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번역/[東方Project]

무녀 사흘을 만나지 않았다면 괄목해서 보라

spica_1031 2009. 2. 2. 20:30

출처 : 동방창상화
작가 : みつば
번역 : 스피카


1. 
다른 곳으로 퍼가지 말아주세요.
2. 본문중의 (하늘색)은 제가 단 주석입니다.
3. 오타 및 잘못된 번역의 지적은 감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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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 사흘을 만나지 않았다면 괄목해서 보라








「부탁이야, 사나에! 상냥했던 그 무렵으로……!」 

 모리야 신사에 울려 퍼지는 비통한 목소리는 신인 야사카 카나코의 것이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돼버린 걸까. 왜 그런 것을 말해 버렸던 걸까.
 후회해도 어쩔 수 없는 그 말.




──그래, 사나에. 하쿠레이 신사에서 레이무의 일을 도와 보면? 




* * * * * * * * * * * * * 

 하쿠레이 신사의 아침.
 어젯밤까지 있던 뜬구름은 산들 부는 바람에 쫓겨나, 올려다 본 하늘은 활짝 개여 있었다. 절호의 화창한 날씨에 사나에의 입가가 풀린다.
 맑은 공기가 가득 찬 경내 안을 걸어가고 있으면, 반짝이는 태양빛을 받으며 하쿠레이 신사의 무녀, 하쿠레이 레이무가 2개의 빗자루를 쥐고 조용히 서 있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레이무 씨.」
「좋은 아침, 사나에. 그럼 오늘부터 3일, 환상향의 무녀 일을 가차 없이 가르쳐 줄 테니까 말이야.」
「네, 잘 부탁드립니다.」

 면식이 있었던 사이이므로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조속히 둘이서 경내의 청소를 시작했다.
 쓰레질은 모리야 신사에서도 매일 아침마다 하고 있는 일이다. 참배객이 언제와도 괜찮도록 깨끗하게 하고 있다. 역시 다른 신사라고 해도 하루의 시작이라고 하는 것은 청소로부터 시작된다.
 화창한 햇볕 속에서 싸악 싸악, 하고 기분 좋은 쓰레질 소리가 두 개 울려 퍼진다. 거리의 떠들썩함에서는 잘라 내진 풍류라고도 할 수 있는 장경은 시인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읊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나에는 곧바로 눈치 챈다. 숙연한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레이무의 진지한 눈을. 주의 깊이 관찰해 보면, 간혹 빗자루가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돌계단을 털거나 하고 있다.

(──레이무 씨, 진지한걸……나도 제대로 청소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

 사나에도 대충 청소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레이무와 비교하면 눈동자에 머무는 진지함이라고 하는 것이 확실히 틀렸다. 청소는 놀이가 아니다. 신님의 거주지를 적당한 기분으로 깨끗이 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도시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많은 신이 살고 있는 환상향이다.

(──아아 벌써, 레이무 씨에게서 재빠르게 하나 배울 수 있었어요.)

 사나에는 가지런하지 않게 늘어선 돌계단 하나하나를 걸레로 닦듯이 빗자루를 정중하게 움직였다.
 모래알 하나 놓치지 않고, 쓸고 쓸고 쓴다.
 그러했기에 일광을 받아서 반짝이는 그것을 발견했다.

「어라, 이건 돈?」

 무려 사나에는 한 장의 돈을 주웠다.

「잘했어 사나에!」
「아, 레이무 씨.」
「벌써 청소 패턴을 잡은 거 같네! 봐봐, 나도 이렇게 발견했어.」

 득의에 찬 표정으로 레이무는 손을 펼쳤고, 거기에는 여러 장의 돈이 산뜻한 빛을 띠며 반짝이고 있었다.

「저, 저기. 혹시 조금 전부터 손으로 털고 있었던 건……」
「응, 우리 신사의 돌계단은 상당히 거칠어져 있잖아? 그래서 참배객이 자주 넘어져 돈을 떨어뜨리고 가거든. 그러니까 아침 청소는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안 돼.」
「레, 레이무 씨……」
「그치만 과연 사나에야. 가르칠 필요도 없이 나를 보고 확실하게 배우다니, 무녀의 재능이 있어.」

 반짝반짝 빛나는 레이무의 얼굴은 우수한 무녀가 환상향에 와 준 기쁨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돈을 주운 기쁨에 의한 것일까. 그런 얼굴을 보고 사나에는 아무 것도 말할 수 없게 돼 버렸다.

 이미 청소를 하고 있는 건지, 트레져(treasure)라고 하는 이름의 돈 찾기를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게 된지 몇 시간. 사나에는 여러 장의 돈을 찾아내는 데에는 성공하였지만, 자신이 바랬었던 무녀의 일은 끝내 찾지 못하고, 정신을 차리면 경내는 깨끗해져 있었다.

「응, 이 정도네.」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무녀인 듯한 인물은 말했다.

