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번역/[東方Project]

삼월희(三月姫)의 야상곡

spica_1031 2011. 9. 17. 09:51

출처 : 동방창상화 (투고일자 : 11/04/02)
작가 : イムス 님
번역 : 스피카

1. 다른 곳으로 퍼가지 말아주세요.
2. 본문중의 (하늘색)은 제가 단 주석입니다.
3. 오타 및 잘못된 번역의 지적은 감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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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희(三月姫)의 야상곡






 고요한, 무척 고요한 밤이었다.
 밤하늘에 달, 호면에 달, 원을 그리는 은빛이 살며시 대지를 비추고 있다.
 바람도 없고, 대나무도 흔들리지 않고, 벌레나 짐승도 모두 잠들어 조용하며, 맑게 흐르는 시냇물이 야상곡을 연주한다.

「조용한 밤이로군요. 모든 생명이 잠들어 있는 것처럼.」
 흑요의 공주는 소매로 입가를 감추며 미소 짓는다.
「조용한 밤이로군요. 모든 생명이 멸해버린 것처럼.」
 홍마의 공주는 으스대듯이 입가를 올려 미소 짓는다.
「조용한 밤이로군요. 모든 생명이……그러니까……」
 금관의 공주는 대사의 흐름을 읽으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생각해 내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달을 칭하는 세 명의 공주가 보낸, 단 하룻밤의 이야기.
 ——삼월희(三月姫)의 야상곡.

 우아하고 고상하며, 카리스마가 넘치는 고요한 분위기가 만들어져가는 가운데, 정적의 공주는 새삼스레 현상을 재고하였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를.


     ● ○ ● ○ ● ○ ●


 토끼 사냥을 위해서 미혹의 죽림에 온 루나 차일드는 토끼가 전혀 발견되지 않자, 화가 치밀어 올랐고, 정신을 차리면 써니 밀크와 스타 사파이어, 두 명을 놓치고 헤매고 있었다.
 맑은 연못을 발견했기에 쉬기로 했다.
 차가운 물은 열이 오른 신체에 딱 좋았고, 목을 적셔 활력을 준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자연의 구현인 요정은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물, 그리고 대나무. 이곳은 강력한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 차 있고, 그러면서도 청아했다. 만약 루나 차일드가 죽림을 거처로 하는 요정이었다면 이 주변을 선택하리라는 것을 상상하기는 쉬웠다.
 물가에는 울창한 대나무가 자라,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추듯이 서 있다. 뻗은 가지와 잎은 하늘로부터도 호수를 감추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올려다본 바로는 가지나 잎 사이로 충분히 별의 반짝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달님은 밤하늘만이 아니라 호수에까지 그 모습을 띄웠고, 그 주변을 연꽃잎이 감돌며 수면의 달을 희미하게 흔들고 있었다. 풍류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이 경치를 보여주면 곧장 이해할 수 있음이 틀림없다.
 토끼 사냥은 시시하다. 여기서 달을 보면서 술을 마셔야만 해!
 소리 높여 주장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환상향의 거주자의 습관으로 여럿이 모여 술판을 벌이면 떠들썩한 연회가 될 것은 분명하다. 같이 사는 써니 밀크와 스타 사파이어도 예외는 아니라, 조용히 달을 보며 술 마시는 것을 즐기고 싶다면, 이 감동은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지 말고 독점해야 한다. 아마 이 장소를 아는 죽림의 요정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요정이라고 그저 소란스러울 뿐인 존재는 아니다.
 자신처럼 「차이를 아는 요정」도 있는 거라고, 루나 차일드는 자화자찬의 미소를 짓는다.
 달이 예쁘고,
 연꽃이 예쁘고,
 호수도 예쁘고.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환상향인가.

「토~끼~야, 토~끼~야. 무~얼~보~며~뛰~니~」
 오른편에 영원정의 공주님이 서 있었다.

「이렇게나 달이 희니, 차가운 밤이 될 것 같네.」
 왼편에 홍마관의 흡혈귀가 서 있었다.

 영원과 수유의 죄인인 달의 공주.
 호라이산 카구야.

 영원히 붉은 어린 달.
 레밀리아·스칼렛.

 조용한 달빛.
 루나 차일드.

 한 명만 어울리지 않는다. 분명하게 품격이 뒤떨어진다.
 아마 카구야와 레밀리아가 이곳에서 만날 약속을 했고, 거기에 우연히 루나 차일드가 와 버린 것이리라.
 그렇다면 방해가 되기 전에 해산하는 것이 몸을 위한 것이라 생각해, 일어서려고 하면,

「좋은 밤이에요. 작고 가련한 프린세스. 수면에 흔들리는 달처럼 오늘 밤은 나비와 같은 꿈을 꿉시다.」
「좋은 밤이에요. 작고 청초한 프린세스. 호면에 반짝이는 달처럼 오늘 밤은 환상과 같은 꿈을 꿉시다.」

 카리스마 인사에 끼워져 버렸다.
 처음은 자신을 무시하고 서로 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루나 차일드였지만, 올려다보면 카리스마 두 명의 시선은 작은 요정에게 향하고 있었다. 친밀감을 담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카리스마 분들과 특별히 교류가 있는 게 아닌 루나 차일드에게 있어서 이 상황, 위가 아파질 정도의 중압감이 있다.

