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번역/[ARIA x FATE] 그 상냥한 별에서…

그 상냥한 별에서… GUIDE:2

spica_1031 2011. 8. 22. 00:12

원문 출처 : 歯車屋敷
작가 : 草之敬 님
번역 : 스피카

1. 본 작품은 ARIA(AQUA)와 FATE 크로스 팬픽입니다.
2. 글쓴이는 일본의 草之敬님이시며, 작가분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3. 원작은 '歯車屋敷'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4. 번역본은 제 블로그에만 올립니다. 무단 전재 및 도작은 절대 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5. 본문중의 (하늘색)은 제가 단 주석입니다.
6. 오타 및 잘못된 번역의 지적은 감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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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냥한 별에서… GUIDE:2





「뭐…… ? 아이카가 감기에 걸렸다고?」

「네, 며칠 전부터. 그래서 시로 씨에게 조금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서 요 며칠 연습하는 데 얼굴을 내밀지 않았구나……. 좋아,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할게. 그래서 뭘 하면 돼?」


「아, 네. 실은────」



이것은 시로가 『정의의 사자』를 다시 목표로 삼기 시작한 며칠 뒤의 이야기.
그 날, 시로는 아이카가 3일 전부터 감기에 걸렸다는 것을 아카리에게서 듣고, 어떤 부탁을 받았다.
그런 날의, 어떤 마술사의, 사소한 에피소드.







# 에미야 시로


「푸딩?」

「네. 저기, 만들 수 있나요……? 생크림이 들어간 걸로.」

「응, 만들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병문안 선물인가?」

「그렇-습니다!」

지금은 이른 아침.
푸딩을 만든다고 해도 재료가 부족하다. 아직 가게도 열지 않았을 테고, 자, 어떻게 하지.
아카리에게 잠시 기다리라 하고, 냉장고 안을 확인해보면, 역시나 달걀과 우유 밖에 없다. 애당초 그라뉴당(granulated sugar)은 어찌 됐건 생크림 같은 건 보존하기 어렵다. 그러니까 필요할 때는 사오거나 하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나…….

「저, 저기……역시 안 되나요, 시로 씨?」

「아니, 하지만 낮까지 기다려 줄래? 장보러 가고, 푸딩을 만들고 하면 아침 동안엔 될 것 같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어딘가의 가게에서 사서, 먼저 문병하러 가지는 말아줘?」

「에~ 어째서인가요?」

「그거야 뭐, 나도 병문안 가고 싶으니까 말이다.」

「아, 그렇군요-」

납득하였는지, '응응' 끄덕이며, 기쁜 듯이 웃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 아리스 짱!」

「안녕, 아리스.」

아리스·캐롤. 월간 운디네에도 게재되었을 정도로 현재 신인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조타술은 프리마에도 가까우며, 장래가 기다려진다고 절찬되고 있다……지만.

「저기 저기, 아리스 짱. 오늘 점심부터 할 연습 말야. 중지하고 아이카 짱 병문안 하러 가자.」

「……별로 상관없어요. 아카리 선배가 가고 싶다면.」

「응!」

내가 말하는 것도 뭣하지만, 이렇게 붙임성이 없다.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작다. 조타는 톱 레벨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접객이나 관광 안내가 되면 역시 아직 서투르다.
천성은 착한 아이지만.

「그래서, 병문안 선물을 어떻게 하나요?」

「응. 시로 씨에게 부탁해서, 푸딩 만들어 주기로 했어!」

「…………에미야 씨가?」

「그렇다구~」

거짓말이라는 시선을 푹푹, 하고 느낀다. 아플 정도로 몸에 꽂힌다.
그러고 보면, 아리스는 꽤 예전에 알게 되었지만, 아테나와 달리 전혀 만나지 않았었다. 알토리아로부터 나에 관해서, 특히나 식사와 관련된 얘기를 듣고 있었던 것 같지만, 아무래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지금 알았다. 아니, 그렇다고 정색하거나 하지 않는다.

「뭐, 지금은 재료도 없고, 이른 아침이라 가게도 열지 않았을 테니까, 낮쯤에 완성되겠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너희들은 제대로 연습하고 와. 다치지 않도록 하고.」

「네-엣! 다녀오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러면…….
두 명이 연습하러 갔으니, 잽싸게 사러 나가자. 도착했을 쯤엔 개점하고 있을 테고.
필요한 것은 그다지 많지는 않다. 그라뉴당과 생크림, 바닐라 에센스. 있다고 해도 이 정도다. 각각 팔고 있는 가게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좋아, 갈까.