「다음은 새전함의 체크네. 가자 사나에.」
「네, 네에.」

 새전함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돈이 차 있었다. 평소 새전이 적어서 골치를 앓고 있는 인상의 레이무였지만, 이 정도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모리야 신사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레이무는 속을 보고 한숨을 내뱉었다.

「이것뿐인가……」
「에에! 꽤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레이무는 새전함의 뒤로 돌아가, 맨 아래에 붙어 있던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한 자물쇠를 열었다. 자물쇠가 열린 문을 앞으로 당기자 짤랑짤랑 소리를 내며 안의 새전이 나온다. 역시나 많이 차 있다.
 그 양에 사나에는 무심코 침을 삼켰다.

「자아, 잘 봐. 이거 돈이 아니라고.」

 그러나 레이무가 꺼낸 돈을 받아서 잘 보면, 그것은 단순한 동재(銅材)였다. 과연, 새전함 위에서 본 것만으로는 모르겠지만, 손에 들어보면 잘 알 수 있다.

「어째서 이런게 새전함에. 아, 누군가의 못된 장난인가요? 심한 짓을 하는 사람도 있군요.」

 개중에는 그러한 참배객도 있다. 구슬이나 눈깔사탕이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고, 성질이 나쁜 무리는 돌을 넣기도 한다. 도가 지나친 못된 장난은 신으로의 모독이 아니라, 이미 박해다.
 그러나 레이무는 머릴 옆으로 흔들었다.

「으응, 내가 넣어뒀어.」
「──네?」
「그치만 참배하러 온 사람이 텅텅 빈 새전함을 보면, 하쿠레이 신사는 은혜(御利益:신불(神佛)의 혜택)가 없다고 생각하잖아. 그러니까 이런 가짜 돈을 넣어둬서 은혜가 있는 것처럼 꾸미는 거야.」
「그, 그건 위조 화폐가 아닌……」
「아! 야호. 생각했던 것보다 새전이 있었어!」

 어쩜 이리 무서운 무녀인가. 이번은 숨을 집어 삼켰다.
 아니, 어느 의미로 존경받을 만할지도 모르겠다. 이전, 하쿠레이 신사를 빼앗으려고 계획했던 일이 떠오른다. 신앙을 모으는 노력을 하고 있지 않는 하쿠레이 신사를 대신해서 우리들이 신앙을 모은다고 하는 대의를 내걸었지만, 그것은 틀렸었다.

(──레이무 씨는, 싸우고 있었어)
 
「그럼, 슬슬 쉴까」

 조금뿐인 새전을 발견하고 만면의 미소를 띄우는 레이무의 모습을 보고, 사나에는 가슴이 단단히 죄여 왔다. 그녀는 싸우고 있다. 열심히 싸우고 있다. 빈곤과.
 그런 그녀에게 「당신은 신앙을 모으는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한 자신의 어리석음이 원망스럽다. 하고 있지 않을 리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의 생존과 관련되는 일이기 때문에.

「차 마실 시간, 차 마실 시간」

 콧노래를 부르며 차 준비를 하는 레이무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새전 하나로 이렇게나 인간은 행복하게 될 수 있다.
 자신은 저렇게까지 기뻐했던 적이 있을까. 새전이 있는 건 당연한 일, 쭉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새전, 그것은 눈에 보이는 신앙이다. 사나에는 새전에 감사했던 적이 없었다. 그것은 즉, 단 하나의 신앙조차 소중히 할 수 없다고 하는 게 아닐까.

「차 가져왔어~」

(──아아, 난 이리도 어리석었던 걸까. 단 하나의 신앙조차 기뻐할 수 없는 내가, 어째서 많은 신앙을 모을 수 있을까. 그녀는 그것을 나에게 가르쳐 주고 있어)

 사나에는 눈 안쪽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레이무에게 걸어간다.
 툇마루에 앉은 레이무의 옆에 앉아, 차를 받았다.

「오늘은 찻잎을 새롭게 바꿨기 때문에 맛있어」
「새로운 상품이라는 건가요?」
「으으응, 언제나의 차야. 언제나 108번 마시면 찻잎을 바꾸고 있었지만, 오늘은 사나에가 돈을 찾아내 주었으니까 말야. 특별히」

 부웅! 하고 고갤 힘차게 돌려 사나에는 하늘을 보았다. 지나쳐가는 맑은 하늘이, 서서히 희미해져 간다.

(──안 돼 사나에, 울면 안 돼. 레이무 씨는 지금 행복을 느끼고 있으니까, 동정이나 연민의 눈물을 흘리는 건 실례되는 일이잖아!)

 치마 자락을 꽈악 잡으며 사나에는 견뎠다. 「하늘이, 눈부시네요」하고 속이면서 눈물을 증발시켰다.

「그렇네~ 오늘은 좋은 날씨……어라, 마리사다」

 레이무가 올려다 본 하늘 저편에 흑백의 물체가 떠 있었다. 그것은 쭉쭉 다가온다.

