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번역/[ARIA x FATE] 그 상냥한 별에서…

그 상냥한 별에서… Navi : 19

spica_1031 2011. 6. 9. 17:00
원문 출처 : 歯車屋敷
작가 : 草之敬 님
번역 : 스피카


1. 본 작품은 ARIA(AQUA)와 FATE 크로스 팬픽입니다.
2. 글쓴이는 일본의 草之敬님이시며, 작가분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3. 원작은 '歯車屋敷'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4. 번역본은 제 블로그에만 올립니다. 무단 전재 및 도작은 절대 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5. 본문중의 (하늘색)은 제가 단 주석입니다.
6. 오타 및 잘못된 번역의 지적은 감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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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냥한 별에서… Navi : 19





# ? ? ?


무엇이 올바르고, 무엇이 틀렸다든가.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이라든가.

이 두 가지의 차이는 대체 무엇일까?
예를 들면, 그대로의 의미로서 문자의 차이라는 것.
그런 점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한다.

「거짓인가, 사실인가……그 점에 한해서는, 인간의 생각이 아닐까요.」

정말로 붉은 세계에서 붉은 외투를 펄럭이며 나타난 그 사람.
나를 껴안은 팔, 나를 보는 눈동자.
나를 들어 올린, 그 신체.

나를 도우려고 하는, 그의 『생각』.

「그도 그럴게, 올바른지 틀렸는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까요.」

그저, 한마디.
그는 나를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사실이나 거짓……이라고 하면, 그것은 '말'이겠지요?」

그 말에는 분명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메워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나에게는 너무 무거운 말이었기에.

「말이라는 건 분명 '생각의 덩어리'라고 생각해요.」

나는 절대로 그 사람처럼은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말의 의미를 몰랐던 그 무렵조차도.
지금은 더더욱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라고 해서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말로 밖에 거짓과 사실은 말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전장을 전문으로 하는 카메라맨을 하고 있다.
이른바, 저널리스트라고 하는 직종이다.
천하다고 몇 번이나 들었던 적이 있다.
냉혈하다고 싫증나게 들었다.
어째서 이런 일을 선택했는지, 타인은 모를 것이다.

나는 『정의의 사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도 그럴게 무엇이 정의인지 모른다.

알고 계시나요?
어느 단 한 장의 사진이 사람 하나를 몰아넣어, 죽음에 몸을 던진 것을.
그는 온 세상을 적으로 하면서까지 완수한 적이 있었다.

『이곳에는 이런 경우의 아이가 몇 명이나 있다.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건가!?』

이렇게 말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혹시 그는 아무 말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럼, 어째서 올바르다든가 틀렸다든가, 그런 문자열이 있는 걸까요. 분명 이렇다고 생각합니다.」

잊지도 못할, 어렸을 적의 일.
아직 15살이었던 나를 비행기 추락 사고의 현장에서 구해주었던 사람이 있다.
그 비행기는 시가지에 돌진해, 몇 사람이나 죽였다. 나의 부모님, 오빠, 여동생.
통로 너머에 앉아 있던 사람은 허리에서부터 위쪽이 없어져 있었다.

운이 좋았던 것이리라. 그 사고로 내가 입은 상처는 양다리의 골절과 오른쪽 팔꿈치 밑을 빼앗겼을 뿐.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부러진 기체에서, 얼마 되지 않는 공간을 버팀목으로 나는 정말로 너덜하게 생환했다.
그렇게 만든, 그 사람에게.

『—————————이제 괜찮으니까.』

「그건 분명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어보면, 구출 대원 중에는 그런 사람은 없다고 했다.
애초에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 곳에 사람을 넣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진절머리가 났다. 감사의 말을 할 수 없었다.
멋대로 돕고, 멋대로 사라졌다. 남겨진 나는 입원 생활에 꼬박 1년을 들였다.
재활훈련은 정말 싫었었고, 잘 쓰는 쪽이었던 오른손도 없었다. 비오는 날은 꾹꾹 쑤셔 온다.

「올바른지 틀렸는지는 그 사람의 "마음"이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말로 하면 "생각"이 되어 버린다. 생각을 파악하는 방법은 사람 나름이지만, 마음을 파악하는 것은 그 사람밖에 모르겠지요?」

처음은 그 사람을 원망하고 있었다.
어째서 나만을 도왔는가? 어째서 이런 괴로운 생각을 해야만 하는 건지? 어째서, 어째서.
그렇지만 언제였을까. 한 명의 남성이 나타났다.
그 사람도 만났다고 한다. 그 붉은 외투를 걸쳐 입은 인물을.

그 사람은 웃으며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감사하고 있어. 너와 다르게 말이지. 너만큼 중증이 아니었으니까 그럴지도 몰라. 그렇지만 말야, 감사하고 있어. 이건……사실이니까. 그도 그럴게, 나는 살아 있어. 아직도 인생을 살아갈 수 있어. 멋진 세계가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까 나는 될 거야. 그와 같은 인물이 아니라, 좀 더 다른 형태로, 다른 방법으로 말이지.』

「그래서 저는 이 직업을 하게 된 것을 올바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저의 "사실"입니다.」

『그렇지. 보고 있어주지 않을래? 내가 얼마나 커질 수 있을지. 믿으라고, 날. 바뀔 거야. 이 나라도, 세계도. 우리에게는 그것이 가능해!!』

호언장담, 이라는 말이 일본에는 있는 것 같다.
이만큼 잘 어울리는 말도 없을 것이다. 그래, 그 때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저는 바뀔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가능했습니다. 행복합니다. 무척이나.」

나는 그를 미워하고 있었다.
퇴원하고 반년은 『나만이 살아남았다』는 죄악감에 짓눌려질 것 같아, 약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져 주지 않는다.
지우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 것은 언제였을까. 그건 정말로 사소한 사건. 전쟁이다.
지금에서는 사소한 일이 아니게 되었지만, 텔레비전 너머의 VTR이라면 당연히 그것은 사소한 일이다.

『아아, 이런 짓을 해도 살아있는 사람이 있구나.』

뚝 끊어졌다.
얼마나 하찮은가, 하고 생각했다. 그뿐이었다.
죄악감은 등을 밀어주었고, 그러고 나서는 빨랐다.

