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번역/[ARIA x FATE] 그 상냥한 별에서…

그 상냥한 별에서… Navi : 21

spica_1031 2022. 1. 5. 23:40

원문 출처 : 歯車屋敷
작가 : 草之敬 님

번역 : 스피카

1. 본 작품은 ARIA(AQUA)와 FATE 크로스 팬픽입니다.
2. 글쓴이는 일본의 草之敬 님이시며, 작가분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3. 원작은 '歯車屋敷'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4. 번역본은 제 블로그에만 올립니다. 무단 전재 및 도작은 절대 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5. 본문중의 (하늘색)은 제가 단 주석입니다.
6. 오타 및 잘못된 번역의 지적은 감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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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냥한 별에서… Navi : 21





# 에미야 시로


아쿠아·알타였다.
평소의 거리를 걸어봐도 참방참방 물을 가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다리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상처도 없고, 아쿠아·알타라는 이유도 있었기에 반바지에 샌들로 나오고 있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어울리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결론짓고 성·마르코 광장에 나와 있을 노점으로 걸어간다.
오늘은 봇코로의 날이다.

「정말이지, 굳이 이 날에 아쿠아·알타가 오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

혼잣말을 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침 일찍부터 나왔기 때문에 아직 어둑어둑하다. 작은 새가 건물 틈새로 보이는 하늘을 가로질러 간다. 짹짹짹, 지저귀면 아침이 온 것을 주민에게 알리고 있었다.
몇 분 정도 걷노라면, 이미 익숙해진 광장이 시야 한 가득 펼쳐진다. 역시 너무 빨랐던 걸까, 보이는 것만으로도 몇 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중에서 노점을 내고 있는 청년을 발견했다. 진홍의 장미꽃을 바구니 한가득 담았고, 그 바구니도 수십 개나 되었다. 저 정도로 규모가 큰 축제라는 걸까. 개중에는 나 같은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실례합니다. 음, 8송이 주세요.」

말하고 나서 부끄러워졌다.
봇코로의 날은 애초에 사랑하는 여성에게 한 송이의 장미꽃을 주는 날이라는 것이 관례. 그런데 8송이. 굳이 말하자면 나는 사랑하는, 이 아니라 친한......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주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나의 생각 따위 알 리도 없고, 청년은 히죽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손님, 나쁜 남자네요.」

「부정은 하지 않아. 하지만 말이야.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미천한 이유는 아니라고.」

「자, 그렇다는 말은?」

「친한 여성 전원에게 주자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중에 진심(本命)은?」

「그러니까――――」

「미안해요 미안해. 하하, 그런 무서운 표정 짓지 말아 주세요. 최근엔 적어졌지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단 한 송이의 장미를 건네주고자 하는 사람은. 그중엔 가게의 장미를 단 한 사람만을 위해서 사재기하려 하는 성질 나쁜 녀석도 있지만요.」

확실히 그렇다. 성질이 나쁘다고 하면 그럴 것이다. 대량 구매를 해주는 것은 재고 처리를 해줘서 좋은 반면, 다른 사람에게 장미가 전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어린애 같은 발상을 가진 녀석이 어느 세상에나 있는 법이구나.

「아, 저는 이 가게 아들인 안토니오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에미야 시로다. 잘 부탁해, 안토니오.」

벌떡 일어나서 장미를 건네줄 때, 머리가 나보다도 약간 높은 위치에 있었다. 그는 190 근처려나.
머리칼은 엷은 갈색. 짧게 잘랐고, 몸은 신장과는 반대로 그다지 단련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호리호리한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트레이닝은 하고 있는 것 같다. 눈동자는 적갈색으로, 조금은 옛날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의 청년이었다.

「하- 그렇다고 해도 8송이인가요 손님. 전 그렇게나 아는 여성이 없네요.」

「그런가? 꽃집이라고 하면, 여성이 잘 오는 편이 아닌가?」

「그게 뭐, 오긴 해요? 오긴 하는데 말이죠. 고작해야 점원인데 손님에게 작업을 걸 순 없잖아요.」

「뭐, 아들인데도 그런가. 부모님께도 혼나는 건가?」

그야 물론, 이라며 야단스럽게 팔을 펼치며 그 무서움을 양껏 전해온다.
잠깐 담소를 나누고 있으면,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안토니오가 물어왔다.