「요, 왔다고. 오늘은 드문 녀석이 있는걸」
「안녕하세요. 그 땐 소란을 피웠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기본적으로 마리사가 시끄럽게 하고 있고」
「난 언제든지 올바르게 소란피우지 않는다고. 그런데 무녀 둘이 나란히 뭘 하고 있는 거야?」
「3일 정도 여기서 신세를 지며 환상향의 무녀에 대해서 공부해 볼까, 하고 생각해서」

 사나에의 말에 마리사는 복잡한 얼굴을 하고 「아─……그래─……」라고 말했다.

「아아 레이무, 나도 차 주지 않을래」
「네네」

 레이무가 일어나 거실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 마리사는 사나에 옆에 곧장 앉았다.

「어이, 사나에」
「네?」
「……울지 말라고」
「……벌써 위험했었어요」
「단단하게 마음먹어. 지금을 전시중이라 생각해. 마을은 기근에 습격당하고, 시가지는 역병이 퍼졌고, 나라는 기울어 가고, 세계는 종말로 향하고 있다. 그 정도의 각오로 3일을 보내라고. 이것이 나로부터의 조언이다」
「그렇게 과장된……」
「마음가짐의 이야기다. 그리 생각해 두는 편이 좋을 때가 반드시 온다」

 마리사의 오싹할 정도의 표정을 보고, 사나에는 압도되었다.

「처음은 모두 재미있어 하지만 말야……점차 웃을 수 없게 된다고……」
「차 여기~. 전병도 가져왔어」

 오우, 하고 대답을 한 마리사는 사나에 옆에서 재빠르게 이동했다. 전병이 가득 담긴 그릇을 받는다.
 마리사는 힐끔, 하고 사나에를 보고 전병을 와구와구 호쾌하게 먹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미 전부를 평정할 기세로.

「정말이지, 너 혼자만 전병 먹지 말고 우리도 달라고」
「괘, 괜찮잖아. 닳는 것도 아니고……」

 레이무는 마리사가 꽉 안고 있던 그릇을 빼앗아, 사나에에게 전병을 건네었다.
 사나에는 그것을 받아, 베어 먹었다.
 퍼석……하고 먹을 때의 느낌은 전병으로서 실격이었다.

(──눅눅해서 맛없어……전혀 맛없어……)

 곁눈질로 레이무의 모습을 보면, 맛있다는 듯이 전병을 한가득 먹고 있었다.

(──레이무 씨는 눅눅한 전병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정도의 능력, 인걸까)

 현실 도피였다.

(──어이 사나에! 맛있다는 듯이 먹어라!)
(──하, 하지만 이거 퍼석퍼석해요)
(──곰팡이가 빽빽이 붙어 있어 누구나가 틀림없이 버리는 찹쌀의, 그 표면을 깎아 만들어진 단팥죽을 먹고 싶은 거냐!)

「와아! 맛있네요~!」

 사나에는 외쳤다. 등골에 생겨난 무서운 감각을 버리기 위해서.
 저녁 식사가 터무니없이 무서웠다.

「레이무, 오늘 저녁밥은 뭘 할 거야?」
「그렇네~ 그러고 보니 전에 마리사에게 받은 버섯이 있었어」
「너, 너. 그거, 꽤나 전의 이야기라고……확실히 이제 먹을 수 없게 된 게 아닐까?」
「괜찮아. 신사 뒤에서 증식하고 있는 중이니까. 얼마 동안 본 적은 없지만 증식하고 있을 거야」
「증식하고 있……다니 너너너, 너……」
「뭐야. 돈도 소중히 하고 있으면 늘어난다구?」

 툭, 하고 사나에의 손에서 전병이 떨어진다. 마리사는 꿀꺽 침을 삼켰다.

「버, 버섯이라면 나한테 맡겨두라고. 잠깐 보고 올게」
「가득하면 뽑아 와~」

 사나에와 마리사의 시선이 교차했다. 힘차게 끄덕인 마리사의 모습에서 사나에는 진정한 신의 모습을 보았다.
 이렇게나 믿음직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고 마음속으로 감사를 했다.
 몇 분 뒤, 신사 뒤에서 방대한 마력의 흐름──마치 스펠 카드를 사용한 듯한──을 느끼고, 사나에는 모든 것을 깨닫는다. 마리사가, 흑백의 신이, 자신을 도와주었다고.
 잠시 후 마리사가 돌아왔다.