일을 해서 카메라를 샀고, 공부했다.
책도 읽었다. 프로 카메라맨에게 사사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에 도달한다.
그 사고로부터 8년이 지나려 하고 있다.

「그러니까, 만약 이것을 보고 있다면, 그에게 보여 주고 싶은 한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재킷 뒷주머니에서 그 사진을 꺼낸다.
내가 찍었다고 하기엔 조금 걸리지만, 어쨌든 내 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불평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제 남편과 아들입니다. 그리고 저.」

나는 렌즈를 향해 미소 짓는다.

「저는 건강합니다. 무척 행복합니다. 때문에 당신에게 이렇게 말해두고 싶습니다.」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절 구해 주셔서.」


*  *  *  *  *


# 토오사카 린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쓴웃음을 짓는다.
이곳은 미국·보스턴. 잠깐의 출장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런 사고도 있었구나, 하고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

그 녀석이 없어지고 나서 벌써 2년이 지나려 하고 있다.
성배 전쟁으로부터 12년.
거꾸로 세면, 그 녀석은 시계탑을 뛰쳐나가고 나서 2년 동안 벌써 그런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 된다.

「정말, 바보네~」

「? 뭔가 말했나요……?」

「아니. 뭐, 잠깐 이 프로그램에서 재미있는 걸 말하는구나~하고 생각해서 말야.」

「…………그 사고 말이로군요.」

그래, 하고 끄덕여 둔다.
루비아는 이 흐름만으로는 모르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부쩍 소문을 듣지 않게 되었어요.」

「뭐가?」

「셰로 말이에요.」

「아아. 응, 응. 그러네~ 저언혀~ 듣지 못했네~」

「뭔가요? 그 의미심장한 말투는. 말하세요. 모조리 숨김없이 자백하세요!」

「시끄럽네~ 별로 상관없잖아. 시로는 딱히 네 연인도 아니고 말야?」

「으갸악—!! 당신이라고 하는 사람은, 그런 말투를 쓰면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고요!! 이 상황에 셰로와의 관계는 관계없다고요!!」

「어느 쪽이야.」

머리를 움켜쥔다.
우리만큼은 전혀 성장한 기색이 없다.
특히 이런 성격적인 부분은.

「흐흥? 뭐, 당신은 그 궁상맞은 가슴도 성장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뭣! 남의 마음을 멋대로 읽지 마!! 흐, 흥! 나일 먹어도 처지는 것보다 만 배는 낫다고. 이 젖소!!」

「뭐라고욧─!! 잘도 말하는군요. 미스·토오사카!!」

「몇 번이라도 말해 주겠어. 홀스타인!!」
(ホルスタイン:Holstein. 네덜란드 원산인 젖소의 한 품종. '젖소의 왕'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유우종(乳牛種).)

「다·앙·시·인·으으으~은!!」

그런데, 시로.
난 이런 식으로 변함없이 매일을 보내고 있는데……당신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
제대로, 행복을……찾고 있는 거야?


*  ~  *  ~  *  ~  *


# 에미야 시로


하늘은 끝없이 푸르렀다.
구름은 녹아버릴 듯 떠 있었고, 바람은 빗질을 하듯 흐른다.

이미 겨울의 기색은 멀어져, 닿은 바람의 향기는 달콤하다.
해수는 아직 차가움이 남아 있지만, 수면의 위는 틀림없이 봄이 왔다.

「봄~이~예~요~」

「하하, 그러네. 봄이구나.」

「어머어머, 우후후.」

아카리가 젓는 곤돌라는 만났을 무렵보다도 "거꾸로 젓기"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직 고르지 못한 점이 눈에 띄어, 안정감이나 안심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있다. 언젠가의 보가·론가 때, 아리시아의 올을 사용하여 경험 빙의를 했었기 때문일까. 나에게도 전문적인 것 이외, 섬세한 올이 젓는 각도나 힘의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뭐, 어느 정도 나도 저을 수 있도록 연습한 것도 있지만.
확실하게 말하면, 내 실력은 아카리 이하, 그 정도가 아니라 아마도 페어 이하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시로 씨도 정말, 이렇게 도시락을 만들어 버리고……무슨 일 있었나요?」

「아니, 아무 일도 없는데. 그저 조금 기분이 좋아서 신나게 만들고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려서 말이지.」

시로 씨답네요, 라고 아리시아는 웃어 주었다.
그녀의 품에는 이미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리아 사장이 있다.
털이 바람에 흔들려, 살포시 웃으며 그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피크닉 가기엔 절호의 날씨네요─」

「우후후, 그러네.」

배가 끼익, 하고 소리를 낸다.
한층 더 크게 물결에 흔들린다.

「에헤헤~ 탐험대 같아서 두근두근해요.」

「어머어머. 그럼 대장 님. 저기 해안에 상륙하도록 할까요?」

「아이아이 써(aye, aye, sir)─!」

아카리는 경례하고, 아리시아는 언제나처럼 미소를 지어 답한다.
어째서 일까, 오늘은 그런 두 명을 보고 있으면 매우 기쁘다고 생각한다.

잠시 뒤, 아카리의 곤돌라는 네오·베네치아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외딴섬에 착안(着岸)하였다.
아리시아가 말하길, 소중한 장소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외딴섬은 외형만으로 말하면,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다. 푸르디푸른 숲이 눈에 띄고, 울퉁불퉁 암벽이 바로 앞에 보인다. 여기까지 들어보면 그렇게 나쁜 것 같지 않지만, 실제로는 조잡하게 비친다.

「영차! 영차!」

나는 뒤에서 모두가 안전하게 끝까지 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아리시아가 익숙해진 발걸음으로 가볍게 오르고, 아카리의 손을 잡아 끌어올린다.
그 옆을 아리아 사장이 꼬리, 즉 엉덩이를 흔들며 필사적으로 기어오르고 있다.

