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번역/[ARIA x FATE] 그 상냥한 별에서…

그 상냥한 별에서… Navi : 25 (후편)

spica_1031 2022. 8. 5. 20:13

원문 출처 : 歯車屋敷
작가 : 草之敬 님

번역 : 스피카

1. 본 작품은 ARIA(AQUA)와 FATE 크로스 팬픽입니다.
2. 글쓴이는 일본의 草之敬 님이시며, 작가분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3. 원작은 '歯車屋敷'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4. 번역본은 제 블로그에만 올립니다. 무단 전재 및 도작은 절대 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5. 본문 중의 (하늘색)은 제가 단 주석입니다.
6. 오타 및 잘못된 번역의 지적은 감사히..
----------------------------------------------------------------------------------------------★



그 상냥한 별에서… Navi : 25 (후편)





# 에미야 시로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신세 지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처음 도착한 건 키사라기 모녀였다. 조금 어른스러운 느낌으로 멋을 내고 온 아미가 정말로 귀엽다.
어머니 쪽은 특별하게 차려입은 것은 아니고 평상시의 옷이었다. 분명 「평소처럼 입으면 되는데?」「싫어!」라는 대화가 있었음이 틀림없다.

「자리는 자유롭게 앉아주세요. 시간이 되면 출발하겠습니다.」

「네~에!」

아미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배 안으로 안내한다.
그러고보니 어머니 이름을 듣지 못했었나. 언제까지나 아미의 어머니,라고 하는 것도 실례고, 그렇다고 해서 「어머님(お母さん)」라고 부를 수도 없다. 이상한 오해를 받는 것도 봐줬으면 하니까 말이다.

「실례합니다. 아직 성함을 여쭤보지 못한 것 같아서요.」

「어머, 그랬었나요. 아미의 엄마인 아키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깊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 너무나 정중해서 이쪽이 위축되버릴 정도였다.
다른 사람 위에 서는 일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거기까지 들으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키사라기・아키나 씨, 군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대강 인사를 끝내고, 나는 배 밖으로 돌아왔다.
몇 분 정도 기다렸을까, 두리번두리번 거동이 수상한 양복 차림으로 전신을 감싼, 정말이지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 녀석이 왔다.
말할 것도 없다. 안토니오다.

「욥!」

「뭐냐, 그 모습은.」

「양복임다.」

「뭘 입고 있는 건지 물어본 게 아니다. 어째서 양복인 건가를 묻고 있는 거다.」

「역시......승부복입죠.」

「연미복이라도 입고 다시 와라.」

힘껏 비꼬아 말했다. 아이나였다면 딱딱한 양복보다, 놀릴 맛이 있는 연미복 쪽이 재미있어할 것 같아서 한 발언이었지만, 아무래도 안토니오는 진심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쭈뼛쭈뼛 거리며 더욱 거동이 수상해져, '어떻게 하죠?' 라며 매달려 왔다.

「어떻게 하죠라니,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마! 농담이다. 하지만 양복은 갈아입고 와라. 역시 딱딱하다고. 평소대로 입고 와.」

「그런 걸까요~?」

「응응. 양복은 딱딱하다고, 자네. 에미양의 놀잇배고 쪼끄만 애도 있는 것 같고. 그치?」

「우아아아앗!?」

안토니오는 놀란 나머지 뛰어올랐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그 순간에 안토니오가 육지와 배를 잇는 연결 통로에서 발을 헛디뎌,

「아」

풍덩!
그대로 바다에 낙하. 급하게 끌어올렸지만 역시나 양복은 흠뻑 젖었다. 필연적으로 갈아입어야만 했다.
얼마나 뻔한 녀석인지. 게다가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다. 그것도 그럴게, 이 아이나의 어디를 본 건지 "천사", "여신"이라고 칭하는 그녀 앞에서 이런 추태를 보여버리면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하지만, 당사자인 아이나는 깔깔 웃고 있다고. 눈치채라, 안토니오.