「에미야 손님은 무슨 일을 하고 계시나요?」

「나 말인가? 뭐 운디네 회사에서 사무원, 이라고나 할까.」

「하하. 과연 과연. 그렇다면야 아는 여성이 많을 수밖에요...... 그래서, 그 회사는?」

「물어서 뭐하려고? 아무튼, ARIA 컴퍼니다만.」

「이럴 수가!」

또다시 팔을 크게 펼치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아무래도 바디랭귀지가 버릇인 듯하다.
ARIA 컴퍼니가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놀랄 정도의 일이던가?
일하고 있다고는 해도 기껏해야 사무원이다.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리시아 양의 팬이라고요.」

「그런가.」

「그렇다는 건 그중의 한 송이는 그녀 몫이라는 거네요?」

「뭐, 그렇게 되지.」

「크아-!! 부러워라ㅡㅡㅡㅡ앗! 말해보고 싶네요, 그 대사! '뭐, 그렇게 되지.'인가...... 하아.」

또 감정을 가볍게 팔로 표현하고 고개를 숙여버린다. 이 반응으로 보면 있는 걸까? 장미를 전해주고 싶은 여성이.
너무 깊게 파고드는 것도 어떨까 싶지만, 물어보기로 할까.

「전해주고 싶은 사람이라도 있는가?」

「아시겠나요? 그렇지만, 손님. 저도 그녀도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아는 사이도 아니라서요. 한심한 이야기지만 말도 못 걸어 봤어요. 그런데 갑자기 이런 날에 장미를 건네줘봐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 갑자기 "사랑합니다"라고 듣고, 도망가지 않을 녀석은 없다고요......」

「부정은 하지 않지만 말야. 뭔가 계기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네요. 아니 뭐, 제가 말을 걸어서 아는 사이라도 되었다면 아주 조금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하아, 하고 어깨가 처진다.
친근한 성격과는 다르게, 순정적인 녀석인 것 같다.
그러나 저러나 여러 가지로 길게 얘길 해버린 것 같다. 아직 어스레하다고 생각했던 하늘은 진작에 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둘러보면 사람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아져 있었다. 이대로 이야기를 해도 괜찮겠지만 그래서는 안토니오의 영업에 방해나 마찬가지. 슬슬 자리를 뜨기로 하자.

「이만 가보도록 하지. 꽤 즐거웠어.」

「예잇ㅡ 매번 감사합니다.」

생각한 이상으로 지쳤다.
서서 이야기하는 것만이라면 아무렇지도 않지만, 몇 번을 말했듯이 오늘은 아쿠아·알타다. 발목을 가볍게 넘어 무릎 아래까지 잠긴 수위 속에서 우뚝 서있는 건 꽤 지친다. 물결이 없다면 그 정도로 신경 쓰이진 않겠지만 바다와 이어져 있는 바로 앞이라 파도가 온다. 긴장을 풀고 있으면 알아차리기 어렵겠지만 신체가 물결에 흔들리는 것이다.

 

참방참방 물을 가르며 나아간 곳은 『낭만 비행사』.
알토리아가 일하고 있던 실프의 회사다. 물어보면 아직 알토리아의 사원증은 파기되지 않은 듯하다.
낭만 비행사의 간판이 걸린 건물 앞에 선다. 생각해보면 실제로 알토리아가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회사 사람들과도 처음 만나는 것이 된다. 뭐, 그녀가 의도해서 보여주지 않았던 것도 있었지만.

「실례합니다.」

「어서 오세요~ 낭만 비행사에 잘 오셨습니다! 오늘 오신 용건은ㅡㅡㅡㅡ어머, 혹시......에미야 시로 씨?」

「네? 아, 네. 그렇습니다만.」

어째서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걸까, 따위의 의문은 어리석겠지. 분명 알토리아가 얘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꺄ㅡ 역시! 라며 떠드는 접수처 아가씨가 안쪽을 향해 뭐라 외친다. 잘못 듣지 않았다면 사장님~이라고 한 것 같다. 그 알토리아가 '서툴다'라고 분명하게 말했던 인물이다.

「어, 무슨 일이냐?」

안쪽에서 나온 것은 다부진 몸매의 초로의 남성이었다. 백발이긴 하지만 아직 벗겨진 기색은 없다. 담배를 물고서 나를 수상쩍은 듯이 응시해왔다.

