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번역/[ARIA x FATE] 그 상냥한 별에서…

그 상냥한 별에서… Navi : 24

spica_1031 2022. 4. 21. 23:20

원문 출처 : 歯車屋敷
작가 : 草之敬 님

번역 : 스피카

1. 본 작품은 ARIA(AQUA)와 FATE 크로스 팬픽입니다.
2. 글쓴이는 일본의 草之敬 님이시며, 작가분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3. 원작은 '歯車屋敷'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4. 번역본은 제 블로그에만 올립니다. 무단 전재 및 도작은 절대 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5. 본문 중의 (하늘색)은 제가 단 주석입니다.
6. 오타 및 잘못된 번역의 지적은 감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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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냥한 별에서… Navi : 24





# 에미야 시로


「네, ARIA 컴퍼니입니다.」

평소처럼 전화가 걸려와, 그것을 받는다.
수화기 너머로 '아' 하고 놀란 듯 숨을 멈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오랜만입니다. 얼마 전에 들렸던 토오사카 린......입니다만, 기억하고 계시나요?』

「네, 기억하고 있어요.」

잊을 리가 없다.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내가 살던 세계에 있는 토오사카의 얼굴도 잊지 않았는데 잊을 리가 없다.
잠시 뜸을 들이고, 그녀에게 말을 재촉했다.

『여름 방학 중인데요...... 한 번 더 예약을 넣고 싶습니다!』

「괜찮습니다. 언제 이쪽으로 오시는 건가요?」

『저기, 부끄럽지만...... 사실 이미 아쿠아에 있습니다.』

「네?」

저번은 마미야 양과 함께 와서 행동력은 적은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벌써 아쿠아에 있다고 할 줄이야......
그건 그렇다 치고, 앞으로 며칠 정도 이쪽에 있을 예정인 걸까.

「앞으로, 며칠 이쪽에 숙박하실 예정이십니까?」

『오늘을 빼고 앞으로 이틀입니다. 그보다 방금 도착했어요.』

「......방금, 말입니까?」

그렇다고 하는 건, 지금 마침 공항 근처에서 휴대 단말기를 쓰고 있는 거겠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일정을 확인해 볼 테니.」

『아, 네.』

일정표를 보고, 오늘과 내일과 모레의 예약을 확인한다.
마침 운 좋게 내일 밤이 비어있다.

「내일 밤 18시부터라면 비어있습니다만?」

『앗, 정말인가요!?』

「네.」

『다행이다......! 조금 무리일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저희도 갑자기 얘기하시면 곤란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최저 2주일 전에는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 죄송해요.』

면식이 있는 사이니까 이렇게까지 얘기하는 거지만.
거기에, 말이다. 이쪽의 토오사카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녀석의 얼굴을 한 여성을 놀리는 건 좀처럼 없는 일이다.
전화는 거기서 끝. 단골은 많지만 이렇게나 행동적인 손님은 드물다.
뭐, 연락을 해준 것만으로 괜찮은 편이려나. 일전에는 갑자기 방문해서 괜찮은지 어떤지 물어온 손님도 있었다. 시간을 생각하면 비슷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밤. 오늘 전화를 준 토오사카의 이야기를 아리시아와 아카리에게 전한다.
아리시아는 일과인 일정표의 확인을 했을 때 눈치챈 것 같지만, 아카리는 내 이야기를 듣고 놀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방문했을 때, 가장 사이가 좋아졌던 건 아카리였던가. 시너지 효과로 온화함이 굉장해졌던 걸 잘 기억하고 있다.

「린 짱, 오는구나~ 아, 그럼 노조미 짱도 오는 건가요?」

「아니, 이번에는 토오사카 씨만 인 것 같다.」

'씨'를 붙여 말하는 게 어딘지 모르게 간질간질하다.
떠올려보면 그 녀석을 그렇게 부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만...... 왠지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덧붙이자면 노조미, 는 마미야 양을 말한다.