「저기 저기, 저 유쾌한 남자는 대체 어디 사는 누구야?」

「꽃집 아들인 안토니오다. 사이좋게 지내줘.」

「에미양의 부탁이라면 거절할 수 없는 걸. 어쩔 수 없지! 돌봐주도록 할게!」

「............오늘은 묘하게 텐션이 높은데.」

「그런가? 기분 탓, 기분 탓, 신경 쓰면 지는 거라궁?」

「신경 쓰면이라니, 역시 무슨 일 있는 거잖아.」

암 일도 없어~ 암 일도 없어~ 라고 노래 부르며, 멋대로 배에 올라탄다.
아미도 있고, 이상한 짓은 하지 않겠지, 분명. 전조가 불안해졌다. 이런 상태로 성공할 것인가, 나의 레덴토레는.

다음에 온다고 하면, 누구일까.
아니, 기다려. 그 전에 누군가를 잊고 있는 것 같다.

「............아이나. 너, 아주머니는 어떻게 했어?」

「허리 삐었어.」

되돌아 온 대답은 더없이 간결했다.
짐을 옮긴다고 무리라도 한 걸까...... 부디 안 아프셨으면 한다.

잠시 후, 배 안에서는 담소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역시 아이나가 있는 것과 없는 것과는 장소의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이런 점에선 부르는 게 정답이었을지도.
나 혼자였다면 어떻게 해도 이렇게까지 분위기를 띄울 자신이 없다.

「에미양, 에미양! 저기 저기, 이 술 열어도 돼~? 식전주~」

「잠깐, 뭘 멋대로 뒤지고 있는 거냐, 넌! 참아라, 참으라고! 아미조차 기다리고 있는데 어른인 네가 못 참아서 되겠나?」

「쳇~ 뭐냐고~ 구두쇠~ 구두쇠~ 왕 구두쇠~」

「구두쇠가 아니라, 참으라고 말하고 있는 거다.」

「돈이 아니라, 시간을 말하고 있는 거라구.」

「억지 부리지 마라. 적당히 하라고.」

「감사했습니다~!」

아하하하, 우후후후.
아미와 아키나 씨가 웃는다. 아이나는 딱 버티고 앉아 '어떠냐!'며 으스대고 있다.
어째서 어느 사이에 아이나와 만담을 하고 있게 된 걸까.
이 녀석, 사실은 이미 취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서 인지 얼굴이 붉은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머니 대신이 될 스토퍼(stopper)가 필요하다...... 이 녀석은 멈추지 않으면 계속 가속할 것이다.

「......실례합니다.」

「아, 네.」

누군가 불러, 뒤돌아 보면 본 적 없는 여성이 서 있었다.
깊은 쪽빛에 무릎까지 내려온 긴 머리에, 그라데이션이 들어간 발그스름한 눈동자. 어느 쪽이냐고 하면 차분한 느낌의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의 복장은 놀랍게도 수녀복이었다.
음......?

「에미야 시로 님의 놀잇배는 여긴지요?」

「네. 그런데 누구신지......?」

「아, 말씀드리는 게 늦었네요. 아이라・펜디・발라라이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며 이쪽도 머리를 숙이며 인사.

「......그럼, 인사는 이쯤에서 끝내죠. 아이나에게서 듣지 못하셨나요?」

「아이나 말입니까......?」

「그녀는 동창입니다. 이번 레덴토레는 교회 측에서도 참가하고 있어, 저도 그쪽에 얼굴을 내밀 예정이었습니다만...... 친우의 부탁이라면 함부로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잖아요?」

고개를 끄덕여 대답한다.
이거 참, 아이나의 친구였었나. 그건 그렇고 상당히 차분한 여성이다. 그렇게 말하면 아이나에게 실례이려나. 뭐, 상관없겠지.

「아이라! 오랜만! 잘 지냈어~?」

「아이나......! 응, 너도 변함없네.」

놀잇배에서 아이나가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아무래도 목소리를 들은 것 같다.



「에미야 시로 님, 오늘은 즐겁게 보낼게요.」

조금 전까지의 감각은 훅 사라지고 전혀 다른, 나이답지 않은 소녀 같은 미소로 말한다.
갑작스러웠던 것과 그 웃음의 가련함 때문에 조금 허둥댔다.
대답을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나와 아이라는 떠들썩하게 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아주머니가 못 오면 친구를 부른다고 말했었지.



「다녀왔습니다~」

「아, 어서와, 안토니오. 슬슬 배를 출발시킬 거니까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줘.」

안토니오가 돌아왔다.
그보다 잘도 돌아왔구나. 그만큼 단념할 수 없다는 건가.
옷도 평소의 캐쥬얼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고, 장미 꽃다발을 그 손에 쥐고 있었다.

