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번역/[東方Project]

레이센과 광기의 밤

spica_1031 2008. 9. 18. 23:43

1차 출처 : 동방창상화
작가
: はむすた님
번역 : 스피카 (번역일 : 2007/03/03)

1. 다른 곳으로 퍼가지 말아주세요.
2. 본문중의 (하늘색)은 제가 단 주석입니다.
3. 오타 및 잘못된 번역의 지적은 감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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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센과 광기의 밤

*역자 주 : 작가분께서 '호러물'이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그닥 무서운 건 없다고 생각됩니다만 혹시나 이러한 류에 심하게 약하다 하시는 분들은 살포시 뒤로가기...

 




 



···센·····

레이·····센····

·····도····옥에····



          * * *



멍하니 눈을 떴다.
늘 보아온 천정.
영원정의 내 방이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
몸에 걸려 있던 이불이 스륵 흘러내렸다.
지금은 몇시일까?
어느 정도 자고 있었던걸까.
창 밖은 깜깜하여, 아직 날이 밝아 올 기색은 없고···.
오늘밤은 만월로, 구름조차 끼지 않았을 터인데,
정말이지 달빛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한 밤이었다.
머리가 매우 멍하다.
열로 의식이 혼미해지듯이, 사고가 정리되지 않는다.
게다가, 몹시 목이 말랐다.
혹시, 감기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계절은 이미 봄이라고 하는데, 요전날 갑자기 추워진 탓인가.
그러고보니 심한 한기가···.
라고 생각하자,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상당한 양.
무엇인가 이상한 꿈이라도 꾸었던 것일까.
꿈 속에서, 누군가에게 불리고 있었던 것 같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물을 마시고 싶다.
나는 느릿느릿 옷을 갈아입고, 부엌으로 향했다.



          * * *



어째서 관안이 이렇게도 캄캄한걸까.
지금은 심야다.
빛이 켜지지 않은건 당연하다.
그러나, 오늘은 화창하고, 만월이다.
그렇다면, 좀 더 달빛으로 밝아도 좋을터인데.
익숙할게 분명한 복도도 몹시 기분이 나빠,
마치 복도에 침전한 어둠이, 점성을 띠고 다리에 휘감겨 오는 것 같다.
시시하다. 단순한 착각이다.
그런걸 생각하는 것도, 반드시 컨디션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머리를 흔들어 그런 생각을 내쫓고, 부엌문을 열었다.
마실 것을 모으고 있는 큰 동이(大樽 : (대나 금속의 테를 둘러서 죈) 원통형의 커다란 나무통)는 부엌의 가장 안쪽에 있다.
불을 켜지 않아도 장소는 안다.
얼른 물을 마시려고 하자

눈앞의 어둠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꺅!?」

나는 놀란 나머지, 화려하게 엉덩방아를 찧어 버린다.

뭐야!?
뭔가 있어!?

「잠깐, 괜찮아?」

동요하는 나에게 말을 건낸 소리는, 매우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스, 스승이 아닙니까.」

「에에, 그렇지만.」

어둠속에서, 쑥 손이 내밀어진다.
그 손을 잡자, 영차 하고 나를 일으켜 주었다.
아아, 놀랐다···.

「뭘하고 있는거예요, 이런 깜깜한 곳에서?
불 정도는 켜 주세요.」

「당신도 불을 켜지 않고 들어왔겠죠?
당신이야말로, 이런 시간에 무슨 일이야?」

기막힌듯한 스승의 소리.
거기에 나는 과장될 정도로 안심한다.
도대체 왜 그만큼까지 나는 긴장하고 있었던걸까.

「조금 눈이 뜨여져버려서, 물을 마시려고 했어요.」

스승의 옆을 지나, 염원하던 동이까지 간신히 도착한다.
동이의 옆에 걸려있는 국자로 물을 한 번 뜬다.
차가운 물이 마치 몸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레이센. 달의 도시말이지만.」

「네?」

스승이 달 도시의 화제를 말해오는 것은 드물다.
틀림없이 나는 스승이 달의 백성을 싫어하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았던걸까.