「기대된다~」

아카리는 평소 이상으로 방긋방긋 웃으며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남은 아리시아와 저번에 방문했을 때의 일을 이야기했다.
맨 처음 가게를 찾아왔을 때의 일이다. 그 때는 마미야 양의 뒤에 숨어 있을 정도였고, 귀엽다고 생각한 동시에 나의 세계의 토오사카와 쏙 닮은 모습과 성격의 갭으로 웃음을 참는데 필사적이었던 것을 떠올렸다.
시간이 되서 아리시아가 돌아왔을 때, 텐션이 이상할 정도로 계속 올라가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 최후에는 과호흡이 돼버려 우리가 초조해져 버렸다. 결국 몇 분 늦게 출발해버렸었나.
관광 중에는 단번에 조용해졌다고 한다. 아무래도 과호흡해 버린 게 너무나 부끄러웠던 것 같다. 그것도 조금 지나자 익숙해진 건지 '이건 뭐예요? 저건 뭐예요?' 라며, 열심히 물으며 돌아다녔다고 한다.
돌아온 건 녹초가 돼 버린 두 사람이었다. 허둥대고 있었을 터인 토오사카 씨와 그것을 달래는 데 전념했던 마미야 양.
「나중에 또 올게요!」 라며 의기양양하게 그렇게 말하고 돌아갔지만...... 설마 이렇게나 빨리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렇더라도 정말로 그, 시로 씨와 친구라던 토오사카 씨도 린 짱이랑 꼭 닮았나요?」

「성격은 정 반대지만 말야. 고등학생 때의 토오사카랑 판박이다.」

「그런가요~ 귀여운 친구가 있었네요.」

「학생 때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신경 쓰였는데 말이야.」

일순간, 아리시아의 웃음을 보는 게 무서워졌지만 기분 탓이겠지.

「그럼, 슬슬 가볼게요.」

「응. 잘 자, 아리시아.」

「안녕히 주무세요, 시로 씨.」

이렇게 하룻밤이 지나갔다.



아니, 뭐라고 할까...... 단기간에 이곳에 돌아온 걸로 봐선, 그 나름대로의 행동력이 있다는 건 인정하겠다만......
아니, 이건 더 이상 행동력 운운할 게 아닌가.

「아, 아하하.」

「"좋은 아침입니다" 토오사카 씨.」

「좋은 아침~이에요...... 아하하하.」

바로 지금, 개점 직후인 오전 9시.
토오사카 씨가 예약을 넣은 건 오후 6시. 아직 9시간이나 남아있다.
아리시아도 아까 막 나간 참이라, 다음 돌아오는 건 낮이다. 아카리도 개점하기 전에 먼저 나가고 있었다.

「......일단, 기다리겠습니까?」

「아, 네.」

「차를 내오죠. 적당히 앉아 있어 주세요.」

테이블을 가리키며, 지시를 내린다.
주뼛주뼛거리면서도 토오사카 씨는 소파에 앉아, 내가 내올 차를 기다린다.

「드세요.」

「감사합니다.」

아아, 그런가.
성격 같은 건 전혀 닮지 않았는데, 어딘가 닮은 듯 한 기분이 든 건 『내숭을 떨기(猫被り:본성을 숨기다)』 때문이다.
아니, 토오사카 씨는 내숭을 떨고 있는 건 아니지만 토오사카 쪽이 말이다. 내숭을 떨 때의 토오사카의 성격과 토오사카 씨의 성격이 닮아 있다. 주뼛주뼛하는 모습을 빼면 반드시 우등생의 가면을 쓴 토오사카가 보일 것이다.

「꽤 단기간에 돌아오셨습니다만...... 그렇게나 좋았었나요?」

「네? 아, 네! 그래서 저, 그때부터 아르바이트하고, 용돈도 전부 저금하고, 덕분에 체중도 줄었고, 아무것도 할 게 없다 보니 공부만 해서 성적도 올랐고, 그래서 혼자서 간다고 했더니 부모님이 허락해주셨고......」

아무래도 토오사카 씨는 그다지 공부를 잘 하는 타입은 아닌가 보다. 방금 말로 알 수 있었다.
체중을 신경 쓰는 점은 여자아이라면 전부 그런 걸까? 다이어트 할 필요가 전혀 없어 보인다만.