「자네, 에미야 시로우지?」

「네.」

「멋진 녀석이구만. 과연 알토리아가 눈독 들일만 하군.」

그런 말을 듣고 어떤 반응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솔직히 기뻐하면 놀림당할 것 같고, 그렇지 않다고 하며 겸허한 태도로 나가면 시비가 걸릴 것 같다. 과연, 그녀가 서툴다고 한 것도 알 것만 같다.
그런데, 하고 사장이 말을 꺼내었다.

「무슨 용건이려나, 에미야 시로우. 알토리아가 반한 남자다. 뭐든 들어줄 수 있는 건 들어주겠다네?」

장미꽃을 그대로 손에 들고 있지 않은 게 정답이었다. 만약 8송이의 장미를 봤다면, 저 사장이 어떻게 나올지 무서워서 상상도 하기 싫어진다. 이미 거의 부모 대리다.

「그럼, 이것을 그녀의 사원증과 함께 놔둬주시겠습니까?」

한 송이만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내밀면, 접수처 아가씨 및 사장은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일단 받은 장미를 노려보듯이 바라보고, 사장은 입을 열었다.

「어째서 본인에게 주지 않는 겐가, 자네.」

「줄 수 없어요, 그녀에게는. 이제.」

「............그런가. 음, 알겠네. 이 이상은 묻지 않으마.」

납득되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게 해 버렸다. 그런 얼굴을 해도 어쩔 수 없겠지. 구할 수 없었던 내 책임이니까.
사장은 그대로 안으로 되돌아갔고, 다시 나오지 않았다.
다만, 낭만 비행사를 나오기 직전, 접수처 아가씨가 중얼거렸다.

「......최저.」

「ㅡㅡㅡㅡ알고 있다.」

이제 이곳을 찾아올 일은 없겠지.
아니, 찾아올 수 없는가. 문득 올려다본 하늘은 파랗게 물들어 있다. 마치 그녀의 드레스처럼.
만약 접수처 아가씨조차 매도해주지 않았다면, 난 도저히 태연한 얼굴로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 이곳에서 나를 꾸짖어 준 것은 그만큼 알토리아를 사랑해 주고 있었다는 것이니까.

「후우. 정말 손해 보는 놈이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아니면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은 성장한 걸까, 그 녀석과 가까워져 버렸기 때문일까.
뭐라 말할 수 없는 사소한 죄악감을 남기고, 낭만 비행사를 떠났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아키라 씨! 제 장미를 받아주세요ㅡ옷!」
「아키라 양, 저의, 저의 장미야말로 당신에게 어울립니다ㅡㅡㅡㅡ!」
「꺄ㅡ앗! 내 장미를 받아주셨어!」

보시는 대로다.
아키라와 아이카에게 장미를 건네주기 위해 히메야에 와보면 이 소동. 사람 사람 사람의 물결. 수로와의 경계가 알기 어려운 오늘의 이 상황에서는 무척 위험한 상황이다. 한 걸음 실수하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빠져버리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런 일은 아키라 역시 원하지 않을 텐데.
그럼, 어떻게 할까.

「아, 에미야 씨. 안녕하세요.」

소란의 끄트머리에서 얼굴을 내민 것은 아이카였다.
일단 장미를 주기 전에 이 군중을 어떻게든 해야 할 것이다. 히메야의 외동딸인 그녀에게 부탁하면 어느 정도 이 소동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카, 의논할 게 있다만ㅡㅡㅡㅡ」

늦었다.
인파의 최후미, 아직 10살도 되지 않아 보이는 소녀가 수로로 떨어졌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무릎까지 오는 수위를 걸으면 꽤 체력을 뺴앗긴다. 그게 10살도 되지 않은 듯한 소녀의 경우라면 그 피로는 혼란과 동시에 한 번에 풀려버린다.

결과, 다리에 쥐가 나 익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달렸다. 수로 가까운 곳에서 울부짖고 있는데도 지나치게 시끄러워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잘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너무 많다......큭!

「제길!」

욕지거리를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망설임 없이 수로로 뛰어든다.
아이 한 명보다도 어른이 뛰어드는 소리 쪽이 크다. 이쯤에서 드디어 다른 사람들도 소녀의 존재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것과 거의 동시, 소녀의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위치까지 헤엄쳐 다다랐다.