「홍마의 공주여, 이 리틀 프린세스는 어떤 문 카리스마 어빌리티(moon charisma ability)를?」
「흑요의 공주여, 이 리틀 프린세스는 소리를 지우는 정도의 문 카리스마 어빌리티를 가지고 있어.」

 왠지 카리스마 취급되어 버렸다.
 게다가 문 카리스마 어빌리티라고 쓸데없이 화려해지고 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세로로 말린 머리카락은 마치 달의 여신처럼 고귀하네.」
「마치 황금의 관을 쓰고 있는 것처럼.」

 하얀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은 무시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금관의 공주네.」
「음! 금관의 공주다.」

 이름이 붙여졌다.
 흑요의 공주.
 홍마의 공주.
 금관의 공주.
 이름뿐이라면 양립하는 아름다움이 있었지만, 이름값을 너무 못한다고 고개를 숙여 버리는 루나 차일드.
 만약 이런 별명이 써니 밀크와 스타 사파이어에게 알려지면, 전력으로 조롱할 것이다.

「별명(あだ名)? 아니, 별칭(二つ名)이에요.」
「혹은 이명(異名). 아니, 칭호야.」
「마음을 읽었어!?」

 게다가 멋지게 정정되었다.
 게다가 상냥하게 설득하듯이, 죽마고우에게 말을 건네듯이, 친밀하게.
 마음에 들어 버렸다!
 약해 빠진 요정이 홀로 멍하니 있었을 뿐인데, 대체 무엇이 그녀들의 심금을 울리게 한 것인가.
 라고 곤혹해 하고 있을 때, 월하의 포위망은 진행되고 있었다.
 루나 차일드의 오른쪽 어깨에 놓인 카구야의 왼손.
 루나 차일드의 왼쪽 어깨에 놓인 레밀리아의 오른손.
 뼈까지 파고들 정도의 악력으로 붙잡혀 있다고 착각할 정도의 중압이 있다. 실제론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정도의 힘이지만, 믿음의 힘은 때론 현실을 능가한다. 금관의 공주는 사로잡힌 공주.


「조용한 밤이로군요. 모든 생명이 잠들어 있는 것처럼.」
 흑요의 공주는 소매로 입가를 감추며 미소 짓는다.
「조용한 밤이로군요. 모든 생명이 멸해버린 것처럼.」
 홍마의 공주는 으스대듯이 입가를 올려 미소 짓는다.
「조용한 밤이로군요. 모든 생명이……그러니까……」
 금관의 공주는 대사의 흐름을 읽으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생각해 내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우아하고 고상하며 카리스마가 넘치는 고요한 분위기가 구성되는 가운데, 정적의 공주는 재차 현상을 재고하였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 버렸는가?
 정적의 공주는 그저 친구와 토끼 사냥을 하러 왔을 뿐인데…….
 재고를 끝냈다.
 돌아가고 싶다. 그렇지만 허락해 주지 않을 것 같다.
 애초에,
 이 두 명은 이런 곳에서 무얼 하고 있었던 거지?
 카구야는 영원정의 공주님. 미혹의 죽림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루나 차일드는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레밀리아는 홍마관의 주인. 만월의 밤이라면 나돌아다니기도 하겠지만, 어째서 죽림에? 이 멋진 호수에서 달 구경? 카구야와 만날 약속? 이 두 사람은 친했던 걸까?

「수면에 파문을 띄우는 저 물방울은 분명히 건곤의 일적(一滴)이 넘쳐 떨어진 것이 틀림없어요.」
「호면에 파문을 띄우는 저 물방울은 분명히 건곤의 일적이 혈루(血の涙)가 된 것이 틀림없어요.」

 두 사람이 재차 의미를 알 수 없는, 쓸데없이 시적인 말을 자아냈다.
 그리고 기대를 담은 시선을 루나 차일드에게 보낸다.
 조금 전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루나 차일드는 잠시 고민하고 나서 말했다.

「건곤일척은 물방울이라던가의 일적과는 다른 의미라고 생각하지만……」

 굳이 딴죽을 걸었다.
 서투르게 어울리려고 해봐야 또 실패해 버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엔들리스 돌입의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딴죽이라면? 이 시적인 망언을 부끄러운 것이라고 눈치채고, 그만둬 줄지도 모른다.
 '후우' 하고 카구야는 한숨을 쉬었다.

「건곤은 천(天)과 지(地), 혹은 음(陰)과 양(陽)의 의미가 있어.」
「즉, 건곤일척(乾坤一擲(けんこんいってき))과 물방울의 일적(雫の一滴(しずくのいってき))의 발음이 비슷한 것을 이용한 말장난. 천지의 물방울의 아름다움은 세계의 아름다움이란다.」

 더욱 더 환상적인 호흡으로 말을 잇는 레밀리아.
 게다가 쓸데없이 발해지고 있는 카리스마가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그것이 아름답기에 분하다. 요정 중에서는 조금 강한 편이라 여겨지는 루나 차일드에게는 너무 눈부시다.

「금관의 공주라면 분명히 아니, 반드시 세계의 채색을 말로서 연주할 수 있게 될 거야.」
「금관의 공주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기품을 몸에 익히면, 그 후에는 멋대로 카리스마가 따라와. 노력하렴.」
「나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입시다. 물의 소리에 귀를 기울입시다. 흙의 소리에 귀를 기울입시다. 세계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정적의 음색이 들렸을 때, 자신은 대자연과 일체화해. 보렴, 금관의 공주를 축복하는 달빛의 노래가 들릴 테죠.」

 루나 차일드는 요정이다.
 요정은 자연현상의 연장이다
 그렇지만 자연의 소리라든가, 달빛의 노래라든가,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애초에 자연의 소리를 듣고 싶다면, 그 근처의 요정에게 말을 건네면 대답해 줄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소리다.
 루나 차일드의 소리도 대자연의 소리다.
 자연의 소리는 마침내 진실한 마음을 말했다.

