씨네요.」
「마리사?」

처음 듣는 이름일 것이다.
레이무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곱씹었다.

「네. 마법사인 마리사 씨입니다.」
「헤에. 마법사라고 하는 건 아직 어디선가 살고 있는 거야?」
「아뇨, 죽었습니다. 이쪽의 레이무 씨와 비슷한 무렵에.」
「에? 마법사인데?」

놀란 모습으로 눈을 크게 뜨는 레이무.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잇는다.

「인간이었으니까요.」
「……인간? 인간인데, 마법사였었어?」
「네.」
「헤에. 별스러운 사람이네. ……그보다, 옛날부터 네 주위엔 이상한 녀석뿐이었구나.」
「……그거,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는 걸 자각하고 있습니까?」
「시끄러워.」

조금 심술궂게 말하자, 레이무는 뚱하니 뺨을 부풀렸다.
이런 점도 선조와 똑같구나, 하고 생각한다.

「쿠쿡.」
「왜 웃고 있는 거야. 기분 나쁘다고.」
「…………」

말이 많은 점도 선조와 똑같나.

「뭐, 좋아. 자, 얼른 찍어줘.」
「네, 네.」
 
한숨을 내쉬며, 파인더를 들여다보는 나.

「그럼, 갑니다~ 네, 치……」
「이예~이!」

만면에 미소로 피스 싸인.
그것도 양손으로 더블 피스!

라니,

「아니, 아니.」
「뭐야.」
「뭡니까, 그 포즈는.」
「보고도 몰라? 피스야.」
「아니, 그게 아니라.」

과장되게 숨을 내쉬면서, 말하는 나.

「이거, 영정 사진으로 할 거죠?」
「그래.」
「그럼 적어도, 조금 더 얌전하게 찍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후세에까지 남는 거고.」

뭐, 역대 무녀들의 것(이라고 할까 영정)의 관리 상황에 비추어 보면, 무사히 후세에까지 남을지 어떨지는 굉장히 의문스럽지만.
그러자 레이무는 눈썹을 치켜뜨고는 말했다.

「무슨 말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더 그렇지!」
「엣」

그 기세에 압도되어, 무심코 한 걸음 후퇴하는 나.

「후세에까지 남으니까, 가장 멋진 얼굴로 찍지 않으면 안되지! 이쪽 레이무같이 무뚝뚝한 얼굴로 찍어서, 후대의 무녀들에게 웃음거리가 되는 건 사양이라고!」
「…………」

다시 또, 눈을 깜박이는 나.

그 날의 회화가, 뇌리를 스쳐간다.




———그럼, 찍습니다.

———응.

———아니, 아니, 아니.
 
———뭐야.

———아니, '뭐야'가 아니라고요. 좀 더 웃도록 하세요.

———어째서 그래야 해.

———그도 그럴게 영정 사진이라고요? 만면에 미소까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후세에까지 남는 거고…….

———시끄럽네. 자신이 죽은 뒤의 일 같은 건 아무래도 좋잖아. 자, 찍을 거면 얼른 찍으라고.

———정말이지……. 알겠습니다. 네, 치-즈!




……아아.

그 때, 그 순간이.

이렇게나 선명히, 내 마음에 남아 있어.

그리고 그것은 확실히, 그녀가 나에게 남겨 준, 둘도 없는 순간으로.


……그렇게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흘러 넘쳤다.


「……후훗. 그러니까, 말했잖습니까.」
「……아야?」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린다.
시선을 조금 내리면, 레이무가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째서, 울고 있어?」
「아, 아야야.」

당황해서, 눈을 어깻죽지로 닦는 나.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깐, 눈에 먼지가 들어갔을 뿐이에요.」
「흐~응.」

뻔한 변명이었지만, 레이무는 그 이상 추궁하려고 하지 않고, 총총걸음으로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뭐, 준비됐으면 말해. 난 언제든지 OK니까.」
「네, 이제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읏샤, 언제든지 오라고!」
「뭡니까, 그거.」

쓸데없이 기합을 넣고 있는 레이무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나는 다시 카메라를 잡았다.

「자, 갑니다. 네, 치-즈!」
「이예~이!」

만면에 미소와 더블 피스.
이건 이것대로, 이후의 레이무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게 될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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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
———그 일순간은 100년을 넘겨.


그럼, 끝까지 읽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역자 후기

가끔은 이런 분위기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손대어 보았습니다.
제가 올리는 동방ss는 왠지 개그 위주인 것 같아서 말이죠. (´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