「달의 모두를 만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아···.」

만나고 싶냐니···?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는 달의 백성을 배신, 버렸던 것이다.
한 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내가 지상에 있고, 지금도 이렇게 여기에 살고 있다라는건 그러한 것이다.
반드시, 달의 모두는 나를 원망하고 있다.
얼굴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시 만나는 것이, 무섭다.
그런데도, 달의 모두에게 사죄해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저기, 뭔가 방법이라도 있는건가요?」

「물론. 그러니까 레이센에게 만나게 해주려고 생각해.」

「저뿐입니까? 스승이나 공주는?」

「유감이지만, 우리에게는 그건 무리예요.
그걸 할 수 있는건 당신뿐이야.」

방법은, 일인승의 로켓이라든지일까.
아니, 그런것을 스승이 준비하고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거기에, 그렇다면 나 대신 스승이나 공주가 타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스승과 공주로는 불가능하다고 하는 점이 아무래도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대답을 찾지 못하고 있으면,
스승은 창 밖으로 눈을 옮겼다.
창 밖의, 하늘에 떠오른 만월로.

「인간들이, 이번 달에 기지를 만드는 것 같아요.」

달에, 기지를· ·?
그건 즉···,

「네, 그렇겠죠.
월인은 지상인에게 패배하여, 멸해졌다.」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은듯한 충격이 덮쳤다.
이미, 달의 모두는···.
내가,
내가 모두를 버리고 지상으로 도망쳤기 때문에?
내가 달에 돌아가지 않았으니까?
···아니, 그건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 한명이 싸움에 참가했다고, 전황이 바뀌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정도 강력한 힘을 가진것도 아니고, 거기까지 자만하지도 않는다.
다르다.
달의 모두가 용감하게 싸워서 죽고,
싸움에서 도망간 겁쟁이의 내가 이렇게 편하게 살고있다는 것.
그것이 구토가 날 정도로 역겹다고 느꼈던 것이다.
나도 달의 모두와 함께 싸우고,
그리고, 죽어야 했다···.

「그러니까, 레이센.
당신에게는 달의 모두에게 확실하게 사죄해주었으면 하는거야.
우리의 몫도 포함해서, 네.」

사죄.
그걸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달의 도시는 이제 멸망해 버린 것이다.
내가 모두에게 사과하는 것은, 이제 할 수 없다.

「괜찮아, 레이센. 내가 모두를 만나게 해줄께.」

만날 수 있는건가.
달의 모두를.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스승이 말했다.
내가 아니면 만날 수 없다고.
그렇다면, 만날 방법이 반드시 있다.

「스승, 나, 모두를 만나고 싶습니다. 만나서, 사과하고 싶습니다.」

「그래, 착한아이네. 잠시만 가만히 있어요.」

스승은 개수대 아래의 문을 열고, 거기로부터 무언가를 꺼냈다.
무엇일까.
아무래도, 일인승의 소형 로켓은 없는 것 같다.
애초에, 부엌에 있는 도구는···.
변함없는 칠흑같은 어둠 속,
일순간만,
그것이 있을리 없는 빛을 반사하며 빛났다.

식칼.

식칼이었다.
그것을 한 손에 꽉 쥐고, 스승이 이쪽을 향했다.

「스, 스승? 시, 식칼은 꺼내들고, 왜 그러십니까?」

스승은 대답하지 않는다.
비틀비틀 위태로운 발걸음으로,
조금씩, 천천히 나와의 거리를 좁힌다.
내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하면, 스승은 두걸음 다가섰다.

「저, 저기, 식칼은 위험해요? 그걸 놔 주세요.」

「어라, 어째서?」

어째서라니···.
아니, 설마 스승이 그걸로 위험한 일을 한다고 생각되지 않지만.
그럼, 어째서 식칼을 쥐고 나에게 다가오는 것일까.
스승의 목소리도 발걸음도, 마치 몹시 취한듯이 비틀비틀 하고 있다.
마치, 제정신이 아닌듯한···.

―통

어느새인가, 나는 벽에 몰아 넣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갈곳이 없다.
어째서, 나는 스승에게 몰아지고 있는거지?

