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번역/[ARIA x FATE] 그 상냥한 별에서…

그 상냥한 별에서… Navi : 18

spica_1031 2011. 5. 4. 16:00

원문 출처 : 歯車屋敷
작가 : 草之敬 님
번역 : 스피카

1. 본 작품은 ARIA(AQUA)와 FATE 크로스 팬픽입니다.
2. 글쓴이는 일본의 草之敬님이시며, 작가분의 허락 하에 번역하고 있습니다.
3. 원작은 '歯車屋敷'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4. 번역본은 제 블로그에만 올립니다. 무단 전재 및 도작은 절대 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5. 본문중의 (하늘색)은 제가 단 주석입니다.
6. 오타 및 잘못된 번역의 지적은 감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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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냥한 별에서… Navi : 18





# 에미야 시로


봄.
카니발로부터 이미 1개월 정도가 지나가려 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가며, 가련한 꽃들의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어느 샌가 벌써 그런 계절이 오고 있었다.


여름 제복으로 갈아입은 지 일주일.
아카리와 아이카에게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 지 일주일.
아리스라고 하는 소녀는 분명 아테나의 후배였을 터이다.
그런가. 벌써 일 년.

「아.」

쨍그랑.

「아아, 제길. 또 인가.」

최근에 깨버린 접시 수는 실제로 10장을 넘는다.
유리컵은 5개 깨버렸고, 세탁물을 말리면 대부분 날아가 버리는 형편.
이래서야 가정부 실격이라고 생각한 것은 몇 번째였던가.

쓰레받기를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받치고, 재빠르게 빗자루로 깨진 파편을 정리한다.
아무도 없는 낮이라 다행이었다. 이런 일을 밤에 해버리면 쓸데없이 걱정을 끼쳐 버린다.
그렇다. 요즘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걱정을 끼치고 있는데……더 이상 나 같은 녀석 때문에 모두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된다.

「정신 차려라, 에미야 시로.」

관자놀이 근처를 강하게 때리고 다시 기합을 넣는다.
그러면,

「우선은 새 접시를 사야겠지.」

이걸로 이번 달 내 급여가 없어진다.
그렇지만 그게 어쨌다는 거냐. 내가 잘못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래, 분명.

이곳에 있으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테지.


*  *  *  *  *


# 아키라·E·페라리


「흐~응. 아, 그래?」

「우와. 반응이 가볍네요, 아키라 씨.」

「뭐, 신세를 졌다고는 해도, 그다지 접점은 없고, 알토리아 짱 역시 만난 적은 없으니까 말이지.」

아이카가 평소와 다르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기에, 선배답게 상담에 응해주자고 생각해서 말을 걸었더니, 이러한 듯 했다.

카니발 마지막 날, 에미야의 연인이었던 알토리아 짱이라고 하는 아이가 돌아가 버린 것 같다.
그 후로 계속, 에미야는 답지 않은 실패만을 반복하고,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낙담한 모습이라나.
마치 아이카구나, 라고는 생각했지만 입에는 담지 않았다.
아무튼, 아이카 스스로도 자신과 닮아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지.
그러나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럴 것이 에미야의 문제다.

「따뜻하게 지켜봐 줘야겠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지금까지처럼 접하면 되지 않을까? 걱정 같은 걸 했다간 쓸데없이 우울해질 거라 생각해.」

「그건……좀, 차갑지 않나요?」

「하아, 너란 녀석은……. 알겠어? 차갑다든가 그런 게 아니라고. 지금까지처럼 알아차리게 해 주면 되는 거야.」

「알아차리게 해 준다……라니, 무엇을 말이죠?」

「어이쿠, 말이 많았군. 이 이상은 말하지 않는다!!」

「에, 그런, 잠까……」

「으럇!!」(원문은 'すわっ!!'. 아키라의 말버릇입니다.)

움찔, 하고 어깨를 떨며 아이카가 움츠러든다.
이걸로 이제 더 이상 물으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역시 이런 것은 생각하게 하는 편이 좋다.
인생은 언제나 경험의 폭풍이어야 한다. 응.

「그러면……나는 일하러 가볼까. 슬슬 다음 예약 시간이네. 아이카, 너도 언제까지나 주눅 들어 있지 말고 연습해라, 연습.」

「……네.」

「기운이 없다! 으럇차!!」

「네에엣!!」

반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렇게 외친 뒤, 달려간다.
'너까지 침울해 있으면 반대로 걱정한다고.'라고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 정도는 알고 있을 테고,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니다.
아이카는 분명 괜찮다. 그렇다면, 아이카와 닮은 에미야도 분명 괜찮다.
그렇지 않으면 그 녀석의 호두 빵이 맛없어진다. 그것만큼은 사활의 문제다.