「? 꽃이라면 샀었잖아. 이제와서 어디에 쓰라고?」

「고백임다, 고백. 이제 잃을 건 암것도 없다고요...... 아직 버릴 수 있는 게 남아있다면 그건 그녀에게로의 사랑. 하지만! 이 사랑만큼은 결코 버릴 수 없죠......왜냐하면! 그 사랑은, 저의 영혼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아 버렸으니까......!!」

바스락바스락.
손짓 몸짓으로 그 사랑의 크기를 전하려고 한다. 손에 쥐어진 장미 꽃다발이 좌로 우로 위로 아래로 날아다닌다.
덕분에 꽃잎이 떨어져, 그의 주위에만 꽃보라가 흩날리고 있다.

「배우라도 되는 건 어때?」

있는 힘껏 비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말에 어째선지 안토니오는 감격했던 모양이다. 내 손을 잡고, 붕붕 흔들어댄다.

「형님! 당신은 정말로 좋은 사람이군요......! 부모에게 말해봐도 『그런 꿈 같은 소리 할 시간 있으면 꽃 한 송이라도 손질해!!』라고 한다고요ー!!」

「배우가 되고 싶은 건가......」

비꼴 생각이었는데 뜻밖에도 예상이 빗나가 버린 듯 하다.
 안토니오의 이 호들갑스러운 몸짓이나 손짓, 감수성이 있다면 결코 이뤄낼 수 없는 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부모는 부모로서 걱정하고 있는 거겠지. 아니면 안토니오의 부친은 그가 자신의 말을 거스르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까지 설득할 생각이 없다면 처음부터 그런 꿈은 시궁창에 버려버리라고 전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이러쿵저러쿵해도 역시 부모는 자식 생각뿐이다.
하지만 『부모 마음을 자식은 모른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어떻게 해야 아버지는 허락해 주실까요.」

알지 못하는 안토니오의 아버님. 당신의 아들은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가봅니다.
입으로는 내지 않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속으로 말한다.

「뭐, 어쨌든 힘내라. 응원해 주지.」

아이나에게는 미안하지만 맘대로 응원하기로 하자.



그 후에 출발 시간 아슬아슬하게 평소의 슈트(suit) 차림으로 아레사 여사가 찾아왔다.
일을 끝내고 온 건지, 조금 지쳐보인다.

「안녕하세요, 에미야 씨. 이번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예전부터 권유는 받았기에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으니까요.」

「으음. 절 부른 건 그런 이유...... 저, 사무적인 이유뿐인가요?」

「? 아뇨. 전 애초에 지인이라고나 할까...... 부를 만큼 친한 사람도 별로 없어서, 당신에게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그, 그랬나요......! 치......친한 사람, 말이죠.」

어쩐지 기쁨 반, 분함 반처럼 보인다.
뭔가 변변찮았던 걸까......

「어쨌든, 어서오세요. 이제 곧 출발합니다.」

「네.」

자, 남은 건 아테나지만...... 설마 헤매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닌 게 아니라 같은 장소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ARIA 컴퍼니 근처의 선착장을 사용하고 있고, 헤맬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안녕하세요, 시로 씨.」

갑작스레,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그 목소리는, 최근 들은지 얼마 안 된, 상냥하고 감싸는 듯한――――

「그랜마......」

「당신도 배를 낸다고 아리시아한테서 들어서 말이지. 꽤 재밌을 것 같은 레덴토레가 될 것 같아서 다행이구나.」

배 안에서는 드디어 참는 게 한계였는지, 아이나가 식전주를 모두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멈출까 생각했지만, 그냥 두었다. 모처럼의 분위기를 깨는 것도 나쁘고.
그보다 그랜마는 일부러 내가 있는 곳까지 상황을 보러 와 준 건가......

「죄송합니다.」

「어머어머어머. 왜 사과하니? 난 내가 좋을 대로 하고 있는 거란다.」

「그래도, 죄송합니다.」

「호호홋. 어쩔 수 없는 애네.」

그러고 나서 2분 정도 잡담을 하고, 그랜마는 슬슬 시간이 됐다며 아카리 네의 놀잇배 쪽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배웅하면서, 이쪽도 시간이 됐나, 하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자 아테나가 더욱 걱정되었다.
정말로 헤매는 건 아니겠지......