「음, 그럼 갈까?」

「그렇네요. 갈까요?」

「와~힛! 추울─발!!」

「뿌이뉴─웃!!」

마지막에 내가 올라오고, 피크닉, 아카리 풍으로 말하면 탐험을 재개했다.
걷기를 몇 초, 지면이 바위에서 부엽토로 바뀐다. 그 부엽토도 어느새 나무뿌리가 드러나 있는 곳으로 바뀌어, 단단한 느낌의 발걸음이 계속된다.
작은 새가 지저귀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내리 쏟아지는, 바람이 지나가는 숲은 확실히 아름답다고 할 수 있었다. 그 이상 찬미의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 후회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숲이네요~」

「우후후.」

아리시아가 선도하여, 계속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러던 중, 숲이 열리는 감각.

「도착했어요. 아카리 짱, 시로 씨.」

「이건……」

「우와아───」

거기엔 작은 건물이 줄지어 있었다.
이미 낡아빠져, 썩어 가고 있는 그 건물은 어딘가 향수를 자아낸다.

「이 건물……뭔가요?」

「우후후. 아쿠아 이주 당시에 사용되고 있던 간이 철도역이야. 거의 50년 전에 선이 끊겨서, 지금은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폐허지만 말야.」

「어째서 이곳을 발견했는지는 묻지 않도록 하지.」

「어머어머, 우후후.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해요.」

그 웃는 얼굴이 어째서일까, 평소보다도 밝게 보였다. 이 장소가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 오랜만에 3인과 1마리가 함께 외출해서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응.
즐기고 있다면,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그 폐허가 된 역을 따라서 잠시 걸으면, 원래는 열차의 차고였을 터인 건물의 철근 뼈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옛날 개척단 사람들은 이 철도를 사용해서, 마을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목재나 암석을 나르곤 했었데.」

「와아─────」

변함없이 박식하다. 그저 일 때문이라고 해도, 아리시아를 보고 있으면 그렇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단지, 순수하게 이 별의 성장 과정을 보고, 알고 싶다고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가 아리시아 씨가 말하고 있던, 소중한 장소인가요?」

「아니. 여긴 입구……출발점이야.」

그렇게 말하고, 선로를 덧그리듯이 손가락을 뻗어, 그 선로의 저 앞을 가리킨다.
쭉 이어지는 선로. 끝이 보이지 않고, 마치……마치, 뭘까.

「그럼, 봄을 찾는 탐험, 출발 앞으로────!」

멀리 파도 소리가 울려 퍼지고,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네헷!」


*  *  *  *  *


# 아리시아·플로렌스


데리고 와서 다행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한 전부의 감상.
시로 씨는 가끔 밖에 보여 주지 않던 소년과 같은 미소를 오늘 이미 셀 수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어째서일까? 같은 멋없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때,

「랄랄랄라, 랄라라랄라♪ 랄라랄라랄라라, 랄라랄라랄라~라!」

아카리 짱은 어느 샌가 주운 나뭇가지를 지휘봉 대신으로 삼아 우리를 선도하고 있다.
시로 씨는 우리 전원을 시야에 넣듯이, 뒤에서 멀어지지 않게 따라 오고 있다.
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걷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 아카리 짱의 밝은 노래라고도, 리듬이라고도 할 수 있는 『흥얼거림』이 계속 되었다.
그것을 들으면서 걷기를 잠시. 선로가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었다.

「어머어머, 갈림길이네. ……으~음, 곤란한 걸. 어느 쪽이었더라?」

「기억 안 나세요?」

「응. 미안해.」

「흠. 앞은 보일 것 같지 않은데.」

조금 면목 없다.

「꽤 오래 전에 딱 한 번 다른 사람에게 이끌려 왔을 뿐이라서요.」

변명이지만, 이 정도 말하지 않으면 내가 진정되지 않는다.
정말이지, 부끄러워라…….

그 때, 갑자기 아카리 짱이 자세를 바로 잡고, 이쪽을 다시 향한다.
씨-익, 하고 자랑스럽게 웃고 있다. 무언가 좋은 방법이 있는 걸까.

「이~럴 때는 이렇게~ 예요. 아리시아 씨, 시로 씨!」

살며시 선로 위에 지휘봉으로 삼고 있던 나뭇가지를 세우고 손바닥으로 지탱하고 있다.
아아, 과연. 우후후.

봉을 놓자,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넘어 진다.
마른 소리가 울리고, 나아갈 방향이 정해진다.

「분명 이쪽이에요. 아리시아 씨, 시로 씨!」

「어머어머.」

「적당하구나, 아카리는.」

「에헤헤. 렛츠라 고─!」

우리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카리 대장을 따라간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불어, 움직여서 따뜻해진 신체에 그 바람을 가능한 한 옷에 넣듯이 몸을 움직인다.
발돋움을 해서, 움직이지 않고 있던 상반신을 늘려, 조금 높이 무릎을 들고 스트레칭을 한다.

「아, 음. 아리시아, 그건, 좀……」

「네? 왜 그러시나요, 시로 씨?」

어딘가 말하기 어려운 듯이 머뭇거리고, 말할지 말지 망설인 끝에 가볍게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거기서, 한마디.

「조금, 곤란하다.」

「앗……!」

가리킨 것은 제복의 슬릿 부분.
앞을 걷는 아카리 짱은 이쪽의 대화를 눈치 채지 못하고, 마이 페이스로 쭉쭉 나아간다.
아리아 사장님도 깨닫지 못한 것 같았다.

「어, 어머어머. 저도 참. 그러니까, 저기, 죄, 죄송해요.」

「아니, 사과하면 더 곤란한데…… 아아, 정말! 미안! 이걸로 무승부다?」

「어머어머.」

그런, 사소한 사건이 오늘은 왠지 무척 기뻐서, 부끄럽지만 자연스럽게 미소 짓게 되는 자신이 있었다.
아카리 짱에게는 미안하지만, 재확인.
나는 역시, 응.
시로 씨가, 시로 씨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  *  *  *  *


# 에미야 시로


태양이 바로 위에 왔을 때, 선로에 걸터앉아 먹은 도시락은 스스로가 봐도 꽤 맛있었다.
모두 만족해줬던 것 같고, 내게 있어서도 함께 온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었다.