「힘내라, 이제 괜찮아.」

「우, 콜록콜록. 흑. 우아아아앙!」

「괜찮아. 괜찮으니까.」

소녀의 반신이 수면보다 높아지게끔 껴안고, 통로로 헤엄쳐 왔다.
소녀를 먼저 땅에 올려주고, 달래주었다.

「에미야!」

군중을 밀어젖히며, 안쪽에서 아키라가 뛰어서 다가왔다.
소녀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미안해, 미안해......」

아키라는 오로지 그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어느덧 소녀는 울음을 멈추고, 굉장히 미안하다는 듯이 아키라를 올려다본다.

「아키라 씨, 있잖아요...... 줄려고 했던 장미꽃 말이에요...... 떨어뜨려버렸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미안해는 내가 해야 해요. 그러니까, 울지 마요.」

둘러보면 확실히. 수로의 저편에 장미꽃이 한송이 떠 있다.

「잠시만 기다려줄래. 내가 가져오지.」

「진짜?」

「응, 물론이다.」

수로의 벽을 걷어차며 헤엄치기 시작하다. 몇 초도 되지 않아 장미꽃을 치켜들고, 소녀에게 보이도록 흔든다.
그러자 꽃이 핀 것처럼 소녀는 웃어주었다. 곁에 있던 아키라도 뭔가 흐뭇하게 이쪽을 보고 있다.

「고마워, 아저씨!」

「하하. 아저씬가.」

「고맙다, 에미야. 옷, 말리고 가지?」

아저씨라고 불릴 나이가 돼버렸다고 감개에 젖어 있을 틈도 없이, 아키라는 그렇게 말해왔다.
그것보다도 일단, 이 군중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이 두세 번 일어난다면 정말 견딜 수 없다.

「그렇군...... 맞는 말이야. 크흠.」

아키라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아마 그녀의 팬일 터인 사람들을 향해 목소리 높여 선고한다.

「아ㅡ 여러분, 그러니까...... 마음은 굉장히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일이 일어나면 저 역시, 그리고 여러분 역시 싫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줄 서죠. 저는 누군가의 마음도 받지 않는 일은 하고 싶지 않고, 누군가가 마음을 전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싫습니다. 그러니 차례대로 줄 서서 기다려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그들은 불평 한 마디 하지 않는다.
아이카의 선도 아래, 깔끔하게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줄을 설 수밖에 없겠군. 이런이런, 어쩔 수 없지.

「자, 가자고.」

「? 가자니, 어딜?」

「아앙? 옷, 말리는 거 아녔나?」

「아, 그렇군. 아니 그래도 이렇게나 기다리고 있는데 그쪽을 우선 정리해줘.」

「바보 같은 소리 마라. 그렇게 했다간 네 녀석이 감기에 걸리겠지? 그런 뒷맛 나쁜 짓을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생각하지 않아. 고맙게 받아들이도록 할게.」

수로에서 올라오자, 소녀가 소매를 꾹꾹 잡아당겼다.
내려다보면, 무척 기쁜 듯한 얼굴로 '고마워'라며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잡고 간다. 어차피 이 아이도 젖어 있다. 옷 정도는 같이 말리는 게 좋겠지.

「너는 아키라를 좋아하는가?」

「응! 예쁘지, 멋있지, 게다가 굉장히 상냥한 걸!」

「그렇다는군. 어떠냐, 아키라?」

「어떠냐니 뭐가 말이야. 기, 기쁜 게 당연하잖앗!」

손님이었을 소녀의 일을 조금 정도는 기억하고 있는 건지, 정면에서 칭찬을 받자 쑥스러운 것 같다. 휙, 하고 다른 곳을 보며 쑥스러움을 감추는 모습은 언제 봐도 어린아이 같다.
소녀와 둘이서 쿡쿡 몰래 웃고 있자, 굉장한 형상으로 노려봤다.
하지만 그게 또 우스워서, 소녀 역시 무서워하지 않고 목소리 높여 웃고 있었다.

「에미야 씨ㅡ!」

「오, 아이카. 바깥은 이제 괜찮아?」

「네. 일단 정렬은 했어요. 그리고 이거. 중요한 거 아닌가요?」

장미꽃이었다. 정확히는 그것이 7송이 들어 있는 봉투지만.
뛰어들기 전에 던져버린 것 같다.
마침 잘 됐다. 새치기가 되겠지만 그 정도는 괜찮겠지. 늦거나 빠르거나의 차이다.
봉투에서 두 송이를 꺼내어, 각각 아키라와 아이카에게 건넨다.