「……역시, 아침의 고요함은 좋구나.」

늘 언제나, 라는 건 아니지만 이 거리는 떠들썩하다. 특히 아카리 주변은 왁자지껄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그래서일까? 이렇게나 조용한 네오·베네치아의 거리를 걷고 있으면, 신선한 기분이 든다. 밤과는 또 다른, 날이 밝아 오는 고요한 거리. 이미 1년 가까이 지났는데, 싫증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점에 있을 지도 모른다.

「얏-호! 에미양. 유산균 먹고 있어~?('로젠메이든' 스이긴토 관련 네타)

「…………」

「어, 어째서 그렇게 싫은 듯한 표정을 짓는 거야~ 누나, 싫어해?」

「내 쪽이 연상이다.」

「게다가 독신이고 말이지!! 와하하하하핫!!」

「……너도 남 말할 처지가 아니겠지……」

시끄러운 녀석이 왔다. 아이나다.
늘 가는 야채 가게의 외동딸로 '간판 아가씨' 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시끄러운, 곤란한 아가씨다.

「그래서, 넌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음~ 산책.」

「땡땡인가.」

「아, 아냐!? 시장에 가는 게 귀찮아서 도망쳤다든가 아니라고?」

물건을 사들이는 건 중요하겠지만……. 뭐, 남의 일이니 별로 이러쿵저러쿵 말할 생각도 없지만.
그러고 보면 아주머니는 본 적 있지만, 아이나의 아버지를 본 적이 없는 걸. 물어봐도 괜찮은 걸까?

「……정말로, 산책이라구?」

「알았다, 알았어. 믿을게, 믿을게.」

「……응.」

「?」

뭘까? 오늘은 텐션의 고저가 너무 격렬한데.
어쩐지 차분하지 못하다……고 하는 것도 이상한가. 차분하지 못한 건 언제나 그렇고. 또 그것과는 다른……뭐라고 할까, 안절부절 못하다고나 할까.

「무슨 일 있는 거야? 요구르트라도 사러 나온 게 아니었나?」

「맞아- 맞아- 최근 조금 배 상태가 좋질 않아서 말이야. 알고 있어? 유산균은 그것만이 아니라, 혈압이라든가 내려 주는 것 같아.」

「그런가. 음, 그러고 보니 어딘가의 과학자가 불가리아가 어째서 장수하는 사람이 많은 건지, 연구하고 있었었나……」

「그래?」

「응. 누구였더라…………아, 그래, 그래. 일리야·메치니코프다.」

이름이 그대로였다는 것으로 기억하기 쉬웠다. 이 세계에서 보면 꽤나 옛날 사람이지만.
이야기는 그걸로 끝나버렸지만, 결국 아이나는 정말로 산책 중이었던 걸까?

「……아버지도 요구르트 먹어 뒀더라면 좋았을 텐데.」

「응?」

잘 들리지 않았지만, 부친이 어떻다든가 말하지 않았나?
아니, 물어보면 안 되겠지. 아마 그러한 걸 테니까.

「에미양, 곤돌라 타고 갈래? 장 보는 거 어울려 줄게.」

「……뭔가 꾸미고 있지 않나?」

「싫네요~ 그런 못된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녀석이구만.」

「칭찬으로 받아들일게.」

그대로 아이나의 곤돌라에 탔다. 배달 같은 때, 잘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나의 조타 기술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아카리나 아이카, 아니 자칫 잘못하면 아리스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 기술에 순수하게 놀라고, 그 후, 그녀의 말에 놀랐다.

「나 말야~ 학생 때는 운디네 지망했었어.」

「처음 듣는군.」

「당연하지. 동급생이랑 클럽 동료랑 가족 이외에 말한 적이 없는 걸.」

그런데도 많은 인원수가 될 것 같단 생각이 드는 건, 그녀의 이러한 인품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관해서, 그 뒤로 한마디도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기보다 그녀가 전혀 말해주지 않았다고 하는 게 실정이었지만…….
그런 것을 말하는 동안, 첫 번째 가게에 도착했다. 어느 샌가 시간이 지나고 있었는지, 가게는 열려 있었다.

「그럼, 사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네이네이~」

다녀와~ 하고 말하며, 휘적휘적 손을 흔들며 보내주었다.
바닐라 에센스와 그라뉴당을 사서 곤돌라로 돌아오면, 아이나는 또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없이 곤돌라를 타면 그녀는 알아차리지 못할 지도,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열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환절기라고 하면, 시기적으로도 딱 맞고. 만약 그렇다면 어울리게 한 것은 좋지 않다.

