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번역/[ARIA x FATE] 그 상냥한 별에서…

그 상냥한 별에서… Navi : 23

spica_1031 2022. 3. 19. 18:33

원문 출처 : 歯車屋敷
작가 : 草之敬 님

번역 : 스피카

1. 본 작품은 ARIA(AQUA)와 FATE 크로스 팬픽입니다.
2. 글쓴이는 일본의 草之敬 님이시며, 작가분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3. 원작은 '歯車屋敷'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4. 번역본은 제 블로그에만 올립니다. 무단 전재 및 도작은 절대 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5. 본문중의 (하늘색)은 제가 단 주석입니다.
6. 오타 및 잘못된 번역의 지적은 감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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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냥한 별에서… Navi : 23





# 아이카·S·그란체스터


변함없이 눈부신 태양.
내려쬐는 햇빛의 열기는 가차 없이 기온을 올리고, 그리고 기분을 한없이 떨어뜨려 간다.
3명 모여서 ARIA 컴퍼니의 발코니 그늘에 주저앉았고, 후배야에 이르러선 부채를 꺼내들기까지. 선배도 덥다는데 무슨 생각인거야, 정말이지.
......그게 아니라.

「안되지 안 돼. 이 정도로 늘어져 있어선 훌륭한 프리마는 도저히 될 수 없다고오――――!」

짝짝, 뺨을 두드리고 재차 기합을 넣는다.
내가 이렇게 다시 기합을 넣고 있는데도 후배야와 아카리는 아직 늘어진 채다.

「있지, 알겠어? 알겠냐구?」

「......왕 참견이에요.」

후배야가 단 한 마디로 잘라버린다.
아아, 뭔가 이렇게, 뭐든 말하고 싶다.

「......저기, 내 꿈 듣고 싶어?」

「아뇨. 사양할게요.」

뭐 어쨌단 말이냐.

「내 꿈은 말야. 아리시아 씨를 비롯한 지금의 3대 요정은 물론, 언젠가는 그 전설의 대요정도 넘어서, 이 아쿠아의 역사에 영원이 이름을 남길, 운디네의 일등성이 되는 거야아――――!」

만세하며 일어서서, 선서하듯이 외친다.
음~ 기분 좋아. 역시 이렇게 목표를 정하는 건 중요한 일이야.
하지만,

「아이카 짱, 전설의 대요정이 뭐야?」

「뭐랏!」

아카리의 지나친 발언에 기분 좋아~ 라며 말하고 있을 때가 아니게 되었다.
후배야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계속 부채질을 하고 있지만, 이 발언은 듣고 흘릴 수 없지. 

「너 말야...... 설마 모르는 거야?」

「응.」

아니, 응, 이라니......
뭐, 평소와 마찬가진가. 이 아이에 대해 걱정하는 게 잘못된 거겠지.

「그런 상태로 잘도 운디네 하고 있네.」

아카리는 부끄럽다는 듯이 수줍어한다.
아니 아니, 여기선 부끄러워할 게 아니잖아. 오히려 창피해야할 때가 아냐?
그보다 아카리가 이런 것에 어두운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일 줄이야......
어쩔 수 없지. 알려주도록 할까!

「현재 물의 3대 요정인 아리시아 씨 네의 전(前) 시대에 30년 이상 쭉 아쿠아의 수상 안내 업계의 톱에 군림하고 있었던 초초초 일류의 운디네야.
그 위대한 존재는 현대의 모든 운디네의 어머니......"그랜드 마더"라고 불리며 존경받고 있는 전설의 대요정이라고――――!」

「오옷―!」하며 놀라고 있는 아카리와는 다르게 「......시끄러워요.」라며 하나한 반발해 오는 후배야.
정말로 평소대로네. 이 두 사람은.

「우와~ 굉장하네!」

「......그보다 아카리 선배.」

여전히 부채를 부치며 후배야가 보충한다.

「그 전설의 대요정이 『ARIA 컴퍼니』의 창설자에요. 수상 안내 업계의 상식입니다.」

아~ 이거 팔을 들고 있으니 옷 안으로 바람이 들어와서 꽤 시원해~
하지만 계속 팔을 들고 있지 않으면 안 되니까 지치네. 아, 그렇지. 이건 훈련과 동시에 바람을 쐴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돼. 역시~ 난 정말로 굉장해! 그보다 정말로 더운데~ 지긋지긋한 걸~

「에에――――――――엣!」

「몰랐던 건가요......」

아카리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있네.
그런데 히메야와 오렌지 플래닛 같은 큰 회사가 아니라,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규모가 작은 ARIA 컴퍼니를 골랐다는 건 운명인 걸까.