「내 마음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와아! 이거, 받아도 되나요?」

「물론이지.」

꺄꺄, 하고 들뜬 아이카와는 대조적으로 아키라는 내가 건네준 장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어딘가 흠집이라도 나 버린 걸까?

「정말로, 받아도 되는 건가?」

「왜 그러지? 사양하고 있는 건가? 답지 않네.」

「뭣! 아, 아니야. 받을 수 있는 건 받아 두마. 고맙게 생각해라!」

「솔직하지 않네, 아키라는.」

「솔직하지 않은 걸, 아키라 씨는.」

「솔직하다는 말, 알고 계신가요? 아키라 씨.」

「으랴ㅡㅡㅡㅡ앗!!」

이렇게 히메야에서도 한바탕 소동이 있었지만 무사히 그녀들에게도 장미를 건네줄 수 있었다.
게다가 또 하나의 수확.

「나 말이야, 아미라고 해. 아저씨 이름은?」

「나 말인가. 나는 에미야 시로. 마법사란다.」

「와아! 굉장해! 잘 부탁해, 시로우 씨!」

키라사기 아미, 라고 하는 것 같다.
작은, 친구가 생겼다.

 

이곳도 저곳도 비슷비슷한 것 같다.
내 눈앞에는 히메야와 거의 다름없는 소란이 펼쳐지고 있었다.
반시간은 써서 말린 옷을 다시 적시는 일은 없었으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기우였다.
마른 박수가 광장에 울려 퍼지고, 정면 현관에서 한 명의 여성이 나온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이다. 어디였더라......

「여러분, 정렬해주세요. 이래서는 제대로 영업도 할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접수처를 마련해, 그쪽에서 장미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본인에게 직접 전해줄 수 없는 것은 저희로써도 굉장히 마음 아픕니다만 부디 언짢게 생각하지 마시고, 양해 바랍니다. 맞길 때, 누구에게 건네줄 장미인지 확인하도록 하겠으니 손님의 성함과 함께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번호표를 배부하겠습니다. 앞쪽분부터 차례대로, "차례"대로 가져가 주세요. 이것을 지키지 않으신다면 죄송하지만 뒤로 돌아 귀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아, 생각났다.
월간 운디네의 업계 릴레이 칼럼에 자주 나오는 사람이다. 분명히 인사부장인 아레사·커닝햄 여사다.
저 연령으로 이렇게까지 큰 오렌지 플래닛의 인사부장을 맡고 있는 재녀다. 칼럼에는 자사의 일뿐만 아니라 안내 업계 전체를 시야에 넣은 영업론이나 업계의 미래 등, 내가 봐도 꽤 유익한 이야기가 많다. 뭐, 꿈을 부수는 것이 일이라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 일부에서는 『마귀할멈(鬼婆)』이라 불리는 것 같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미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도 순순히 번호표를 받고, 차례를 기다렸다.
솜씨가 좋은 것인지 100번대 후반이었는데, 15분 정도 지나자 차례가 돌아왔다. 정해진 창구로 다가서자 대응 상태가 예의 아레사 여사였다.

「187번분이시네요. 성함과 건네줄 상대를 말씀해주세요.」

「에미야 시로입니다. 아테나·글로리와 아리스·캐롤에게 한 송이씩, 부탁합니다.」

「에미야, 시로...... 이렇게 맞습니까?」

「아, 네.」

「............에미야, 시로? 잠깐 기다리세요.」

이제 용건이 끝났기에 돌아가려는 순간, 아레사 여사가 불러 세웠다.
내가 뭔가 한 건가? 흠칫 뒤돌아보면, 마치 붉은 악마와 같은 웃음을 띈 여사가 명함을 꺼내, 이쪽으로 내밀고 있었다.
나, 명함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은데.

「인사 부장을 하고 있습니다. 아레사·커닝햄입니다.」

「네, 월간 운디네의 칼럼에서 자주 보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명함을 받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자 갑자기 터무니없는 것을 말해왔다.