「흠...... 괜찮다면 한 곡 부탁할까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감이지만, 시간이 됐다.
이런 선택도 오랜만일지도 모르겠네...... 그 무렵보다도 훨씬 즐겁긴 하지만.

「죄, 죄송해요!」

「오?」

뒤돌아보면, 멀리서 뛰어오는 모습.
아테나다.

「느, 늦었습니다.」

「아니,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려나. 자, 올라와.」

아테나와 함께 배 안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안에는 벌써부터 연회 분위기였다. 식전주로 잘도 이렇게나 달아오를 수 있구나.

「미안한 걸, 이런 모습이라.」

「으으응. 즐거운 걸요.」

「그런가.」

모두에게 신호를 알리고, 출발한다. 이렇게 말해도 그렇게 멀리 나가는 것은 아니다.
인근에 붐비지 않는 곳에 정박하고, 다시 인사를 한다.

「아~ 오늘밤 시간을 제게 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떠나가는 여름 하룻밤의 축제, 부디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여러분, 잔을 들어주세요.」

슥, 전원이 유리잔을 들어 올린다.
아미의 유리잔에는 제대로 주스가 들어간 것을 확인하면서, 말한다.

「건배!」

『건배ー!!』

와글와글, 목소리가 커진다.
인사에 집중했던 신경을 식사와 대화에 쏟아붓고 있을 것이다.
잠시 동안은 장소의 흐름에 맡겨두고, 나도 그 분위기를 실컷 즐기려고 한다.

아이나와 아이라는 달라붙듯이 앉아,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이나의 술 마시는 속도가 빠르나, 아이라가 적당히 제지하면서 식사도 한다. 이러쿵저러쿵해도 좋은 콤비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예의 청년, 안토니오.
그녀들의 회화를 줄곧 바라보고 있다. 손에는 장미가 들려진 채, 아직 고백까지는 다다르지 못한 것 같다. 아마도 아이라의 존재가 예상외였을 것이다.
무엇보다 본인은 빨리 취하고 싶은 건지 술을 마시는 속도가 아이나보다도 아득히 빠르다. 이미 얼굴이 빨개지고 있다.
키사라기 모녀는 오렌지 플라넷의 두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다.
아레사 여사는 아테나를 맨 처음 봤을 때는 흠칫 놀래고 있었지만, 그것도 어디로 날려버리고 지금은 아무 일도 아니란 듯이 행동하고 있다.
아테나와 아미는 어느 쪽인 연상인 건지, 잘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작은 접시에 던 요리를 아테나가 집고, 가끔 툭 떨어뜨릴 때가 있다. 그걸 아미가 주워 「조심해요」라고 하고, 웃으며 휴지로 싸서 휴지통에 버리러 간다.

꽤 분위기가 좋았다.

「에~이. 에미양 하나도 안 마시고 있잖아~」

「주최자니까 말이지. 취하면 일할 수 없어.」

「변함없는 걸~ 자, 마시라고 마셔.」

이 녀석은 내 말을 듣기는 한 걸까.
순식간에 내 유리잔에 발효주가 가득 따라져 있다.
주의 줄까 하다가, 나는 별로 술이 약한 것도 아니어서 가볍게 입에 머금었다가, 다시 주의 주기로 했다.
서서히 퍼지는 촉촉한 풍미에 발효주 특유의 찌릿한 향기 . 발효주를 막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건 꽤나 좋다. 내가 선택했기 때문일까, 확실히 맛있다고 할 수 있다.
......자, 그럼.

「아이나, 사람 말 좀 들어. 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너무 억지로 권하지 마라. 그 사람이 단순히 술을 싫어하는 거라면 다행이지만, 알코올 내성이 낮은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할 건가. 급성 알코올 중독이란 말, 알고 있나?」

「아레사 씨~~ 이거 맛있어요~! 마셔요, 마셔~~」

「말하자마자!」

「......에미야 시로 님. 용서해 주실 수 없을까요?」

일어서려던 차에 아이라에게 제지당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하지만 저쪽도 할 말이 있을 테지. 일단 들어보기로 한다.

「잘 보세요.」

그 말을 듣고, 아이나 쪽을 바라본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술은 사양합니다'라고 말하는 아레사 여사에게서 쉽게 물러섰다.
그대로 아미 일행 쪽으로 가, 시끌시끌 떠들기 시작한다.