「아, 맛있다......」

「그런가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도 기쁘네요.」

「......저기.」

「네?」

움찔, 하고 반사적으로 몸을 긴장시키고 있다.
남성 공포증,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단순히 낯을 가리는 성격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에, 재촉하지 않고 나는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잠시 후, 진정되었는지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경어...... 왠지 쓰기 힘들어하시는 뉘앙스 같은데요...... 무리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 그러니까. 일단은 손님이시고.」

「아뇨,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저, 그런 거 서툴러서.」

「경어가, 말입니까?」

「네. 말하는 건 별로 그렇지 않은데...... 뭐라고 할까, 듣는 건 간질간질 해지거든요.」

「그렇다면, 평소처럼 얘기할까.」

「와」

그 대신에 놀란 건지 토오사카 씨는 입을 딱 벌린 채 굳어버렸다.
이렇게 놀라는 일은 적지 않지만, 나로서도 매번 그렇게 놀라면 쓴웃음밖에 지을 수 없다.
말투를 바꿔, 그대로 약 한 시간 정도 이야기했다. 그래도 아직 낮이 되지 않은 건 꽤 참기 힘들었다. 그건 토오사카 씨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조급하게 힐끔힐끔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나?」

「아,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저기, 운디네의 일에 흥미가 있어서......」

「호오, 그런가?」

「월간 운디네도 달마다 사고 있어요! 칼럼도 읽고 있고......」

그리고... 그리고......
그런 느낌으로 그녀의 운디네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면 정오를 지나고 있었다.
슬슬 아리시아도 돌아오겠지. 혹시 아카리랑 아이카, 아리스도 돌아올지 모르겠다.

「점심, 먹을래?」

「앗, 하지만...... 그렇게까지 받는 건...... 죄송해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거기에 나로서도 약간의 시간 때우기도 되고.」

「그러시다면, 네. 먹을게요.」

적당히 냉장고 안에 남은 것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자.
식빵은 아직 있고, 양을 넉넉히 만들어두면 낮에 누가 돌아와도 문제없다. 혹시 남더라도 오후의 간식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샌드위치가 가장 손쉽다.
10분도 걸리지 않고 산더미처럼 샌드위치를 만들어 적당량을 큰 접시에 담아, 토오사카 씨가 있는 테이블로 가져간다. 바로 그 순간 그녀는 팟, 하고 표정을 밝게 하고 사양하지 않고 하나를 손으로 집어 먹는다. 볼을 가득히 부풀리고 설치류처럼 작은 동작으로 샌드위치를 하나 먹어 치웠다.

「좀 전까지의 태도는 어디로 간 건지.」

라며 쓴웃음을 짓자 토오사카 씨는 빨개져서 고개를 숙여버렸다.
중얼중얼, 뭔가를 전하려는 듯이 입을 움직이고 있지만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저, 기...... 옛날부터...... 허락받은 거라던가, 하라고 들으면 사양하지 말고 하라고 배워서, 그래서, 저...... 아우」

「그렇군. 아니, 괜찮지 않아?」

「그런, 가요?」

일본인치고는 꽤 결단력이 좋은 사고의 소유자다.
겸손함이 앞서기 쉽상인 그들로서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즐길"수 없을 것이다. 그 점에서 그녀는 한 발 앞서, 조금이라도 많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것 치고는 남 앞에서 금방 긴장하긴 하지만.
이 긴장도 부정적인 방면이 아니라, 분명 텐션이 너무 높아져 굉장히 적극적으로 돼 버린 거겠지. 폭주해버린다고나 할까. 그렇군, 그래서 과호흡이 돼버리는 거다.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어요.」

「다녀왔슴다~ 에미야 씨, 오늘 점심 뭐예요~?」

예상대로 세 사람이 돌아왔다.
얼굴은 땀에 젖어, 익숙해진 건지 내 앞인데도 아이카는 치마를 펄럭이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점심 먹기 전에 손 씻고, 샤워라도 하고 와. 땀투성이라고.」

이상할 정도로 얌전하게, 토오사카 씨에게도 반응하지 않고 샤워를 하러 갔다고 생각하면서 그녀를 쳐다보면 소파 뒤에 웅크리고 숨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이건 반칙이다. 저렇게 강아지 같은 모습...... 갭이 너무 지나치잖아...... 큽.