「아이카, 힘내라.」

이제 보이지 않는 후배를 향해, 마지막에 그렇게만 말해 두었다.



낮에 그런 대화가 있었구나, 정도로 떠올릴 수 있을 만큼의 피로감을 느끼며, 오늘 하루의 영업이 끝났다.
오늘은 밤중에 예약도 들어 있었던 탓에 현재 오후 9시.
봄이라고 해도 이제 겨울이 막 지나간 참. 밤은 아직도 차갑다.
수로를 지나며, 가정집의 불빛을 바라보며 간다. 담소라든가 저녁 식사의 잔향. 이렇게 차가운 밤인데도 저마다가 행복해서, 무심코 뺨이 느슨해진다.
낮의 떠들썩함은 물론이고, 밤의 이런 분위기도 나는 좋아한다.

「…………」

아무런 생각 없이, 문득 정신을 차리면 성·마르코 광장 앞까지 와있었다.
가로등도 드문드문하고, 밤다운 광택으로 지면에 깔린 돌이 빛나고 있다.

그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한 가로등과 달빛, 별빛만이 의지된다는 느낌의 광장에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한밤중의 산책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믿음직스럽지 못한 걸음걸이로, 어느 쪽인가 하고 말하면 몽유병과 같은 걸음걸이였다.

「……?」

응시해봐도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무시하면 그걸로 끝이지만 무엇을 생각했는지, 그 때의 나는 곤돌라를 멈춰, 육지로 올라가 말을 걸 수 있을 정도까지 다가갔다.
그랬더니 그 얼굴은,

「에미야, 냐?」

「아아, 아키란가. 오랜만이다.」

「뭘 하고 있는 거야? 이런 시간에 이런 곳에서.」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여자 아이가 이런 시간에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어?」

똑같은 말로 질문을 받고, 이쪽도 특별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우물거려버린다.
'자, 어떻게 대답하지?' 생각하려고 한 순간.
에미야는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뭐야?」

「아니, 아무것도 아니지만. 조금 이상해져서 말이야.」

「하아? 아이카에게 들었지만, 정말로 괜찮은 거야?」

「괜찮다니. 아아, 그건, 응. 괜찮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아첨이라고 해도 그렇게는 보이지 않는다.
360도, 입체적으로 보았다고 해도 그렇게는 보이지 않는다.
평소의 가벼운 농담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기보다 언제나라면 즉답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머뭇거렸다.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약해져 가고 있구만, 이 녀석.
나보다 연상인데, 착실하게 해 달라고.

「잠깐 따라와. 특별히 지금부터 이 아키라 님이 가이드 해 주지!」

「에, 지금부터? 그보다 지금 돈 같은 건……」

「으럇!! 말했을 텐데? "특별히"라고. 공짜다. 영업시간도 끝났고 말이지.」

그런데도 뭐라 뭐라 할 것 같았기 때문에, 목덜미를 끌어당겨 던지듯이 곤돌라에 태웠다.
에미야는 멍하니 눈을 깜박여댄다.

「후우. 그러니까, 분명히……알토리아 짱, 이었던가? 없어졌다고 했지.」

「아, 응. 아이카에게서 들었나.」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간다.」

에미야가 내리려고 일어선 순간, 노를 젓기 시작한다.
밸런스는 당연하게도 무너져, 쿵, 하고 그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얏……굉장히 난폭한데.」

「위험하므로, 일어서지 말아 주십시오.」

「무시냐.」

그 말대로, 무시하고말고.

「그럼, 오른쪽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쪽은 성·마르코 광장입니다. 오늘 밤은 달빛과 별빛이 참으로 보기 좋게 포석(鋪石)을 반사해서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정적 속에 녹아 있는 부드러운 행복의 여운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아이카에게는 평소처럼 하라든가, 신경 쓰지 마라든가, 라고 말하고 있던 것과는 달리 정말로 걱정하고 있었던 것은 자신이 아니었던 걸까?
아니, 아니, 그건 아니다. 아~ 안 돼, 안 돼. 생각하면 이상하게 의식해버린다. 무심(無心)이다. 무심.