「어머어머, 다들 더운데 연습 고생했어.」

「자, 간식.」

아리시아 씨와 시로 씨가 나란히 걸어 왔다.
시로 씨는 쟁반들 들고, 그 위엔 딸기 시럽이 뿌려진 빙수가 3개.
그렇지. 여기선 선배 운디네이기도 한, 현재 수성 안내 업계의 톱에 선 아리시아 씨에게 조언을 구하도록 하자.
빙수를 건네받는 김에 나는 아리시아 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아리시아 씨, 도와주세요. 시로 씨라도 좋아요. 저희, 이대로는 타락할 것만 같아요.」

「어머어머」

「그렇게 갑자기 말해도 말이지.」

그런데도 아리시아 씨는 상냥하게 미소 짓고, 시로 씨도 곤란한 듯이 웃으며 서로 마주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 두 사람은 얼마 전부터 갑자기 가까워졌다고 할까...... 뭔가 자아내고 있는 분위기가, 이렇게...... 말이지?
뭐, 됐어.

「부디 전설의 대요정 직접 전수의, 훌륭한 운디네가 되기 위한 가르침을 저희에게!」

「으~음. 그러네......」

그리고 아리시아 씨는 어째선지 시로 씨를 보고 웃었다. 뭔가 시로 씨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시로 씨도 아리시아 씨가 왜 웃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럼, 직접 본인에게 물어보면?」

뭔가 좋은 어드바이스를 주실 지도, 라며 변함없는 미소로 말하였다.
에에에...... 너,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닌가요?



며칠 뒤, 우리는 아리시아 씨의 소개로 그 "그랜드 마더"를 만나게 되었다.


*  *  *  *  *


# 에미야 시로


덜컹 덜컹...... 덜컹 덜컹......

정면에는 각인각색의 세 명의 아가씨. 그 중에서 나와 가장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건 필시 아리스일 테지.
아카리는 기대로 소용돌이치는 따끈따끈한 미소 띤 표정.
아이카는 본보기라고도 할 수 있을 법한 긴장된 표정.
아리스는 무표정. 어딘지 모르게 "어째서 이곳에 있는 거지"라고 할 법한 분위기가 있다.
확실히, 그 말대로다.

(......어째서 나까지......)

이러쿵저러쿵 하며 떠들고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아리사아의 말을 떠올린다.
분명히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시로 씨가 만나봐 줬으면 해요.』

그건 대체 무슨 의미인 걸까.
여름 시작 무렵, 봇코로의 날에 있었던 일도 그렇고, 아리시아에 대해 잘 모르게 되었다. 아니, 전부터 종잡을 수 없는 상냥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정말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불가사의한 것을 발견했을 때, 기대감에 가득 찬 아카리 같은...... 게다가 어째선지 그것을 날 향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렇군...... 싫은 기분은 아니다. 붉은 악마의 미소와는 완전히 다른 벡터의 미소니까, 라는 이유는 당연히 아니지만서도, 뭔가...... 기쁘다.

『조가사키 마을(城ヶ崎村)――――. 조가사키 마을――――』

조가사키라고 하면 시즈오카 현(静岡県)이다.
일본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마을이라고 한다만...... 꽤나 대단하다. 그대로 일본이라고 착각할 것 같은 시골의 풍경이다.

「자, 그럼! 아리시아 씨의 이야기론 그랜드 마더께서 역까지 마중 나올 거라고......」

세 사람이 저마다 역에 서서 자리를 잡자, 아이카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나서 전원이 머리를 들어 시야를 넓히면 세 사람도 이 풍경이 마음에 든 것 같아서,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와앗―!」

아카리다.
아리스가 안내 책자를 보면서 이 마을의 개요를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다.
예스럽고 멋진 일본의 시골, 이라...... 그런가. 이미 지금의 일본에선 볼 수 없는 거구나......
시간은 지나갈수록 인류에게 기술과 발전을 계속 가져다주었다. 그 결과가 환경 파괴나 전쟁의 가속화, 테라포밍을 해서라도 평화를 갈망한 것이라면 얄궂은 일이다.
그리고 내가 바란 세계는...... 이곳에는 없었다. 아니, 지금은 다른가. 바라고 있었던 세계는 이곳에는 없었다.
지금, 내가 바라고 있는 것은......