「잠깐만! 뭐한 거야?」
「아아, 야생 동물이 버섯을 헤집으며 먹고 있길래 마스터 스파크로 쫓아버렸다」
「에에─엣! 버섯은?」
「전멸이었다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틀림없이,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녁밥 어떻게 하지」
「그러니까 항상 말했잖아. 식재는 얼른 먹으라고. 레이무는 너무 길게 남겨둔다고」
「하지만 늘어날지도 모르잖아. 전병은 늘어났는걸」
「그런거 늘어날까보냣!」

 레이무는 요리가 서투른 게 아니다. 하쿠레이 신사에서 연회를 할 때, 안주는 주로 레이무가 만들고 있었으므로 그건 잘 알고 있다. 오히려 능숙하다고 사나에는 생각한다.
 문제는 사용하는 식재일 것이다. 돈이 없기 때문에 식재를 손에 넣기 어렵고, 그러니까 식재를 장기 보존하려고 하고, 그 결과 썩혀버린다. 그러나 버리는 것은 참을 수 없기 때문에, 능숙하게 조리하려고 한다. 혹시 그녀의 요리 실력은 그렇게 해서 닦아진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하면, 이 얼마나 비업(非業)의 기술인가.
 이럴 줄 알았으면 모리야 신사에서 식재를 가져오는 거였다.

「그럼, 난 슬슬 가볼까」
「에, 가는 건가요!」
「아아, 간다고……힘내……」

 만감을 담은 한 마디를 남기고, 믿음직하고 믿음직한 아군은 날아가 버렸다.

「그~럼, 낮잠이라도 잘까~ 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까 사나에도 낮잠 잘래?」

 낡아서 부드러워진 방석을 접으면서 레이무는 말했다.

「에너지는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아~ 돌아다녀도 귀찮은 일 밖에 만나지 않으니까 말야. 환상향의 무녀는 무언가 일어나고 나서 움직이는게 기본이야」

 그럼 자신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저기이, 레이무 씨는 언제나 자고 있나요?」
「물론」

 일단 환상향의 무녀로서의 역할을 배우러 온 거니까, 좀 더 유익한 일을 하고 싶다는게 본심이다. 그러나 매일 낮잠을 자고 있다고 하면, 혹시 그것이 중요한 일 일지도 모른다, 고 사나에는 생각했다.
 그럴 리는 없지.

「그럼 저도 낮잠 잘게요」
「응, 거기 코타츠랑 방석 써도 괜찮으니까. 그럼 잘자~」

 사나에가 꼼지락꼼지락 코타츠 안으로 몸을 넣고 있는 동안 레이무는 잠들어 버렸다. 이 시간에 언제나 자고 있다는 말처럼, 벌써 습관화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이상한 무녀라고 생각한다. 돈이나 새전에 집착하고, 그러면서도 다른 일에는 아예 무관심하다. 정말이지 속세에서 떨어져 있다. 저 나이 때의 소녀가 닳아서 해어져 구멍이 날 것 같은 방석을 베개로 해서, 남의 눈도 꺼리지 않고 자다니, 조금 생각할 수 없다. 요괴보다 요괴 같은 성격이다.

「환상향에서 무녀를 한다는 것은 이 정도도 할 수 없으면 안 되는 걸까나」

 겨드랑이에 있던 방석을 끌어당겼다. 그 방석도 간단히 접혀 베개가 되었다.



* * * * * * * * * * * * * 



 저녁.
 희미한 소리에 반응하여 사나에는 눈을 떴다. 하늘 저편이 황혼에 물들고 있는 것을 보고 너무 자버렸다고 생각했다.
 그것보다도 조금 전의 소리는 뭐였던 걸까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바로 옆에서 자고 있는 레이무의 숨소리와는 다른, 멀리서 들은 적이 있는 맑은 소리가 났다. 그것은 낮에도 들었던 돈과 돈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였다.
 사나에는 전혀 일어날 기색이 없는 레이무를 타넘어, 툇마루로 내려가 몰래 신사 정면의 모습을 엿보았다.

(──참배객!)

 짤~랑.
 황혼의 하늘로 울려 퍼지는 새전 소리. 가슴이 복받쳐왔다. 쿨쿨 자고 있는 레이무에게 잘 됐네요. 정말로 잘 됐어요, 하고 중얼거렸다.
 떠나가는 참배객의 등 뒤를 향해 두 손을 모은다. 손님은 신님입니다. 또 와 주세요. 그렇게 비는 사나에의 모습은 이미 무녀로서는 이질적이었다.
 덩실거리며 툇마루로 돌아가면, 조금 전은 서두르느라 눈치 채지 못했지만 레이무의 옆에 야채가 놓여 있었다. 무, 당근, 양배추──그리고 대량의 버섯. 누가 두고 간 건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흑백의 신님으로 정해져 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타인의 상냥함이 이렇게나 가슴에 와 닿은 적은 환상향에 오기 전까지 없었다. 하쿠레이 신사에 오기 전까지 몰랐던 것이다. 상처 입은 마음의 각질에 상냥하게 연고를 발라지는 듯한, 조금은 스며들지만 간지러운 따뜻함.

「레이무 씨, 레이무 씨. 일어나 주세요」

 흔들흔들 흔들자 레이무는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이게 진짜 복 나가는 행동(貧乏すり:다리를 떤다는 것으로 복(재물)이 나가는 것을 의미), 따위의 웃기지도 않은 일을 생각한 것은 들떠 있다는 증거이다.