「어, 어째서 숨은 거야......?」

「아, 저기...... 뭔가 반사적으로......」

「하하, 이상한 녀석이네.」

「그, 그럴 까요~?」

그대로 나는 샌드위치를 추가하러 2층 주방으로 향한다.
뭐야, 익숙해지면 정말로 평범한 여자아이구나...... 아니, 토오사카가 꽤 특수한 경우였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뭐, 됐다. 어쩔 수 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샤워는 안 하고 뭐 하고 있는 거냐, 너희는.」

「아, 아하하하하.」

「저는 말렸지만, 아이카 선배가......」

「잠깐, 후배야? 너도 들키지 않으면 괜찮아요~라고 말했잖아!」

세 사람 모두 냉장고를 열고 점심으로 만들었던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아이카는 내 발소리를 듣고 급하게 먹은 건지, 입 주변에 마요네즈나 빵 부스러기 같은 게 붙어 있다.
뭐, 다른 두 사람이 들켜버리면 급하게 먹은 의미도 없는 것 같지만......

「자, 제대로 샤워하고 와라. 샌드위치는 잘 준비해 둘 테니까.」

『네~에』

타박타박, 세 명이서 샤워실로 걸어간다.
그걸 배웅하고 나서, 샌드위치를 접시 위에 담아간다. 분명 이만큼 있어도 저 녀석들은 순식간에 먹어 치워 버리겠지. 남은 건 수분을 충분히 섭취시켜 열사병이나 일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도록 하는 것뿐이다.

「힘드시네요.」

「더 큰 곳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다.」

친숙해진 건지, 토오사카 씨는 조금 전에 비해서 시원시원하게 말하게 되었다.
또 당분간 적당하게 그녀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위에서 왁자지껄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시로 씨~ 샤워 끝냈어요......... 아아앗?」

「아, 안녕하세요...... 하하.」

「린 짱이닷!」

아카리가 놀란 듯 달려와, 서 있는 토오사카 씨에게 돌격한다.
그 기세를 전부 받아내지 못하고, 토오사카 씨는 등이 'く'의 모양으로 구부러졌다.

「크, 옷!」

「아, 미안해.」

「아, 아하하하. 역시 아카리 짱은 기운차네.」

아카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어째서 저렇게 토오사카 씨와 사이가 좋은 건지.
아카리는 조금은 부끄러운 듯이 『동년배의 지구 출신』이라서, 라고 말했다. 그걸 듣고 아차 싶었다.
그녀에게도 지구에 있던 시절이 있고, 거기서 아쿠아로 왔기 때문에 친구나 부모님과 헤어지고 왔다는 것이다. 영원히 갈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직접 만날 시간은 거의 없다.
아카리의 천성인 명랑함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아카리는 궁극적으로 외톨이였다.

아이카나 아리스는 순수한 아쿠아 출신. 절친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관계라 하더라도 화성과 지구는 환경이 다르다.
아리시아 역시, 그랜마 역시 마찬가지다. 나도 일단 지구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시대가 너무 다르다. 거기에 남자다.

이런 이유로 추측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까지의 일로 봐서 이런 생각이 든다.
아카리는 누구에게도 미움 받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더 이상 이별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알토리아와 이별할 때 보여줬던 너무나 필사적이던 모습은 이걸로 설명 못 할 것도 없다.