「다녀왔어.」

「응? ……아, 응. 어서와, 에미양. ……아하하.」

「뭐야?」

「뭔가 말이야~ 이런 인사는 신혼 같아서 좋지 않아?」

「바보 같은 말하지 마. 상대가 없다고 해도 너와는 절대로 하지 않아.」

「응. 나도~」

이힛힛, 하고 심술궂게 웃는다. 조롱당했을 뿐인가.
거기에 이런 걸 말하고 있을 여유가 있다면, 감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자, 이제 남은 한 쪽도 돌아보기로 하자. 목적지를 말하면, 아이나는 끄덕이고 곤돌라를 몰았다. 천천히 물가에서 멀어져, 아이나의 곤돌라는 목적지로 향한다.

「……」

「……」

무언, 이었다.
뒤돌아서 그녀의 얼굴을 보면, 역시나 어딘가 건성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신경은 쓰이지만, 역시 묻지 않는 편이 좋을 지도 모른다.

「한가하네-」

「그래? 난 이 뒤에 할 일이 있으니까 말이지……」

「가게 돕는 것도 귀찮은 걸.」

「저기 말이다……너 게으름 피우는 버릇, 어떻게든 하라고.」

그 말에는 반응하지 않고 흥-! 하고 모른 체하고 있다. 정말이지, 귀엽지 않은 녀석인데.
그런 느낌으로 나무라고 있을 때, 가게에 도착해 있었다.

「그럼, 다녀와. 아, 그렇지. 나, 이제 돌아가도 괜찮아?」

「응? 뭔가 볼 일이라도 있었나?」

그렇다고 한다면 미안한 짓을 해버렸군.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하면 다음에 답례품이라도 가져가는 편이 좋으려나. 그렇지 않아도 언제나 야채를 사고 있기도 하고, 언젠가는 답례라도 하지 않으면 말이지.

「음냐~ 아무것도 아냐. 집에 돌아가고 싶어졌을 뿐.」

「그래? 제대로 집안일 도우라고?」

「알고 있다니까!」

결국 아이나는 큰 소리로 고함치고, 규정 속도 이상의 스피드로 어딘가로 날아 가 버렸다.
정말, 오늘은 어떻게 된 거지……?

「……이상한 녀석이군.」

우선, 생크림을 사서 돌아가자.


정오가 되기 전, 겨우 회사로 돌아왔다. 그럼, 푸딩을 만들기로 하자.
우선 물을 데우기로 한다. 물을 넣은 냄비에 불을 켠다. 다른 냄비로 그라뉴당을 캐러멜로 만들어 가자. 냄비에 캐러멜을 넣고 센 불에 올려둔다. 휘저으면서 데우고, 냄비에 달라붙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갈색이 될 때까지 반복한다.
갈색이 될 쯤에는 물도 끓었고, 캐러멜 쪽의 불을 끈다. 재빠르게 뜨거운 물을 부어, 캐러멜 소스를 만든다. 내열 용기에 캐러멜이 얇게 깔릴 정도로 넣고, 냉장고에서 30분 정도 차게 한다.

그 동안 시간 보낼 겸 책을 읽는다. 20분 정도가 지난 뒤, 다음 작업으로 옮긴다.
달걀을 깨, 노른자와 흰자를 나눈다.
(bowl)에 그것을 인원수만큼 준비한 그라뉴당의 절반을 넣고, 하얗게 될 때까지 휘젓는다.
그것이 끝나면, 다음은 다른 냄비에 우유와 남은 그라뉴당을 넣고 불을 올린다. 그라뉴당을 녹여가며 끓기 직전까지 데워 간다. 끓어버리면 그라뉴당이 굳어져 캐러멜 맛의 핫 밀크가 되므로 그 점은 주의.
불을 끄고 나서, 미리 만들어 놨던 노른자 섞어두었던 것을 조금씩 더해 간다. 어느 정도 식으면 생크림과 바닐라 에센스도 넣어 섞는다.
제대로 다 섞였으면, 다 된 것을 그릇에 옮겨 담아, 차게 해 두었던 캐러멜이 들어간 그릇에 천천히 붓는다.
이것을 오븐의 천판에 늘어놓고, 거기에 뜨거운 물을 반 정도 붓는다. 130~140도의 열로 35~40분, 천천히 굽는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완성.
위에 생크림도 얹은 것이라 했었지. 그렇다면 휘프 크림도 만들어, 차게 해 두면 준비는 만전.
남은 건 구워지기를 기다릴 뿐이다.