「뭘 말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만……돌아가도 괜찮을까요?」
「금관의 공주는 농담을 좋아하나 보네.」
「금관의 공주는 장난을 좋아하는구나.」

 친구끼리 서로 장난치듯이, 두 사람은 즐거운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루나 차일드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대자연의 소리를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두 사람이 너무나 즐거운 듯이 웃었기에, 루나 차일드도 웃었다. 눈은 죽은 생선 같았고, 몹시 매마른 미소였다.
 모든 것에서 눈을 돌리고 싶어서, 호면에서 반짝이는 만월로 시선을 떨어뜨린다. 바람은 없어도 물은 흐르고, 연꽃이 작은 파문을 만들고 있다. 빨려 들어갈 것처럼 깊고 어둡게. 하지만 맑은 물이 삭막해진 마음을 씻어주는 것 같았다. 씻겨지자마자 삭막해져 가지만.


「이 우주는 <법>과 <혼돈>이 서로 끊임없이 부딪쳐, 변화라고 하는 색채를 발하고 있어.」
「다차원 우주는 <법>과 <혼돈>이 충돌해, 생과 사가 똑같이 넘쳐 나고 있어.」
「갑자기 우주의 이야기가 되었어. 너무 전파적이라 따라갈 수 없습니다만……」
 루나 차일드의 한탄은 당연히 흑요와 홍마의 공주에게는 닿지 않는다.


「고결한 <법>이여. 금관의 공주에게 황금과 예지를 주소서.」
「위대한 <혼돈>이여. 금관의 공주에게 암흑과 정력을 주소서.」
「그렇게 묘한 것을 너무 밀어붙이지 말아 주셨으면 하는데……」
 루나 차일드의 한탄은 당연히 흑요와 홍마의 공주에게는 닿지 않는다.


「 <우주의 천칭>의 <균형>을 다루는 정령에게 축복을!」
「 <우주의 천칭>의 <균형>에 바치는 달빛에 영광을!」
「그렇게 굉장히 기묘한 것을 다룬 기억도, 바칠 생각도 없습니다만.」
 루나 차일드의 한탄은 당연히 흑요와 홍마의 공주에게는 닿지 않는다.


 닿지 않지만, 조금도 어울려 오지 않는 루나 차일드를 의아스럽게 여긴 카구야 공주는 고개를 갸웃한다.

「이상하네. 이렇게나 시를 늘어놓았는데도 금관의 공주의 영혼이 눈을 뜨지 않아. 균형이, 혼란이, 우주가 물결치고 있어……」

 그것을 본 레밀리아 공주, 두 눈을 감고 모든 것을 깨달은 표정으로 미소 짓는다.

「걱정 마라, 흑요. 우주는 언제나 우리 안에 있어. 조작 따위 하지 않아도 운명은 이미 금관의 공주를 선택했어. 선택한 것이야.」

 두 명의 공주는 마주보았다.

「운명을 이끄는 자, 홍마의 공주여. 그 말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명(定命:하늘이 정한 운명)의 존재는 운명에 거역하는 강함을 감추고 있어.」
「확고한 의지는 운명조차 쳐부숴. 그렇지만 그 의지에 의해서 스스로 운명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힘도 존재해.」

 마주본 두 명의 공주 아래에서 루나 차일드는 살그머니 뒷걸음질치려고 했다.
 이제 됐어. 도망쳐 버리자.
 더 이상, 이런 일에 연관되어 있을 수 없으니까.


「멍청한 녀석.」


 그것을 억누르는 차분한 목소리.
 대숲의 안쪽에서 대나무를 흔들지 않고, 발소리를 내지 않고, 망령처럼 나타난 백발의 노인.
 입고 있는 옷은 일절 흐트러짐이 없고, 등골은 늙었지만, 여전히 강철 심지를 넣은 것처럼 올곧으며, 곁에 도깨비불이 떠돌고 있다.


「모르는 것이냐, 쌍월의 공주들(双月姫)이여. 그녀가 세 번째 달의 공주(三月姫)로 각성하려면 참된 선율로 달빛의 마음을 열지 않으면 안 된다. 읊조리는 것은 말이 아니라 언령(言霊)이다. 그래, 자신의 고동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알고 있을 터. 그대들은 이미 이어져 있다. 금관의 공주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누구보다도 먼저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들릴 것이다. 들릴 것이야!」


 갑자기 나타나서, 뭘 지껄이고 있는 걸까? 이 망령든 영감은.
 그러나 그때였다.

「스승님.」
「노사.」

 카구야와 레밀리아는 몹시 감동해, 몸을 떨면서, 기분 나쁜, 간지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동류인가.
 게다가 사제 관계인가.
 그렇다면 이 늙은 영감이 원흉인가?

「아니. 쌍월의 공주들이 나의 마음에 속삭인 것이다. 내면의 선율을 해방하고 싶다고. 바란 것은 그녀들이며, 나는 살며시 그 등을 밀어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걸 원흉이라고……엇!? 마, 마음을 읽었……어?」
「아니. 그대 내면의 목소리가 속삭인 것이다. 진실한 빛을 해방하고 싶다고.」

 그 언령을 듣고, 감격한 것은 카구야와 레밀리아였다.