이런 걸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손님이기 이전에 토오사카 씨를 자신과 지구를 이어주고 있는 파이프라인처럼 느끼고, 저 정도로 잘 따르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이렇게나 빨리 오고, 무슨 일 있어?」

「그게, 응. 더 기다릴 수가 없어서.」

「그럼 말야, 괜찮다면 말이지만. 아리시아 씨와의 예약 시간까지 우리랑 함께 얘기하지 않을래?」

「물론이지, 좋아. 나도 오랜만에 아카리 짱네와 이야기하고 싶었으니까.」

「와~아!」

이렇게 토오사카 씨를 포함하여 네 명이서 회화를 진행해간다.
나는 잔심부름에 전념하며, 할 수 있는 한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방구석 쪽에서 이미 하나의 취미로 자리 잡은 독서를 한다. 몇 페이지 읽고는 네 명의 모습을 보고, 아무 일도 없으면 그대로 또 몇 페이지를 읽고, 심부름이 필요하면 책갈피를 꽂고 책을 덮는다.
그 반복을 몇 십번. 눈치채면 시곗바늘이 3시를 지나고 있었다. 슬슬 입이 심심할 무렵인가.
분명히 아리시아가 사 온 쿠키 캔이 아직 있을 거다. 조용히 책을 덮고, 부엌에 있는 선반을 연다. 쿠키 캔은 금방 찾았지만, 쿠키 자체가 적게 남았다. 지금 있는 재료라면 만들어도 얼마 되지 않는다.

「빵 모서리...... 남아 있었던 거 같은데.」

오늘 점심용의 샌드위치를 만들 때 남겨둔 빵 모서리는 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이걸 튀겨, 설탕을 묻히면 스낵으로 바뀐다. 하지만,  

「손님에게 내기에는, 조금 그러네.」

조금 화려함이 부족하다고나 할까, 너무 궁상맞다.
그럼, 어떻게 할까.

「............빵 모서리, 라면.」

튀기기 전에는 부드러운 빵 모서리군. 그렇다는 건 이걸 이렇게......
작업을 하고 있는 곁에 기름을 가열해 둔다. 모든 작업이 끝날 무렵, 기름도 딱 좋은 온도가 되어 있었다.
남은 건 적당하게 튀겨, 기름을 빼고, 설탕을 묻혀, 쿠키 옆에 늘어놓으면 완성.

「좋아.」

나로서는 조금은 열심히 한 것 같다.
뭐, 이걸로 평판이 좋지 않다면 그건 그거. 앞으로는 무리를 하면서까지 궁리하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슬슬, 입도 심심할 테지?」

테이블 중앙에 쿠키와 튀긴 과자를 담은 그릇을 둔다.
자, 네 사람의 반응은 어떨는지.

「와! 이거, 에미야 씨가 만든 건가요?」

토오사카 씨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확실히 샌드위치 정도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으니까. 내가 이런 일을 나름 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차 역시 보리차를 내어줬었고.

「와아! 이거 빵 모서리를 튀긴 거네요~ 순간 보고도 몰랐어요~」

「왕 귀여워요.」

「에미야 씨, 굿 잡!」

「맛있어~!」

자, 내가 빵 모서리로 고안해 낸 것은 대체 뭘까?
정답은 리본이다. 빵 모서리를 묶어 그것을 튀긴다. 그냥 하나의 스틱 형태와 비교하면 외관은 나아져 있다.
그것도 아무래도 호평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없는 머리를 써서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고 할까. 저 웃음을 볼 수 있다면 나로서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그렇지, 덧붙여서 쿠키는 내가 만든 게 아니니까. 양해해줘.」

「알고 있어요~」

「완전히 맛이 다르니까요.」

「이것도 맛있지만, 에미야 씨의 쿠키는 또 다른 맛이 있지요~」

「아, 그거 먹어보고 싶을 지도~」

정말로 떠들썩하다.
저렇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가만히 있으면...... 아니, 본성을 숨기고 있으면 미소녀였구나, 하고 감회에 잠겨버린다. 그렇다는 건 이쪽의 토오사카 씨는 언제나 미소녀라는 걸까. 부럽구만, 이쪽의 나. 아니,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있다고 해도 토오사카 씨와 아는 사이일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정말로 쓸데없는 것을 생각해 버렸다며 부끄러워진다.