「에, 뭐야 뭐. 이제 저녁인걸」
「그것보다 보세요. 야채와 버섯이 이렇게나 많이!」
「아──마리사 녀석, 폼이나 잡고 정말이지……에헤헤」
「다행이네요. 정말로 다행이──크읏」

 기쁜 듯이 웃는 레이무의 얼굴을 보고 사나에는 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눈물은 세련되지 못한 짓, 여기서는 웃어야만 한다.

「응, 응. 이 정도 있으면 일주일은 사치할 수 있어」

 사나에는 달려 나가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기뻤던 기분은 한순간에 동정으로 확 바뀌어 버렸다. 무와 당근과 양배추와 버섯으로 일주일은 사치할 수 있다고? 대체 그녀는 어느 정도의 빈곤한 길을 걸어왔던 걸까. 그것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수라의 길. 참담함과 처량함으로 다져져, 눈물로 젖은 진흙길이다.
 눈물이여 말라라. 바람에 흘러가 버려라. 서로 기쁨을 나눴을 때의 기분을 잊지 않도록 해줘.
 같은 무녀인데 어째서 이렇게나 가치관이 다른 건가. 사치하고 있어서 죄송해요.
 사나에는 경내를 일주해 레이무의 곁으로 돌아왔다.

「하아, 하아──너무 기뻐서, 달려, 버렸, 어요」
「정말 과장은~ 그럼 저녁밥 준비할게」
「도울게요」

 야채를 가지고 부엌으로 향한다. 낮의 대화 탓에 곰팡이가 핀 식재가 널려 있거나, 벌레가 끓고 있거나, 이상한 냄새가 난다거나, 그런 불결한 이미지를 사나에는 품고 있었지만 오히려 깨끗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리되어 있었기에 놀랬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연회 때는 모두 여기서 조리하고 있으니까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실례되는 상상을 했기에 가슴이 조금 아팠다. 그러니까 칭찬한다. 칭찬하는 것으로 밸런스를 유지한다.

「정돈되어 있네요~」
「뭐 그렇네」
「우와, 음식 쓰레기 하나 없다니 놀라워요. 저희 집은 음식 쓰레기나 술병이 구르고 있어서」
「아하하, 그런 신님이 두 명이나 있으니까 말야. 뭐 난 음식 쓰레기는 일절 내지 않으니까 깨끗한 거야」
「에, 음식 쓰레기는 어떻게 하나요?」
「확실하게 먹어」
「……읏!」

 방심했다.
 레이무에게서 얼굴을 돌린다. 강수 확률은 당장이라도 한계를 맞이할 것 같다.

「왜 그래?」
「아아뇨……지벼병인모모목소리가떠떨리는벼병이……신경쓰쓰지마말아주세요……」

 야채 껍질을 어떻게 먹고 있는 건지 신경이 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양배추 심지 조리법 따위 부족한 지식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을 물어봐도 괜찮은 것일까. 인간의 존엄을 밟는 행위가 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그렇지만 이다. 묻지 않으면 안 된다. 만복으로의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 가축의 사료와 다름없는 야채 껍질을 행복한 얼굴로 마구 먹는 무녀의 모습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계속 상상하는 것은 실례 천만이다. 이건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존엄을 지키는 성전(聖戰)이다.

「대체, 어어어어떻게 해서 야채 껍질을 조리하는 걸까요」
「볶음이야. 볶아서 조미료를 섞을 뿐인 간단 요리. 지금부터 만드는 걸 보여 줄게」

 허락된다면 당장 바닥에 엎드려 자신의 이마를 들이박자. 양배추 대신에 자신의 어리석은 머리를 잘게 썰어버리자. 상상 속이라고는 해도 그리도 심한 모욕을 해 버린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음식 쓰레기를 그대로 먹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치만 말야~ 불을 사용할 수 없을 때에는 어쩔 수 없으니까 그대ㄹ──」
「우와아아아아아앗!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아아앗!」

 소리치면서 사나에는 마리사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전시중이라고 생각해라.
 여긴 정말로 환상향인가? 아니, 여기는 전장이다.
 나무뿌리를 먹고서라도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되는 절해의 고도에서 싸우고 있는 거다.
 음식 쓰레기라고? 그런게 이 세계에 있을 리 없다. 포식의 시대 따위 몇 세기 앞의 미래. 아니, 인류가 식도락에 눈을 뜨는 일 따위 미래영겁 올 리가 없는 것이다.

「자, 잠깐 사나에. 왜 그러는 거야? 갑자기 소리 지르고……」
「죄, 죄송해요……지병의, 돌발성 난청이……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무른 생각은 버려라. 여기는 문명과 육지가 연결되어 있다는 망상도 버려라.
 그것이야말로, 환상향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인 것이다.