다 구워졌다는 오븐의 알람 소리를 듣고, 푸딩을 올려두었던 천판을 꺼낸 뒤, 예쁘게 크림색이 된 푸딩에 대나무 꼬챙이를 가볍게 찔러 넣어본다. 여기서 아무 것도 달라붙지 않았다면 굽기 완성이다.

뒤는 아카리 네가 돌아올 때까지 냉장고에서 식혀 두기로 하자.


그리고 1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정확히 3시 전에 그녀들이 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어서와. 푸딩은 냉장고에 만들어 뒀어. 준비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두 사람은 기대를 담아 고개를 끄덕이고,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냉장고에서 꺼낸 푸딩은 잘 식어져 있었고, 남은 건 크림을 얻으면 완성이다.
크림색의 푸딩 본체가 감춰질 정도로 생크림을 한쪽 면에 바르고, 병문안용의 상자에 담으면 준비 끝.

「자, 여기.」

「와앗! 맛있을 것 같아─!」

「……굉장해.」

이것을 보면 아리스도 믿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어떠냐, 하고 잘난 척 할 일도 아니지만, 조금은 자랑스러웠다.

「그럼, 도중에 떨어뜨리지 않도록 해.」

「왕 감사합니다.」

「에~ 어째서 아리스 짱에게 건네주는 건가요~?」

그것은 '자, 자' 하고, 어물쩍 넘긴다.
배웅을 한 뒤, 냉장고에 남은 푸딩 6개 중, 2개는 오늘의 답례로 지금부터 아이나에게 가져가려고 생각한다. 남은 4개는 밤의 티타임 때에 나와 아리시아와 아카리와 아리아 사장이 먹을 몫이다.
아카리는 오늘 두 개나 먹을 수 있으려나……어떻게 할지 물어 보고 나서 내도록 하자.

「그럼, 가보도록 할까.」

냉장고에서 푸딩 2개를 꺼내어, 조금 전에 한 것처럼 크림을 바르고, 상자에 담았다. 아직 날은 밝지만 그늘을 통해서 가면 그렇게까지 미적지근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걸어서 가면 아이나의 친가, 즉 야채 가게는 비교적 근처에 있다.
10분도 걸리지 않아서 도착하고,  들어가지 않고 안을 들여다본다. 마침 손님은 없는 것 같고, 주인아주머니만이 계산대 앞에 앉아 있었다. 이쪽을 깨닫자마자 표정이 밝아지고, 들어오라며 손짓을 한다.

「실례합니다.」

「어서 와요. 오늘은 무슨 일?」

「아뇨. 오늘은 아이나에게 조금 신세를 져서 말입니다. 조금 전에 제가 만든 겁니다만, 답례라는 걸로 여기.」

「어머나! 그랬니?」

기쁜 듯이 상자를 받으며, 에미야 씨가 만든 거라면 확실하겠네, 라고 낯간지러운 말을 해 주셨다.
……아이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집안에 있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또 농땡이인 걸까?

「저, 아이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제대로 인사를 하지 않아서 말이죠.」

「그 녀석 말이니? 그러네. 성·미켈레 섬이라도 간 거 아니려나?」

「성……미켈레?」

「이런, 모르는 건가? 아, 에미야 씨는 이쪽에서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었지.」

「네. 곧 있으면 1년입니다.」

「우리 남편의 무덤이 있거든.」

「네?」

잘못 들었기를 바랄 정도로 그것은 갑작스럽게 들려왔다.
남편의 무덤. 즉, 성·미켈레 섬은 묘지이며, 거기에 무덤이 있다는 것은 주인아주머니의 남편, 아이나의 아버지는 고인.
……그런가, 그래서 아이나는.

「아니, 별로 오늘이 기일인 것도 아니야. 그 아이가 옛날부터 『뒷생일이 있는데, 뒷기일이 없다는 건 싫어』라고 말해서 말이지.
오늘이 그 뒷기일이라는 거지.」

「그렇습니까…… 」

「들어서 좋을 것도 없는 일을 말해버렸네……미안하네, 에미야 씨.」

「아뇨, 제가 물어본 거니까요.」

뒷기일이 없는 이유. 생각해보면 몇 가지 정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이 죽은 그런 날을 일 년에 두 번이나 경험하다니, 싫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아이나는 그것을 거절하고 뒷기일을 만들었다.
정말, 이상한 곳에서 성실한 녀석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가게 문의 종이 시원하게 울렸다. 아이나가 돌아온 것이다.