시계를 쳐다보면 이제 4시를 지나고 있다.
낮부터 줄곧 이야기하고 있는 그녀들을 보면, 잘도 화재가 끊이지 않는다며 감탄한다.

「있지 있지, 그런데 말이야. 린 짱은 남자친구라던가 있어?」

갑자기 아이카가 그런 것을 묻기 시작한다.
그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파고드는 게 아닐까?

「아이카 선배, 왕 아저씨 같아요.」

아니나 다를까, 아리스에게 심한 말을 듣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카는 기죽지 않고 토오사카 씨를 몰아붙이고 있다.

「어, 없다구.」

「거짓말이다! 그런 귀여운 얼굴을 하고, 없을 리가 없어!」

어째서 단정 짓는 말을 하는 걸까, 이 아이는.
게다가 아이카의 공격은 이어진다.

「그래서 어때? 선물 같은 거 좋은 가게 소개해 줄 테니까 이야기해버리라고~」

「그―러―니―까! 없다니까!」

......뭐지?
어쩐지 이곳에 오기 전에도 몇 번인가 경험했던 감각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금 당장 아이카를 멈춰』라고, 머릿속으로 외치고 있다.
불길한 예감을 넘어서 불길한 오한이 든다. 

「응? 응? 그래서 어떠냐구?」

「아이카, 그쯤 해 두지 않겠니. 토오사카 씨가 곤란해하잖아?」

「그치만 신경 쓰이잖아요. 에미야 씨도 그렇죠?」

「다른 사람의 연애를 방해하는 녀석은 말에 차인다고 했었나. 적당히 하자.  너 역시 알과의 관계를 물으면 곤란하잖아?」

「그, 그거랑 이건 다른 이야기잖아요. 애초에 저는 별로 알 군이랑 아무 일도 없는데......」

「자, 봐라. 넌더리났다면 이제 그만둬.」

이야기가 그걸로 진정되었다면 좋았을 걸.
불길한 오한의 정체는 이미 토오사카 씨에게 내려오고 있었다.
방긋, 해맑은 웃음과 함께.

「헤에~ 아이카 짱. 좋아하는 사람 있구나. 어떤 사람이려나?」

그립다고 생각해 버린 건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기분 탓인지, 토오사카가 이곳에 있는 것 같다. 토오사카 씨에게 깃든 것 같다.

「그, 그러니까 아니라니까! 좋아한다던가 그런 것도 아니고, 그게......」

「그렇다면 그냥 친구인 걸까? 하지만 에미야 씨가 말씀하실 정도고. 집히는 데 있는 거 아냐?」

엔진에 시동이 걸려버렸습니다.
낮까지 정숙하고, 차분하며, 낯가림을 보여주던 토오사카 씨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얼른 돌아와 줬으면 한다.

「아, 아우아우아우......」

「별로 복수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역시 그런 일은 신경 쓰이네요. 그죠, 에미야 씨?」

「......아니, 별로.」

얽히고 싶지 않다.
솔직하게 얽히고 싶지 않다. 이쪽의 토오사카 씨도 내숭을 떨고 있었던 건가......
게다가 토오사카와 비교해서 토오사카 씨가 원래 얌전한 성격인 만큼, 그 변심의 차이는 나조차도 이건 봐줬으면 하고 생각해 버린다.

「그런가요. 그럼, 선물 가게, 내일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알이라고 하는 사람과 함께 말야.」

「히이이――――익!」

아이카가 벌써부터 울상을 짓고 있다.
미안, 아이카. 이것만큼은 내가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다녀왔어요.」

「응. 어서와, 아리시아.」

시계를 보니, 이미 5시를 훨씬 지나 6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토오사카 씨에게 돌아왔다고 말하려고 뒤돌아보면, 어디에도 그녀의 모습이 없었다.
뭐라고 할까, 굉장한데.