「다음에 함께 식사라도 어떻습니까?」

「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이 사람은.
나를 알고 있는 듯하지만, 어떤 경위로 나에 대해 알게 됐는가. 그건 둘째 치더라도 지금은 이른바 권유라는 걸까.
아니면, 내 의심이지만 ARIA 컴퍼니를 구슬리기라도 하려는 걸까.
후자 쪽이 가능성으로서는 높다. 나 스스로 꽤 많은 곳에 「ARIA 컴퍼니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설마 이런 곳에서 걸려 버릴 줄이야. 하지만 여성의 초대를 거절하는 것도 마땅찮다.

「그건 무슨 의미로......?」

「......아테나로부터 자주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흥미가 생겼을 뿐입니다만?」

확실히, 라고 하면 아테나에게 실례고, 내가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아테나는 어딘가 이런 연애 이야기에 소원할 것 같다. 그런 그녀의 입에서 남자 이름이 나온 것이다. 흥미가 생기는 것도 당연한가.

「만약 형편이 된다면 명함에 쓰여 있는 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로 연락을.」

「......알겠습니다.」

결국 아테나와 아리스 본인은 만나지 못하고 끝났지만, 이곳에서도 수확을 얻을 수 있었, 던 걸까?
뭐,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는 틀리지 않은 것 같다만......

 

다음으로 찾은 곳은 아이나의 집이다.
물론 오늘 같은 날은 반드시 집에 틀어박혀 있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이웃의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여어.」

「아ㅡ 에미양. 무슨 일이야?」

내가 온 것을 눈치채고 다시 일어서면, 때마침 아이들이 대량의 물을 뿌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원래 흠뻑 젖어 있었지만 한층 더 흠뻑 젖어버렸다. 더 이상 목욕한 뒤의 상태라든가 그런 수준이 아니다.

「우에ㅡ 제길ㅡ 꼬맹이들 기억해두라고!」

「네가 어른이니까 적당히 해둬.」

「어른이 돼도, 놀고 싶은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 대성하는 거야.」

「너의 어디에 대성할 재능이 있는 거냐. 귀나 꼬리라도 자라나는 건가?」

우ㅡ 하고 아는 사람들 중, 누구보다도 아이 같은 모습으로 뾰로통해진다.
어째서일까, 이 녀석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그 호랑이 교사다.
저쪽은 고양이 같이 쉽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붙임성 있는 점이나 조금 독점욕이 있는 점은 정말로 똑같다.

「이거, 줄게.」

「어머나~ 에헤헤, 뭐야 뭐야 에미양. 드디어 내 매력을 깨달은 걸까냐?」

「그런 게 아니다. 신세 진 사람들에게 한 송이씩 나눠주고 있다.」

「아, 그래. 뭐 그런 거 아닐까 싶었지만 말이야. 좀 더 눈치 있게 두근거리게 해 줘도 좋지 않아?」

「내가 그렇게 요령 좋은 남자로 보이나?」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묘하게 지치는군.」

칭찬한 기억이 없는데 왠지 모르게 아이나는 기뻐하는 것 같았다.
뭐, 이런 날에 어떤 형태더라도 장미를 받은 것이 기쁜 걸지도 모른다. 밸런타인에 반 친구에게 받은 우정 초코와 같은 심리다. 비록 진심이 아니더라도 받은 것 자체가 기쁘다. 잇세이는 어느 쪽인가 하면 곤란해하고 있었던 것도 같지만 기분 탓일 테지. 그렇다고 치자.
아이나의 가슴께에 붉은 장미가 붙었다. 기쁜 듯이 웃은 순간, 뒤에서 대량의 물이 덮이듯이 아이나를 덮쳤다. 이웃의 아이들이다. 타이밍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녀는 그대로 격분하여, 그렇지 않아도 튀어 있는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아이들을 쫓아갔다. 저 녀석은 어느 세월에 어른이 되는 걸까......?

마지막으로 남은 두 송이는 아리시아와 아카리 몫이다. ARIA 컴퍼니로 돌아가는 길 도중, 그렇긴 해도, 하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 동안 많은 사람과 알게 되었다.
낭만 비행사의 면면, 안토니오에 아미. 그리고 아레사·커닝햄 여사.
봄은 만남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정말로 말 그대로 되어 버렸다. 나쁘지 않다.