「어라, 에미양? 뭐 하고 있는 거야?」

「푸딩을 나누고 있는 중. 내가 만든 거.」

「오! 눈치가 빠르잖아.」

그럼 잽싸게~ 하며, 주인아주머니가 가지고 있는 상자에 손을 뻗었지만, 그 손은 아주머니에게 맞고 떨어졌다.
원망하듯이 어머니를 올려다보고 있자, 단도직입적으로 정론을 말하신다.

「손 씻고 오렴. 어차피 곤돌라로 갔다 왔겠지?」

「네에~이.」

마지못해 가게 안쪽에 들어가고,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소리가 들린다.
내 쪽으로 다시 향한 아주머니는 어색하게 웃음을 짓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한다.

「아무튼 말이지. 말하지 말고 내버려두렴. 저래도 제법 소심하니까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죽어 버린다. 좋고 싫고도 없이, 인간에게 평등하게 찾아오는 "죽음".
지금도 아직 마음에 걸리는 점은 많다. 불합리한 죽음. 틀리지 않았다고 한 그 날, 나는 앞만을 향할 것을 맹세했다.
'온 세상의' 같은 건 말하지 않는다. 적어도, 눈에 비치는, 자신이 닿을 수 있는 세계의 전부를 돕고 싶다. 그러니까 뒤를 돌아볼 틈 같은 건 없었다. 뒤를 돌아보면 그것은 즉, 앞을, "지금"에서 눈을 돌린다는 것. 지금 살아 있는 사람보다도 과거에 죽어 버린 사람을 생각할 틈 같은 건 없었다.

고로, 무엇을 도울지도 정해지지 않았고, 무엇을 구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저 한결같이,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걸어 온 길을 '틀렸었다'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그것이 어리다는 거다' 라고, 그 녀석은 말했었다.
그것은 위선. 그것은 자기만족. 그것은 자위.
그저 한결같이, 계속 자기주장을 하는 나를 향한, 최대의 야유.

「그렇지만, 약하지는 않을 겁니다.」

「아, 하하하하하하!! 그러네. 저 아이는 강하지. 분명히 터무니없을 정도로.」

호쾌하게 웃는 아주머니를 앞에 두고, 막 돌아온 아이나는 깜짝 놀라며 당황해 하고 있다.
그런데도 약삭빠르게 푸딩 상자에 손을 뻗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강한 것일 테지.

뭐라고 할까, 욕구가.

「고마워.」

당돌하게, 아이나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며 웃어 주었다.

「어째서?」

그 너무나 당돌한 「고마워」에, 오랜만에 말버릇이 나와 버렸다.
빙긋, 한 번 더 웃은 그녀는 평소의 아이나였다. 슬픔 따위 없는, 호기심 덩어리. 고양이 꼬리와 귀가 언제 나오는 걸까, 의문이 들 정도로 천진난만한 모습.

「으~음? 어째서일까?」

「나한테 묻지 마.」

「그치만 에미양 뭐든지 알고 있잖아.」

「나도 사람의 마음은 몰라. 그걸 알 수 있다면 이런 곳에 있지 않아.」

그래. 나는 내가 아니라, 다른 존재였을 것이다.
분명 좀 더, 일그러진 이상을 안은, 내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아처도, 에미야 시로(エミヤシロウ)도, 에미야 시로(衛宮士郎)도 아닌, 누군가가.
생각해도 부질없는 일이다. "나"는 지금 여기에 있으니까.

「그럼, 가보도록 하곘습니다.」

「그래. 다음에 또 공부 가르쳐 주렴.」

「감당할 수 없어요.」

「뭐야? 아무렇지도 않다고.」

아하하핫! 하고 호쾌하게 웃고 있는 표정과는 반대로 팔 쪽, 푸딩 상자 쪽에서는 치열한 쟁탈전이 전개되고 있다.
사이좋게 먹었으면 좋겠다.
하나 더 있었다면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건 지나치다고 생각을 고쳤다. 난 아이나의 무엇도 아니다. 나도 아이나를 어떻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애 감정, 이라는 점에서는.

올려다 본 하늘은 높고, 푸르고, 맑게 개여 있었다. 요즘 밤이 되는 것이 늦어지고 있고, 드디어 겨울도 끝이라 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이다.
자.
내가 이곳에 온 지 2년째. 거기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뭐라도 좋다.
지향하는 거다. 『정의의 사자』를.
계속 있는 거다. 『아리시아의 사자』로서.

이, 상냥한 별에서…….








GUIDE : 2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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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설명


■역자 후기
AQUA 2권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감기와 푸딩」편이었습니다.
병문안 선물인 푸딩은 역시나라고나 할까, 에미야 수제의 푸딩으로.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요리 설명은 너무너무 귀찮아요.....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