「그래, 우리는 무얼 우회하고 있었던 걸까. 금관의 공주의 목소리는 줄곧 들리고 있었을 텐데.」
「우주의 맥동은, 대지의 숨결은, 달의 빛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었던 거야……우리의 마음 깊숙이……」

 그러고 보면 금관의 공주라는 부끄러운 별명──별호──이명──칭호──이 붙여졌을 때도, 마음을 읽고 있었다.
 그렇다면,
 설마 정말로, 자신은 마음 깊숙이 바라고 있는 것일까?
 그녀들처럼──.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있을 수 없어. 있을 수 없으니까!」
「오픈·유어·마인드. 자신을 금관의 공주라 명한 소녀여.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름 붙인 건 이 두 사람!」
「나에 관해선 편하게 "사부"라고 부르도록 해라. 그대의 마음이 바라고 있는 호칭이 "사부"다.」
「부르지 않는다니까!」

 호통을 듣던 노인은 온화하게 미소를 짓자마자, 불쑥 등을 돌렸다.


「뒤는 너희 세 사람의 문제다. 달 아래 모여 야상곡을 연주하는 공주여. 몽환을 홰치는 나비의 날개 모양이 건곤에 춤추듯 내려앉아 반짝이듯이, 희망의 반짝임은 무지갯빛의 색채를 띠고, 어머니처럼 상냥하고 따스하게 우주를 끌어안는다. 사랑과 슬픔을 되풀이하며. 그대들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으면 된다. 그것이야말로 자아내진 나선의 끝에 있는 슬픔을 달래는 쪽빛의 시가 될 터이니……」


 어떤 언어학자라도 이 노인의 말을 만인이 알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루나 차일드는 확신했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전 우주에서 두 명뿐. 즉,

「스승님! 흑요는, 흑요는 환희의 물방울이 흘러넘치는 것을 멈출 수 없습니다!」
「노사! 홍마는, 홍마는 만남을 자아낸 빛나는 운명을 긍지로 생각합니다!」

 이해했을 터인 카구야와 레밀리아는 뺨을 적시면서 스승으로 모시는 노인을 전송했다.
 망령처럼 나타난 노인은 역시나 망령처럼 사라진다.
 마치, 거기엔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차라리 정말로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었으면 좋겠다.
 기억마저 지우고 싶다.
 그 정도로 기분 나쁜 노인이었다.

「금관의 공주도 스승님의 언령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떨리고 있어요. 인연 덕분에 자신의 일처럼 이해할 수 있어요.」
「금관의 공주도 노사 덕에 내면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남은 건 우리의 언령과 달빛으로 새로운 공주를 비출 뿐.」
 쓸데없이 시적인 쓸데없는 말도 슬슬 싫증 난다.
 울고 싶어졌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이런 한심한 이유로 울고 있을 수 없다.


「크크큭……마침내 세 달빛의 공주가 모였는가……」


 또다시 연로한 목소리.
 그러나 굵직하게 떨리는 그것은 소나 멧돼지의 울음소리 같아서, 기품은 없고, 땅바닥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사나움이 있었다.
 카구야와 레밀리아의 두 눈동자가 가늘어지고, 위험하다는 표정으로 연꽃의 호수로 바라본다,
 무슨 일이지? 머리가 완전히 지쳐 버린 루나 차일드는 '지금이 도망칠 기회'라 눈치채지 못하고, 두 사람을 따라 하였다.
 부글부글 거품이 일며 물결치는 호면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불거져 나온다.

「마침내 왔군요. 칠흑의 빛나는 날개, 일곱 어둠의 바다, 사악 속의 절망, 미쳐버린 폭마성(暴魔星)……」
「암흑의 포식자, 윤회 나선의 종착점, 명부의 공작, 재화의 구현……이 세상의 모든 것에 원한을 품은 포학의 검.」

 오싹함이 서려 있는 음색은 공포마저도 품었으며, 카구야와 레밀리아는 뒤로 물러나, 자세를 잡았다.
 또 진지하게 바보 같은 짓을 하려 하고 있느냐며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분위기가 다르다.
 무서울 정도로 고요해서, 무서울 정도로 숨이 막힌다.
 본능이 고한다. 이곳은 위험하다고.
 죽림에 토끼 사냥을 하러 왔지만, 오늘따라 토끼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어째서였을까? 벌레나 짐승의 울음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던 것은 어째서였나? 루나 차일드는 바람조차도 숨을 죽이고 있는 이유를 깨달았다. 모든 것은 이 때문이다.
 호수에서 출현한 거대한 그림자 때문이다.
 달 아래에 드러난 그 모습, 검디검은 대 메기였다.
 메기였다.
 메기.
 …….
 위기감이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것이 칠흑의 빛나는 날개며, 일곱 어둠의 바다이며, 사악 속의 절망이며, 미쳐버린 폭마성에 암흑의 포식자며, 윤회 나선의 종착점이자 명부의 공작이며, 재화의 구현으로 이 세상의 모든 것에 원한을 품은 포학의 검인가.


「나는 태세성군의 그림자. 암흑의 뒤틀림에서 태어나, 모든 재앙이자 저주받은 악몽……은하의 저편까지 울려 퍼지는 천둥소리가 환상의 묘비를 쳐부술 때, 나의 힘은 다차원 우주에 내포하는 허공의 마력에 의해 천지의 연결을 끊고, 결국은 멸망의 축복에 의해 무(無)에 도달할 것이다……」


 어쩐지 그럴싸한 말을 늘어놓고 있지만, 의미를 전혀 알 수 없다.
 동류인가. 이 메기도 동류인가.
 이미 이 우주에서 착실한 정신인 사람은 자신만이 아닐까? 하고 루나 차일드는 비관했다. 아니 아니, 써니 밀크와 스타 사파이어라면 분명히 이 이상 사태를 이해해 줄 것이다. 만나고 싶다.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한 그녀들을 지금, 너무나도 만나고 싶다.