「그럼, 다음 장소로 가도록 하죠.」

「…………」

그 후로, 정말로 평소의 관광 루트를 한 바퀴 돌고, 게다가 관광 가이드도 아닌, 개인의 감상만이 새어나온, 정말로 단순한 "감상"이 되어 있었다.
어째서 그런 짓을 해 버린 걸까? 별로 의식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싫다는 것도 아니고, '그럼, 좋아하는 건가?' 라는 문제가 되면, 그런 대상도 아니다.
어째서인 걸까.

「고마워.」

「에?」

갑작스런 감사에 허를 찔린다.
에미야는 이쪽을 올려다보며, 평소의 무뚝뚝한 듯한 웃음이 아닌, 이쪽을 향해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그 아이 같은 모습에 무심코 고동이 빨라진다. 에, 어라, 어째서?

「신경 써 준거지? 고마워.」

라고 말하자마자, 평소의 웃음 띤 얼굴로 돌아가, 고동 소리도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후우, 하고 한 번 한숨을 내쉬어, 이상한 느낌으로 오르고 있던 텐션을 내린다.
마치 아이카를 꾸짖을 때처럼 기합을 넣는다.

「누가 신경 썼다는 거야? 누가. 뭐라고 할까, 저기~ 그거다. 뭐, 변명 만들기, 려나?」

「변명?」

「저런 시간에 저런 장소에서 있던 이유 말이야. 실은 퇴근 중이었지만, 뭐, 그러니까…………으럇!!」

「윽?」

「어쨌든!! 신경 쓰고 있지 않아!!」

'그런 것으로 해 둿!' 하고, 떠밀듯 단언하고, 이야기를 매듭짓는다.
거기에 에미야는 쓴 웃음으로 반응했다.
어쩐지 공연히 부끄러워져서, 얼른 이 녀석을 바래다주기로 결심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걸어서 돌아갈게.」

「됐어. 말하고 싶은 게 아직 있으니까.」

'글쎄, 무슨 말일까?' 하고, 에미야는 또 웃는다.
'글쎄, 무슨 말일까?' 하며,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일단 말해두었지만, 난 대체 무얼 말하고 싶은 걸까.
일단 말해두자면, 고백이라든가 그런 핑크빛 얘기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스르르- 하고, 어두운 바다 위를 나의 흰 곤돌라가 자국도 남기지 않고 나아간다.
그 동안은 계속 무언. 뭐, 이제 할 얘기도 없지만.

「그럼…………이쪽은 ARIA 컴퍼니입니다.」

어라?
어째서, 여길 소개하고 있지?

「아키라?」

「운디네 업계 중에서는 가장 소수로 영업하는 회사. 톱은 말할 것도 없이 아리시아·플로렌스. 3대 요정의 한 명이자,
  스노우 화이트
『하 얀 요 정』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머지 한 명은 그녀의 후배, 미즈나시 아카리. 숨겨져 있지만 지명도는 높은 운디네 중 한 사람입니다.」

그런가? 하고, 조금 놀란 듯한 에미야.
내 입은 계속 움직인다.

「사장은 아리아 사장. 조금 비만인 듯한 커다란 몸이 매력 포인트인 화성고양이입니다. 운디네의 위안은 물론, 그 사랑스러운 행동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줍니다.」

'그건 확실히' 하며, 쿡쿡 웃는다.
내 입은 아직 멈출 것 같지 않다.

「그리고 에미야 시로. 작년 봄부터 ARIA 컴퍼니의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가사 전반도 자신 있는 것 같고, 이렇게 말하는 저도 언제나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후우' 하며, 한숨.
에미야는 앞을 향한 채, 돌아보려고는 하지 않는다.

「너 말이야, 에미야. 사치스럽다고. 저것도 갖고 싶다, 이것도 갖고 싶다. 전부다 말이지. 이런 말, 알고 있을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쌓아 두면, 반드시 많은 것을 잃을 것이다 』라고. 네가 그거라고. 지금 있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많으면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해. 혹은, 많은 것이 아니라, "큰 것"이라고 해도 분명 같다고 생각해. 너는 말야, 너무 끌어안아. 이 별은 그렇게 무거워서야 걸을 수도 없다고.」

「…………」

「침묵인가. 뭐, 좋아. 네 일이고 말이지.」

「정말이지, 안다는 듯이 말하지 말아줘.」

「단순한 혼잣말이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니까. 그럼, 제대로 바래다줬으니까.」

에미야는 그 뒤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가볍게 곤돌라를 흔들거리게 하고는 육지로 올라갔다.
이제 빛도 켜지지 않은 방문을 열어, 그대로 나오지 않는다.