자, 그건 그렇다 치고.
계속 걸어가며 휴식도 하는 둥 마는 둥.
지금,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지만, 하늘이 파랑에서 암적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즉, 저녁. 이제 곧 해가 진다.

「죄송해요. 시로 씨, 아카리 짱. 내가 확실하게 기억하지 못한 탓에.」

「아녜요. 제가 적당히 길을 선택하는 바람에……」

문득, 그렇게 중얼거린다.
까마귀가 위를 날아가며, 울음소리를 두고 간다.
하얗게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어느 샌가 얇은 붉은 커튼 같은 빛으로 변해있었다.

「슬슬 해가 질 거야. 돌아갈까? 아카리 짱.」

면목 없다는 듯이, 서운하다는 듯이 아리시아가 중얼거린다.
아카리에게 업혀있는 아리아 사장을 가볍게 쓰다듬자, 아카리는 쓰다듬기 쉽게 멈춰 선다.
봄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초봄. 밤이 되면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은 가차 없이 체온을 빼앗아 갈 것이다.
유감이지만 아리시아가 말하는 대로 이제 돌아가는 것이 좋다.

「저 나무.」

갑자기, 아카리가 언덕 위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를 가리킨다.
꽤나 멋진 침엽수다.

「저 나무까지만 가 봐요. 아리시아 씨, 시로 씨!」

「…………」

「…………」

나와 아리시아는 얼굴을 맞대고, 서로 끄덕이곤 웃는다.
모처럼이다. 저 언덕 정도는 끝까지 올라줘야 하지 않을까!

「간다. 늦지 말라고? 아카리!」

「갈까? 아카리 짱!」

「앗, 잠깐 기다려 주세욧─!」

언덕 경사면은 생각했던 이상으로 급했다.
선로의 판을 발판으로 삼아 한걸음, 한걸음 위로 올라간다.
어느덧 숨이 차 있었다. 보통, 이 정도로 숨이 차지는 않는다. 아마도 기대하고 있어서 일 것이다. 이 언덕을 끝까지 올라, 나무 옆에 서서 보는 경치가 여기까지 와서 다행이었다고 생각될, 좋은 경치이기를.

「!」

끝까지 올라왔다.
단번에 열리는 시야와 언덕 위를 기어가듯 달리는 바람.
배경은 장대한 저녁놀. 몇 개의 전봇대가 난잡하게 서 있고, 선로 위에는 낡아서 바래진 열차의 잔해.
그리고 암적색으로 타오르는 벚꽃.
마치 그림 같다는 표현을 세상 사람은 말하는 것일까? 나 역시 그 말 정도 밖에 할 수 없었다.
들판과 저녁놀의 콘트라스트(contrast)가 뚜렷하고, 마치 거대한 산호처럼 벚꽃이 빛나며 흔들리고 있다.

이것은 자연이 만들어낸 이 별의 예술.
단순한 잔해라고 말해져도, 그렇지 않다고 반론 할 수 있을 정도의 산뜻함이 이 경치에는 머물고 있었다.
분명히 말하면, 곤란하다.
이런 경치를 보고 나서 돌아가다니, 터무니없다.

「와앗, 와앗, 우와아──────! 벚나무다──────앗!」

우리들은 일제히 달리기 시작한다.
방방 뛰듯이 선두를 달리는 아카리는 정말로 기쁜 것 같았고, 아리시아 역시 기쁜 듯 했지만, 어딘가 그 벡터가 다른 것 같았다.
차량 근처까지 달리고, 걸어서 좀 더 다가간다.

「이건……」

「굉장히 낡은 차량이네.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여기에 버려져 있었던 것 같아.」

차량 주위를 빙글빙글 둘러보고, 뒤쪽에 있는 연락 통로의 흔적을 통해 안을 들여다본다.
뒤에서 아리시아와 아카리가 따라왔다.

「여기가 아리시아 씨가 말하고 있었던 소중한 장소인가요?」

「아니, 하지만 굉장히 멋진 곳이네.」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고, 차례대로 차량 안으로 들어왔다.
아카리는 나를 앞질러 그대로 안쪽으로 쭉쭉 걸어간다. 아리시아가 옆에 나란히 서고, 갑자기 소매를 끌어당겼다.
무슨 일일까, 하고 물어보기 전에 아리시아는 아카리를 불렀다.

「아카리 짱, 아카리 짱.」

시선 끝을 바라보라는 듯 재촉 받아, 아카리와 함께 위를 올려다보고는 놀랐다.
열차 천장이 도려내진 것처럼 커다랗게 열려 있고, 흡사 천개(天蓋)처럼 벚나무가 얼굴을 내보이고 있었다.

「우와와────! 천장이 뚫려 있어!」

「우후후. 덕분에 여기만 꽃잎 양탄자네.」

「아핫!」

「늇!」

사장은 마루에 깔린 꽃잎 양탄자를 흩날리게 하면서, 여러 장의 꽃잎을 씹고 있었다.
뭐랄까, 질리지 않는다고나 할까?
당분간 얼굴을 들고 넋을 잃고 바라바고 있으면, 역시나 목이 아파졌다.
스스로의 손으로 가볍게 마사지 하자 조금은 나아진다.

「…………꽃놀이, 인가. 오랜만이구나.」

아리시아는 그 중얼거림에 미소로 답해 주었다.


*  *  *  *  *


# 아리시아·플로렌스


계속 서서 바라보기를 몇 분.
나와 아카리 짱은 벚꽃잎이 깔려 있는 좌석에 앉는다.
손으로 꽃잎을 만져 보면, 촉촉한 꽃잎의 독특한 감촉이 기분 좋다.

「시로 씨는 안 앉으세요? 기분 좋아요~ 폭신폭신 해서요!」

「응. 아아, 뭐. 좀 더 서 있을게. 조금이라도 근처에서 봐 두고 싶어.」

아카리 짱은 그걸로 납득했는지, 나에게 웃어주고 나서는 '에헴' 하고, 좌석에 드러누워 버렸다.
……. 나는, 조금 그럴까, 역시. 아카리 짱과 둘 만이었다면 했겠지만.