「우습구나, 태세성군 섀도우! 오늘 밤이야말로 네놈의 운명은 무너질 것이다. 우리는 이미 쌍월의 공주가 아니라고!」
「가소롭구나, 홍마 프린세스! 네놈들은 아직 쌍월의 공주다. 봐라! 금관 프린세스의 마음은 네놈들에게 향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는 삼월희의 언령은 동조하지 못하고, 흐트러지는 것이 필연. 이 몸을 물리치는 것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승패는 확정 났다.」
「그렇다면 듣는 게 좋을 것이다. 삼월희의 언령을!」

 도대체 어떠한 진기한 일에 말려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루나 차일드의 머리는 어질어질 해지고, 시야마저 불안해져 버렸다.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다. 이런 아름다운 호수에 저런 추악하고 머리 나사가 빠진 메기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루나 차일드의 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안 카구야는 귓전에 입을 가져가 살며시 속삭인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휩쓸려 버려선 안 돼. 언령을 해방하면 이 정도의 독기(瘴気)는 아무것도 아니야.」
「독기?」

 그런 건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 분명히 카구야의 착각일 것이다. 질려 버린 루나 차일드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숨을 들이실 때마다, 혹은 내뱉을 때마다 정력이 빠져나가는 듯한 착각이 드는 것은 머리가 몽롱해진 탓이리라. 어째서 몽롱해져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모든 것이 기분 탓임이 틀림없다. 바보 같은 상황을 정신이 거부하고 있는 것뿐으로, 장기라든가 메기라든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명백했다.

「홍마! 금관의 공주가 장기에 당해버렸어! 이미 인식을 저하 당해, 꿈과 현실의 틈새를 헤매고……」
「그렇다면 쌍월의 반짝임으로 장기를 날리고, 저 녀석의 주박을 저해하여, 세 번째 달의 공주를 각성시키자! 각성하는 거야! 왜냐하면, 금관의 공주의 마음은 우리와 함께 있으니까.」

 레밀리아가 또 멋진 척 무의미한 대사를 내뱉고 있다. 바보 같다.

「홍마의 공주, 준비는 됐어?」
「준비는 됐어. 흑요의 공주.」

 루나 차일드는 상황을 방관하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고 있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각성이라든가 언령이라든가가 아니라, 단순한 초조함일 것이다.


「달이여, 달이여. 달밤의 선율, 수면에 떠오른 허구의 달은 대지의 숨결에 껴 안겨 하늘보다 높이 빛나는 달이여!」
「호면에 가라앉는 덧없는 달이여. 반짝이는 별가루의 축복은 암야를 가르는 고요한 선율, 밤의 바다에 달은 피어난다!」


 언령을 받고, 괴로운 듯이 떠는 메기.
 하지만 열린 커다란 입에서 내뱉어진 것은 번민의 허덕임이 아니라, 홍소였다.

「크하하하하핫! 나는 지금이야말로 달에 속하는 공주를 먹고, 영원의 암흑에 의해 허무의 세계를 쌓을 것이다!」
「우리의 언령이 통하지 않아!? 금관의 공주, 금관의 공주여, 부탁이야. 얼른 눈을 뜨렴……」
「무서워하지 마. 자기 자신을 믿어라. 영혼에 감춰진 마음을 말에 맡기는 거다! 비로소 그것이 언령이 된다……금관의 공주여, 언령이 되는 것이다!」

 촌극에 진절머리가 난 루나 차일드는 마침내 머리카락을 거꾸로 세울 기세로 일어나,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이제 적당히 하라고! 날 말려들게 하지 마! 언령? 금관의 공주? 잠꼬대는 자고 나서 하라고! 나는 어디에나 있는 단순한 요정이고, 홍마관의 주인이나 영원정의 공주의 놀이와는 관계없다고! 이상한 시를 늘어놓으며 겨루고, 바보같이 폼이나 잡고! 아아, 정말이지 하면 되잖아, 하면! 수경(水鏡)의 달은─ 진위의 틈을 비춘다─ 요정의 날개 모양처럼─ 빛이 있으라─」

 마음껏 적당하게 번지르르한 말, 아름다운 듯한 말을 늘어놓았다.
 아무리 뛰어난 재료라도 조리하는 것이 서투르면 엉망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다.
 엉망진창이 돼 버려라.
 루나 차일드는 이를 드러내며, 메기를 노려보았다.


「끄아아아아악……그, 금관의 언령……나의 사기(邪気)를 한 번에 정화한다고는. 무서울 정도의 아름다움이다.」


 통용되어 버렸다!
 그 놀라움 탓인지, 혹은 전력으로 고함친 탓인지, 혹은 정말로 각성을 한 것인지, 루나 차일드의 머리와 가슴에 존재하던 몽롱한 위화감이 맑은 물로 씻겨 흘러간 것처럼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다.
 전신이 깃털처럼 가볍고, 가볍게 땅을 박찬 것만으로 달까지 닿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금관의 공주, 마침내 눈을 떴군요!」
「흑, 믿고 있었어……처음부터 말이야.」

 흑요의 공주와 홍마의 공주가 만면의 미소로 루나 차일드를 축복했다.
 에라, 이제 어떻게든 돼라.
 그런 마음으로 루나 차일드는 고함친다.