「노, 농담은 그만둬주세요.」

「쿡쿡.」

스승은 얼빠진 상태로 웃으며, 한층 더 나와의 거리를 채운다.
식칼의 칼날이 어둠 속에서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아니,
설마 그런···.
그 식칼로, 나를 찌르는 건───


「우리에게는 무리라고 말했었죠?」



          * * *



· · · 센 · · · · ·

레이 · · · · · 센 · · · ·

· · · 네 · 도 · · ㅈ · 옥에 · · 어 ·



          * * *



「하아, 하아, 하아···!!」

몇번이나 뒤를 확인하면서, 복도를 전력으로 달린다.
어둠 탓으로 시야는 거의 효과가 없다.
그런데도 발소리만은 확실히 쫓아오고 있었다.
왜 뭐냐고.
어째서 이런 일이 되버린 것일까.
스승은, 손에 쥔 식칼을 치켜들고

나를 죽이려고 했다.

순간으로 스승을 냅다 밀쳐 부엌으로부터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스승은 나를 쫓아오고 있다.
발소리의 감각은 마치 걸어가고 있는 듯이 느린데,
왜일까 전력 질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정말이지 벌어지지 않는다.
스승은 제정신이 아니다.
원인은 모른다.
스승 정도의 사람에게 주술을 걸 수 있는 녀석은 대강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하면 원인은 뭘까.
설마, 달의 멸망이 그렇게까지 쇼크였던 것일까.
지나친 쇼크로 냉정함을 잃고 있어?
생각하기 어렵다.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는 단언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런데도 이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럴까.
이것은 마치, 악몽이다.

「아―? 시끄럽다구 레이센. 이런 한밤중에 허둥지둥하고.」

전방의 복도의 문이 열렸다.
테위다.
졸린듯이 눈을 비비면서, 문 건너편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테위!? 큰일이야!!
스승이 나를 죽이려고 해서!!」

「하아? 뭘 말하고 있는거야? 조금 침착하라구.」

테위의 남의 일처럼 말하는 냉정함이 원망스럽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스승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데도.

「어쨌든 숨겨줘!!」

테위를 방 밖으로 내던지고, 나는 방 안으로 뛰어들어 문을 닫았다.
그리고 문 넘어로 모습을 엿본다.
테위가 잘 속여준다면 괜찮지만···.
문의 저 편에서 작은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너무 작아 잘 알아들을 수 없다.
테위가 내 편이 되주기를 빌 뿐이었다.
이윽고,
하나의 발소리가 멀어져 간다.
어느 쪽이야?
스승의?
그렇지 않으면 테위의?

―스윽

「힉!」

돌연히 문이 열렸다.
나는 당황하여 거리를 벌려 준비한다.
문의 저편으로부터 나타난 것은,

테위였다.

「······하아∼.」

극도의 긴장으로부터 풀려, 나는 그 자리에 떨썩 주저앉았다.
정말로, 스승이었다면 어쩌지하고···.
심장이 멈출지 않을까 생각했다.

「일단 다른 곳으로 갔지만···.」

테위는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면서 이쪽을 본다.
설명해라, 라고 하는건가.
그렇다고 해도, 나도 뭐가 뭔지 모른다.
어쨌든, 스승이 나를 죽이려하고 있다고 밖에···.

「나도 잘 몰라. 스승이 달의 모두와 대면시킨다든가 말하며 갑자기···.」

「헤에∼, 달토끼들에게 레이센을?」

「응.」

「그래. 그렇다면───」

그 때, 왜 내가 머리를 갸웃거렸는지는 모른다.
우연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내가 파악한 것은, 몇 초 방심한 후였기 때문이다.
그 우연 덕분에, 나는 머리카락을 몇 가닥 잘린 것만으로 끝났다.
씨익, 웃는 테위의 손에는, 어느새인가 식칼이 쥐여져 있었다.

「―――나도 도와줄께.」



          * * *



그리고 나서 수십 초 사이는 기억이 날아가버렸다.
어느 새인가 나는 달리고 있었다.
아마 무의식 중에, 테위의 방에서 도망쳤던 것이다.
스승뿐만이 아니라, 테위까지.
도대체 뭐야, 이건!
마치 악몽같다.
아니, 반드시 이건 꿈이야.
그렇게 정해져 있다.
꿈이라면 얼른, 깨어나라고···!!
내가 그렇게 빌고 있자,
이윽고 복도 끝이 보였다.
현관이다.
됐다, 밖으로 나갈 수 있어!
만약 이것이 꿈이라면,
어쩌면 밖으로 나간 순간에 눈이 뜰지도 모른다.
뜨지 않았다고 해도, 밖이라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다.
밖으로 나갈 수 있다면···!!
나는 현관문으로 달려들었다.
미닫이의 손잡이에 손을 걸고 단번에,

―탈칵!