* * * * * * * * * * * * * 



 저녁 식사는 맛있었다.
 두 사람만의 식사로 특별히 이야기가 탄력을 받았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사나에는 기분 좋은 공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것이 하쿠레이 레이무라는 무녀가 만들어 내는 공기일 테지. 깊이 발을 디뎌 오지 않고, 또 깊이 발을 디딜 수 없는, 그런 절묘한 거리를 취하는 방법. 인간에게도 요괴에게도 인기가 있다는 것이 납득이 갔다. 레이무가 가진 독특한 거리를 취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으면, 향후 무녀 생활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
 역시 하쿠레이 신사에 와서 다행이다. 아무렴……절대로 와서 다행이다.

「그래요. 와서 다행이었어요……와서 다행이었어!」

 이불 속에서 강하게 중얼거리는 사나에의 그것은, 이미 기도였다.
 보고 싶지도 않은 것을 봐 버렸고, 듣고 싶지도 않은 사실을 들었으며, 알고 싶지도 않은 불우를 알아버린 것을 어떻게든 플러스의 사건으로 덧씌우려고 하는, 그것은 기억으로의 침공 작전이다.
 밖에서는 벌레가 울고 있다. 눈을 감으면, 그것은 마치 새전 소리처럼 들려 왔다.
 옆에서 숨소리를 내고 있는 레이무를 깨우지 않도록, 지갑을 들고 잠옷 바람으로 사나에는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나도 새전 넣자)

 그 행위를 보는 자가 있다면 위선이라고 개탄할지도 모른다. 독선이라 멸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나에는 생각한다.
 그런 건 생활에 여유가 있는 자가 내세우는, 그야말로 독선적인 가치관이다.
 그자들은 기쁜 듯이 무를 안는 소녀의 얼굴을 본 적이 있는 건가. 쌀뜨물의 재활용에 꿈을 부풀리는 소녀가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건가. 촛불 속에서 백물어(百物語:밤에 몇 명이 모여 차례대로 괴담을 주고받는 놀이. 초를 100개 세워두고, 이야기가 하나 끝날 때마다 하나씩 촛불을 꺼가며 100번째의 초가 꺼져 깜깜해졌을 때, 요괴가 나타난다고 여겼다)보다 무서운 고생담을 들은 적이 있는 건가.
 설사 위선에 의한 새전이라고 해도, 그걸로 배가 불러지는 것에 무슨 죄가 있을까.
 지갑에서 돈을 한 장 꺼내 새전함에 떨어뜨린다.

「하쿠레이 신사에 새전이 늘어나기를」

 이 행위가 애련으로 나타난 것이라 해도, 생각하는 마음에 거짓은 없다.
 조금 뿐인 새전으로 이 바람은 신에게 닿지 않는 걸까, 조금 더 새전을 넣는 편이 좋은 걸까.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으면 사나에의 배후에서 소리가 났다.

「당신……혹시 여기의 무녀인가?」

 생각에 잠기고 있던 사나에는 갑작스레 걸려온 말에 소리를 칠 뻔할 정도로 놀랐다. 돌아보면 엷은 어둠 속에 넝마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아뇨, 아닙니다만……」
「그런가. 잠시 내게도 빌게 해 주지 않을까」

 사나에는 새전함의 앞을 남자에게 양보했다.
 남자는 새전함에 돈을 던져 넣고 진지한 얼굴로 두 손을 모았다. 그 진지한 모습에 사나에는 조금 주저했지만 물어 보았다.

「무엇을……그렇게?」
「당신과 같아」

 말하는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이 신사에 새전이 좀 더 들어오도록 말이지」

 자신의 소원을 듣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숨기듯 사나에는 불끈하였다.
 남자는 그런 사나에의 모습을 보고 조금 당황해하며 사과했다.

「아아, 이야 미안. 화나게 했나」
「……아뇨, 별로」

 분명하게 화를 내고 있었기에, 남자는 화제를 바꾸려고 헛기침을 한 번 한다.

「그런데 당신, 정말로 여기의 무녀가 아닌 거야?」
「네, 여기서 무녀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아아, 그런가……그런가……무녀 수행인가……」

 어두워서 제대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남자는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시간도 시간이므로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조금 경계할까, 하고 한 걸음 물러서자 천천히, 남자는 지면에 양 무릎을 붙였다.

「──네?」
「미안하다」

 사나에는 눈을 의심했다. 갑자기 남자는 땅에 엎드렸던 것이다.

「잠깐, 거기까지 하지 않아도. 그렇게 화나지 않았으니까 그만둬 주세요」
「아니, 다르다. 나 대신에 여기의 무녀에게 사과해 주지 않겠나……」
「네?」
「이전, 나는 도둑질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도도하게 말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이 신사에도 훔치러 왔던 적이 있었거든. 그래서 새전함에서 조금 받아갈까, 하고 자물쇠를 비집어 열고 안을 보았다. 그렇지만 있던 건 가짜 돈 뿐이었다. 돈은 집안에 있는 걸까, 하고 생각해서 단념했지만, 상황을 보면 집주인은 부재중인거야. 뭐어……들어갔지」

 거기까지 이야기하자 남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다.