「냉큼 메기를 쫓아버리고, 이 촌극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푹 자는 거야!」
「아아, 금관의 공주가 이렇게나 사명감에 불타고 있어!」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숙명은 겹쳐졌어. 자, 지고의 언령으로 환상향을 물들이자!」


 카구야는 루나 차일드의 오른손을 잡았다.
 레밀리아는 루나 차일드의 왼손을 잡았다.
 세 사람, 마음은 하나.


「겹쳐진 세 달의 축복. 검은 보석을 아로새긴 나비의 날개는 달빛을 비추어 무한의 색채를 하늘에 그린다.」
「겹쳐진 세 달의 축연. 진홍빛 선혈의 잔물결은 달빛을 쐬어 보다 선명하고 향기롭게 물보라를 흩뜨린다.」
「겹쳐진 세 달의 축제. 황금의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는 성역은 달빛을 맞이해, 바람에 흔들려 희망을 연주한다.」


 이번에는 자포자기한 덕분인가, 두 사람의 뒤를 이어 그와 같은 대사를 늘어놓을 수 있었다.
 하려고 하면 할 수 있지만, 어째서 해버리고 있는 걸까. 루나 차일드 정신의 냉정한 부분이 속삭였다.


「으그그그극……삼월희의 영력이 동조하여, 그 위력을 3배, 10배, 100배, 1000배, 여전히 아름다움을 높이고 있다! 이것이, 이것이, 이것이 대지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마음의 빛인가. 윤회의 최후까지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것이 마음의 빛인가!」


 메기 씨도 흥이 났다.
 루나 차일드는 웃었다.
 매우 오래간만에 웃었다고 생각되었다.
 이미 몇 년이나 웃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혹은 이것이 루나 차일드라고 하는 존재가, 처음으로 지은 진짜 미소였을지도 모른다.


「생은 죽음 속에. 수면은 비추는 거짓의 달, 하늘에 떠오르는 것은 진실의 달, 틈새를 연결하는 생명의 숨결──」
「빛은 어둠 속에. 호면은 비추는 백은의 달, 하늘과 별가루에 안긴 백금의 달, 커다란 허공에 존재하는 빛의 반짝임──」
「말은 침묵 속에. 수경은 비추는 청렬(清冽)한 달, 우주의 균형에 앉은 평온한 달, 영원히 끝나지 않는 말은 언령의 울림──」


 그때, 루나 차일드는 보았다.
 칠색으로 반짝이는 가는 실이 자신들을 연결하고 있는 것을.
 빛의 기둥이 달과 호수를 연결하고 있는 것을.
 대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서 넘쳐 흐르는 생명의 숨결이 대기를 채운다.
 별가루의 빛이 대지에 쏟아져, 밤의 어둠의 고독을 달랜다.
 침묵 속에서 빛나는 세 빛깔의 말. 영광의 언령. 산뜻한 음색.


『연주하자! 삼월희의 야상곡!!』


 동시에.
 카구야의 흉내도 아닌,
 레밀리아의 흉내도 아닌,
 루나 차일드의 흉내도 아닌,
 세 사람은 동시에 완전히 똑같은 말을 했다.


 흑요의 공주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실한 언령이었다.
 홍마의 공주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실한 언령이었다.
 금관의 공주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실한 언령이었다.


「오, 오오오……그리운 빛……마음의 빛이, 나를, 나를 감싼다……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이 평온함을……」


 조용한 빛에 둘러싸여, 태세성군의 그림자는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며 소실했다.
 그것은 멸망 같은 것이 아니다.
 만물의 근원인 자애에 의해, 있어야 할 장소로 돌아간 것이다.


 아아.
 달빛이 환상향을 가득 채운다──.


     ● ○ ● ○ ● ○ ●


「앗! 눈을 떴어.」
「루나, 괜찮아?」

 굉장히 그리운 음색으로 루나 차일드는 자신의 눈이 떠져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몇 초 뒤에, 바로 조금 전까지 눈꺼풀을 닫고 있었던 것을 자각하고, 자신은 어째서 자고 있었던 건지 의아스러워했다.
 분명히 바로 조금 전까지 죽림에서.
 여기는 어디지?
 루나 차일드의 신체는 부드러운 이불에 싸여 있고, 공기는 따스하고 푸르디푸른 다다미의 냄새가 평온함을 주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써니 밀크가 해님과 같은 웃음을 띠고 앉아 있고, 그 옆에는 스타 사파이어가 별님과 같은 웃음을 띠고 앉아 있으며, 그 옆에는 토끼가 앉아 있었다. 코를 실룩실룩 킁킁거리던 토끼는 경쾌하게 뛰면서 미닫이를 향했고, 능숙하게 앞발로 미닫이를 열고 복도로 나갔다.
 당연한 의문을 입에 담는다.

「여기, 어디?」
「영원정이야.」

 써니 밀크가 대답했다.

「기억나지 않아? 루나도 참. 죽림에서 잠들어 버려서, 전혀 일어나지 않았어.」

 스타 사파이어가 보충했다.
 점차 되살아나는 기억.
 호수. 달. 태세성군의 그림자. 그리고,

「나 말이야, 어째서 영원정에 있는 거야?」
「죽림에서 쓰러져 있던 것을 우리가 발견했어. 그리고 레이센 씨가 우연히 거길 지나가고 있었고, 루나를 옮겨 줬어.」
「그리고 에이린 씨가 진찰해 줬어. 능력을 너무 사용해서 가벼운 피로가 온 게 아닌가 하고 말하고 있었어.」

 레이센 씨가 우연히 거길 지나가고 있었다니.
 몹시 빤히 들여다보이는 말로 들려, 루나 차일드는 실소했다.