「예쁘네요~……」

「그러네.」

암적색이었던 하늘은 어느 샌가 밤의 어둠에 남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조금의 달빛과 별빛과 벚나무, 마치 그 자체가 아련하게 빛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환상적이고, 매력적인 벚나무 아래에 있는 것은 불과 세 사람과 한 마리.
조금 이득을 보고 있는 듯한 마음에 무심코 웃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이 벚나무는 몇 십 년 동안이나 줄곧 혼자서 이런 멋진 곳에 있었던 거네요.」

문득 아카리 짱이 그렇게 말하고는 손을 위로 뻗는다.

「앞으로는 그렇겐 안 될 걸~」

휴일마다 와야지, 하고 어딘가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어머어머.」

「……하지만 제가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아리시아 씨가 말했던 소중한 장소에 갈 수 없었네요……정말로 죄송해요.」

추욱, 하고 낙담하는 아카리 짱의 기운을 북돋아주려고 떠올린다.
그러고 보니 나도 길을 잘못 들지 않았었던가. 그 때, 그랜마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었다.

「……있지, 아카리 짱. 이런 얘기 알고 있니?」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그랜마가 정말로 보여 주고 싶었던 풍경이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보여 주고 싶었던 풍경은 이게 아니다.
서로가 길을 잘못 들어, 그런데도 이런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한 여행자가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날 때, 스승이 이렇게 말했어. 절대로 길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아카리 짱은 아무 말 없이 이쪽으로 시선을 보낼 뿐.
그렇지만 그 눈동자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는 느낌이었다.

「한 번이라도 틀리면, 이제 두 번 다시는 네가 원하는 것은 찾을 수 없게 된다면서 말야.」

그러고 보면, 나도 이런 느낌이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미소가 흘러넘친다.

「그런데 여행자는 불행하게도 길을 잃었어.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여행자……. 하지만 다시 고개를 든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던 것은 일찍이 여행자가 바라고 있었던 것 이상의……멋진 세계였어.」

조금 의외라는 듯이 아카리 짱은 이쪽을 줄곧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조금 전까지 낙담은 어디로 가고, 더는 신경 쓰이지 않게 된 모양이다.

「실패나 돌아가는 것을 하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것도 있다는 이야기야.」

「아리시아 씨……」

그 순간 아카리 짱의 눈동자가 글썽, 하고 촉촉해진다.

「감사합니다─」

「어머어머.」

당분간 그 감동에 잠겨 있다가, 지금까지 발밑에 있었을 아리아 사장님이 없는 것을 깨닫는다.

「어머, 아리아 사장님은……」

「아앗, 그러고 보니 없네요.」

「미안. 나도 계속 위를 보고 있어서……」

「어디로 간 거지…………」

두리번두리번 찾아보지만, 아무래도 열차 안에는 없는 것 같다.
그 때,

「아아───────!」

아카리 짱이 소리쳤다.
그녀가 보고 있는 쪽을 향하면, 아리아 사장님은 전봇대를 기어오르는 중이었다.

「어느새……」

「아리아 사장님! 위험해요—! 내려오세요─옷!」

「위험해!」

시로 씨가 말하자마자, 차창으로 뛰어 나가, 사장님에게 달려가지만 시간에 맞질 않았다.
파직! 하는 격렬한 쇼트음. 전류가 흐르고, 상당히 큰 충격이었는지 바람이 지나가듯 분다.
순간, 주변이 별빛과 달빛만이 아니게 되었다.

파앗, 하고 꽃잎이 바람에 흩뿌려져, 들이비친 빛이 마치 천사의 계단처럼 차내를 비춘다.
당분간 바람이 계속되고, 날아올랐던 꽃잎은 빛을 쬐어, 진짜 천사의 날개와도 같았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것을, 이 경치를 대체 어떻게 전하면 좋을까. 전하는 말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이 감동이 전해지는 걸까.
없다. 그렇게 적당한 말과 기분 같은 건, 아마도 아니다.
때문에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워……」

근본부터, 당해 낼 수 없다.
모든 것에 절댓값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부터 다르다.

그러던 때,

「정신없이 볼 때가 아니지. 아리아 사장님, 괜찮으세요─?」

아카리 짱이 한 걸음 먼저 현실로 돌아가, 사장님에게 괜찮은 지 묻는다.
사장님이라고 하면, 시로 씨에게 안겨, 그 품속에서 브이를 보이고 있었다.
시로 씨도 어딘가 곤란한 듯이 웃고 있다. 그래, 소년과 같은 얼굴로.

「다행이야. 별 일은 없는 것 같네. 그나저나……아직 전기가 흐르고 있었나 봐. 굉장하네.」

그럴 마음은 없었는데, 어딘가 얼버무리는 듯한 말을 했다.
그러자 뒤에서 아카리 짱이 말을 걸어 왔다.

「저희가 해냈어요!」

뒤돌아보면, 만면의 미소를 띤 아카리 짱이 시로 씨와 사장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나란히 서서, 웃는다.

「우후후.」

「에헤헤~」

스읍, 하고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리고, 아카리 짱은 벚꽃이 흩날리는 밤하늘을 향해서 자랑스럽게 외쳤다.


「소중히 간직할 봄을──────찾아냈다!」


시간이 지나도, 미소는 끊어지지 않았다.


*  *  *  *  *


# 에미야 시로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일주일 뒤 목요일, 오후 3시부터 예약하시는 걸로……아,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칭, 하는 소리를 내며,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만원사례. 오늘도 ARIA 컴퍼니는 대량으로 예약 전화가 걸려온다.
지금 시간, 아카리는 아이카나 아리스와 함께 연습 중. 아리시아는 한참 일하는 중일 것이다.
알토리아가 없어지고 나서 꽤 지난 것 같다. 이곳에서 혼자 집을 보고 있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고 한다면, 나는 답을 찾아내었다는 것일까?

「……빨래 말리는 중이었지.」

계단을 올라, 베란다로 나온다.
빨래 바구니에서 한 장, 한 장 조심스레 꺼내어 '팡' 하고 펼치고 난 뒤, 옷걸이에 걸어 빨랫줄에 넌다.
탁탁, 문지르듯 주름을 펴고, 한 장 분량의 작업 종료.
아무래도 좋지만, 아리시아.
집이 있는데 어째서 일부러 나에게 자신의 빨래를 부탁하는 거냐. 착실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얼빠져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쪽이 놀랄 정도로 어른스러운 것을 말한다.
바로 요전 날의, 피크닉 때도 그렇다.