「응?」

어느 거리의 모퉁이를 돌자, 아카리와 아카츠키의 모습이 보였다.
마주 보고 뭔가 토론하고 있는 것 같지만...... 뭐야, 저 장미의 수는. 설마 아카리가 받은 건 아니겠지.
그럼 아카츠키가 매점한 장미인가? 설마 근처에 성질 나쁜 손님이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두 사람, 뭐 하는 거야?」

「아, 시로 씨.」

「아, 안녕하심까.」

뭐, 장미에 관해선 굳이 파고들지 말자.
일단 둘이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가 신경 쓰인다. 아카츠키에 한해서 밀회 같은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카츠키 씨가 아리시아 씨에게, 장미를」

「오호, 잘도 이만큼이나 살 수 있었네.」

「저의 사랑은 장미 한 송이론 표현할 수 없슴다!」

이유는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으로, 라는 건 어떨까 싶다.
그건 그렇다 치고, 즉 두 사람은 건네주기 위한 예행연습 중이었다고 한다.

「그 말대로임다.」

「그건 방해해서 미안한데. 아카리, 이거 받아줘.」

「와아!!」

봉투에서 한 송이의 장미를 꺼내어 아카리에게 건네준다.
마치 보물을 보듯이 바라본 뒤에, 가슴에 달았다.

「에헤헤, 어울리나요?」

「응. 어울리고 말고.」

「만지작 소녀여, 멀었구나!」

「에ㅡ엣?」

그런 시시한 이야기를 하고 있노라면,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다들 무슨 일 있나요?」

아리사아였다.
보면 곤돌라에는 바구니 가득 장미가 들어 있었다. 그것도 그 바구니가 하나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어째선지 가슴에는 하나도 달고 있지 않은 것에 의문을 가졌다.
그런 것은 상관없이 아카츠키는 눈에 보일 정도로 긴장하고, 아카리가 속닥속닥 귓속말을 하자 상당히 말을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아아아아리시아 씨! 이이이거 저저저저의 마으마으마으ㅡㅡㅡㅡ」

「어머어머, 아카리 짱. 아카츠키 군에게 잔뜩 받았구나.」

아카리의 뒤에 있는 소형의 사장용 곤돌라 위에 있는 장미가 들어 있는 바구니를 가리키며 말한다.
미안하군, 아카츠키. 아무리 나라도 이렇게 단언해 버리면 도와줄 수 없다.

「호헤?」

「ㅡㅡㅡㅡㅡㅡㅡ~~......」

아카리는 사고 정지. 아카츠키는 소리가 되지 않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뭐야 이 상황...... 뭐, 됐나. 나는 나대로 아리시아에게 한 송이를 건네준다.

「아리시아, 받아줘.」

「어, 어머어머...... 그러니까, 저기?」

「평상시 계속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 오늘은 그저 답례다. 그렇게나 장미를 받고 있어서야 새삼스럽지만 말이다.」

무심코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묘하게 부끄럽다.
내가 내민 손 안의 장미를 살며시 받아 들고, 아리시아는 무너지듯 미소 지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젖은 건 기분 탓일까?
아리시아는 한 번 그것을 소중하게 껴안고, 살며시 왼쪽 가슴에 달았다.
저렇게나 선물 받고 있는 가운데, 내 장미를, 말이다. 게다가ㅡㅡㅡㅡ

「여긴, 시로 씨 용으로 남겨놓고 있었어요?」

라고 말했다.
참을 수가 없었다. 뭐지, 뭐야 이거. 공개 처형인가?
부끄러움으로 죽을 것 같아진 건 언제 이래였던가.

「아, 응. 그런가...... 그게, 고마워?」

「우후후. 천만에요.」

아마 서로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생각한다고 한 것은 너무 부끄러워서 서로 얼굴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서로 새빨갛다. 사과라든가 토마토라든가 좋은 승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보다 아리시아는 이런 말을 하는 아가씨였던가?

「아, 저. 그, 그럼, 저는 이만.」

「아, 응. 나도 저녁장을 보고 나면 곧장 돌아갈 거니까.」

「네, 차를 끓이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날, 나는 무엇을 생각한 걸까.
팥밥(赤飯(せきはん):경사스런 날에 지어먹던 일본의 팥밥)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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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

「아, 아리시아 씨! 부끄러운 대서 금지예욧ㅡㅡㅡㅡ!?

그들이 떠난 뒤, 아카리의 외침이 공허하게 메아리쳤다던가 안았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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