「연꽃이 떠 있는 호수 앞에 쓰러져 있었지?」
「아니, 죽림 깊숙한 곳에 있는 바위 뒤에 쓰러져 있었던 것 같아.」

 열려 있던 미닫이에서 영원정의 공주인 호라이산 카구야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매로 입가를 숨기고 있지만, 눈매를 보면 웃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요정 씨는 연꽃이 떠 있는 호수에서 세 명이 사이좋게 노래하고 있는 꿈이라도 꾸고 있었던 걸까?」
「응. 그런 것 같아.」

 '세 명이 사이좋게'라는 말을 듣고, 써니 밀크와 스타 사파이어는 그렇지만도 않다는 표정을 지었기에 루나 차일드는 애매한 미소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바람이 가슴을 빠져나가는 듯한 시원함을 느끼면서, '아아, 꿈이었나' 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날, 영원정에서 아침 식사를 대접받은 루나 차일드는 써니 밀크와 스타 사파이어, 두 명과 함께 신사 근처의 나무집으로 돌아가 못된 장난에 힘쓰는 평소와 같은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영원정에 가는 일도 없으면, 홍마관에 가는 일도 없다.
 공주님을 만나는 일도 없으면, 흡혈귀를 만나는 일도 없다.


 요정으로서.
 삼월정으로서.
 당연한 나날을.
 즐겁게 떠들썩한 나날을.


 그것이야말로 루나 차일드라고 하는 요정의 행복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1개월 뒤.


     ● ○ ● ○ ● ○ ●


 산뜻한, 무척 산뜻한 밤이었다.
 밤하늘에 달, 호면에 달, 원을 그리는 은빛이 살며시 대지를 비추고 있다.
 바람도 없고, 대나무도 흔들리지 않고, 벌레나 짐승도 모두 잠들어 조용하며, 맑게 흐르는 시냇물이 야상곡을 연주한다.


「산뜻한 밤이로군요. 수면에 떠오른 파문이 건곤의 틈새를 물들이고 있는 것처럼.」
 흑요의 공주는 소매로 입가를 감추며 미소 짓는다.
「산뜻한 밤이로군요. 호면에 떠오른 파문이 윤회의 나선을 새기고 있는 것처럼.」
 홍마의 공주는 으스대듯이 입가를 올려 미소 짓는다.
「산뜻한 밤이로군요. 수경에 떠오른 파문이 몽환의 선율을 연주하고 있는 것처럼.」
 금관의 공주는 기도하듯이 맞잡은 양손을 가슴 앞으로 옮기고 미소 짓는다.


 달을 칭하는 세 명의 공주가 보낸, 단 하룻밤의 이야기.
 ——삼월희의 야상곡.


 만월이 될 때마다 행해지는 이 행사에 완전히 빠져버린 루나 차일드였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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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
 이번에는 정말 좋아하는 루나 차일드를 쓸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삼월정 중에서 가장 좋아합니다. 세로 롤을 묭묭 해서, 돌돌 감고 싶어요. 루나 차일드 엄청 좋아요.
 쓰기 쉬운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만, 좋아하는 캐릭터 전부가 쓰기 쉬운 캐릭터라고는 할 수 없고, 좋아하지만 차례가 주어지지 않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번에 한 명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대사가 적은 데다가 문 카리스마 투성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만.
 덧붙여서 공주님들이 무엇을 말씀하고 계시는지, 저조차도 전혀 모릅니다.

 지문(地文:산천이나 계곡, 평야 등의 대지의 모양·상태)의 정경 묘사는 성실하게 했습니다. 적지만.


>45 루나사·프리즘리버 팬클럽 회원님
 이번은 이쪽의 배려가 부족해서, 팬클럽 회원분들께는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립니다.
 즉흥입니다만, 아래의 글을 받아주십시오.



【EX 시월희(詩月姫)의 교향곡】

「이렇게나 달이 하야므로, 달맞이 경단의 영봉(霊峰:영산. 신성한 산)은 하늘과 땅의 틈새에 호(弧)를 그리며, 세계의 형태에 접해 버리겠지요.」
「이렇게나 달이 하야므로, 화이트 와인도 방순(芳醇:향기롭고 맛이 좋음)한 낙원을 꽃들과 과실로 채운 색채조차 타락해요.」
「이렇게나 달이 하야므로, 밀크 푸딩의 흔들림이 운명의 실에 접하여, 사랑은 무한하게 퍼져요.」

 호라이산 카구야가 가져온 달맞이 경단과 레밀리아·스칼렛이 가져온 화이트 와인과 루나 차일드가 가져온 밀크 푸딩으로 조용히 달 구경을 즐기면서 세 명의 공주는 시적인 대화를 즐기고 있었다.
 미혹의 죽림 깊숙이, 대숲에 감춰진 연꽃의 호수에서 달에 축복받은 흑과 홍과 금의 공주는 경쾌하게 노래한다.
 그것을

「……뭐 하는 거야?」

 싸늘하게 바라보는 것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바이올린 연습을 하려고 했던 소령 루나사·프리즘리버였다. 그 음악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음울하게 만드는 마성 때문에 독주를 들려주는 일은 좀처럼 없고, 들려줄 마음도 그다지 없다.
 그렇지만 지금은 독주를 들려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이 불가해한 상황을 부정하기 위해서.
 빙글, 하고 나비가 춤추듯 세 명의 공주가 뒤돌아 루나사의 모습을 보고, 재차 그 모자의 끝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장신구를 발견하고는 서로 고개를 끄덕인다.