「아카리 짱에 아이카 짱. 아리스 짱이구나. 거기에 시로 씨.」

폭신한 기척이 등 뒤에서 느껴졌다.
뒤돌아보면 양산을 쓰고, 그 그늘에서 미소 짓는 여성이 있었다.
백금으로 빛나는 머리칼에 상냥한 표정. 누구나가 이상(理想)으로 여길 나이 든 여성이었다.

「어서 와요, 운디네 아가씨들과 마법사 님. 아리시아에게서 이야기는 들었답니다.」

이상한 감각이었다.
주변의 경치가 그렇게 만들고 있는 건가, 마치 자신들이 세계에서 들떠버린 듯 한 착각을 느낀다.
기분 좋은, 부드러운 바람.

「뿌이늇―!」

아리아 사장이 보여준 적 없는 재빠른 움직임으로 여성의 가슴에 뛰어든다.
체중이 두 자리 수인 화성 고양이 치고도 무거운 편인 몸을 가진 사장을 여성은 자연스럽게 안아주었다.
모두가 놀란 가운데, 역시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아카리였다.

「혹시, 그랜마?」

「이 녀석, 아카리!」

그런 아카리에게 아이카가 태클을 걸며,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위대한 그랜드 마더.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히메야의 아이카·S·그란체스터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연장자의 여유라고나 할까. 여성은 가볍게 다시 웃으며 아이카에게 말을 건다.

「어머어머. 그렇게 딱딱하게 대하지 말고 편하게 그랜마라고 불러주렴.」

「앗...... 그치만」

「괜찮으니까.」

「알겠습니닷! 그랜마!」

안 건지, 만 건지.
아이카는 언제가 됐건 아이카인 채로 있겠지.

「시로 씨, 였지요?」

「아, 네. 그렇습니다.」

「아리시아가 정말로 많이 얘기해줬답니다. 호호홋.」

어떤 이야기를 들은 걸까. 그것도 궁금하지만, 어째서 아리시아는 그랜마와 나를 만나게 하려고 한 걸까.
특별히 무언가를 느끼는 것도 아니고, 설마 마술사라는 건 아니겠지.
자, 그럼 아리시아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그럼, 이동하도록 할까요?」

「넷!」

이동 중, 아이카는 무언가를 계속 이야기한다.
필사적인 모습이 묘하게 사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걸 듣고 제대로 답해주는 그랜마에게 이상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랜마의 집 같은 가옥이 보이기 시작할 쯤, 아이카가 겨우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아무리 가혹한 수행도 해낼 테니, 가차 없이 호되게 부탁드립니닷!」

아키라에게는 절대로 말할 것 같지 않은 말을 선뜻 말해버리는 점에서 아키라의 고생이 엿보인다.

「호호홋. 그렇구나. 그럼, 얼른 짐을 풀고, 밭의 옥수수를 따다 주지 않으련?」

「에엣? 옥수수?」

「넷! 알겠습니다!」

슬쩍 나를 올려다보고, 넌지시 '시로 씨도 부탁해요.' 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 정도라면 기꺼이 하도록 하겠다. 게다가 흥미도 있고.

매미 소리를 저 멀리, 우리는 나란히 그랜마의 옥수수 밭까지 왔다.
맨 홈 출신인 아카리는 그 드문 광경에 신이 나 떠들고, 아이카는 어째서 저렇게까지 신음할 필요가 있느냐고 할 정도로 옥수수를 노려보고 있다.
아리스로 말할 것 같으면, 옥수수 밭의 곁에 있는 양상추 밭 근처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잠시 후, 아카리가 옥수수 하나를 비틀어 땄다. 와사삭, 하고 좋은 소리를 내고 있다. 아리스도 그것을 따라하듯 하나를 비틀어 땄다. 아이카는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조금 큰 옥수수를 기합을 넣고 있는 힘껏 꺾었다.