『한 여행자가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날 때, 스승이 이렇게 말했어. 절대로 길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한 번이라도 틀리면, 이제 두 번 다시는 네가 원하는 것은 찾을 수 없게 된다면서 말야.
그런데 여행자는 불행하게도 길을 잃었어.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여행자……. 하지만 다시 고개를 든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던 것은 일찍이 여행자가 바라고 있었던 것 이상의……멋진 세계였어.
실패나 돌아가는 것을 하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것도 있다는 이야기야.』

그 때, 두 사람은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지만, 나는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뭐, 스스로가 깨닫고 보니, 라는 것이었고, 위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모르는 사이에 울고 있었다.
어딘가 마음속으로 차분히 해를 맞이할 때 느낀 것…………"알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와 닮아 있었다.

「좋아. 빨래 끝!」

그 순간, 1층 전화가 요란스럽게 울리기 시작한다.
서둘러 내려가, 수화기를 든다.

「네, 여긴 ARIA 컴퍼니입니다.」

『저, 저기! 아리시아·플로렌스 씨의 예약을 할 수 있을까욧!?』

아무래도 아리시아의 팬인 것 같다.
목소리가 들떠 있다.

「네. 원하시는 시간은 있으신지요?」

『그러니까, 그게…………음— 그러니까………… 』

아무래도 명확한 시간까지 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때, 수화기 저편에서 제 3자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정말─! 교대 …… 기다려! 아─!! ………… 내가 …… 너는 느리 …… !! …… 아~아~ 죄송해요.』

「아, 아뇨.」

아무래도 전화의 주인이 바뀐 것 같다.

『그러니까 다다음주의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입니다만, 그 중에 비어 있나요?』

「잠시 기다려 주세요.」

스케줄 보드를 확인.
다다음주의 화요일부터 금요일, 관광인가?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화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수요일은 예약이 꽉 찼습니다. 목요일은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금요일은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이 중에 원하시는 시간은 있으신가요?」

『으음~ 그러니까요……관광입니다만. 그게, 맨 홈의 일본은 딱 황금연휴고 말이죠.』

나로서는 이 시대가 되어도 아직 황금연휴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화요일은 그쪽에 도착하는 날이니까, 아침은 안 될 것 같네요……』

「이전에 아쿠아에서 관광한 경험은 있으신가요?」

『아, 아뇨……처음입니다.』

「그렇다면 날씨까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금요일에 예약하시길 추천합니다.」

『어? 그, 그건 어째서죠?』

「아쿠아의 관광은 밤보다는 낮부터 즐기는 편이 좋을까 생각해서 입니다. 맨 홈과는 달리 아쿠아는 인공적인 가로등이 적고, 밤에는 대부분 집에서 새어나오는 빛을 즐기게 됩니다. 그렇지만 처음이라면 거리의 형상 같은 것들이 밝은 시간대에는 잘 보여도, 밤이 되면 보기 힘든 장소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낮에 대강의 감각을 기억해 두지 않으면 밤에는 그저 깜깜해서 즐길 게 없습니다. 이상, 금요일을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조금 말을 더듬고는 「그렇군요.」하고, 수긍하듯이 대답해 주었다.
이렇게 안내 하는 것도 요즘은 능숙해 지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 그 시간으로 부탁합니다.』

「네. 그럼 끝으로 성함을……」

『아, 그렇지……잊어버릴 뻔 했네……. 그러니까, 마미야 노조미와 토오사카 린입니다.』

「…………네. 마미야 님과 토오사카, 님이시군요. 확실하게 예약 접수하였습니다. 찾아오시는 것을 진심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숨을 쉴 수 없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예약을 한 것이 마미야 쪽이고, 아리시아 팬이 분명 토오사카, 인걸까.
이런 우연도 있구나. 게다가 동성동명이다. 여기서 외형까지 같다든가 하면, 이미 웃을 수밖에 없겠지.

………….

「푸핫!!」

성대하게 뿜었다.
아니 아니, 이건 이쪽의 토오사카에게 실례겠지.
…………그렇지만, 통속적(ミーハー:유행이나 연예인 등에 열중하면서 영향을 받기 쉬운 사람을 일컫는 말)이면서 저런 주뼛주뼛하는 토오사카라니……크큭.
상상한 것만으로 웃긴다.

「아하핫핫하하핫!!」

한차례 웃고, 숨을 고른다.
그 뒤로는 부쩍 전화가 울리지 않게 되었다.
시간도 딱 좋았기에, 혼자서 차라도 마시기로 하자.

그것도 끝나고, 저녁 식사의 밑 준비도 어느 정도 끝났을 시간, 성·마르코 광장 쪽의 바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왔습니다─!」

「실례합니다~앗!」

「실례합니다.」

아카리, 아이카에 아리스.
세 명이 돌아왔다. 정확하게는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아카리가 돌아온 것이고, 두 사람은 따라온 것이지만 이 경우, 관계없다.
그저 웃는 얼굴로 맞이해 주기로 한다.

「어서와. 두 사람은 저녁밥, 먹고 갈 거지?」

「넷. 물론입니닷!」

「왕 폐를 끼칠게요.」

아이카는 기쁜 듯이 뛰어 오를 것만 같은 기세로, 아리스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어느 쪽이 연상인지 모르겠는 걸.」

무심코 쓴웃음을 지어버린다.
말을 듣자마자 아이카는 푹, 하고 얼굴을 빨갛게 하고 숙여 버리고, 반대로 아리스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이런 점에서는 아리스도 아직 어리구나. 말했다간 굉장히 무서운 얼굴로 물고 늘어질 것 같지만.

「오늘은 어땠어?」

「네! 즐거웠어요─!」

아니, 그것은 다행이지만……묻고 있는 건 그런 게 아닌데 말이지.
뭐, 상관없나. 되묻는 것도 촌스러운 행동이겠지.