「……. 돌아갈까.」

끼익- 하고, 올이 소리를 내고, 곤돌라가 반전한다.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수면에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으며 나아가려고 젓기 시작했을 때, 조심스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아?」

뒤돌아보면, 지갑을 가지고 에미야가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이쪽을 보고 '다행이다.' 라며, 웃어주었다.

「아직 돌아가지 않았었네. 이거, 요금이야.」

슥, 하고 지폐를 꺼내어 팔랑팔랑 흔들고 있다.
당분간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 채 굳어져 버린다.

「왜 그래? 이쪽으로선 지불해두는 쪽이 뒷맛이 좋은데 말이지.」

「아니, 아무것도 아냐. 받아 둘게.」

「어느 쪽인가 하면 팁에 가까우니까 말이야, 이거. 영업은 끝났었잖아?」

「용돈 받을 나이도 아니지만 말이지.」

일단 서로 웃는다.
그 대금이 대체 어떤 이유로 지불된 건지, 나는 모른다.
아마 '뒷맛이 좋으니까.' 라는 것은 나처럼 단순한 변명일거라 생각한다.
말할 수 없는 부분에서, 말할 수 없는 감사를 해 준 것 같고, 무심코 「천만에」라고 중얼거릴 것 같았다.
그것만큼은 정말로 말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에미야 역시 말하길 원하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내가 처음에 말했었다.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그럼, 잘 자. 다른 녀석들에게 너무 걱정 끼치지 말라고, 에미야.」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어.」

이번에야말로 곤돌라를 저으며 나아간다.
끼익- 끼익- 올이 소리를 낸다.
뒤돌아보지는 않았지만, 저 녀석은 내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바라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  *  *  *  *


# 에미야 시로


「…………'그렇게 무거워서야 걸을 수도 없다' 인가. 이것도 구애받고 있다는 건가.」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적당히 태운 홍차를 마신다.
따뜻함은 있지만, 어딘가 맛이 없다.

알토리아가 없어지고 나서, 난 대체 무엇을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던 걸까.
솔직히, 정말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도울 수 없었다. 구할 수 없었다. 짊어진 목숨이 또 하나 늘었다.
그런 것들이 빙글빙글 머릿속에서 쿵쿵, 하고 순환을 반복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지울 수 없는, 에미야 시로(エミヤシロウ)의 허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
없어질 리 없다.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 그것이 죄에 대한 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
이 별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 세계는 다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런 에미야 시로(エミヤシロウ)의 죄 혹은 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행을, 이 세계는 모른다.
내가……에미야 시로(エミヤシロウ)가 벌을 짊어지는 것은 원래 세계에서만인가.
그런 일은 있을 리가 없다. 용서될 리가 없다.

「내가 이 세계에는 없어서……내가 이 세계에 "있다". 얽매임을 버리고, 끌어들여지듯이. 『정의의 사자』는 혼자가 아니다, 인가.」

알토리아가 늘어놓았던 말을 중얼거린다.
여기까지 나와 있으면, 대답은 보인다. 그래, 난 "에미야 시로(衛宮士郎)"로서 이곳에 있으면 된다.
"에미야 시로(エミヤシロウ)"라고 하는 회환(悔恨)을 모조리 태우고, 이상을 버려 "에미야 시로(エミヤシロウ)"의 『정의의 사자』를 없었던 것으로 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그걸로 이 세계에서 난 겨우 "에미야 시로(衛宮士郎)"가 될 수 있다.

「…………바보 같은.」

천지가 뒤집혀도 있을 수 없다.
내가 갚아야 할 생명은 많다. 구할 수 없었던 자들의 영혼에 맹세코, 그것을 뒤엎다니,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모든 것은 살아 남아버린 내가 갚지 않으면 안 될 생애의 대상(代償).

하루하루, 철을 두드리고는 검으로 이루어진다. 하루하루, 철을 두드리고는 검으로 만들어진다.
이 일생으로 수만, 수억, 무수한 검을 두드려 만든다. 고로, 이 생애는 한 자루의 검이며, 무한의 검.
구할 수 없었던 사람을 그 몫까지 구한다고 한 자루에, 오로지 한 자루에 소원을 담아, 두드린다.
그렇게 만들어진 검은 역시나 용서 없이 1을 털어버리기 위해 휘둘러졌다.
그것은 마치 고슴도치의 딜레마.
(고슴도치의 딜레마? 아르투르 쇼펜하우어의 우화에서 두 마리의 고슴도치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서로 몸을 기대어 온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너무 가까우면 서로의 가시에 찔리고, 너무 떨어지면 춥다는 딜레마에 빠진다는 것에서 유래.)
구하기 위해서 계속 두드렸던 무한의 검은 구하기 위해서 안았던 사람을 상처 입힌다.
그렇다고 안지 않으면 구할 수 없다. 구하면 상처를 입고, 마음이 도려내진다.