「아무래도 이건 수많은 옥수수 중에서 순간에 최고인 것을 가려내는 순간판단력의 수행인 것 같네. 이걸로 거리의 인파속에서 손님을 찾아내는 능력을 기르는 거구나. 역시 그랜마. 운치 있는 수행이야.」

그런 것 치곤 고민하던 시간이 엄청나게 길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일단 나도 하나를 따본다. 꺾은 순간에 묵직하게 손 안에 잡히는 옥수수. 잘 익어있다. 아이나 네가 파는 옥수수와 비교 해봐도 좋을 것 같다. 특별히 아이나가 재배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게에 내놓기 전에 좋은 것을 고르고 있었을 테니까.

「많이들 땄니?」

「그랜마!」

아이카는 깜짝 놀라며 그랜마에게 되물어본다.

「많이...... 말인가요?」

「그래. 사양 말고 잔뜩 따렴. 금방 삶아줄 테니까.」

아이카는 그 대답에 당황하고, 아카리는 뛸 듯이 기뻐하며, 아리스는 무표정을 고수한다.
그랜마가 말하는 대로, 옥수수를 잔뜩 딴 뒤, 사람 수만큼 바로 삶아 툇마루에 앉아 먹는다.
달고, 식감도 좋다. 속도 꽉 차있어 정말로 맛있다.

「맛있어―!」

입가에 부스러기를 묻혀가며, 아카리가 정말로 행복한 듯이 말했다.

「호호홋. 갓 따서 그렇단다. 거기에 그랜마의 애정도 듬뿍 담겨 있으니까.」

이렇게 장난스런 부분은 아리시아와 판박이다.
제자는 스승을 닮는다고들 하지만, 정말로 그렇다는 것을 이 인물을 보고 있으면 알 수 있다.
특별한 근거도 없지만, 할머니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려나 생각해 버린다.

그 뒤, 역시 석연치 않았던 채였던 아이카가 다음 행동의 지시를 요구하며, 한여름의 하늘 아래에서 곤충 채집에 열 올리게 되었다.


한 발 앞서 그랜마와 나는 집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그랜마의 옆에서 이렇게 있으니 어째선지 안심된다. 한숨 돌리는 듯한, 그런 감각.

「시로 씨, 소금 좀 집어 주겠어요? 그 선반 위에 있답니다.」

「음, 이건가요?」

「네, 고마워요. 평소엔 받침대에 올라가서 가져오는데, 역시 남자분이 있으면 다르군요. 호호홋.」

과연.
뭐, 그러니까 이렇게 생기발랄한 거겠지만.

「......아직 젊은데, 요리가 능숙하군요.」

「......키리츠쿠, 제 의붓아버지가 칠칠치 못한 분이었기에 어릴 적부터 계속 해왔으니까요.」

「그렇군요.」

「네.」

그런 회화가 있고, 묵묵히 요리가 만들어져 간다.
내가 한다고는 했지만, 대접하는 건 나니까, 라며 거절당했기 때문에 돕는다는 형태가 되었다.
적당하게 아리시아에 관해서나, 아카리, 아이카, 아리스 세 명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식사 준비를 끝냈다. 다다미 위에 앉아 먹는 식사는 얼마만인가.

「잘 먹겠습니다!」

세 사람은 상당히 배가 고팠는지, 순식간에 요리가 없어져간다.
시종 무표정했던 아리스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즐기고 있었던 것 같아, 두 선배에게 지지 않을 기세로 젓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그렇게 활기차게 저녁 식사를 끝내고, 식기를 싱크대로 옮기면 그랜마는 세 사람을 데리고 침실로 향했다가 금방 돌아왔다. 

「......수행 같은 거, 할 마음 없으신 거죠?」

「어머, 무슨 말이려나? 아리시아는 『후배 세 명이 놀러 가요.』라고 밖에 듣지 않았는걸요.」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호호홋.」

아까와 마찬가지로 둘이 나란히 식기를 씻기 시작한다.
준비 중이었던 때와 다르게, 지금은 한 마디의 회화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불편한 건 아니고, 무척 안심된다.
달그락달그락,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와 싱크대에 흐르는 물소리. 밖에서 들려오는 조금 이른 방울벌레 소리.
갑작스레 그랜마가 말을 꺼냈다.

「아리시아에게서 상담 받은 것이 있어요.」

「......?」

「전부를 구하려는 정의의 사자가 있는지 없는지, 라고」

「아」

「당신에 관해서라고 금방 알겠더군요. 그도 그럴게 딱 일 년 전부터 편지나 전화로 나오는 얘기는 당신뿐 이었으니까요.」

아리시아......
나쁜 말은 하지 않겠지만, 그렇게나 이야기할 정도로 나는 화제가 풍부한 인간인 건가?