―탈칵탈칵탈칵!!

열리지 않아!?
앞으로 조금이면 되는데!!

「그런가, 열쇠···!!」

지금은 한밤 중이다.
당연히 문단속은 하고 있다.
예의 흑백이 오게 되고 나서는 더욱 그러하다.
나는 당황하여 현관의 열쇠에 손을 뻗어,

「······!?」

말이 막혔다.
걸리지 않다.
열쇠따위 애초에 사용하지 않았었던 것이다.
그럼 어째서?

―탈칵!

―탈칵탈칵탈칵!!

―탈칵탈칵탈칵탈칵탈칵탈카악!!

「어째서!? 어째서 열리지 않는거야!?」

아무리 힘을 줘도 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쳐부수어서라도

―푸욱

등 뒤로 작은 아픔이 생겨,
내 몸은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호흡조차 할 수 없다.
무엇인가, 매우 날카롭고 단단한 것이 등 뒤로 내리누르고 있다.

「후훗, 잡았다.」

수조로부터 내던져진 금붕어처럼, 얼빠진 입을 뻐끔뻐끔 하는 일 밖에 할 수 없다.
돌아보지 않았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상황은 쉽게 상상이 된다.
나는 지금, 스승에게 등 뒤로부터 식칼이 꽂힌 것이다.

어째서···?

도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꿈이라면, 빨리 깨라고···!!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죽고싶지않아 죽고싶지않아 죽고싶지않아 죽고싶지않아 죽고싶지않아!!!

「안녕, 레이센.」

푸푹하고, 차가운 철 덩어리가, 천천히 내 몸에 밀어 넣어지고



          * * *



레이센 · · · · ·

레이센 · · · · ·

네 놈도, 지옥에 떨어져라 · · ·!!



          * *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 ,

· · · · · · ,

· · · · · · · ·?

나의, 방이었다.
이불에 하반신만 넣고,
상체를 일으킨 채로, 떡 입을 열고 있다.
그리고 그 근처에는, 스승이 앉아 있었다.

「히익!!」

당황하여 벌떡 일어나, 방구석까지 가능한 한 거리를 취했다.
스승은 양손으로 귀를 막은채로,
눈을 반쯤 뜨고 이쪽을 확인하고 있다.

「갑자기 절규하며 벌떡 일어났다고 생각하면, 이번은 내 얼굴을 보고 무서워하는거야?
 바쁜 아이네, 정말이지.」

···언제나의 스승이었다.
꿈, 이었는가?
아니, 꿈으로 정해져 있다.
스승이 나를 죽이려고 하다니···.
그렇다고는 해도, 이상하게 리얼한 꿈이었다.
정말로, 현실과 분별이 되지 않을만큼.

「아, 저기,  저···?」

「벌써 점심인데 아직 일어나지 않았기에 모습을 보러 왔어요.
상당히 지독하게 시달리고 있었어. 무언가 나쁜 꿈이라도 꾼거야?」

꾸었다.
그것도, 터무니없이 무서운 꿈을.
더이상 오늘 밤은 무서워서 잘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꿈이었던 것이다.
그래, 나쁜 꿈.
저런 것, 현실일 리가 없다.
이미, 깨버린 지금에 와서는 어찌되었든 좋은 일.

「···하아, 어쩐지 안심되서 배고파 져버렸습니다.」

「그거야 낮까지 자고 있으면 배고프겠지요.
점심 준비는 벌써 끝났어.
당신은 카구야님을 불러와 주었으면 해.」

······엣?
지금, 뭐라고 말했어?

「무슨 일이야? 아직 잠에 취한거야?」

어쩔 수 없는 아이네, 라고 스승은 웃는다.

「저기,  정말로 스승이지요?」

「그 밖에 누구로 보인다는거야.」

「아뇨, 스승은 언제나 『카구야님』이 아니고 『공주』라고 부를테니까···.」

정말로 사소한 일.
그저 변덕스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스승의 얼굴로부터 표정이라는 것이 완전하게 사라져 버렸다.
인형과 같이 무기질한 눈동자로, 가만히 나를 응시해와서···.
숨을 잘 들이마실 수 없어서, 싫은 땀이 삐질하고 솟아났다.
마치 영원이라 생각될 만큼 긴 시간,
나는 스승의 무기질한 눈동자로부터 눈을 돌릴 수가 없어서.
붙들어 맨 것처럼 전신이 움직이지 않아서.
심장까지 움직이지 못하게 되버리는 것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스승의 입이, 갑자기 미소의 형태를 만들었다.