「어머어머, 아이카 짱. 왜 그러니?」

아리시아는 울상 짓고 있는 아이카에게 걸어서 다가간다.
아이카는 뭔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눈동자에 눈물이 고이고 있다.

「저, 저, 저, 저깃! 아, 안녕하데욥!」

「어머어머, 린 짱. 벌써 왔구나. 어서 오렴.」

힘껏 말을 씹었다.
아이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리시아가 뛰어나온 토오사카 씨와 인사를 주고받는다.
아무래도 폭주벽이 있는 성격으로 바꾼 것 같다. 생각해보면 저것도 어떤 의미론 폭주려나?
아리시아는 잠시 쉬는 겸, 토오사카 씨와 이야기하고 있다. 토오사카 씨는 역시 버벅버벅대며 언제 끓어올라도 이상하지 않은 정도로 얼굴이 새빨갛다.

「그럼, 슬슬 가볼까?」

「아, 네엡!」

우리는 아리시아와 함께 밤의 네오·베네치아로 떠나는 토오사카 씨를 배웅하고, 아이카를 달래고, 이제 두 사람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지금부터 저녁 식사 준비를 시작하면 돌아올 무렵에 딱 맞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쳐도 오늘은 꽤 지친 하루였다. 예약 전화는 적었지만, 뭐 여러 가지로 정신적인 피로가 말이지.
전투 중의 스트레스라면 익숙해져 있지만, 역시 이렇게 사람을 상대로 한 행위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지치는 법이다.

「자, 그럼 너희들. 도와줘.」

『네~엣!』

이렇게 날은 또 저물어 간다.



「오늘은 감사했습니닷!」

토오사카 씨는 깊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또 오렴, 린 짱.」

「다음에는 꼭 연락을 하고 나서 와라. 언제나 비어있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오산이라고?」

「또 메일 보낼게!」

「다음에 왔을 때는 난 프리마가 되어 있을 거니까, 그때는 잘 부탁해.」

「또 함께 이야기해요.」

한 명씩 순서대로 그녀의 말에 응답하였다.
아쉬운 듯, 토오사카 씨는 숙박 예정인 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아직 조금은 밝은 하늘에 잘 빛나는 모습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토오사카 씨도 함께 저녁 식사를 먹고, 그리고 헤어짐.
오늘 하루로 정말 사이가 좋아졌다.
다음에 오면 '묵게 해주세요' 라던가 말할 것 같다.

「......그럼, 아이카랑 아리스. 밝다고는 해도 이미 늦었으니까. 바래다줄게.」

「네~」

「왕 신세 질게요.」

평소처럼, 늦어지면 내가 바래다준다.
그게 끝나면 뒤는 아리시아를 배웅하고, 내일을 대비해 일찍 잠든다.
그렇게, 하루가 끝날 터였다.

「............」

아이카와 아리스를 무사히 보내고, 돌아온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죄, 죄, 죄송해요오...... 오늘, 아니, 아쿠아에 있는 동안, 무, 묵게 해 주실 수 없을 까요?」

「호텔은 어떻게 했어, 호텔은.」

토오사카 씨였다.
들어가기 어려운 듯이 ARIA 컴퍼니 앞을 우왕좌왕하고 있던 것을 내가 발견하고 말을 걸어본 거지만.

「......시, 실은 예약했던 거 같은데요, 그게...... 그런 전화, 온 적이 없다고.」

「............」

「그게, 아무래도, 그...... 이쪽에 예약 전화를 하는 데 있는 힘껏 이어서, 호텔 예약을 깜박 잊어버린 것 같아서,
저기, 그러니까......죄송해요.」

「............하아. 어쩔 수 없네. 이번뿐이니까.」

「와앗......! 가, 감사합니다아아아~~~~~~!」
 

이런 것까지 꼭 닮지 않아도 되는데.
정말이지, 엉뚱한 아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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