「아이나는, 저 아이는 분명 당신을 위해서 그런 걸 거에요......그런 아이니까요.」

「......정말이지. 수다쟁이 주제에 말을 너무 아낀다고, 저 녀석은.」

「후후. 그런 아이니까요.」

그렇다는 것 같다.

「......동창이라고 했었는데, 학생 시절 저 녀석은 어땠었어?」

「다르지 않아요. 지금이랑 전혀. 조금 지나치게 떠들어서 교사에게 혼나는 일이 많았었지만, 저희 동창들은 알고 있었어요. 그녀가 그저 의미도 없이 시끄럽게 떠드는 건 아니라는 걸요. 그래서 분명 에미야 시로 님에게 한 행위도 뭔가 의미가 있을 거예요. 그게 공적인 건지, 사적인 건지는 정말로 모르겠지만요. 그렇죠?

대단하네,라고 생각한다.
난 거기까지 아이나에 관해서 알지 못했다. 본인을 봤을 때의 성격과 주인아주머니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뿐.
............아리시아에 관해서는, 어떠려나.

「응?」

「무슨 일 있으세요?」

「음, 아니. 아무 것도 아니다.」

......어째서 여기서 아리시아의 이름이 나온 거지?
사람 속은 알 수 없는 게 당연하지만, 어째서 아리시아에 한해서 "알고 있는 걸까" 따위를 생각해 버린 거지.

「…………」

아리시아, 라고 생각해버린 것만으로 팟! 하고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도 이상하다.
아무리 친한 사이의 친구라 하더라도 얼굴 같은 건 어렴풋하게만 떠오르지 않는데, 말이다.

얼마 정도나 시끌시끌 떠들고 있었던 걸까.
요리도 다 나왔고, 음주도 정체 기미. 회화도, 아이나조차도 말하는 게 지친 건지, 혹은 취해서 제대로 말을 못 하게 된 건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파도와, 바람. 그리고 놀잇배에 매달아 놓은 풍경 소리가 시원하게 울려 퍼진다.

살며시 아테나에게 귓속말을 한다.

「뱃노래, 불러줄 수 있을까?」

「네?」

「안되나? 난 듣고 싶은데.」

「............읏.」

어째선지 갑자기 고개를 숙여버렸다.
역시, 사전에 양해를 구했어야 했나......

「아니, 억지 부리진 않을게. 미안한 걸, 갑자기 이런 말 해서.」

「상관없어요, 노래는, 누군가가 들어주기 위해서 있는 거니까.」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소리 없이 일어섰다.
전원이, 목소리도 내지 않고 그녀에게 주목한다. 그녀의 배가 스읍, 하고 부푼다.

「La――――」

구개수――흔히 말하는 목젖――를 끌어올리고, 코를 통해 목소리가 폭발적으로 퍼진다.
흔히들 말하는 "좋은 목소리"다
마이크 같은 확성기를 통하지 않고, 자신의 몸으로만 발음한다. 그것은 목소리도 아니고, 소리도 아닌, "노랫소리"였다.
결코 듣기 거북하지 않고, 달콤하고, 애달프며, 즐겁고, 슬프다. 감정이 흘러넘쳐, 노랫소리에 실린다.
기술을 운운하는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할 수 있는 노래(謳)야말로 진정한 의미로 "노래(歌)"라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두둥실, 소리가 밤에 녹아든다.
찬찬히 노래의 여운이 이 자리를 지배하고, 누구도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아이나의 입이 움찔, 움직일까 말까 하는 타이밍이었다.



――――피유우우우웅,,,,,,,,,,,,퍼펑!!



불꽃놀이다.
시간을 확인하면, 마침 날이 바뀌는 시각, 영시(零時).
차례로 쏘아 올려지는 불덩어리. 터지고는 사라지고, 터지고는 사라지고...... 끝없이 이어지는 화염의 꽃.
어두운 수면에 거울처럼 불꽃이 비춰진다.

하늘에 피는 꽃은, 수면에도 피어난다. 마치 여기가 수면이 아니라 딱 한가운데.
이상한 부유감. 놀잇배가, 하늘을 날고 있다. 그런 기분.

「............아름답다.」

아테나가 중얼거린다.
아름다운 것이 "아름다운" 것인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아름다운" 것인가.
그런 문답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고 묻는 것과도 같다.