「홍마의 공주여, 이 원더 프린세스는 어떤 문 카리스마 어빌리티의 담당자인 걸까?」
「흑요의 공주여, 이 원더 프린세스는 손을 쓰지 않고 악기를 연주하는 정도의 문 카리스마 어빌리티의 담당자다.」

 카구야와 레밀리아가 불가해한 통칭을 쓰자, 루나사의 표정은 흐려졌다. 뭐냐? 문 카리스마 어빌리티는. 마찬가지로 표정을 흐리게 하고 있는 루나 차일드를 알아차리고, 어쩌면 그녀만큼은 착실하지 않을까, 하고 조금이지만 안도했다.

「왜 그러나? 금관의 공주여.」
「홍마의 공주, 나는 소리를 지우는 정도의 문 카리스마 어빌리티를 가지고 있어요. 이 원더 프린세스와는 서로 장점을 지우는 관계……나의 슬픔은 천의 밤을 넘겨도 끝나지 않습니다. 눈물이 강이 되고, 바다가 되고,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대지에 쏟아지는 그날을 맞이해도 양립할 수 없는 숙명……아아!! 이 정도로 나의 문 카리스마 어빌리티를 저주한 날은 없어!」

 세계의 종말을 앞에 둔 것 같은 표정으로 한탄했다.
 가장 착실하지 않았다.
 이건 그거다.
 메를란의 연주를 듣고, 머리가 유쾌해져 버린 분들과 닮은 증상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연주로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루나사는 낙관하여, 손대지 않고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세 명은 곧바로 감탄하는 반응을 보이며, 차츰 침착성을 되찾았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좋아, 좋아. 분명히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카구야가 고개를 들었다.
「금의 이름을 칭해서는 금관의 공주와 겹쳐져 버려요.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 이 마음, 부풀어 터진 파편은 별가루가 되어 밤하늘에서 춤추겠지요.」
 레밀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의상도 흑. 흑요의 공주와 겹쳐져 버리지만, 색에 대한 구애를 버리면 윤회의 소용돌이로부터 슬픔의 눈물이 흘러넘치겠지.」
 루나 차일드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슬픔을 헤쳐나간 끝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것 또한 마음의 빛을 거듭한 자의 보수가 아닐까. 흑요는 신보(神宝), 홍마는 신창(神槍), 나는 신령(神霊), 그녀는 신주(神奏).」
「나는 대나무이기도 하며, 홍마는 피, 금관은 빛, 그녀는 소리……?」
「나는 운명, 흑요는 영원, 금관은 정적, 그녀는 연주……이건 조금 단순하려나.」

 이상한 상담이 시작되었다.
 새삼스러운 것 같지만, 소름 끼치는 싫은 예감에 등골이 서늘해져, 루나사는 도망을 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루나사·프리즘리버……프리즘? 무지개?」
「무지개(虹), 음독으로 코우(コウ)……연주와 합쳐서, 코우소우(こうそう:무지개의 음독인 'こう'와 '주(奏:そう)' 발음을 합친 것)?」
「혹은, 코우엔(무지개의 음독과 공연(公演:こうえん)의 '공(公:こう)'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한 말장난. 뒷부분은 '연(演:えん)' 발음)……공연이란 뜻으로……」

 세 명은 고개를 들어, 미소를 주고받고, 이어서 루나사를 향해 양팔을 펼치며 동시에 말했다.


『홍연(虹演:こうえん)의 공주여, 지금부터 시월희의 교향곡을 연주해요!』


 덧붙여서 시월희란, 四(し)와 詩(し)의 두 가지 뜻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거 알까 보냐.

 하지만 1개월 뒤.

「흑요의 공주는 생각한다. 대나무의 웅성거림과 물이 흐르는 소리, 생명의 격류에 별가루가 쏟아지는 꿈의 틈새에서 찰나의 영원이 빛나는, 그것은 기적의 시.」
「홍마의 공주는 생각한다. 피의 흐름과 가슴의 고동, 자신의 육체에 소우주를 느꼈을 때, 자신의 신체와 다차원 우주 사이에 틈새는 없고, 그것은 무한의 시.」
「금관의 공주는 생각한다. 고요함을 듣는 정령의 연회, 달빛은 태양으로의 사랑의 증표, 맺어지지 않는 숙명은 비련이기는 하나 끝없이 깊게, 그것은 진실의 시.」
「홍연의 공주는 생각한다. 연주되는 불행의 선율은 잊고 있었던 행복한 꿈을 떠올리게 하는, 마음과 마주 보는 청춘으로 이끄는, 그것은 정신의 시.」

 친숙해졌다.


■역자 후기
작가 후기의 [EX 시월희의 교향곡]은 '루나사·프리즘리버 팬클럽 회원'이라는 닉네임의 어느 분이 '루나사·프리즘리버가 나오지 않아서 유감스러움을 표하며, 동시에 이 댓글을 통해 정식적인 항의를 하고 싶습니다.'라는 댓글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요우키는 백옥루를 나와 언령을 통한 평화를 전도하고 있었군요.
아무튼, 이렇게 오늘도 환상향의 평화는 지켜지고 있습니다.
경사로세~ 경사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