「......전부를 구하겠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문자 그대로입니다.」

「그래요.」

「네.」

또 잠시 동안, 침묵이 이어진다.
조금도 불편하지 않고, 그것보다도 그랜마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식기를 전부 정리하고, 수건으로 손을 닦는다. 거기서 그랜마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향수(郷愁), 라는 말을 알고 있나요?」

「향수?」

「고향을 그리워하며, 찾을 수 없는 고향을 찾아 헤매는 나그네.」

「............」

「당신의 여행은, 즐거운가요?」

그런 말을 남기고, 그랜마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대답 같은 건 바라지 않는다.
그저, 당신은 어땠나요? 그렇게 물어보았다.

향수.
고향을 그리워하는, 나그네.

「......거기에, 감정 같은 건 들어있지 않았다. 즐겁다는 생각 따위 한 적도 없고, 괴롭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저, 한마음으로 구하고 싶다고 바랐다. 하지만 그건 할 수 없다고 그 녀석은 말했다. 그게 어쨌다는 거냐면서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멈춰 서 버리는 것에 의미는 없다. 계속 걸어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내가 걸어 온 길을 부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그 녀석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에미야 시로우(エミヤシロウ)는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내가 보여주겠다고 맹세했다.」

혼잣말.
누군가 듣고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것도 아니다.
스르륵, 장지문이 열렸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그랜마는 손에 모기향을 들고, 변함없는 미소로 이쪽으로 다가섰다.

「따라와 주지 않겠나요?」

그 말에 거스를 것 없이,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거긴 세 사람의 침실로, 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랜마는 나를 손으로 멈췄다.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는 것 같다.
그랜마는 그대로 모기향을 두고, 이어 아이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그랜마.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응?」

「부디 저희에게 훌륭한 프리마가 되기 위한, 그랜마의 귀중한 조언을 주셨으면 해요!」

아이카가 진지하게, 정말로 진지하게 조언을 구했다.
그랜마는 잠깐 입을 다물고,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이 본, 아리시아는 어떠니?」

그 질문에 대해, 아이카는 빠르게 대답했다.

「산뜻한 노 젓기, 변환 자재의 조타술,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초일류인 당대 제일의 운디네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그랜마의 수제자로서 피나는 노력을 거듭했기 때문에 아리시아 씨는 아쿠아의 운디네 중, 가장 빛나는 별이 된 거겠죠?」

「어머어머. 그럼, 시로 씨는 어떠니?」

그 질문에 가장 먼저 대답한 것은 아카리였다.

「처음은 뭔가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아이카 짱처럼 잘 말할 수는 없지만, 정말 굉장히 상냥한 사람이에요!」

「왕 친절합니다.」

「그리고 요리도 굉장히 잘하죠~」

「너희들 말이지......」

그랜마는 그 모습을 보고, 한층 더 웃음을 깊게 지었다. 살짝 이쪽을 본 듯하다.

「그럼, 이 두 사람의 차이는?」

「차이, 말인가요......?」

그대로 말이 없어졌다.
방울벌레가 이 때만 우는 것을 멈추고, 바람도 멎었다. 소리가 없는 것이 거북하다.

「......예를 들면, 시로 씨의 진짜 웃음을...... 너희는 본 적 있니?」

「없습니다.」

즉답한 것은 아리스였다.
그녀는 그 상태로 말을 잇는다.

「자주 웃어주지만, 왠지 전부가 진심으로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 어째서일까 줄곧 생각했습니다.」

「......그건 그럴지도.」

「......응.」

진짜 웃음, 인가.
어느 게 어떤 웃음인가 같은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럼, 진짜 웃음이라는 건 무엇일까?」

「네?」

「마음에서부터 웃고 있으면, 진짜 웃음인 걸까? 그게 만약 마음에서부터 웃고 있는 게 아니더라도 웃고 있다면 그게 그 사람의 "진짜 웃음"인 게 아닐까, 그랜마는 생각한단다.」

마음에서부터, 라는 말에 붙잡혀서는 안 된다. 그렇게 그랜마는 말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나를 이곳에 데려온 의미라는 건, 대체 무엇일까.