아름다우니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즉, 어느 쪽도 아름답고, 어느 쪽도 닭인 것이다.

「그렇네, 아름답군.」

꾸벅꾸벅 졸고 있던 아미도, 불꽃놀이에는 눈이 뜨였다.
흐릿한 눈동자는 점차 반짝임을 되찾기 시작했다.

「와아, 와아, 와앗!」

폴짝폴짝, 배 위를 뛰어 돌아다녀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자, 얌전히 있어야지, 아미. 앉으렴. 응?」

「네~에!」

아키나 씨에게 재촉받아, 아미는 털썩 주저앉는다.
불꽃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마찬가지로 고요한 시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네~에! 에미양주모오오옥!」

조금은 말투가 이상해져 있는 아이나가 나를 불렀다.
하늘에서 시선을 돌리자, 아이나를 중심으로 전원이 유리잔을 들고, 이쪽을 보고 있다.

「오느~을은! 초대해 주셔서, 감사했슴~~니닷!」

주변의 사람은 아이나에게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고맙습니다, 고 언외(言外)로 말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로 소소한, 거쥐만......벗도록 하겠슴돠!」

「그래, 고마............네?」

순식간에 이곳의 온도가 내려갔다.
정신을 차렸을 땐, 아이나는 옷을 벗고 있었다. 취해 있어서 잘 벗을 수 없는 건지, 아직 속옷은 보이지 않고 있다.
안토니오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기대 반, 봐선 안된다는 이성이 이미 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멈추는 역으로는 그에게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때, 거기서 갑자기 아이나가 풀썩 쓰러졌다.
정신을 잃고 있었다.
다른 사람 모두는 쓰러진 타이밍과 돌발성이었기에 혹시나 하는 의심에 달려가는 것도 나에게는 보였다.
바로 뒤에서 생긋생긋 웃음 짓고 있는 아이라가 아이나의 목덜미에 수도로 내려치고 있었다. 일반인이 인식할 수 없는 속도로, 말이다.
게다가 접근해서 친 게 아니라, 나름대로 먼 거리를, 팔 길이(reach)가 아슬아슬하게 채찍질을 하듯이. 자칫하면 팡! 하는 소리를 내버릴 정도의 속도로.

「괜찮습니다. 이 아이, 옛날부터 이랬거든요.」

쿡쿡.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아이나를 재웠다.
대신에 그녀가 선창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소소한 거지만, 이 건배를 감사의 뜻으로 전하겠습니다.」

건배,라고 모두가 유리잔을 들었다.

「아, 그래...... 고마워......」

아이나 덕에 별로 감동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게 되었지만, 고마웠다.
그 밤, 우리는 마지막까지 즐기고 있었다.


*  *  *  *  *


# 미즈나시 아카리


「시로 씨!」

「응. 좋은 아침, 아카리.」

레덴토레의 다음날 아침, 반나절 만에 시로 씨를 만났다.
시로 씨는 멍하니 하늘을 올렸다 보고 있는 중이었다.

「어땠나요? 어제는.」

「응, 성공했으려나. 즐거웠어.」

「네! 저도요!」

시로 씨는 다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뭔가 있는 걸까? 하고, 나도 올려다 보지만 새가 아침놀 한중간을 날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아름답네, 여기는.」

「?」

「아쿠아 말이다. 경치는 물론이고, 음, 뭐라고 해야 할까......」

부끄러운 듯이, 뺨을 긁적인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시로 씨는 말했다.

「있잖아, 아카리. 나는, 이곳에 있어도 된다고 생각해?」

「물론이에요!」

「그건, 어째서......?」

「그러니까, 그게, 시로 씨가 말했었잖아요. 『여긴 아름답다』고. 그것만 있다면 분명 괜찮아요. 하지만 속마음을 말하자면, 제가 있었으면 하는 것도......있지만 말이에요.」

말하고 나서 조금 부끄러워졌다.
아무리 시로 씨라고 해도, 남성에게 있었으면 한다고 말하는 건 역시 부끄러우니까.
시로 씨는 이번에야말로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하하......! 그래, 그렇구나. 있어도 되는구나.」

시로 씨는, 웃고 있었다.

 

 


Navi : 25 (후편) end

----------------------------------------------------------------------------------------------★

■주석 설명


■역자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