「그래? 다음엔 실수하지 않을께.」



          * * *



천정.
시선의 끝에는 천정.
이불안의 나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는, 꿈?
그렇지 않으면, 현실?
나에게는 그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몸을 느릿느릿 일으키면, 근처에는 스승이 앉아 있었다.

「좋은 아침. 이라고 해도, 벌써 점심이지만.」

「안녕히 주무셨어요」

「얼굴도 붉고, 식은 땀도 심하네. 감기라도 걸렸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스승은 과도와 사과를 손에 들고,
사과 껍질을 예쁘게 깎기 시작했다.

「사과, 먹을거지, 『레이센』?」



          * * *



「우돈게~? 벌써 점심이야∼?
······어머나, 아직 자고 있었네.
이 아이가 잠꾸러기라니 드무네.
뭐어, 언제나 노력하고 있고. 오늘 정도는 느긋이 자게 내버려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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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
투고 17번째.
호러에 도전.
그렇지만 저 자신이 호러에 서툴러서, 무서움으로서는 소극적일지도.
 
자, 이번 이야기의 시기는 화영총 직후입니다.
에이키님의 설교 뒤에 레이센이 이 악몽을 꾼 것이지요.
아아, 아니, 확실하게 눈을 뜰 수 있었는지 어떠했는지 모르므로, '꾸고 있다'고 하는 표현으로 해 둡니다.
에이키님의 설교로 자신의 죄를 재인식한 레이센의 죄악감이 낳은 악몽인가.
그렇지 않으면 레이센에게 버림받은 월인들의 원한이 만들어 낸 악몽인가.
뭐 이 두가지 중 하나가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의 레이센의 만월에 의한 광기의 힘의 폭주가 악몽의 매체가 되고 있습니다.
 
꿈 속은 아무리 비현실적인 일이 있어도 꿈이라고 인식할 수 없는 것이 많지요.
이것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현실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으로. 우후, 우후후후후···.  
 

■역자 후기
재미있게 읽으셨는지요?
라고나 할까, 간만에 작업한 동방ss가 마냥 즐거운 것이 아니라 조금 죄송-
라고나 할까, 새벽에 번역을 끝내고 조금 오싹해져 주위를 두리번거렸던 스피카랍니다. (웃음) 저도 호러나 공포엔 서투른터라;; 아하하- 

그나저나, ...................저 뒤에 레이센, 어떻게 되었을까요? 음- ;;;;; 

작가 후기에 보면 본 ss의 시간은 화영총 직후, 레이센이 염마님께 설교를 듣고 온 뒤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래는 D·D님께서 번역하신 '화영총 레이센 스토리'에서 시키님과 레이센의 대화 부분만 발췌해왔습니다.
혹시나 화영총 엔딩을 보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살짝 참고하시라고- 'ㅅ' 

시키 : 당신은 커다란 죄를 지고 있어.
        동료들을 버려두고, 죽게 놔두고, 당신은 혼자서만 한가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요, 당신은 좀 너무 이기적이야.
레이센 : ......
시키 : 지금 이대로 과거의 죄를 청산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면......
        당신은 확실히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겠지.
        혹시 내가 재판을 담당하게 되더라도, 당신은 지옥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레이센 : 지옥이라구요!
            지금은 성실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요!
시키 : 지금 열심히 살아도, 과거의 죄와 맞서지 않겠다면 전혀 의미가 없는 일이예요.
        시간 만으로는 죄를 청산할 수 없어. 죄는 심판을 받고서야 비로소 청산할 수 있는 것이죠.
        그것을 위해, 내가 존재하는 것.
레이센 : 지옥에는 가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좀 안될까요.
시키 : 반성만으로는 안 돼요. 후회 따위는 논할 가치도 없는 것.
        죄를 범한다는 것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야. 죄는 심판 이외의 그 무엇으로도 청산할 수 없는 거라고요.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지옥에 가지 않을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우선 여기서 심판을 받도록! 달에 버려두고 온 동료들의 원한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