「집안을 보면, 나 같은 것보다 상당히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이미 몇 채의 집안을 봐 왔지만, 저런 생활은, 본 적이 없었다……」

 남자는 당시의 일을 떠올리고, 짜내듯이 토로한다.

「저녁밥의 흔적을 보고, 나는, 나는, 어째서 이곳에 도둑질하러 들어온 걸까 하고……궁핍했던 어린 시절도, 여러 번 우려낸 차를, 저녁밥 반찬 따위로 했던 적은 없었다! 그것을 아침 식사를 위해서 만들어 뒀던 적 따위는 없었어!」

 젠장 젠장, 하고 신음하면서, 남자는 눈물을 흘렸다.
 사나에는 언젠가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다다미를 빗자루로 청소할 때, 건조시킨 우려낸 찻잎을 뿌려서 청소하면 깨끗하게 된다고, 두 명의 신님에게 얘기했던 적이 있다.
 강하게, 강하게, 눈을 감는다.

(──바보야, 나는 바보얏! 우려낸 찻잎은 음식인데, 어째서 그렇게 함부로 다룬 걸까!)

 그 우려낸 찻잎은 단 두 번 밖에 마시지 않은 찻잎이다. 최하 열 번은 마셔야 할, 아니 백번은 마셔야 했다.
 바보. 멍청이. 철없는 녀석──철없는 녀석──.
 자신을 매도하는 어휘의 부족함에 이를 갈았다.
 따뜻한 집에서 살고, 상냥한 신님들에게 둘러싸여, 먹을 것에도 곤란하지 않는, 그런 무녀가 있어서 용서될까 보냐.
 그 즐거웠던 날들은 사치라고 하는 대죄를 범하여 손에 넣은 가짜였던 것이다.

「정확히 그 시기는 칠석으로 테이블 위에는 소원이 쓰여 있는 탄자쿠(短冊)가 있었다……. 보지 않았다면 좋았다. 그런 거 보지 않았으면 좋았어……」

 사나에는 귀를 막았다. 머리여 찌부러져라, 라고 할 정도로 양쪽 귀를 압박한다.
 이성과 본능이 들으면 안 된다, 알아서는 안 된다고 떠들어 댄다. 그러나 남자의 목소리를 차단할 수 없었다.

「탄자쿠에는 『전병을 배가 가득해질 때까지 먹고 싶다』라고……. 그 옆에 꼬깃꼬깃 말려져 있던 탄자쿠에는 『저녁밥을 배가 가득해질 때까지 먹고 싶다』라고……. 그런 작은 소원조차, 구겨버리고 단념해 버리다니 이상하잖앗」

 사나에도 한계였다.
 저녁밥을 짓고 있을 때의 기쁜 듯한 레이무의 얼굴을 떠올리고, 코를 훌쩍훌쩍 거린다.
 그 사람은 한 번이라도 불평하지 않았던 게 아닌가. 항상 웃고 있었지 않은가.
 울어선 안 된다. 그것은, 고결하게 살고 있는 무녀에게로의, 모독이나 다름없다.
 그러니까 부탁이야. 이제 됐어. 그 이상은, 이제 아무 것도 말하지 말아줘. 참고 참아 온 눈물샘을 더 이상은 자극하지 말아 줘.
 하지만 사나에의 바람도 부질없이, 남자는 계속 말을 잇는다. 계속 끌어안고 있었던 것을 내뱉듯이 계속 말한다.

「거실에 있던 찬장의 가장 안쪽에서, 신을 받들듯이 소중히 모셔져 있는 지폐를 찾아냈을 때, 나는……난 정말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치만, 그치만 지폐에 이름이 써 있었다고! 이름을 써서, 소중히 하고 있다니!」

 폭발하는 감정이 한 방울의 물이 되어 눈동자에서 흘러넘쳐 떨어졌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잇달아 눈물이 흘러넘친다.
 사나에는 울었다. 소리 내어 울었다.
 참고 있었던 만큼 반동은 굉장했다.

「레이무, 씨이……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미안……미안……나는 눈이 뜨였다. 강하게 살아가자고, 더 이상 나쁜 짓은 하지 않는다고. 나 같은 것보다 궁핍한 사람이,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신도 미워하지 않고, 조신하게 청렴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나도 노력하자고」
「으, 흑……우─우─ 우와아아아앙」
「직접 사과할 수도 없는 겁쟁이인 나 대신에, 당신이 사과해 줘. 제발, 이렇게 부탁해. 그리고 고맙다고……으흑」

 무녀의 고귀한 삶을 엿보고, 남자는 자신의 반평생의 잘못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새까맣게 물들어 버렸던 남자의 손에 무녀의 하얀 손이 겹쳐지는 환상을 보았을 것이다.
 한 가지 죄를 범하면, 사람으로서의 긍지를 하나 버리게 된다. 남자는 몇 가지의 긍지를 버리고 왔는가. 지금부터 몇 가지의 긍지를 되찾을 수 있는 걸까.