「오늘 저녁밥은 뭔가요?」

「미네스트로네다. 마카로니도 넣은 걸로.」

오오, 하고 감동한다.
남은 건 단번에 완성될 때까지 기다릴 뿐.

「……슬슬 마무리 할까.」

부엌까지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냄비에 올리브 오일과 버터를 넣고, 잘게 썬 양파와 마늘, 껍질을 벗겨 간단히 썬 토마토를 추가로 냄비에 넣는다. 이 때, 토마토는 전부 넣지 않는다. 나중에 넣을 용이다. 이것을 잘 볶고, 깍둑썰기 해 놓았던 감자와 당근, 양배추를 추가. 당분간 기름이 배일 때까지 볶다가, 기름이 배이면 뚜껑을 덮는다. 이대로 약 15분 정도 약한 불에서 조린다.

「에미야 씨는 언제 봐도 멋진 솜씨네요.」

「왕 요리사예요.」

「응-? 뭐, 어렸을 때부터 가사는 하고 있었고 말이지.」

헤~ 하고, 또다시 감탄하는 두 사람.
아카리는 사장과 서로 뭔가 장난치고 있다.

「…………(지긋이~)」

「…………(지긋이~)」

「…………뭐야, 둘 다. 그렇게 본다고 빠르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도 가만히 이쪽을 올려다본다.
당분간 이쪽도 그것을 관찰하다가 혹시, 하고 생각이 미친다.

「아- 저녁 식사 전에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그렇게 배가 고프다면, 거기 선반에 어제 먹던 쿠키 남아 있으니까 먹어도 괜찮아. 손 씻고 나서 말이다.」

「해냈다─!」

「에헤.」

「아카리도. 얼른 하지 않으면 못 먹을 거야.」

「네, 넷!」

세 명은 내 옆에서 사이좋게 손을 씻고, 선반에서 쿠키를 부랴부랴 꺼내어 베란다로 달려갔다.
뭐, 저 정도로 기운차다면 쿠키 같은 건 금방 소화되겠지. ……체형은 자기책임이지만.

「후우.」

「수고 하셨어요.」

「우왓!?」

「어머어머, 우후후.」

어느 사이에 돌아왔는지, 아리시아가 뒤에 서 있었다.
이 아가씨, 정말로 엉뚱한데.

「오늘은 미네스트로네로군요.」

「응.」

지금의 말은 어딘가 이 상황을 넘기기 위한 것으로 들렸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걸까?
아, 그렇지. 갑작스러웠으니까 잊어버릴 뻔했다.

「어서와, 아리시아.」

「네, 다녀왔습니다. 시로 씨. 우후후.」

정확히 15분 정도일까.
뚜껑을 열어, 만들고 있던 스프를 넣고, 불을 강하게 한다.
나중에 넣으려고 놔두었던 토마토와 마카로니를 넣고, 야채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익힌다.
당분간 냄비의 상태를 둘이 나란히 서서 바라보다가, 야채가 부드러워졌다고 생각됐을 때, 나머지 스프도 넣는다.
이제 남은 건 끓이기만 하면 된다.

「맛있겠네요.」

「고마워.」

그러고 보면 치즈가 있었지. 여기에 어울릴 것이다.
사실 파마산 치즈가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사치스런 말을 할 수는 없지. 가루 치즈 그릇을 테이블 중앙에 놔둔다.

「자~아, 다 됐으니까 도와줘.」

「아, 네-엣!」

「네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아!」

「잘 먹겠습니다.」

그 후의 저녁 식사는 화기애애. 담소가 끊이지 않는 식탁이 되었다.

「그럼, 잘 먹었습니다.」

「왕 맛있었어요.」

「그래, 내일 또 보자!」

안녕히 계세요~ 하고 손을 흔들고, 돌아갔다.
두 사람을 전송하고, ARIA 컴퍼니를 돌아보면, 문을 열고 아리시아가 나왔다.
그녀도 돌아가는 건가, 하고 서서 기다리고 있노라면,

「산책, 가지 않으실래요?」

「응?」

「아니면 시로 씨는 가고 싶지 않나요?」

딱히 나로서는 가도 상관없다.
조금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있다.
그렇지만 정리라든가 있을 텐데.

「……?」

올려다보면 아카리가 베란다에 서서 팔을 걷어붙이며, '맡겨 주세요!' 라고 말하듯이 의욕을 보이고 있었다.
조금 불안하지만, 그렇게 말해준다면 맡기도록 하자.

「아니, 가자.」

「네.」

잠시 동안 걷고, ARIA 컴퍼니가 보이지 않게 되자, 아리시아는 조금 조심스럽게 손을 잡아 왔다.
그것이 흐뭇해서, 무의식중에 강하게 되잡았다.

「앗.

「아, 미안. 아팠나?」

「아뇨, 틀려요. 조금 놀라서.」

「……그래?」

사소한 버릇인 걸까? 깨닫고 보면 성·마르코 광장까지 와 있었다.
가로등이 띄엄띄엄 켜져 있고, 지면에 깔려 있는 돌에 빛이 반사하고 있어, 그 광경은 환상적이었다.

「있지, 아리시아. 내가 『정의의 사자』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 했었지.」

「아, 네. 그게 어쨌나요?」

「조금 들어줬으면 해. 괜찮을까?」

「물론이에요.」

우후후, 하고 웃고는 근처의 벤치로 끌려가, 앉게 했다.
의식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가 길어질 것을 느끼고 있는 걸까.

「분명히 모두를 구할 수 있는 그런 『정의의 사자』가 되고 싶다고 했었지요.」

「응. 나 자신에게 있어서, 그건 계속 단념할 수 없는 이상이고, 목표로 해 온 것이다. 음, 지난 번 피크닉 때 여행자의 이야기, 해줬었지?」

「네.」

「그 이야기로 보면 여행자, 즉 내가 바라고 있던 것이 『정의의 사자』다. 그리고 아마, 스승이라고 하는 건……마음에 들지 않지만 아마 그 녀석이다.」

아리시아는 그 녀석…… 아처에 관해선 깊이 물어오지 않았다.
완전하게 듣는 쪽으로 있어 주려는 거겠지. 고마울 따름이다.