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


부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만들어지는 검은 자신에게 얽혀 붙고, 끝내는 자신의 마음을 묶는 벽이 된다.
한 자루가 약해도, 그 수가 무한하다면 의미가 없다. 깨지고, 깨져도 앞이 보이지 않는 도려내진 마음.
그런가………….
아처는 이 고통을 그야말로 무한의 시간 속에서 기억이 마모할 정도까지 참아내었다.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오로지 버리게 되었다. 일생 계속 두드리던 무한의 검을 어딘가 황야에, 무덤으로서.

그것이, 녀석의 보구.
그것이, 녀석의 심정(心情) 풍경.

이것이, 내 미래의 보구.
이것이, 내 미래의 심정 풍경.

모든 것을 검으로서, 모든 것을 무(無)로 돌려보내기 위해서.


——————So as I pray, "unlimited blade works".
        『—————그렇기에 나는, 계속 무한히 검을 만들고 싶었다.』


그 때 나는 보기 흉해도, 서툴러도, 그것을 계속 만들 것을 맹세했다.
녀석이 할 수 없었던 것을 내가 증명한다.

설령 무한의 검이 몸을 침식한다고 해도, 걸어갈 수 있다.
설령 그것이 무거워도, 그저 발을 앞으로, 앞으로.

전부를 짊어질 각오가 있다. 오직 강하게 가슴에 싹틔우며.
전부를 껴안을 각오가 있다. 오직 강하게 이 팔에 싹틔우며.
전부를 소중히 할 각오가 있다. 오직 강하고 강하게, 영혼에 싹틔우며.

에미야 시로(衛宮士郎)는 그저 이곳에 있다.














「————————————————————아.」

「안녕히 주무셨어요? 시로 씨. 아무리 봄이라고 해도 이런 곳에서 자면 몸이 차가워져요? 우후후, 꽤 푹 주무셨나 보네요. 어제까지의 얼굴이 거짓말처럼 오늘의 시로 씨, 멋진 얼굴을 하고 있네요.」

정신을 차리면, 아침이 되어 있었다.
눈앞에는 아리시아의 미소와 어깨에 걸쳐진 카디건의 따스함.

「곧 식사 준비할 테니까, 그대로 쉬고 계서도 상관없어요. 우후후, 간만에 솜씨를 발휘해 보도록 할까요.」

싱글벙글 소매를 걷고, 부엌에 서는 그 모습은 평소와 다름없다.
단지, 어째서일까.
이렇게나 가슴이 뜨겁고 괴로운 것은.

「아, 그렇지. 시로 씨. 전에 아카리 짱과 약속했었지만……오늘, 함께 가지 않으실래요?」

「아아, 갈게. 맛있는 도시락을 가득 만들어서 함께 가자.」

「어머어머, 오늘의 시로 씨, 어쩐지 행복한 것 같네요. 뭔가 좋은 일 있었나요?」

아무 일도 없다.
그렇구나. 예를 들면, 그래.

「눈을 뜨자마자, 아리시아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뿐이야.」

「네?」

아아, 그렇다.
함께 가자고 해 준 것은 굉장히 기쁘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을 물어보지 않았구나.

「아리시아, 오늘은 어디에 가는 거야?」

「어머어머, 우후후. 오늘은 말이죠…………」

슥, 하고 머릿수건을 쓰고 나서, 그녀는 창밖을 올려다본다.
그곳을 새가 지나가고, 그 앞에는 탁함이 없는 수정과도 같은 하늘이 펼쳐지고 있다.
완전히 따뜻해진 바람, 흐르는 뜬구름은 비단실처럼 부드러울 것 같고, 하얗다.
어디에선가 희미하게 풍겨오는 것은 꽃향기일까.
달콤하고, 상쾌하며 투명한 향기.

아아, 그런가.
벌써──────.






「잠깐, 봄을 찾으러!」







Navi : 18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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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설명


■역자 후기
이 ss에서 아키라와 시로는 등을 떠밀어주는 좋은 친구라는 느낌.