「내일, 난 거리로 나가 과자 직인(職人)을 지향한다……좀 더 맛있는 전병을 만들 수 있게 되어서 돌아온다……그러니까……」

 그 뒤는 더 이상 말로 할 수 없다.
 남자는 땅에 웅크리고 앉았고, 무녀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흐느껴 운다.
 닦아도 닦아도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넘친다.
 얼마 안 있어 남자는 조금 상쾌한 얼굴로 일어섰다.

「들어줘서 고마워.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죄를 갚는 방법 따위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부터는 정직하게 살아가려고 생각해」

 대답하려고 해도 오열밖에 나오지 않는 사나에는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눈물은 전혀 멈추지 않는다.
 떠나가는 남자를 지켜본 후, 사나에는 울면서 새전함 위에서 지갑을 거꾸로 뒤집었다.
 쏟아지는 눈물의 비처럼, 모든 돈이 차르르- 차르르- 하고 소리를 내며 새전함 안으로 빨려 들여갔다.
 엉엉 울면서 거실로 돌아오자 레이무가 눈을 떴다.

「으음~ 사나에……?」
「레, 레이무, 씨이……우와아아아앙」

 사나에는 레이무에게 안겨 붙어 여전히 계속 울었다.

「오~ 그래그래.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요」

 레이무는 사나에의 등에 팔을 두르고, 사나에가 침착할 때까지 쓰다듬어 주었다.

「히윽……흐흑……」
「미안해. 어두우니까 화장실에 가는 게 무서웠지. 좋아, 그럼 오늘은 같이 자자! 자아, 뚝 그치는 거야. 사나에」

 레이무는 사나에의 머리를 상냥하게 어루만지며 그칠 줄 모르고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살그머니 닦아 주며, 자신의 이불로 불러 들였다.
 이윽고 사나에는 울다 지쳐 레이무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잠들었다.



* * * * * * * * * * * * * 



 결국, 3일이나 필요 없었다.
 무녀가 다시 태어나는 데에는 하루만 있어도 충분했던 것이다.
 하루로 충분했던 것을 3일이나 계속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렇게 된다.

「부탁이야 사나에! 상냥했던 그 무렵으로……!」
「이 주정뱅잇! 이 정도의 술이 있으면 얼마나 사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부탁이야……버리지 말아줘. 오늘은 더 이상 술 마시지 않을 테니까, 그거 버리지 말아줘……」
「버려……? 싫다 싫어. 아아, 싫어라! 이러니까 사치스런 사람의 발상은 싫은 거야! 그렇게 아까운 짓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 그럼……!」
「팔아서 돈으로 바꿀 거야!」
「우아─앙」

 혹은.

「히~잉, 야채 껍질은 이제 먹고 싶지 않아~」
「한 번 더 말해 보세요! 어째서 조리된 음식을 고맙게 여기지 않는거얏!」
「그런……조리되어 있다니, 야채 껍질은 먹는 게 아니라구……」
「뭐, 뭐뭐, 뭐라고요──? 하하하하하한 번 더 말해 봐요? 저기, 한 번 더 말해 봐요?」
「아와와와……」

 이렇게 된다.

 무녀는 신으로 변했던 것이다.
 절대적인 힘을 가진 신들조차 압도할 정도의──귀신으로.

 그리고 환상향에 있어, 그 귀신조차 뛰어넘는 신이 있다.
 그 신의 이름은──




 ──가난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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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
처음 뵙겠습니다.
부탁받지도 않았는데, 마음대로 '읽기 전문'에서 탈피한 미츠바라고 합니다.

첫 SS라는 것으로, 과연 SS로서 성립되고 있는 건지 불안하고, 일본어로서 제대로 되어 있는 건지 불안하고, 읽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불안합니다.
한층 더, 적어도 데뷔작 같은 것이 이런 웃을 수 없는 개그로 괜찮은 건지……그것도 불안.

1만자 이내로 하자, 하자고 마음 먹었습니다만, 결국 1만자 오버해 버린 결과.
이 SS를 쓰기 전에 네 작품 정도(백합, 개그, 배틀, 시리어스)를 썼습니다만, 모두 2만자 오버라고 하는 결과. 백합에 이르러서는 힘을 너무 넣어 축소화가 불가능이라는 사태에. 기분적인 의미로.

콤팩트(Compact) 화에 성공하면, 그 때는 투고하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이 되었습니다만,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6/16 추가] 오자를 2곳 수정했습니다.
6/18 추가] 오자를 더 수정.
많은 감상 감사합니다. 불안했었습니다만 많은 격려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점수가 어버버버버(23150점이었음). 오자를 발견한 시점에서 추가와 수정하려고 했습니다만 무서워져 방치라고 하는 우유부단함을 발휘.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렇지만 정말로 감사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굉장히 기쁨니다.
감상 코멘트 곱씹고 있습니다.

오자의 지적 감사합니다.


■역자 후기
저녁밥 배부르게 먹어서 죄송해요.
사치하고 있어서 죄송해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