「그 녀석이 말했었지. 『그런 위선으로는 아무 것도 구할 수 없다』고. 뭐, 예를 들자면 여행을 떠나, 가장 첫 장애가 스승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나는 전력으로 그 녀석이 말하고 있는 것을 부정했다. 그럴게 거기서 인정하면,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이 틀렸다고 인정해 버리는 것이니까. 그것만큼은 하면 안 돼.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어릴 때, 큰 재해를 당했고, 단 한 사람의 생존자였어. 거기서 살아남은 나에게 남은 것은 뭉개져 버릴 것 같은 죄악감과 갈 곳 없는 후회뿐이었지. 여기서 나만이 살아남아, 나는 대체 무엇을 하면 되는 것인가……내가 살아남은 의미는 무엇인가를 생각했어. 그 때의 대답은 간단했지. 키리츠쿠의,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정의의 사자』가 된다는 것이었어.」

아리시아는 위를 보며, 듣고 있었다.
오늘은 별이 잘 보이기 때문이겠지.

「녀석과 싸운 것이 10년……아니 12년 전이 될까? 응. 뭐, 그 정도 전의 이야기지만 말야. 거기서 내 이상은 굳어졌어. 오직 『전부를 구하는 정의의 사자』가 된다는 것. 그 후로 계속 구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해 왔다. 물론 전부는 무리였지. 그것을 되풀이하고, 되풀이해……어느 샌가 나는 그 녀석이 말하는 인간이 되어 있었어. 10 중에 1을 잘라 버리고 9를 구하는 인간이.
내가 있던 세계에서는, 사실 마술은 남 앞에서 쓰면 안 되지만, 나는 그런 것을 무시하고 계속 사용해, 그러한 것을 되풀이하고 있었어. 그러자 당연하게도 협회……경찰 같은 거지만, 그러한 곳의 주목을 받아 버렸지.
그리고 날 놓아주기 위해서 토오사카가 이곳에 보내 주었다. 마지막에 『답을 찾아내라』고 말하면서 말이야.」

후우, 하고 한숨 돌린다.
아리시아는 아직 위를 향한 채로다.

「하지만 말야. 지금에 와서도 결국 답은 찾아낼 수 없어서……알토리아에게도 들었어. 『"에미야 시로(エミヤシロウ)"에 구애받지 말라』고. 이곳에 있는 것은 "에미야 시로(衛宮士郎)"니까, 라고.」

「……그래요. 이곳에 있는 시로 씨밖에 저는 모릅니다. 옛날의 시로 씨도 그 "에미야 시로(エミヤシロウ)"라고 하는 사람도, 이곳에는 없어요.」

「……그런 것 같네. 알고 있어? 나, 여행자 이야기를 해 줬을 때, 울었어.」

「……」

고개를 옆으로 흔드는 것만으로 모른다는 것을 전해 주었다.

「길을 잘못 들었다, 같은 건 생각하지 않고, 바라고 있던 것 이상이 손에 들어왔다는 건 절대로 없다. 그저 생각했어. 울었던 이유를.
간단하게 생각이 미쳤어. 나는 처음부터 꽤나 어리광쟁이구나, 하고. 그렇잖아? 전부를 구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관점을 바꾸면 어리광이니까. 어린 아이의 실없는 말. 나는 터무니없이 어린 아이구나, 하고.」

「그럼, 시로 씨는 어른스러운 선택을 하는 건가요? 그……스승처럼?」

「설마. 말했잖아? 나는 앞으로도 그 녀석의 말을 계속 부정한다고. 어린 아이의 어리광은 몇 개가 있더라도 모자랄 테지. 그러니까 여기에 어리광이 하나 더 늘어나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그러니까 말할게.」

스윽, 하고 일어선다.
정면에서 아리시아를 붙잡는다. 아리시아도 얼굴을 이쪽으로 향한다.
그 얼굴은 무척 기쁜 것 같았다.

「나를, 믿어 주지 않겠어? 보고 있어 주지 않겠나?」

「무엇을 믿으면 되나요? 무엇을 보고 있으면 되는 건가요?」

「심술궂은데.」

「어머어머, 우후후.」

이런 때 정도는 폼 잡게 해 달라고.
뭐,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이것만큼은 정말로 제대로.

「내가 『정의의 사자』라고 믿어 줘. 내가 『정의의 사자』가 될 수 있는지, 보고 있어 줘.」

「…………네. 확실히 믿고, 똑똑히 보고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게으름 피우면 안 돼요?」

「알고 있어. 그러니까, 나는……내가 진정한 『정의의 사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할 때까지 나는, 나는 아리시아만의 『정의의 사자』로 있을게.
누구보다도, 지금은 아리시아의 『정의의 사자』로 있고 싶으니까. 그것이 지금 이 세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어리광이니까.」

「어리광을 듣는 건,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응……아리시아, 고마워.」

「천만에요.」

손을 내민다.
그것을 조금 의외라는 듯이 보고는 상냥하게 되잡아 주었다.
아리시아 역시 일어나 빙긋, 미소 지어 준다.

「돌아가죠, 시로 씨.」

「그래, 돌아가자.」

서로 손을 잡는다. 누군가가 보더라도 상관없다.


있지, 토오사카…….
이걸로 괜찮을까? 라고 물어보고 싶지만, 만약 묻는다고 해도, 넌 분명 화내겠지.
「그런 건 네 맘이겠지!」라고 말하면서 말이야. 그렇지?
그러니까, 나는 이런 걷는 방법을 선택했어.

『정의의 사자』는 혼자가 아니라고 했나. 알토리아, 왠지 모르게 안 것 같아.
조금 다를 지도 모르겠지만, 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말이지만, 이것만큼은 말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나는 이런 삶의 방법을 선택했어.

내가 목표로 했던 에미야 시로(エミヤシロウ).
내가 목표로 할, 에미야 시로(衛宮士郎).

아마도 이것이 나의 대답.

그러니까, 이번에야말로 보고 있어 줘.
『행복의 수호자』가 아닌, 『정의의 사자』를 한 번 더 목표로 하는, "에미야 시로(衛宮士郎)"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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