「웃음을 구분한다면, 거짓인지 진실인지가 아니란다. 미안하구나, 떠보는 듯 한 말투가 되어서.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한단다. 웃음에 있는 건 배려하는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그 두 가지라 생각한단다.」

「배려하는 마음......」

「그 웃음이 뭔가 위화감을 느끼는 걸지라도, 그것이 다른 누군가를 향한 웃음이었다면 그건 배려하는 마음이 깃든 웃음. 자, 한 번 더 물어보도록 할까. 아리시아와 시로 씨, 이 두 사람의 차이는......?」

세 사람 모두가 침묵하고 있다.
한참 있다가, 「저요」 하고 아카리가 손을 들었다.

「......배려하는 마음의, 차이예요.」

「......그건 예를 들면 어떤 차이니?」

「그러니까, 시로 씨는 평소는 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지만 언제나 저희를 보고 있어주고, 이상하다고 하면 시로 씨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멀리서 저희를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아리시아 씨는 껴안아 주는 듯이, 언제나 저희와 함께 곁에 있어주는 언니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이걸로 괜찮을까요? 아카리가 그랜마에게 묻는다.
그랜마는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고요하게, 그 다음 말을 잇는다.

「아카리 짱. 네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분명 그렇단다. 아이카 짱도 아리스 짱도 마찬가지. 생각하는 것에 다른 점은 있겠지만 그건 전부 정답. 그럼, 하나 더 물어볼까.」

이게 마지막이라며 그랜마는 웃었다.

「너희는 이 사람들과 있으면서, 운디네를 하면서, 즐겁니?」

「에?」

「난 너희와 오늘 처음 만났지만...... 무척이나 즐거웠단다. 여러 가지 말할 정도로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고, 특별히 뭔가를 받은 것도 아니지. 그 반대도 말이다. 하지만 즐거웠단다. 아리시아가 말했던 대로의 아이들이었으니까.」

.....아, 뭐야.
알이 말하고 있었던 건 이렇게나 가까이에 있었구나.

「아리시아...... 그 아이는 말이지, 뭐든지 즐겨버리는 달인이란다. 그러니까 아이카 짱이 말했던 훈련도 이겨냈고,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게 아닐까, 하고 그랜마는 생각한단다.」

「하, 하지만...... 그래선, 그래선 혹독한 연습 때라던가, 힘들 때, 슬플 때는 어떻게 해야......」

아이카의 불안을 씻어 내듯이, 그랜마는 명랑하게 웃었다.
단지, 그것만으로――――

「그런 일은 좀 더 인생을 즐기기 위한 조미료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니?」

이렇게나, 마음이 따뜻하다.

「자신 안에서 바꿔버리면 되는 거란다. 무엇이든 즐기도록 하렴.」

그렇다. 하지만...... 그것조차 나의 구원은 되지 않는다.
나는 기뻐할 수 없다. 즐기는 것조차 할 수 없다. 『정의의 사자』는 안 된다.
나는――――

「무척이나 멋진 일이란다. 일상을 살아간다는 건.」

그렇다. "나"는 즐길 수 없다.
그렇다. 그렇다면――――

「열심히 하고 있는 자신을 솔직하게 칭찬해 주렴. 보는 것, 듣는 것, 접하는 것. 이 세계가 주는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면......」


――――......누군가가, 내 몫까지 즐기면 된다.


「이 별에서 무수히 빛나는 운디네의, 가장 빛나는 별이 되는 것도 꿈이 아니란다.」

그런 거구나.
분명히, 내가 고른 길은 이러한 길일 것이다.

"――――정의의 사자는 혼자가 아니다."

걸어가 보면, 이 길에서 『정의의 사자』를 찾자고, 난 한 번 더 다시 바랐다.
에미야 시로우의 『정의의 사자』는 더 이상 없다. 이곳에서, 난 나의 『정의의 사자』를 찾는다.
찾아내겠다.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다들 잘 잊어버린단다.」

물론, 내가 즐길 수 있는 만큼은 확실하게 즐기도록 할 참이다.

「자, 슬슬 자도록 할까.」

그랜마는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살며시 손을 잡아 주었다.
약하지만, 꼭 힘을 주어 잡아 주었다.

「당신의 이상향――고향――을 찾을 수 있기를.」



여름의 밤.
틀림없이, 그 소원은 내 마음에 닿았다.





Navi : 23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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